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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118)화 (118/154)

#118

하반신에서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졌다.

서의우가 권재진의 손을 끌어다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러곤 사나운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유별난 경우인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에스퍼의 본능은 본질적으로 똑같아. 누구든 재진 씨에게 닿기만 하면 갈구할 거예요.”

손등을 짓누르던 입술이 손마디 하나하나 짚어 가며 힘주어 키스했다. 손 전체에 영역 표시라도 하는 듯했다.

손가락 끄트머리에 다다라서는 그가 얼굴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입을 벌려 거침없이 손가락 하나를 삼켰다. 넷째 손가락이었다. 하필 왼손 약지다.

입 안에 먹힌 손가락이 멋대로 꿈틀거렸다. 체온이 뜨거웠다.

“읏!”

“후우…….”

서의우가 벌건 눈을 치뜨며 혀를 움직였다. 말캉한 혓바닥이 네모반듯 가지런하게 잘린 손톱을 세게 비벼 눌렀다. 끝 쪽을 후비자 혓바닥에 손톱 모양대로 움푹하게 흔적이 남았다.

권재진은 벽과 서의우 사이에 낀 채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갇힌 자세라서 손을 빼내는 것도 요원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재진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서 서의우의 입 안으로 제 약지가 삼켜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이 빨리고 삼켜지면서 팔이 바짝 당겨졌다.

차츰 호흡이 거칠어졌다.

설상가상 지금 권재진이 걸친 홑겹 검진복은 체형에 상관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도록 품이 넉넉했고, 소맷부리 또한 벙벙했다.

점점 소매가 아래로 흘러내렸고 팔목이 드러났다.

서의우는 고작 손가락 하나만 물고 있었지만, 숫제 팔뚝 전체가 그에게 먹히는 기분이었다.

재진이 어렵게 항변했다.

“그…… 그냥 저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서의우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겠다. 하지만 권재진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은 아니었다.

“손, 윽, 손잡는 것으로 가이딩 하게 되면, 점막 접촉 가이딩이란 고착된 고정관념이 뒤집힐 것 아닙니까? 돌연변이라 해도 가이딩에 거부감 갖지 않을 테니, 사살당할 이유도 없어질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진정한 의미로 세상이 바뀌게 될 것이다.

서의우의 방식대로, 수뇌부를 정신 조작하여 위에서부터 수직적 개편을 꾀할 수도 있겠지만, 권재진이 지금 생각해 낸 방식은 아래서부터의 혁명이었다.

통제당하던 각성자들이 먼저 깨닫게 되는…….

그래서 세상이 뒤집히게 되는…….

“게다가 제 가이딩이 에스퍼의 이능을 발전시키는 게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질 겁니다. 에스퍼들 전력이 올라가니 크리처와 전투도 수월해질 거고, 전사자도 줄어들 거고, 태반이 단명하는 각성자의 평균 수명까지 상승하는 연쇄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

“…….”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 가닥 사이로 들끓는 시선이 부닥쳐 왔다.

서의우는 화가 치솟아 돌아 버린 눈으로 권재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재진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싶다는 듯한 절망적인 눈빛이었다.

늪처럼 질척하고 어두운, 색깔에 비유하자면 칠흑빛인. 노골적인 본능의 절규가 회색 동공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아…… 그래요?”

서의우가 손가락을 뱉어 냈다.

더 물고 있으면 자칫 참지 못하고 깨물어 귀중하고 연약한 살점을 으깨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구나……. 재진 씨는 그런 생각을 했구나. 하긴 그렇네요. 그 말도 일리가 있어.”

속살거리는 목소리가 어두웠다. 낮게 가라앉아 섬찟하게 들릴 정도였다.

“그런데요, 그 생각처럼 순탄하게 될 것 같나요?”

끔찍한 상상을 해 버렸다는 듯, 서의우가 표정을 참담하게 일그러뜨렸다. 흠결 하나 없이 매끄럽고 아름다운 얼굴이 넘쳐나는 분노와 고통으로 뒤집혔다.

찌푸린 눈매가 살벌했다.

그는 상상 속의 에스퍼들을 찢어 죽이고 있었다.

“손만 잡고 끝날 것 같냐고요.”

허술한 검진복 소매 안으로 서의우가 손을 비집어 침입했다. 그냥 훑는 것뿐인데도 손힘이 세서 할퀴어지는 듯했다.

“허락한 건 고작 손뿐이라 해도, 더한 걸 바랄 텐데요. 재진 씨의 팔, 가슴, 허리, 엉덩이…….”

그가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옷깃을 쥐어 당겼다. 가운 형태의 검진복 윗부분이 벌어져 한쪽 가슴이 낯 뜨겁게 까졌다. 검진복을 입을 때, 서의우가 허리끈을 단단히 매듭지어 묶어 놓은 탓에 허리가 조여 아팠다. 살 안쪽으로 끈이 파고들었다. 자국이 심하게 남을 것 같았다.

근육으로 뭉쳐진 재진의 둥그런 가슴을 그가 거칠게 쥐어 잡았다. 밑가슴이 들리도록 험하게 주무르면서 발기한 아랫도리를 대놓고 부딪쳐 왔다.

서의우가 이것 보라는 듯이 불쾌하게 웃으며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다음엔 뭐겠어. 피부 접촉 아니고 점막 접촉 원하겠죠.”

권재진의 배꼽 밑에 달뜬 눈길이 머물렀다.

하지만 서의우는 권재진의 배를 보는 게 아니었다. 그의 배 속, 끔찍스럽게 좋아서 미치겠는 바로 그 속살을 보고 있는 거였다.

“권재진 엎어 놓고 뒷구멍 쑤시고 싶다…… 엉덩이에 자지 처박고 뚫고 싶다……. 재진 씨 손 잡는 에스퍼는, 단 한 새끼도 빠짐없이 그런 욕구에 지배당할 거라고요.”

“…….”

“그리고, 재진 씨가 까맣게 잊은 것 같아서 내가 상기시켜 주자면요……. 각성자의 가이딩은요…….”

서의우가 잠시 말을 끌었다.

그러다 도저히 못 견디겠는지 주먹을 쥐고서 팔뚝을 부르르 떨었다.

서의우가 죄 없는 벽에 주먹을 내리쳤다.

“……!”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두꺼운 강철 벽이 우그러지며 부서졌다. 서의우가 무의식에 흘린 이능이 벙커를 무너뜨릴 것처럼 뒤흔들었다.

그의 주먹에 선혈이 맺혀 뚝뚝 떨어졌다. 그런데도 팔뚝에 솟은 성난 핏줄은 잠잠해질 기미 없이 곤두서 있었다.

“의우야, 너 손! 힐링 팩터 어디 있어?”

“각성자의 가이딩은…….”

“피가, 피 나잖아! 너 이, 이게 무슨 정신 나간 짓이야? 자해를…….”

권재진이 당혹스러워하며 힐링 팩터를 찾아 눈을 굴렸다.

하지만 서의우는 제 주먹이 어떻게 망가지든 상관없다는 듯,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신경은 오직 한곳에만 몰려 있었다.

서의우가 성난 손짓으로 재진의 아랫도리를 헤집었다.

가운 형태의 검진복 아래쪽이 벌어지고 맨다리가 드러났다. 검사를 위해 브리프까지 벗어 놓은 상태라 다리 사이가 말 그대로 휑했다.

그러고서 서의우는 입고 있던 자신의 바지 앞섶을 찢어 버릴 것처럼 풀어 헤쳤다.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것이 퉁 튕겨 나왔다.

충격적이게도, 서의우는 아무런 전희 없이 좆기둥을 그대로 재진의 허벅지 안쪽에 가져다 댔다.

그러는데도 권재진은 서의우가 무얼 하려는지 짐작하지도 못했다. 서의우를 뼛속까지 믿고 있어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의우가 권재진에게 이럴 리 없다고 생각해서, 피를 흘리는 서의우의 손에만 집중했다.

“……그 새끼들이 재진 씨를 어떻게 취급하려 하겠어?”

서의우가 우악스럽게 재진의 다리를 벌렸다. 평소보다 훨씬 험한 손짓이라 재진이 중심을 잃고 벽에서 미끄러졌다.

휘청대는 몸뚱이를 서의우가 잡아 바닥에 누르고, 엉덩이에 좆대가리를 디밀었다.

그러는데도 권재진은 설마 하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풀리지도 않은 마른 구멍에 서의우가 강제로 좆을 쑤실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웃.”

다리가 넓게 벌어지고 뒤쪽에서 압박이 느껴졌다. 서의우가 체중을 실어 좆머리로 다물린 주름을 억지로 비집었다. 구멍이 빠듯하게 눌리면서 여린 속살이 비명을 질렀다.

“……아, 악!”

재진의 검은 눈동자가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통증을 느끼는 지금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간 아픔이란 감각을 아예 잊고 지낸 모양이었다.

조금 쓰라리다거나, 아릿하다거나, 미지근한 둔통 정도는 느껴 왔지만, 생살을 찢는 듯한 고통은 수준이 달랐다.

사지가 뻣뻣하게 굳고 심장이 멈춰 버렸다. 충격과 배신감으로 감정이 뒤죽박죽이었다. 눈물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권재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저항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그럴 정신도 없었다. 그냥 패닉이었다.

서의우는 들어가지도 않는 안쪽을 강압적으로 범하려는 듯이 굴다가,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권재진을 똑바로 내려다보았다.

처박진 않았지만, 처박힐 뻔했다.

예민한 살점이 찢어질 것처럼 쓰라리고 화끈거렸다. 조금만 더 했으면 찢겨서 피가 났을 것 같았다.

“……이런 거예요. 근데 내가 참겠어?”

서의우가 씨근덕거리며 권재진을 끌어안았다. 매달리듯 그랬다.

상황상, 울어야 하는 건 권재진인데 오히려 서의우의 눈가가 축축했다.

그가 훌쩍거리며 뜨거운 숨을 내뱉었고, 핏대 솟은 목으로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이걸 내가, 내가, 난…….”

“…….”

“안 되는 거잖아요. 용납할 수 없잖아요. 그렇잖아……?”

“…….”

“너무, 괴로워요. 우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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