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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줘, 내가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 (9)화 (9/80)
  • 9. 나비가 배가 고픈 모양인데

    하스칼은 마왕답게 제법 바빴다.

    뜻밖이었던 건, 생각보다 건실하다는 거였다.

    그간 내 안에서의 마왕의 이미지란 건 사대천왕을 곁에 세워 두고 무작정 어디를 쓸어 버리라거나, 수하가 실수라도 하면 단박에 터트려 죽이는 개새끼였는데.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걸 보고 있자면 내 생각이 오래전에 읽었던 만화로 만들어진 편견이란 걸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모럴이 있지는 않고.’

    놈은 서류를 읽고 회의하는 내내, 나를 제 집무실 의자 아래 알몸으로 무릎 꿇려 놓았다. 여전히 검붉은 줄기에 몸을 결박당한 채였다.

    그러고는 하염없이 좆을 물려주는데….

    참,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다.

    종종 숨이 막혀 버둥거리면 아주 약간 숨통을 트여주다가, 다시금 뒤통수를 거칠게 잡아 눌렀다.

    이따금 내 성기를 구둣발로 건드리고 짓뭉개며 사정감을 유도하기도 했다.

    절정에 달아올라 몸이 경직되면, 놈은 낮게 숨을 토하며 목구멍 가득히 정액을 싸지르기도 했다.

    그럼 난 그걸 또 남김없이 배 속에 채워 넣어야 했고.

    더 어이없는 건 책상 앞이 훤히 뚫려 있던 까닭에 지나다니는 모든 악마가 내 모습을 고스란히 살펴보고 갔다는 거다.

    하스칼의 사타구니에 코를 박고 있느라 고개를 돌려 확인하진 못했지만.

    종종 익숙한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는 걸 보아하니 나랑 치열하게 맞붙은 놈들도 제법 오간 듯했다.

    그런 놈들일수록 내 머리통에서부터 엉덩이골까지 훑어대는 시선이 질척해서 살갗이 따끔따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후….”

    “웁!”

    보고를 올리던 악마가 집무실을 나서자 하스칼이 다시금 내 머리를 강하게 누르며 씨물을 싸질렀다.

    그러는 동시에 시스템 창이 무언가를 다시 띄워 댔다.

    ‘어쩌라고.’

    어차피 또 쓸데없는 메시지가 한가득일 게 뻔해 이젠 읽는 것조차 귀찮았다.

    츱, 쯔읍.

    질척한 살덩이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뻑뻑하게 들린다.

    나는 정액 섞인 침을 질질 흘리며 녀석의 무릎에 반쯤 기댔다.

    악마들이 오가는 동안은 상체를 무너뜨리지 않고 꼿꼿하게 버텼으나, 더는 무의미한 버티기를 지속할 만큼의 체력이 남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자 하스칼은 잘했다는 듯, 땀에 젖어 잔뜩 헝클어진 내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러면서도 성기를 뽑아내지 않는 꼴을 보아하니 이 짓을 또 하려는 모양이었다.

    ‘이거 진짜 미친 새끼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같은 건 아무래도 모르겠지만, 오닉스가 제가 말한 시간에 돌아오지 않고 있음은 거의 확실했다.

    내 위장은 질식할 것 같은 마력과 끈적함에 잠식됐다.

    온몸은 어디서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뻑적지근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끊임없이 내 몸을 달구는 미열 때문에 자꾸만 호흡이 무거워져 밭은 숨이 녀석의 음모 위로 쏟아졌다.

    이쯤 되니 약간 뭐랄까,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요도 속 끔찍한 이물감과 홧홧하게 달아올라 따끔거리는 목구멍 속 성기가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처럼 밀려든 무기력한 상황 수용이었다.

    ‘음….’

    생각해 보면 늘 나는 바빴다.

    회귀가 반복될 때마다 어깨 위로 짐을 하나씩 쌓아 올렸다.

    지난 생을 기억하는 사람 역시 어차피 나뿐이고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사람도 나밖에 없었다.

    그 일방적인 상황은 꽤나 사람을 몰아붙였다.

    과연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을까.

    거기서 그 행동이 최선이었을까.

    하지만 반드시 불행해지는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자그마한 선택조차 무지막지하게 망한 결과를 가져왔다.

    뒤늦은 후회를 곱씹고.

    자는 시간을 줄이고.

    먹는 동안에도 무언가를 궁리했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똑똑하지 않아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는 못했고, 조금 더 무지막지하게 몸으로 굴러야만 했다.

    남들이 죽어 나가기 전에 앞서서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제 발로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인간들을 막아 세우고.

    티끌 하나 남기는 것 없이 전 재산을 들이붓기도 했지만.

    인간 하나가 발버둥 쳐서 세계 멸망을 막기에는 부족한 게 너무 많았다.

    아무리 바쁘게 뛰어다녀도 내 시선이,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곪아 터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쯤 되자 시스템이 실수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나의 뭘 믿고 세계 구원을 맡기고, 자꾸만 회귀하게 만드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나도 좀 멍청했어. 처음에는 선택받았다는 게 기분 좋기만 했지.’

    남들보다 특별해진다는 건 목적을 알지도 못한 채 극한의 상황에 몰려도 몸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내린 선택이 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게 반복되면 결국 사람은 스스로의 무력함을 통감하게 된다.

    나보다 더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선택됐다면, 결과가 훨씬 좋지 않았을까.

    혹시 시스템이 지구를 구할 사람을 잘못 고른 게 아닐까.

    혹은 내가 눈치 없이 제때 죽어주지 않아서, 다음 사람이 선택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수많은 생각이 오가다가 떠오른 결론은, 이런 멍청한 용사는 지구를 지키는 데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니 근데 씨발….’

    사람이 그간 빡세게 굴렀으면, 조금 센치해지고 지난날을 회상할 시간도 필요하건만.

    내게 그런 건 사치라는 듯, 하스칼의 성기가 매섭게 부풀고 있었다.

    뭣 때문에 혼자서 발정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더 황당했다.

    ‘이 새끼는 이쯤 했으면 성기가 짓물러 터져도 진작 터졌을 텐데, 이 상황에서 더 커지는 게 말이 되냐고!’

    어떻게 해서든 녀석의 성기를 뱉어 내려 머리를 뒤로 당겼다.

    하지만 내 뒤통수를 누르는 힘을 도저히 떨쳐 낼 수 없었다.

    성질이 뻗치자, 송곳니까지 세워서 녀석의 좆 뿌리를 강하게 깨물었다.

    “음.”

    그러자 놈의 시선이 내 머리통 위로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반쯤 조는 것 같더니, 이제 다시 쌩쌩해졌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내 미력한 반항은 놈에겐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내 목덜미로 손을 미끄러뜨려서는 척추뼈를 따라 느긋하게 쓸어내렸다.

    고개를 숙인 탓에 한껏 도드라진 척추뼈 위를 기는 감촉에 따라 음란한 별사탕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우윽응…, 움!”

    나는 녀석의 무릎에 가슴께를 비벼 가며 그 잔혹한 감각을 떨쳐 보려 애썼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성기 끄트머리는 더욱 난리를 피웠다.

    특히 어깨 위에서 머리카락을 떼어 내는 그 의미 없는 행동에도 턱이 파르르 떨렸다.

    “이제 마지막 서류니까 졸지 말고 잘 물고 있어.”

    어느 누가 바게트 같은 성기를 물고 졸 수 있을까.

    목이 졸려 죽거나 숨통이 조여 기절하는 것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물론 그랬다간 녀석이 책상 언저리에 던져 놓은 저 좆 모양 기구를 물고 다녀야 할지 몰랐다.

    ‘아니 근데, 뭐야…?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잖아. 이놈의 좆은 커지기나 하고 뭘 찍찍 싸지르기나 하지, 그럴 바엔 모형 좆이 더 나은 거 같은데!’

    순간 깊은 울화통이 내장에서부터 기어 올라왔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렇게까지 빡대가리는 아닌데.

    이 말도 안 되는 조삼모사 덫에 빠졌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기절하자. 기절한 김에 숨도 못 쉬고 죽어 버리면 더 좋겠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홧김에 녀석의 성기를 더욱 깊게 목구멍으로 욱여넣었다.

    “컥, 컥!”

    아주 조금 열려 있던 기도마저 모두 틀어막혀 목 졸린 기침을 쏟아 내며 연신 컥컥댔다.

    안압이 순식간에 올라가고 목덜미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지잉 지잉-

    내 무지막지한 미친 짓에 시스템 창은 다급하게 무언가를 띄워 대기 시작했다.

    또 페널티 어쩌고 하며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게 뻔했다.

    ‘시스템 따위 다 좆까라지!’

    어차피 정말 죽어 버리면 내 승리였다.

    지잉 지잉 징징-!

    급해 보이는 시스템과는 달리, 척추를 쓰다듬던 하스칼의 손이 내 목울대로 미끄러졌다.

    성기 모양대로 부푼 곳을 확인하듯 어루만지기까지 했다.

    목구멍을 더 강하게 조여 물자, 놈은 허리를 약하게 추어올렸다.

    가뜩이나 한계까지 밀어 넣어서 더 들어올 곳도 없건만.

    녀석의 허리 짓에, 위장까지 귀두가 쑤석이는 기분이었다.

    폐가 짓눌리고 목구멍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내 억눌린 비명과 신음은 이제 목이 아니라 거의 몸통에서 뭉개져 나왔다.

    그러자 한 번 더 허리를 퉁겨 올리던 하스칼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비가 배가 고픈 모양인데.”

    ‘이 또라이가! 사람을 누가 그따위로 불러!’

    그러자 또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오닉스가 여상하게 답했다.

    “하긴, 인간계 시간으로 3일 내내 굶었으니 출출하겠죠. 어쩐지 게걸스레 마왕님의 성기를 탐하더라니. 배가 홀쭉하게 꺼진 것 좀 보세요.”

    “내 기운을 제법 먹였는데.”

    “그거로는 안 된답니다. 인간은 저희와 달리 음식으로 에너지를 섭취한다는 걸 잊고 있었어요.”

    “쯧.”

    자신의 정액으로 내 배를 채우는 게 목적이었다는 양, 하스칼은 덤덤히 내 머리채를 잡고는 성기를 뽑아 냈다.

    “커흑…! 욱, 쿨럭 쿨럭, 큭, 헉 우욱, 컥.”

    그러자 질식사에 실패한 나는 여전히 불투명한 점도를 유지하는 정액을 토해 내며 녀석의 허벅다리 위로 얼굴을 박은 채 쓰러졌다.

    그 양이 어찌나 많은지 실컷 토해 냈는데도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질척하게 눌어붙었다.

    “이런.”

    오닉스는 가엾다는 듯 나지막이 탄식하더니, 내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용사님, 많이 배고팠죠? 우리 확 트인 정원에서 맛있는 거 먹도록 해요.”

    그러며 담담하게 물러선 손 아래로는 검은색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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