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여기 뭘 숨겼어요? 더 꺼내 봐봐요
‘아래로 질질….’
눈앞이 핑 돌고 어질어질해서, 오닉스가 삼키고 있는 저게 뭔지도 몰랐다.
그저 멍하니 놈의 말을 따라 곱씹어 볼 뿐이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진한 정기는 처음 먹어 봐요. 보양식이 따로 없네.”
갑자기 흥분된다는 듯, 오닉스는 성마른 손으로 내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그러고는 상체를 숙여 배꼽 위까지 튀어 올라 점점이 떨어진 정액을 남김없이 핥으며 조금씩 내려갔다.
뜨겁고 습하고 물컹한 촉감이 너무 낯설었다.
닿는 곳이 절로 흠칫흠칫 떨리고 있었다.
찌직- 지이익-
그러다 갑자기 귓가를 울리는 작은 소음에 흘깃, 아래를 보니, 오닉스가 내 브리프마저 찢어 내고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찢어 낸 녀석은 보물찾기하듯, 상처의 흔적 몇 개를 더듬거렸다.
손가락으로 걸어가듯, 토독 톡 톡.
어떤 선을 따라 쓸어 내려가더니, 녀석은 내 배꼽 아래 검은 음모까지 어루만졌다.
“와. 이런 데까지 흉터가 있네요.”
‘이런…, 데?’
문득 오닉스가 말한 부근 흉터가 어쩌다 생겼는지 떠올랐다.
늪지 던전을 돌던 중, 아래에서 괴물 하나가 솟구쳐 갑작스러운 기습에 성기사 하나가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그는 하필 내 옆에 있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를 잡아당겼다.
정말 간발의 차였다.
약간만 비껴갔었어도 악마 손에서 질질 짜고 있는 내 소중한 무언가가 날아갈 뻔했더랬지.
지금 생각해도 조금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부근에만 털이 없어서 더 야하게 느껴져요.”
“…….”
꽤 용맹했던 기억이었는데….
그 위로 오닉스의 손이 덧그려지며 조금 야릇하게 바뀌어 버렸다.
“옅은 핑크빛인 걸 보니 다친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죠?”
오닉스는 음모 사이로 가로질러 있는 긴 흉터를 뭉근하게 문질렀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 성기를 피해 허벅지 안쪽 서혜부를 깔짝이기 시작했다.
그 조심스러우면서도 얄궂은 손짓에 발가락 끝이 움찔거리고, 종아리마저 잔뜩 경직되는 느낌이었다.
대놓고 만져도 문제지만 주변만을 괴롭히니 조금….
“……음.”
견디기 어려웠다.
그 바람에 억누르던 신음이 목울대에서 맴돌다가 탄식처럼 새어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두 악마의 시선이 내게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여기가 좋아요? 아니면 여기?”
오닉스는 내 눈치를 살피며 샅굴을 꾹꾹 눌러 대기 시작했다.
허벅지와 치골근 사이, 오목하게 파여 있는 여린 살이 문질러지자 나는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알싸한 고통이 몰려오자 그제야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 것 같았다.
“퉤.”
고개를 모로 돌려 비릿한 침을 뱉어 내고 올려다보자, 구경하던 하스칼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바로 머리통이 날아가야 맞는데…. 저놈 지금 마기를 조절하고 있는 건가?’
돌연 뭔가를 의심하고 정보를 얻어내려는 습관이 발동했다.
마왕은 지구에 현신하는 것만으로도 세계가 멸망할 스펙이었고, 나처럼 보잘것없는 인간은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기에 짓눌려 당장 터져 나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지난 회귀에서도 놈의 손짓 한 번에 허무하게 죽어 나갔던 걸 생각하면 여태 살아 있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지난 경험과 지금의 내 처지가 너무 달라서 이질적이기까지 했다.
꽤 그럴듯한 추론에 생각이 가지를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왜? 무슨 목적으로?’
그런 물음표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녀석이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마왕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건 헌터의 본능 같은 거였다.
아무리 기록이 말소되었다 하더라도 그걸로 벌어 먹고산 지가 어언- 음. 몇 년이더라….
하여튼 셀 수 없이 오랜 시간이었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자꾸 살살 긁으면, 실수로라도 죽여주지 않으려나.’
방금 아주 괜찮고 새로운 계획 하나가 뿌리 내린 것 같았다.
지잉-
※생존에 불리한 나쁜 생각을 떠올리셨습니다. 페널티가 부과되어 ‘페로몬’이 개방되었습니다. 상태이상 탭을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