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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119)화 (119/154)

#119

물기 어린 회색 눈동자가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투명한 눈물이 눈알을 감싸고 얇은 막을 형성하다가 툭 터져서 그의 하얀 뺨을 타고 흘렀다.

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는 궤적을 따라 권재진이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순간, 세상의 소음이 잦아든 것 같았다.

처음은 소리가 멈추고, 그런 다음에는 빛이 꺼졌다. 눈앞이 멍해지면서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헐떡이는 서의우의 숨소리나, 그의 커다란 몸, 흘리는 눈물 따위가 전부 안개처럼 흐릿하게 느껴지면서 잔상으로 남았다.

권재진은 한참 동안 고장 난 기계처럼 작동을 멈추고 있었다. 그러다 뒤늦게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한 감정이 치솟았다.

“……그래. 그건 안 되는 거지.”

권재진이 힘겹게 목소리를 짜냈다.

“안 되니까, 이제부터 바꾸려는 거잖습니까.”

운명을 뒤집겠다고 했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각성자들도 그게 안 되는 짓인 줄 알아야…… 그래야 바뀌는 거잖습니까.”

도망치지 않고 싸우기로 했다.

“제대로 살려면, 그러려면.”

그 정도 각오는 되어 있었다. 그건 그런 뜻이었다…….

재진이 차게 식은 손으로 서의우의 뺨을 건드렸다. 물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어차피, 누군가 나한테 괜한 짓 하려 들면 네가 가만 안 둘 거면서.”

권재진은 축축함이 가실 때까지 연거푸 손으로 그의 뺨을 닦아 냈다.

저 비참하고 간절한 표정을 2회차에서 또 보게 될 줄이야……. 강제로 뚫려서 상처를 입을 뻔한 건 권재진인데도, 서의우가 더 큰 상처를 입은 듯한 얼굴이었다.

“너 같은 경호견이 세상천지에 또 어디 있다고. 에스퍼들이 떼로 덤벼도 막아 낼 수 있으면서. 어느 누가 속으로 무슨 욕구를 느끼든, 본능이 어떻든, 결국은 네가 다…… 잡아 죽일 것처럼 굴 거면서.”

“그래도, 그렇긴 해도……! 결국은 재진 씨가 날 말릴 거잖아요…….”

서의우가 젖은 뺨을 들면서 권재진의 몸을 한껏 끌어안았다. 묵직한 체구 둘이 엉겨 붙으며 바닥에 깔린 시트가 둘의 흔적대로 구겨졌다. 그는 거의 무자비하게 권재진을 깔아뭉개고 있었다.

“마태오 때부터 줄곧 그랬어. 나더러 그 새끼 죽이지 말라고 했죠. 재진 씨는 몇 번이고 나를 뜯어말렸어요…….”

서의우가 낮고 거친, 흐트러진 소리로 분을 토했다. 그의 등이 심히 오르내렸다.

“나는 재진 씨한테 발정하는 새끼들, 추잡스러운 생각 하는 새끼들, 다 목을 잘라 버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재진 씨는 그렇게 두고 보지 않을 거잖아요. 또 나만 참아야 하잖아요……. 나만 미친 새끼 되는 거라고요.”

서의우가 권재진의 손가락 틈새로 어둑한 눈을 치떴다.

눈물로 젖어 있는데도 광기로 칠갑이 된 집요한 집착은 가려지지 않았다.

“난 싫어요.”

“의우야.”

“재진 씨한테 그런 더럽고 추잡한 욕망 느끼는 거, 나 하나뿐이어야 해요. 내가 아니면 안 돼……. 나만, 의우만.”

“잠깐만. 알아, 진정해. 나라고 불특정 다수에게 대상화되는 게 달가울 리가……. 그야 당연히 싫습니다. 소름 끼치고.”

“재진 씨도 싫어? 그럼 그냥 안 하면 되잖아요.”

서의우가 입술을 찡그리고서 재진의 양쪽 손목을 잡아 바닥에 눌렀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그는 거의 권재진을 잡아 가둬 두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손이든 뭐든, 다른 새끼랑 가이딩 하지 말라고요……. 손가락 하나도 스치지 말아요. 응?”

서의우가 상체를 숙여 재진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재진은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로 눈꺼풀에 키스당했다.

“아니다. 아예 눈도 마주치지 말아요.”

“윽, 무슨…….”

“재진 씨가 이 눈으로 누굴 보겠어요? 나만 봐야죠. 안 그래……?”

서의우가 권재진의 피부 곳곳에 입 맞추며 정신없이 뇌까렸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권재진이 손잡는 가이딩을 하느냐 마느냐가 쟁점이었지만, 이 불씨를 시작으로 걷잡을 수 없도록 불이 번지고 말았다.

한번 에스퍼를 경계하기 시작한 서의우는 온갖 위험을 배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로 인해 잠시 잦아들었던 집착 증상도 배로 심해졌다.

“사실, 정말 제대로 따져 보면, 재진 씨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부터가 거슬려요.”

목덜미에 입술을 파묻은 그가 스산하게 속삭였다.

권재진에게 순탄하게 가이딩을 제공받고, 또 순탄하게 연인 사이가 되어 온순하게 잠재워졌던 독점욕이 광포하게 타올랐다.

“가까이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재진 씨 핵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나 말고 다른 인간하곤 근처에 붙지도 말아야 해요.”

서의우는 그날 일을 잊을 수 없었다. 마태오가 권재진의 옷을 나이프로 찢고 가슴을 만져 권재진의 핵과 공명했던 일.

그날 일은 몇 번을 돌이켜 보아도 저주하고 싶을 정도로 증오스러웠다.

서의우가 권재진의 두툼한 가슴을 그러쥐고 갈급하게 더듬었다. 왼쪽 가슴에서 찬연하게 느껴지는 핵의 파동을 권재진 자신은 모른다는 게 터무니없이 답답했다.

“……재진 씨. 앞으로 나 말고는, 누구와도 닿지 말고, 가까이 가지 말고, 믿지도 말아요. 그러는 게 좋겠어요.”

서의우가 권재진의 가슴골에 입술을 파묻었다. 도톰하게 부푼 가슴을 한 입 베어 물듯 입 안에 넣고서 우물거렸다. 입술에 뾰족하게 선 유두가 걸렸고, 질세라 그것을 입 안에 넣고 혀로 적셔 굴렸다.

동그랗게 뭉친 유두 끝부분을 반복해서 혓바닥 끝으로 데굴거리자 아주 작은 구슬을 입 안에서 굴리는 느낌이었다.

끈질기게 건드리자 재진에게서 반응이 왔다.

“읏.”

권재진이 인상을 쓰고 숨죽여 신음했다. 서의우는 그 모습을 젖은 눈으로 유심히 살피며 서늘하게 웃었다.

“지금 나랑 약속해 줘요. 그렇게 하기로.”

쪽 소리가 나게끔 유두를 빨아 올리며, 서의우가 권재진을 몰아세웠다.

눈물 젖은 눈으로 말하니 협박인지 애원인지 모호한 투였다.

“오늘부터 우리 그러는 거예요. 알겠죠……?”

“아니, 윽, 잠깐만, 의우야……. 일단, 내 얘기 좀.”

“대답부터 해요.”

“내가 아까는, 갑작스럽게 결정하긴 했어. 너한테 묻지도 않고 섣부르게, 흐으, 악수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그건 내 실수였어. 하지만.”

“하지만?”

서의우가 손을 내리뜨렸다. 거추장스럽게 늘어진 검진복을 껍질 벗기듯 젖혀 놓고, 눌린 허벅다리 안쪽으로 서슴없이 손을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다리 사이에 놓인 살기둥을 그러쥐었다.

어디를 어떻게 만져야 느끼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서의우가 네 손가락으로 좆기둥을 감싸 쥐고 손목을 뒤채며 부드럽게 흔들어 주었다. 엄지로는 봉긋한 선단부를 다정하게 둥글려 주었다. 예민하고, 또 잘 느끼는 요도 구멍 근처를 살살 자극하면서.

“하지만 뭐요……. 그래도 손은 잡아야겠다?”

“난, 그냥…….”

“그냥 뭔데요!”

권재진이 어정쩡하게 다리를 버둥거렸다. 무의미한 퍼덕임이란 건 알고 있었다.

권재진이 저항하는 기미가 보이자, 서의우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자지 밑동을 세게 틀어쥐고 움켰다.

“……으큭!”

“대체 재진 씨는, 왜 그렇게 고집이 센 거예요. 다른 에스퍼를, 그렇게 가이딩 해 주고 싶어……? 내가, 나, 나 이렇게 싫다는데도?”

권재진이 서의우의 팔뚝을 붙들고 신음했다. 끙끙거리는 재진을 서의우는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커다란 손바닥으로 힘주어 뭉개던 중심을 다시 살살 매만지면서 성감을 부추겼다.

“핫, 아!”

서의우가 느릿하게 재진의 것을 쓸어 올렸고, 뜨거운 손으로 반복해서 기둥 뒤쪽을 매만져 주자 거짓말처럼 살덩이가 부풀었다.

서의우는 능수능란하게 권재진을 다뤘다. 발기한 기둥을 붙들고서 천천히 좋은 곳만 비벼 주니 금세 자지 끝에서 선액이 흘러나왔다. 커다란 손바닥으로 선단 부분을 감싸 빠르게 치대 주니 금세 갈 것만 같았다. 어질어질했다.

“흐으, 그만, 아, 잠깐!”

재진이 허리를 떨며 퍼드득거렸다.

거의 사정 직전이었는데, 서의우가 또 힘주어 밑동을 억세게 잡아 쥐었다. 재진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튀어 나갔다.

서의우는 권재진을 거의 농락하듯 또 같은 짓을 반복했다.

다정하게 만져 주다가도 끝내는 잔인했다. 권재진이 사정할 기미만 보이면 손을 죄였다.

“그래요, 권재진 씨 까탈스러운 사람인 거 내가 잠깐 잊었네요.”

서의우가 요도 끝을 손톱으로 자근자근 쑤셨다. 그러면서 손에서 느릿하게 힘을 풀었다. 다시 다정하게 수음해 주면서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 안쪽을 건드렸다. 도톰한 회음 밑 좁은 구멍에 대고 손끝을 눌렀다.

그의 손가락이 닿자 발긋한 주름이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좀 전에 억지로 짓눌렸던 점막이 쓰라렸다. 찢어지진 않았지만 얼얼했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란 권재진이 무릎을 오므리려 했다.

서의우는 재진의 무릎을 눌러 놓고, 한 손만으로 엉덩잇살을 벌려 안쪽을 살폈다.

새빨갛게 물든 점막이 보였다.

“재진 씨, 제발요. 재진 씨 내 가이드잖아. 내 애인이잖아…… 내가 이렇게 빌게요. 왜 나 몰라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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