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재진이 나자빠진 자세로 겨우 혀를 냈다. 침대 밖으로 나간 어깨가 땅에 닿을 것 같았다. 서의우는 물구나무서듯 뒤집힌 재진의 양 손목을 잡고 제 쪽으로 당기면서 아래로 좆을 찍어 박았다.
양쪽 손목을 잡고 있자니 팔뚝 사이에 낀 가슴이 모여서 가슴골이 깊게 팼다.
“어려워요, 씨이, 사랑 너무 어려운데…… 그래도 나…… 상관없어요. 난 재진 씨 사랑할래요.”
“하…… 흐아아.”
결국, 재진이 침대 밖으로 밀려 떨어졌다. 서의우가 저렇게 발정 난 짐승처럼 처박아 대니 몸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등이 땅을 구르고 다리가 접혔다. 일어나려고 바르작대는데, 서의우는 권재진이 나자빠져 있으면 나자빠진 대로 아랑곳하지 않고 쉴 새 없이 처박아 댔다. 맹렬한 허리 짓 때문에 그대로 침실 바닥을 굴렀다.
심지어 그는 재진이 자세를 잡으려고 몸을 뒤트는 잠깐마저도 봐주질 않아서 죽을 것 같았다. 연거푸 두 번을 쌌는데 또 갈 것 같았다.
“그, 흑, 그래…….”
권재진이 난처하게 눈썹을 내리깔고 끅끅거렸다.
“그럽시다…….”
권재진이 이 말 한마디 내뱉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서의우가 알까.
“저도, 서의우 씨를…….”
이런 날이 아니었으면 권재진은 평생 조가비처럼 입 다물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고백할 시기를 놓쳤다며 조용히 묻어 두거나, 열렬히 사랑할 나이는 지났다며 혼자 속에서만 삭혔을 것 같다. 서의우가 보채도 그냥저냥 말을 돌리거나 모른 체 답을 미뤘을 테고.
“사라, 할…….”
서의우가 권재진을 침실 바닥에 찍어 누르며 짐승처럼 쏟아 냈다. 구멍 안에서 정액이 질질 흘러나오는데도 그는 도통 멈출 줄을 몰랐다. 사정하고도 좆이 죽질 않아서 딱딱했다.
권재진도 숨넘어갈 듯 깔딱거리며 절정을 넘어섰다. 좆물을 뱉었는지, 아니면 뒤로 간 건지 모르겠고, 그냥 계속되는 열락에 넋을 놓고 시달렸다.
“아……! 흐아! 응으! 응!”
힘이 빠져서 더는 목을 가눌 수조차 없었다.
서의우는 재진이 고개를 쳐들도록 턱을 잡아 뒤로 당기고는 얼굴에 입맞춤을 쏟았다.
눈이고 코고 가리지 않고 입술을 비비고 혀로 핥으면서 귀마저 물고 늘어졌다. 어처구니없게도 뺨까지 물려서 볼살에 잇자국이 고스란히 남았다.
서의우가 사랑해, 사랑해, 미친 새끼처럼 고백해 댔고, 권재진은 의식이 날아가는 와중에도 그 말에 담긴 무게에 짓눌려 죽을 것 같았다. 좋아해, 좋아해, 해 댈 때는 못 말리겠고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한 마디 들을 때마다 가슴 속이 지진 난 것처럼 크게 울렸다.
너무 벅차고 버거워서, 서의우의 입을 조금쯤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다.
***
어느샌가 첨벙이는 욕조 속이었다.
가물거리는 눈을 떠 보니, 서의우가 힐링 팩터 뚜껑을 이로 물어 내뱉고 있었다.
“쉬이, 가만히 있어요. 지금 좀 몽롱할 테니까.”
“끄으…….”
잇자국 가득한 목덜미에 힐링 팩터를 주사한 흔적이 있었다. 힘이 다 빠져 늘어진 사지에 물약이 돌며 다시금 근력이 돌아왔다. 발끝을 꿈틀거리는 권재진을 보고 서의우가 해사하게 미소 지었다.
길게 휘어지는 눈가가 다정하면서도 명백하게 맛이 가 있었다.
“재진 씨, 힘들어요?”
정신을 못 차리고 헐떡이는 권재진에게 서의우가 넌지시 물어봐 주었다. 권재진이 턱을 덜덜 떨며 고개를 내젓자, 서의우가 빙긋 웃으며 이마에 젖어 달라붙은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다정하게 쓸어 넘겨 주었다.
“그래, 우리 아직 괜찮죠? 더 할 수 있잖아요.”
많이 기다려 줬다는 듯, 서의우가 권재진의 엉덩이를 쥐어 잡았다. 물속에서 세게 움키고 벌어진 골 사이에 좆기둥을 슬슬 비볐다.
다물린 구멍과 회음에 반쯤 발기한 서의우의 것이 끼워져 노골적으로 마찰했다. 서의우가 허리를 한 번 짓쳐 올릴 때마다 욕조 가득 채워진 물이 철퍽철퍽 파도치며 넘쳤다.
“앗, 하아…….”
“재진 씨……. 힐링 팩터 쓰니까 흔적 다 지워지네요. 다시 남겨 놔야겠다, 그쵸…….”
“어윽, 으…… 살살, 해…….”
“음, 노력은 해 볼게요.”
엉덩이 사이에 대고 계속 허리를 치대니 서의우의 좆이 금세 부풀었다. 빳빳해진 기둥이 뜨겁게 달았다. 둥글게 부푼 좆머리를 회음에 대고 꾹꾹 누르며, 서의우가 다섯 손가락으로 엉덩잇살을 한가득 잡아당겼다.
혹사당한 구멍이 벌어지면서 속에 그득하게 들이찬 정액이 뜨거운 욕조 물에 뿌옇게 스며 나왔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고, 금세 굵직한 좆머리가 뒷구멍을 메우고 압박했다.
얼마 전까지 죽어라 박아 댔던 곳이라, 좆을 가까이하자마자 구멍이 빠끔거리면서 잘 집어삼켰다.
“이렇게요……. 살살.”
서의우는 허벅다리를 넓게 벌리도록 재진의 무릎을 쥐어 누르고 좆몽둥이를 천천히, 한껏 욱여넣었다.
“아으으…….”
안쪽을 빈틈없이 메우고 들이찼다. 제 모양대로 길이 난 곳을 지나, 속 벽의 끝부분까지 올려 찧었다.
배꼽이 오르내리고, 물기 맺힌 가슴에서 물방울이 굴러떨어졌다. 재진의 밑 가슴살 접힌 곳에 고여 있던 물이 뚝뚝 흘렀다. 서의우는 그 모습을 열띤 눈으로 핥듯이 노골적으로 바라보다가 넌지시 속삭였다.
“재진 씨, 나 재진 씨 자지구멍 후비고 싶어요.”
“……그, 그러든가…….”
“겉에 말고요, 속구멍 안까지 막대 찔러 보고 싶어요.”
“뭐, 어?”
“면봉 같은 거…… 싫은가요?”
은근하게 물으며, 서의우가 권재진의 몸을 집요하게 쓸어 만졌다. 가슴을 쥐었다가 놓고, 그대로 손을 주르륵 내려 다리 사이를 헤집었다.
지쳐 벌겋게 빛깔이 변한 재진의 중심부를 그러쥐고 발기할 수 있도록 빠르게 흔들어 주면서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그런 걸…… 꼭…… 해야겠, 습니까……?”
권재진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되묻자, 서의우가 대답 대신 엄지를 세워 좁은 좆구멍 위를 비비적댔다.
끈끈하게 엉겨 있던 백탁액이 뜨거운 욕조 물과 함께 요도 속으로 딸려 들어갔고, 거기서 더 끈질기게 후비적대자 안쪽 속구멍이 눌리고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멸균소독 제대로 할게요.”
“아니, 소독이 문제가 아니고…….”
“재진 씨 도뇨관 넣어 봤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거예요. 살살 할게요. 정말 천천히 조심해서 넣을게요.”
“아니, 잠깐만, 자깐…….”
권재진이 몸뚱이를 들썩거리며 손길을 피하려 했다. 서의우는 바둥거리는 재진을 욕조 벽에 찍어 누르고선 여전히 웃는 낯으로 그의 눈가에 키스했다.
새 부리처럼 입술을 뾰족하게 모으고 애교스럽게 속눈썹을 입술로 찍었다. 혀를 내어서 눈가를 슬쩍 핥고, 더 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눈알까지 핥았다.
“으윽, 그만, 서의우, 아……!”
재진이 흐느끼듯 신음하며 허리 아래를 부들부들 떨었다. 좆몽둥이를 물고 있는 뒤쪽 구멍이 경련하듯 빠르게 발칵거렸다. 어느 순간 바둥거리길 포기하고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자, 그제야 서의우도 앞을 후비던 손을 멈추었다. 하반신을 들썩여 부푼 좆대가리로 엉덩이 안쪽만 느긋하게 쑤셔 주었다.
“이것 봐, 아픈 것 같아 보이면 바로 멈출 거예요. 나 믿어요.”
“으응, 으……. 아, 그게, 아프, 아픈 게 문제가 아니고…….”
“그럼요?”
“……너 또 다음에도 하고 싶다고, 조를 것 같아서…….”
“네……?”
“한 번뿐이면, 괜찮지만…….”
“…….”
“……이번 한 번만 한다고 약속하면…….”
“…….”
“그럼…… 뭐…….”
“그럼 좋다고요?”
서의우가 물에 푹 젖은 머리칼을 이마 뒤로 거칠게 쓸어 넘기곤 권재진을 비스듬히 뒤로 기울였다.
“하…… 권재진 씨, 원래 이렇게 너그러운 사람이었나요?”
“아…….”
“아닌데……. 내 재진 씨 이렇게 관대하지 않은데…….”
“…….”
서의우가 형형하게 빛 맺힌 눈을 들어 권재진의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눈동자를 뚫고 마음을 헤아려보는 듯했다. 그러더니 툭 내뱉어 중얼거렸다.
“재진 씨, 내가 잘할게요.”
“…….”
“내가 진짜 진짜 잘할게요.”
“……뭘 또 잘하겠다고.”
“그냥요, 다.”
“…….”
“재진 씨랑 나, 우리, 그 밖에도. 내가 앞으로 다 잘할게요.”
“…….”
“재진 씨를 보니까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권재진은 왜 이렇게 대단할까, 서의우는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염동력으로 욕실에 비치된 면봉과 소독용품을 끌어왔다. 면봉 끝머리를 꼼꼼히 소독해 적시며 넋두리했다.
“볼수록 재진 씨는 큰 사람이에요. 이런 짓도 너그럽게 당해 주고.”
“……졸라 대는 게 누군데. 너, 네가 하고 싶다며.”
“그래도요.”
서의우가 피식거리며 권재진의 좆 앞머리에 면봉을 가져댔다. 차가운 꽁지가 쬐끄만 요도 구멍에 닿았다. 서늘해서 재진이 반사적으로 뒤를 조였다.
“으, 잠깐만, 아직.”
“응?”
“안에, 빼고, 넣…….”
아직도 엉덩이 속에 좆몽둥이가 박혀 있는 참이었다. 이대로 넣어지는 건 아무리 그래도 어렵지 않을까. 재진이 긴장했다.
“그래요? 이대로는 안 돼요?”
“…….”
“진짜 살살 할 건데. 자, 이렇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