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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141화 (141/154)

#141

당부한 것처럼, 면봉 머리가 살그머니 좁은 구멍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서의우는 최대한 충동을 억누르고 손끝만으로 천천히 박아 넣었다. 끝머리가 들어가자, 그 후부터는 힘주지 않아도 정액을 타고 미끄러지듯 속으로 딸려 들어갔다.

“흣, 윽!”

“아프진 않죠?”

“…….”

“어때요. 괜찮아요?”

“……이물감이 좀.”

“이렇게 하면요?”

서의우가 박혀 있던 면봉을 뒤로 뽑으면서 허리를 느긋이 짓쳐 올렸다.

엉덩이 속에 박힌 두툼한 좆이 전립선을 후비고 지나가면서, 요도 속도 함께 자극되었다. 면봉 머리가 끈끈한 액을 머금고 끝까지 뽑혀 나왔다가 다시 속을 찌르고 들이박혔다.

“응으으!”

“하, 이거 봐요. 재진 씨 아랫배 달달 떨린다.”

“아, 우윽…….”

“표정도……. 눈이 붉어요. 늘 생각했던 거지만, 재진 씨는 여기 구멍으로 되게 잘 느끼네요.”

힐링 팩터 효과가 돌아 울혈이 사라진 목덜미에 대고 서의우가 입을 맞추었다. 붉은 자국을 남겨 주면서 안쪽에 박아 넣은 면봉을 조심히 돌렸다.

속살이 뭉근하게 문질러지니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곤란해서 허리를 내빼고 싶은데, 욕조 벽에 가로막혀 있는 처지라 도망칠 곳도 없었다.

재진의 눈동자가 가만있지 못하고 시선이 방황했다. 딱딱한 면봉으로 쑤시면 아프겠거니, 고통은 참아야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당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냥…… 그냥 뭔가…….

“재진 씨……. 솔직히 이거 좋죠.”

서의우가 다정하게 물으며 면봉을 뽑았다. 통통한 면봉 머리로 자지 구멍 앞쪽만 얕게 후벼 주다가, 권재진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며 점층적으로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아…… 아, 아!”

“그래, 안쪽 긁어 주면 좋아할 줄 알았어.”

“아니, 그, 으윽…….”

“뭐가 더 나아요? 속에서 돌리는 거, 아니면 넣었다 뺐다 하는 거?”

서의우가 쾌감으로 흐려져 풀린 재진의 눈을 보고 기분 좋게 웃었다. 싫은 반응이 아닌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안쪽도 발칵발칵 조이고 무릎이 떨리고, 욕조 물속에 푹 잠긴 발끝이 아까부터 꿈질대는 게 뻔히 보였다.

“무, 묻지 마……. 대답 안 할 겁니다.”

“왜요…….”

“왜긴 왜겠…… 윽.”

“오늘 딱 한 번뿐인데도요?”

“…….”

“재진 씨가 한 번만이라면서요. 다음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너, 그렇게, 꼬드겨도…….”

“응? 재진 씨.”

“으…….”

“재진 씨……. 재진 씨이.”

“서의우, 이, 정신 나간…… 하아.”

권재진이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어 가렸다.

어떻게든 서의우가 원하는 대로 맞춰 주려 하는데도 결국은 이렇게 된다. 끝까지 따라갈 수가 없다. 부러 내색하진 않았지만, 사실 좆구멍 쑤시는 걸 허락하는 것만도 권재진에겐 일생일대의 결심이었다.

서의우가 만족할 때까지 표 내지 않고 가만히 있으려 했건만…….

재진이 목소리를 눌러 깔고 흐릿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보다도 욕조에 맺힌 물방울이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였다.

“……이.”

“…….”

“……이상해…….”

들리지도 않는 속삭임이었는데 서의우는 귀담아듣고 대꾸했다.

“그래, 이상해요?”

“……어.”

“나랑 별 짓거리 그렇게 많이 해 댔는데, 아직도 이상해요……?”

“그게, 안쪽, 돌리면…… 느낌이.”

“네.”

“……근지럽고…….”

“네에…….”

“들쑤시면……. 오싹오싹, 한…….”

“……흐하.”

가물가물 잦아드는 답변에 서의우가 허리를 떨며 웃었다.

“와, 하하, 그렇구나……. 네, 알겠어요. 응…….”

권재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푹 젖어서 무지갯빛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이었다.

“저기, 재진 씨, 잠깐만요.”

“어?”

“나 조금만 먼저…….”

흥분을 참지 못한 서의우가 면봉을 깊게 찔러 넣은 채, 권재진을 욕조 벽에 밀어붙여 허리를 치받기 시작했다.

“아! 윽.”

중심을 잡지 못한 권재진이 욕조 벽에서 주르륵 미끄러졌다. 한순간에 뜨거운 물속에 첨벙 빠져들었고, 부글부글, 수면에 공기 방울이 어지럽게 솟구쳤다.

서의우는 권재진이 물에 빠졌는데도 허리 짓을 멈춰 주진 않았다. 그가 몸을 곧추세울 수 있도록 등을 손으로 받쳐 주면서, 계속해서 하체를 처박아 댔다. 짓눌린 몸뚱이가 욕조 물 아래서 격렬하게 흔들렸다.

“읍……!”

권재진이 겨우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등을 받쳐 준 서의우의 팔에만 의지해서 덜컥덜컥 뒤흔들리고 있으려니 언제든 물속에 빠져들 것 같아 몸이 긴장되었다.

두 팔로 욕조 바닥을 짚어 자세를 안정했지만, 버텨 내긴 역부족이었다. 결국 거세게 밀어붙이는 서의우 때문에 다시금 중심을 잃고 뒤로 떠밀렸다.

“아, 헉……! 으읏……!”

재진이 물속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물보라가 일었다. 일렁거리는 물결과 떠오르는 물방울 가운데 헐떡거리는 권재진의 얼굴이 잠겼다. 황홀한 광경이었다. 권재진을 일으켜 줘야 하는데, 당장 입 맞추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서의우는 녹아내린 회색 눈을 달게 휘어 웃고는, 정신없이 허리를 치받으며 재진이 있는 물 안으로 고개를 처박았다.

둘이 물거품과 함께 어지럽게 뒤얽혔고, 숨을 멈춘 입술이 맞물렸다.

가뜩이나 물속에 반쯤 가라앉아 있던 권재진은 그 때문에 완전히 욕조 바닥으로 가라앉아야 했다.

“프흐…….”

“음…….”

서의우는 물속에서도 눈을 감지 않고 권재진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혀와 입술을 남김없이 쪽쪽 빨고 핥았다. 배 속에 자신을 깊게 파묻을 때마다 발칵거리며 응하는 몸이 사랑스러워 못 견딜 것 같았다. 아무리 입술을 겹치고 키스해도, 온몸을 물고 빨고 점막 곳곳 남김없이 후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하늘로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땅으로 쑥 꺼지는 것 같기도 하고. 심장 깊은 곳이 묵직하고 저릿한데, 그게 또 핵이 공명하여 느끼는 파장과는 달랐다.

심하게 헐떡거리고, 부들부들 떨고, 눈빛은 벌겋고, 심장은 날뛰었다.

물에 빠져 질식하는지 어쩌는지도 모르겠고, 마냥 뒤엉켜 탐닉하기 급급했다.

둘이 빠진 곳이 물속인지 아니면 다른 어딘가인지 모를 노릇이었다.

숨이 모자란 재진이 버르적거리지도 못하고 공기 방울을 뱉었고, 서의우는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집요하게 입 맞추다가 겨우 물 밖으로 재진을 끌어냈다. 그런 뒤에도 숨 고를 새도 없이 한껏 들러붙어 혀와 입술을 마구잡이로 눌러 찍어 댔다. 겹친 몸이 퉁퉁 부르트도록 떨어질 줄 몰랐다.

***

새벽녘, 안개 걷힌 하늘 아래 너른 대지에 광휘가 비추었다. 가파른 산 능선 너머에서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눈부신 태양이 떠오르며 따사로운 빛이 협곡을 포근히 덮었다. 마치 주홍빛 햇볕으로 짠 얇은 이불을 지대에 한 꺼풀 덮은 듯했다.

겨울의 끝물이자 봄의 초입.

슬슬 지반에서 작은 새싹이 움트고 가지에도 새순이 보이고 있었다. 동면에서 깨어난 산짐승들이 작은 기척을 내었으며, 이슬 맺힌 풀잎이 아롱졌다.

특수 거주지구 북서부. 지난날의 그 협곡…….

높다란 지형 끄트머리에 선 두 사람이 경이로운 풍경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변하는 계절에도 여전히 경이로운 경치였다.

낭떠러지 아래로 굽이치는 아홉 줄기의 계곡이 보였고, 끊임없이 흐르는 계곡물 옆에 일곱 빛깔 무지개가 두 쌍으로 겹쳐 있었다. 색색의 스펙트럼으로 구분되는 오색 빛이 손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웠다.

“……와.”

서의우가 나직하게 감탄하며 권재진의 손을 꽉 붙잡았다.

일출 빛을 헤치고 불어오는 새벽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훑었고, 가볍게 흔들리는 흑발 사이로 찬연하게 빛나는 회색 눈망울이 보였다.

“끝내 왔네요, 둘이.”

그의 음성은 조금쯤 잠긴 듯 들렸다.

하긴, 목이 잠기는 건 권재진도 매한가지였다. 지금 입을 열어 저 말에 답하면 잔뜩 억눌린 목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

“우리…… 협곡 왔어요.”

“…….”

“진짜 데이트예요.”

“……예.”

재진이 가슴을 비틀어 소리를 짜냈다.

예상은 했다지만, 스스로 듣기에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무겁고 벅찬 목소리가 내뱉어졌다.

“어때요?”

“넓……군요.”

“그리고요?”

“아름답고…….”

“네…….”

넓고, 아름답고, 그리고…….

여러 표현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중첩되었다. 조금 더 적확한 감상을 내뱉으려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구태여 그러고 싶지 않았다.

“…….”

권재진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눈을 감고, 이곳이 싱그러운 들풀로 가득해지는 풍경을 상상했다.

봄이 지나고 초여름에 이르러 파릇파릇한 초목으로 산천이 뒤덮이는 때를.

그리고 그런 어느 날에, 뙤약볕이 내리쬐고 매미가 시끄럽게 짝을 찾아 우는 그런 날에, 다시금 이 자리에 서면 어떨까 했다.

한때는 감히 꿈꿀 수 없던 커다란 바람이, 이제는 언제든 뜻하면 이룰 수 있는 사소한 바람이 되어 순수하게 기뻤다. 이 감정의 빛깔은 흰색이었고, 언젠가는 따뜻하게 망그러져 빛바랜 추억이 될 터였다.

두 사람은 한참을 그 위에 서 있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태양이 구름 위로 올라갈 때까지.

오랜 끝에 서의우가 뚜껑 덮인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가죽으로 마감 처리된 반지 함이었다.

빛나는 고리를 하나씩 나누어 왼손 약지에 끼는 동안, 어떤 서정적인 선율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현악인지, 관악인지 이중주로 어우러져 풍성했다.

반지는 공들여 주문 제작한 보람이 있게도 손에 꼭 맞아 들어갔고, 존재만으로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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