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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139화 (139/154)
  • #139

    재진이 심하게 헐떡거리면서도 허리 아래에 다시 힘을 주었다.

    하체를 조금 들썩여 보자, 아까처럼 뜨겁고 물컹한 촉감이 뒤쪽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볼기짝에도 눌리는 감촉이 있었다.

    재진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서의우의 얼굴이 뒤에 닿고 있었다.

    뺨이 눌리고, 코가 눌리고, 이마가…….

    이건 정말 정신 나간 짓 같았다.

    “흐으…….”

    “하하, 내 앞에서 엉덩이 흔들리고 있어요. 재진 씨.”

    “말하지 마…….”

    “감질나게 움직이네요. 아쉽게.”

    돌연, 뭔가 딱딱한 게 뒤쪽에 닿았다.

    손가락이었다.

    힘겹게 들썩이고 있는 하체에 그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젖은 내벽을 비집고 안쪽을 찌르자 놀란 재진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끅.”

    도저히, 이건, 이젠 못 한다.

    손가락이 안에 박혀 있는데 허리를 어떻게……. 쳐, 쳐 대라고?

    “왜 그래요. 못 해요?”

    “…….”

    “할 수 있을 텐데요. 각오했을 거잖아요.”

    “…….”

    “나 아직 손가락 하나밖에 안 넣었는데 뭐 별거라고. 그래 봤자 안쪽 좀 쑤셔지는 것뿐이에요. 안 그래?”

    “알, 았……. 윽.”

    재진이 눈썹을 콱 찡그렸다.

    술에라도 취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해내겠다는 의지는 있었지만, 굳은 몸뚱이는 뜻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서의우는 이런 게…… 이런 게 좋은 건가?

    아니면, 권재진에게 벌이라도 주려고 일부러 이러는가?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허리를 들었더니, 입구 쪽에 박힌 손가락이 안으로 더욱 깊게 파고들어 갔다.

    “윽…….”

    “움직여요.”

    “아, 아.”

    재진이 부들부들 떨며 허리를 짓쳐 들었다.

    동시에 그가 손가락을 세차게 찔러 박았다.

    속살 안쪽 깊은 곳까지 손가락으로 눌러 익히 알고 있는 재진의 쾌감점을 찔렀다.

    화르륵 온몸에 불이 번지고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아래쪽, 재진의 자지 끝에서 말간 선액이 방울방울 맺혀 떨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도저히 몸을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겠어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손가락이 연신 끝까지 들이박혔다.

    서의우가 고꾸라진 재진의 몸을 한 팔로 감싸 안고서 좁다란 구멍 안쪽을 푸극푸극 넓히고 쑤셨다. 손가락을 쓰면서 입으로 또 민감한 주름 주변을 빨아 대고, 허벅지 안쪽을 자근자근 씹었다. 또 가끔가끔 손톱을 세워 찍으며 선뜩한 기분이 들도록 해 주었다.

    재진의 아랫배가 거듭 조였다. 언제 사정했는지 모르게 흘린 정액이 침대에 튀었고, 속살이 움찔거리면서 손가락을 물고 달라붙었다.

    서의우는 권재진이 좆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는데도 손동작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 갔다. 도리어 더 빠르고 세차게 자극해 대서 사정 직후의 예민한 몸을 한계까지 다다르도록 끌어 올렸다.

    “하아! 아, 큿, 그만……!”

    “그만? 그만 같은 게 어딨어요.”

    “갔, 방금, 잠깐만……!”

    “응, 봤어요. 그래서?”

    “으윽, 흑! 앗, 아……!”

    사정했는데도 자극이 멈추지 않아서 눈앞이 흐려졌다.

    허리가 뒤틀리면서 가뜩이나 하체가 들려 불안정했던 자세가 뱅글 고꾸라졌다. 그의 어깨에 걸쳐 놨던 다리가 미끄러지고 침대 가에 엎어졌다.

    서의우는 무너진 권재진의 어깨에 이를 박아 넣으면서 엉덩이 속을 계속 쑤셔 댔다. 경련하며 발칵대는 내벽에 대고 서의우가 손가락 개수를 더해 안쪽을 콱콱 넓혀 주었다. 세 손가락이 한 점을 자극하면서 안쪽을 녹진녹진해지게 만들었다.

    손가락만으로 녹초가 될 때까지 핑거링해 대려는 것 같았다.

    권재진은 정신없게 신음을 내질렀고, 뭉글뭉글한 점막이 흠뻑 녹아서 풀어졌다.

    “아……! 아, 아! 아!”

    “싸지 말라는데 벌써 싸고, 허리 움직이라는데 꼼짝도 못 하고……. 재진 씨 고작 이런 각오로 가이딩 한 거였어요?”

    “아니, 헉, 아닙니다…….”

    “그럼 좀 분발해요. 나 아직 참기 힘들어, 머리통 녹을 것 같으니까…….”

    “우윽…….”

    어떻게, 허리를, 우, 움직…… 씨발.

    한계에 내몰린 재진이 눈을 질끈 감고 수치를 참으며 바르작댔다. 어떻게든 하반신을 들쳐 보려 했지만, 그의 뜻대로 허리를 움직이기는커녕 뒤로 손가락을 받아 내는 것만도 한계였다.

    서의우는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권재진을 정면에서 내려다보다가, 거침없이 바지춤을 풀었다.

    바지통에 답답하게 갇혀 있던 짐승 같은 좆대가리가 툭 튀어 올랐다. 핏줄이 서 있는 게 재진의 허벅지를 때렸다.

    “……그래, 사실 나도 알아요. 이런 식으로 재진 씨에게 화풀이해서 될 일이 아닌 걸.”

    서의우가 권재진의 골반을 잡고 들어 당겼다. 몸이 쑥 딸려 가면서 그의 무릎에 올라앉게 되었다.

    서의우는 제 위로 올라온 권재진의 허리를 한 팔로 으스러지게 감아 안으면서 눅진하게 젖은 엉덩이 뒤에 좆머리를 문질렀다. 성난 몸짓이라 두껍게 솟은 귀두가 발긋한 주름을 긁듯이 자극했다.

    맞물린 하체가 두려울 정도로 색정적이었다.

    입구에 좆머리가 눌린 것만으로 이런데, 안에 박히면 어떨까 두려울 지경이었다.

    “나랑 지금 몸 섞는 거랑 조금 전의 그 가이딩, 둘이 판이하게 다른 의미인 것도, 직접 보니 알겠더라고요.”

    “흐으…….”

    “재진 씨가 날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도, 나만 받아들여 준다는 것도…….”

    “…….”

    “사실 무척 기뻐요.”

    그의 숨소리가 등줄기를 때렸다.

    오싹하더니, 절절 녹았다.

    권재진이 눈가를 떨며 비척비척 서의우를 올려 보았더니,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첫사랑에 빠진 스무 살짜리, 혹은 목줄 풀린 강아지 같은 얼굴, 숱한 죽음을 마주해 온 정예 에스퍼의 얼굴 등은 여러 번 보았는데,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의 낯은 심오했다.

    마치 값진 보석 같았다. 세상에 하나뿐이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소한 가치가 있는. 진귀한, 그런 표정이었다.

    그 얼굴을 보자, 권재진은 넋이 빠져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도…… 윽, 그렇습니다.”

    서의우에게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들다니.

    “……재진 씨도 그렇다고요?”

    “기쁘, 기쁩니다. 고맙고…… 서의우 씨가 이렇게 참는다는 게, 무척…….”

    “…….”

    말이, 말을, 왜 이렇게 못 하겠지……?

    언어 구사력이 바닥이었다.

    별안간 멍청이가 된 기분이었다. 서의우 때문에 벅찬 나머지 지성을 잃어버리기라도 했나 보다. 지금 드는 생각을 조리 있게 전해 주고 싶은데 쉽지 않았다.

    “안심, 됐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돌이킬 수 없다고, 원래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라고, 쓴웃음 짓곤 했는데…….

    “하필 서의우 널 사랑했던 게 아니라, 다행히 너라서…….”

    이 사랑이 실수가 아니라서.

    마음이 놓였다.

    오래도록 돌고 돌아 이제야 이 버겁던 마음의 근거를 찾은 기분이었다.

    “서의우 씨가 아니었으면, 이렇게는, 절대…….”

    “…….”

    “저는 결코, 이런 마음은, 아니었을 것 같…… 윽.”

    어린 새끼 하는 짓이 좀 귀여워서가 아니라,

    대단해서 도저히 못 이기겠다가 아니라,

    둘이 같이 평화롭게 살아가면 좋겠다 싶은 것 말고,

    응어리진 과거에서 비롯된…… 보상심리 말고,

    제대로 된 인생, 구원, 그런 거 말고,

    그냥 서의우를. 서의우 자체를.

    사랑하기 잘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안심됐고,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이젠 서의우에게 권재진을 송두리째 다 내주어도 될 것 같았다. 거리낌 없이 그러고 싶었다.

    “……뭐라고요?”

    서의우가 되묻는 순간, 솜털이 비죽 섰다.

    그리고 빳빳하게 부푼 짐승 같은 좆이 배 속을 무자비하게 꿰뚫고 들어왔다.

    단박에 깊게도 파고들어서 아랫배가 불룩하게 들떴다. 배가 뚫릴 것처럼 격렬했다. 내벽이 징징거리고 울렸다.

    하필 무릎에 올라 앉은 자세라서 삽입이 더 깊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체중 때문에 한껏 들이박혔다.

    “아, 아! 학……!”

    서의우가 결장 앞머리에서 가로막힌 좆을 힘있게 쳐올리자 권재진의 배가 크게 들썩였다. 뜨끈한 좆머리가 속벽을 힘껏 비집었다.

    “뭐라고……? 재진 씨, 방금 나 사랑한다고…… 그래요?”

    “으흑……! 아, 큭!”

    “그래, 그렇죠? 이거, 사랑인 거죠?”

    안쪽이 쉴 새 없이 발칵거렸고, 연신 터지는 쾌감에 눈앞이 빛났다.

    휘어진 결장 속까지 서의우가 빠듯하게 들이차자,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계라 재진이 또 씨물을 흘렸다. 묽은 액이 위로 튀어 가슴을 더럽혔다.

    “아으윽……! 의우, 아, 허억!”

    “우리가, 지금 서로, 사랑해서…… 후윽! 그래서 이렇게 어렵고 복잡한 거잖아요, 어?”

    “큿, 흑!”

    권재진이 뭐든 대답하려 헐떡대면서 입술을 열었다. 그런데 서의우는 답을 듣지도 않고 벌어진 입에 덮쳐들며 키스했다.

    입술이 맞물리며 혀가 얽혔다.

    둘의 자세가 뒤로 엉켜 넘어갔고, 재진의 몸이 침대 밖으로 반쯤 나갔다. 땅으로 떨어질 것 같아서 서의우의 어깨를 붙들어 잡는데, 서의우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격정을 담아 허리를 짓쳐 올렸다.

    가뜩이나 결장까지 박아 대는데, 그걸 거꾸러진 상태로 받아 내려니 죽을 것 같았다.

    말리지도 못하게 신음이 튀고, 혓바닥이 얽혀 꾹 달라붙었다. 입 안부터 배 속까지, 온몸 피부 위아래 죄다 서의우와 닿아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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