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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120)화 (120/154)

#120

발긋하게 부푼 곳에 굵은 손가락이 닿았다. 이번엔 재진이 다치지 않도록 천천히 부드럽게 속으로 밀려 들어왔지만, 이미 한 번 무리하게 벌려진 탓에 건드리는 것만도 화끈거렸다.

서의우가 손가락을 굽혀서 더욱 깊은 안쪽 내벽을 차근히 두드렸다. 권재진의 허리가 흠칫 튀었다. 부어 있는 곳을 자극해서 통각과 쾌감 사이를 절묘하게 가로지르는 느낌이 들었다.

“난 우리 둘이 좋아요. 완전히 우리 둘만인 게 좋다고요…….”

“으, 흐욱!”

“다른 새끼가 우리 사이에 끼어드는 꼴 못 봐. 그랬다간 미쳐 버리고 말 거예요. 나 봐, 나 지금 상상만 했는데도 벌써 미쳐 버린 것 같잖아요? 단단히 돌았다, 그쵸……?”

서의우가 권재진이 정신을 못 차리게끔 앞뒤로 손을 놀렸다.

반응하는 곳만 중점으로 몰아치다가, 막상 재진의 사정이 임박해 오면 고통스럽도록 뿌리를 거머쥐고 구멍 안쪽도 엉뚱한 곳만 얕게 찔러 주었다.

권재진은 거의 네다섯 차례쯤 절정 직전에 거꾸러지는 감각을 느꼈고, 완전히 녹초가 되어 버렸다.

이젠 이성도 마비되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흑, 히아……! 그만, 읏, 서의우……!”

“재진 씨…… 부탁이에요.”

“이런 짓, 고문당하는 것 같, 윽으!”

“고문이 아니야. 부탁이라니까요. 응……? 나 절박해요.”

“하지 마, 더는…… 시, 싫어…….”

“왜 싫은데요. 내가 또 이상한 것 같아요? 나 또 정신병자 짓 하는 거 같아?”

서의우가 또 빠르게 손목을 들쑤셨다.

어느새 흐물하게 풀린 점막이 그의 손가락을 잡아 물면서 달라붙었다. 처음에는 꽤 쑤셔야 절정 가까이 도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얼마 자극하지도 않았는데 바로 느꼈다. 권재진은 한계였고, 조금만 더 하면 바로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재진이 거칠게 헐떡이며 골반을 움직였다. 절로 허리가 하늘로 떴다.

“우린 처음부터 둘뿐이었잖아요. 언제나 단둘이었어. 그럼 재진 씨가 나만 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내가 이상한 거야……?”

“아니, 아니야……. 나도, 그렇…… 윽!”

“나…… 내가 이러면, 헤어지고 싶어요?”

“아니라고…… 나도 너랑, 둘인 게 좋, 아아!”

서의우는 둘 사이에 다른 에스퍼가 끼어든다고 표현했지만, 권재진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둘은 이미 굳건하여 아무도 비집고 들어올 수 없는 관계였다.

권재진이라고 좋아서 이런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었다. 서의우가 이토록 극렬하게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도 납득이 된다. 사실은 감정을 좇아 가면 권재진도 서의우와 같았다.

다른 에스퍼를 가이딩, 손만 잡는다고 해도 당연히 싫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스퍼들의 이능이 향상되는 일이다.

아직 권재진의 가이딩이 정확히 어느 정도 대단한 효과가 있는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장 중령은 세상이 바뀐다고 말했다.

가이딩을 향한 에스퍼들의 인식이 바뀌고, 앞으로 크리처와 더 수월하게 싸울 수 있고, 전투도 개선될지 모르는 중대한 사안인데,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모른 체하자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내 말대로 하면 되잖아요.”

“아! 악!”

또다. 또 서의우가 권재진의 자지를 움켜쥐어서 뿌리 쪽을 뭉갰다.

사정 직전에 무너져 내려서 오감이 뒤집히고 감전당한 것처럼 온몸이 퍼들퍼들 떨렸다.

한 번도 싸지 못했는데, 흥건하게 터진 선액 때문에 하반신이 질척했다.

“다른 사람 손끝도 스치지 말라고요!”

권재진이 바닥에 깔린 시트를 마구잡이로 쥐어뜯었다. 떨리는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튀어 올랐다.

“가까이 있는 것도 안 돼요. 눈 마주치지 마. 그러겠다고 약속해요.”

서의우가 손을 뒤채며 권재진을 몰아세웠다. 재진이 자지러지며 몸을 뒤로 내뺐다. 그래 봤자 벽이 가로막고 있기에 웅크리기만 할 뿐이었다.

지금 서의우는 세상만사가 거슬리고, 불쾌하고, 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지도 알 수 없었다.

권재진이 다른 에스퍼를 가이딩 해 주려 했기 때문이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는 듯했다. 채워지지 않는 깊고 음습한, 질척거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해저에 깔린 어둠처럼 서의우의 뱃속에도 그런 짙은 감정이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 감정의 존재를 새삼 깨달은 것뿐이다. 그리고 그건 여태 느껴 왔던 순수한 연정하곤 꽤 거리가 먼 종류였다.

입을 다문 서의우가 권재진의 발목을 잡아 아래로 끌어 내렸다. 웅크린 재진의 몸이 펴지면서 시트를 구기고 질질 끌려 내려왔다. 헐떡이는 권재진을 내려다보며, 서의우가 걸치고 있는 자신의 윗옷을 벗었다. 양팔을 교차해서 단숨에 티를 벗고 내던졌다. 열기를 머금은 근육질 신체가 드러나 보였다.

“……하, 재진 씨는 나를 알잖아요. 이러다 내가 무슨 짓 저지를지 잘 알잖아……. 나는 재진 씨 가둬 놓고 싶지 않아요. 수갑…… 그런 짓 하기 싫다고요. 제발.”

서의우가 비스듬히 엎어진 권재진 위로 몸을 겹쳤다.

말랑한 엉덩잇살에 딱딱한 좆이 눌렸다.

재진이 헛숨을 들이켰다. 서의우가 곧바로 삽입할 것 같아서 반사적으로 긴장되었다. 하지만 서의우는 바로 삽입하지 않고 권재진의 허벅다리 사이에 자지를 끼워 엉뚱한 곳에 허리를 치댔다.

“핫, 하, 아……!”

서의우의 것이 회음을 지나 선액으로 젖은 고환과 중심부까지 철썩 파고들었다. 좆몽둥이가 워낙 굵고 길어서 아래쪽이 한 번에 꿰뚫리는 것처럼 세게 마찰당했다.

이미 몇 차례나 사정감이 부추겨졌던 권재진은 고작 그것만으로도 갈 것처럼 느꼈다. 눈앞이 하얘질 것처럼 벅찬 쾌감이 올랐다. 넣지도 않았는데 넣은 것 같았다. 새빨갛게 부은 구멍 속살이 멋대로 움찔거렸다.

“재진 씨, 나 좀 살려 줘요…….”

서의우가 허리를 끝까지 빼냈다가 한 번에 자지를 치받았다. 맞물린 하체가 확 쓸리면서 정신이 쏙 빠졌다.

“흐웃…… 헉!”

“재진 씨…… 제발요. 의우 살려 줘.”

눈이 풀린 재진이 바르작대며 서의우를 붙들었다. 그의 어깨를 잡아 긁으며 뒤를 돌아보니, 서의우의 눈가에 새롭게 물기가 서려 있었다.

시야가 흐린데도, 서의우의 속눈썹 가닥 사이에 맺힌 투명한 눈물은 또렷하게 잘도 보였다. 차츰 그의 표정까지도 눈에 들어왔다.

말갛고 앳된 얼굴은 흙빛이었고, 굵은 눈썹은 애절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절망적인 표정이었다. 기대가 차차 꺼져 가는 게 보이는 듯했다.

그 모습이 보이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둘이 왜 이러고 있는지, 왜 이래야 하는지 알 수 없어졌다.

결국은, 둘이서 잘 살아 보자고 하는 일이다.

서의우, 권재진, 둘이서 제대로 좀 살아 보려고…….

변혁 이전에 서의우가 우선이었다.

“……아, 알았어.”

권재진이 팔을 부들부들 떨며 그의 뺨을 다시 닦아 주었다.

“가이딩, 안…… 끅, 안 해.”

“정말……? 안 할 거예요?”

“응, 으흑, 어어…….”

권재진이 꺽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란 대로 고집을 꺾고 의사를 바꿨는데도 서의우는 안심하지 않았다. 끈질기게 몇 차례고 되물었다.

“손 안 잡겠다는 거죠?”

“웃, 그래애…….”

“약속하는 거예요?”

어린 게 강아지처럼 낑낑대기나 하고…….

권재진은 서의우가 안심할 만큼 거듭 확답해 주었다.

그러자 서의우가 눈물을 매단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하아……. 하하, 재진 씨, 고마워요. 좋아해요. 고마워. 좋아해.”

눈이 부실 정도로 주변이 밝아 보였다. 하얀 얼굴이 어찌나 맑고 순해 보이던지. 길게 휘어지는 눈이나 발갛게 상기되는 뺨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

서의우가 실없이 웃음을 흘리며 권재진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옷의 기능을 잃은 검진복을 젖혀 놓고 등줄기를 따라 입술을 내리뜨렸다. 연신 ‘고마워요’나 ‘좋아해요’라고 외쳐 대며 권재진의 골반을 쥐어 엉덩이를 위로 들게끔 자세를 바꿨다.

허리 밑이 빠진 것처럼 쑥 들려 올라갔고,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어깨가 바닥에 처박혔다. 당황한 재진이 네발로 서서 버티려 하는데, 제대로 중심을 잡기도 전에 뒷구멍에 묵직한 좆머리가 찔러 들어왔다.

“헉……!”

푸욱, 서의우가 한 번에 권재진의 배 속을 꿰뚫었다.

손가락으로 닿지 못했던 깊은 안쪽까지 왈칵 들이찼다. 권재진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벽이 경련했고, 좆 끝에서 희뿌연 정액이 튀었다. 쾌감이 파도처럼 전신을 휩쓸었다.

권재진은 자신이 사정한 줄도 몰랐다.

몇 번씩이나 사정을 컨트롤당해서 박힌 것만으로도 갔다는 사실을 깨달을 정신이 없었다. 그냥 미칠 것 같았다.

숨조차 내쉬지 못하고 퍼들거리는 권재진을 흥분한 서의우가 계속해서 덮쳐 박았다. 자제하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세차게 박혀서 재진의 아랫배가 동그랗게 치솟고 엉덩잇살은 얻어맞은 것처럼 납작하게 눌렸다.

“아! 아! 앗!”

네발로 선 자세는 금세 무너졌고, 재진은 바닥에 눌어붙어 쥐포처럼 깔린 모습으로 서의우를 받아 내야 했다. 죽을 것 같았다. 쾌감이 폭약 같았다.

아까는 싸지도 못하게 갈 것 같으면 밑동을 잡아 누르더니만, 이제는 아예 끊임없이 싸라고 종용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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