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착광공 길들이기 (91)화 (91/154)
  • #91

    “흑! 윽! 아핫, 하……!”

    자지가 너무 커서 가슴에 끼우고도 불룩하게 튀어나온 선단이 권재진의 턱을 찔렀다. 거기서 묻어 나오는 하얀 액이 목덜미를 더럽혔다. 재진의 가슴골과 밑가슴살이 온통 벌겋게 익을 정도로 마찰해 댔는데도 서의우는 만족하지 못했다. 더 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권재진은 도저히 그를 받아 줄 여력이 없었다.

    “재진 씨, 하아, 많이 쉬었죠? 이제 다시, 나, 자지 넣어도 돼요?”

    “안 돼, 안 돼…….”

    “왜요. 아기 많이 쉬었잖아.”

    “아, 못 해, 이제 못…….”

    “그럼 의우는? 재진 씨가 못 하면 의우야는 어떡해. 의우 자지는.”

    서의우가 혀를 차며 재진의 팔뚝을 잡아당겼다. 이번엔 겨드랑이에 좆을 끼우고 팔뚝 접힌 살에 자지를 쑤셨다. 쬐끄만 점이 콕 박혀 있는 바로 그 겨드랑이였다. 서의우는 점을 찍어 누른다는 생각으로 조준하고 안쪽에 한껏 하체를 박아 댔다.

    “으응! 아으! 하, 히이이…….”

    “좋아요, 아, 재진 씨 다, 진짜 좋아 죽어 버리겠어.”

    서의우는 끝도 없이 난잡하게 허리 짓을 해 댔다. 권재진의 온몸 곳곳에 능란하게 쑤셔 댔다. 입에 물리고, 귓구멍에도 비비고, 나중에는 두 손을 모으게 해서 손바닥 사이에 자지를 넣고 해 댔다. 그 후에 발바닥까지 모아서 박아 대자, 재진이 백기를 들고 그냥 엉덩이에 넣으라며 소리쳤다. 서의우는 함박 미소를 지으며 네에! 하고 냉큼 구멍을 뚫었다.

    “헉! 으흑, 너, 너무…… 살살해. 히, 힘드러.”

    “네, 네, 천천히 할게요. 재진 씨가 하라는, 하아,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아, 아아, 안에, 흐으, 이번이, 마지막, 이거 끝, 나면 끝나는 겁니다”

    “응? 마지막……? 끝이에요?”

    “어어, 이제 끝…….”

    “우리, 데이트 끝이에요? 이거 마지막?”

    “그렇다고, 하잖습니까……!”

    “안 돼. 으으응, 안 돼요. 세 번만. 헉! 딱 세 번만 더 할게요.”

    “한 번, 하, 한 번이라고……!”

    “네 번?”

    “하, 한……. 아우흑! 응!”

    “의우야는, 의우 다섯 번도 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힐링 팩터 써 재끼면, 스무 번, 서른 번도 되는데…… 고작 한 번?”

    다 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흐물거려진 속살에 서의우가 좆기둥을 모조리 쑤셔 넣고 권재진의 몸뚱이를 와락 껴안았다. 숫제 불알까지 삽입할 지경이었다. 서의우는 자신의 흔적으로 가득해진 재진의 몸을 주물러 터트릴 듯 힘 있게 붙들고선 미친 새끼처럼 더 원한다고 사정없이 애원했다.

    권재진은 어쩔 수 없이 부들거리는 왼손을 들어서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그럼, 두, 두 번…….”

    또 서의우가 뭐라 하기 전에 얼른 덧붙였다.

    “우리, 둘이니까, 권재진 서의우, 두, 둘이니까, 두 번만…….”

    서의우가 소리 높여 웃었다.

    “뭐요? 뭐라고? 둘이니까, 뭐?”

    서의우는 눈이 벌게지고 미쳐 돌아서 ‘귀여워, 재진 씨 귀여워, 누가 이렇게 귀여워? 누구 재진이가 이렇게 귀엽지?’ 하고 온갖 흥분 어린 말을 마구 쏟아 냈다.

    “아, 알았어요, 두 번. 흐하! 우리 둘이니까. 그래요.”

    “으, 응, 그, 그래, 우응…….”

    “재진 씨랑, 의우야랑, 딱 둘이에요. 이제 진짜, 우리 둘뿐이야……. 하하하!”

    ***

    그 후, 권재진이 눈을 떠 보니 침대 위였다. 물론 서의우도 함께였다. 허리에 감긴 팔뚝의 존재감이 강렬했고, 짓누르는 체중도 익숙하고 안정적이었다.

    다만 의아한 건 몸 상태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에서 아릿한 둔통이 느껴졌고 살갗이 질척하고 후덥지근하게 달라붙는 듯했다.

    권재진이 괴롭게 고개를 내려 몸 상태를 확인해 보니 울긋불긋 피멍과 울혈이 고스란히 남은 데다가 정액과 땀투성이였다. 항상 힐링 팩터를 놔 주고 씻겨 주던 서의우가 오늘은 파업이라도 한 모양이다.

    재진이 서의우를 불러 보려 입을 열었지만, 목도 다 갈라져서 끄윽 하는 쇳소리만 나왔다.

    “으, 으우.”

    “재진 씨!”

    서의우가 냉큼 답했다. 그는 자지도 않고 말짱히 깨어 있었다. 그런데도 권재진을 씻겨 주지 않고 방치하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윽…… 뭐, 뭡니까.”

    권재진이 끙끙 앓으며 의문을 표했다. 서의우가 해사하게 웃었다.

    “아, 아까워서요.”

    “뭐……?”

    “오늘이 지나가는 거 같아서 아까워요.”

    “하.”

    “재진 씨 지금 너무 예쁘고, 우린 오늘 처음인데…….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요, 네?”

    서의우가 권재진에게 달라붙더니 뺨에 입술을 찍어 눌렀다. 쪽쪽 대는 건 상관없다만, 짓눌린 몸이 심히 괴로웠다. 괴한에게 흠씬 얻어맞은 것 같았다. 갈비뼈에 금이라도 갔는지 저릿하고 쓸린 피부도 따끔거렸다. 혹사당한 안쪽 내벽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었다. 충분히 적셔 놓고 했는데도 내벽 전체가 퉁퉁 붓고 쓸려서 얼얼했다. 지금 구멍을 벌려 보면 깊은 곳이고 얕은 곳이고 상관없이 속살 모조리 새빨갛게 울혈이 맺혀 있을 것만 같았다.

    “……찝찝해. 씻을 겁니다…….”

    권재진이 서의우를 밀어 내고 침대 밖으로 내려서려 했다. 허리 밑이 빠진 것처럼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무릎을 벌벌거리며 침대 끄트머리로 다리를 뻗는데, 서의우가 권재진을 도로 잡아 눕혔다.

    “으윽, 서의우.”

    “조금만요.”

    “씻는다고…….”

    “아주 잠깐도, 조금도 싫어요? 정말 못 견디겠어?”

    “흐…….”

    권재진이 허탈하게 서의우에게로 고개를 내려뜨렸다. 품에 안긴 상태로 서의우의 어깨에 턱을 괴고 힘없이 축 늘어졌다. 힘들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아, 혹시 아파서…… 아파서 그래요?”

    “…….”

    “피도 안 났는데, 그 정돈가……? 힐링 팩터 필요해요?”

    서의우가 재진의 허리를 다독이며 굵은 눈썹을 스르르 처뜨렸다. 힐링 팩터를 써 주는 게 당연한 줄 알긴 하지만, 그래도 못내 미련이 남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의우로 칠갑이 되어 있는 권재진이라 이 꼴을 보고만 있어도 흡족했다. 서의우가 발갛게 부푼 재진의 유두를 손끝으로 살며시 눌렀다.

    “아아흐!”

    꼬집은 것도 아니고 찌른 것도 아니고 살짝 손가락을 대기만 했을 뿐인데 권재진이 신음했다. 이러니까 힐링 팩터를 써 주기 더 싫었다.

    “재진 씨 진짜…… 하아…….”

    서의우가 고뇌하며 탄식했다. 권재진 때문에 잠시도 그냥 넘어가는 순간이 없었다.

    “암만 봐도, 날 자꾸 미친 새끼로 만드는 건 권재진인 것 같아요.”

    “으, 윽…… 서의우…….”

    “걱정 마요. 안 해요. 지금 당장 젖꼭지 씹으면서 빨고 싶지만 참을게요.”

    “…….”

    “힐링 팩터도 주사해 줄게요. 내, 내 재진 씨는 여리니까……. 내가 참아야죠. 안심해도 돼요.”

    “…….”

    “회복 먼저 하고 씻어요. 꼼꼼히 잘 씻겨 줄게요.”

    서의우가 아쉽다는 듯 느릿하게 손짓했다. 그의 손아귀로 힐링 팩터가 딸려 들어왔고, 서의우는 이로 뚜껑을 물어 따서 푸른 내용물을 권재진에게 주사해 주었다.

    “으.”

    멍 자국이 사라지고 몸이 회복되는 동안 재진은 속으로 암담한 생각을 했다. 제6 거주지구 산골짜기에 어디쯤 처박혀서 전원 생활 하게 되면 더는 힐링 팩터를 구하지 못할 텐데 이 서의우를 어찌 감당해야 하나 벌써 막막했다.

    힐링 팩터가 지긋지긋하긴 하다만, 그래도 유용하긴 하다. 힐링 팩터 없이 매번 이렇게 섹스하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자연 치유될 때까지 과연 서의우가 잠자코 기다릴 수 있을까. 권재진의 몸이 채 낫기도 전에 헤집어 둔 구멍에 또 처박아서 죄다 찢어 놓진 않을까. 상당히 설득력 있는 걱정이었다.

    ‘대비해야 할 게 하나 더 늘었군…….’

    재진이 초점 없는 눈을 간신히 뜨고서 서의우의 목덜미에 뺨을 파묻었다. 땀에 젖은 서로의 살결이 끈적하고 더웠다. 찝찝하긴 해도 막상 이러고 있다 보니 생각처럼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끔은 이렇게 붙어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재진이 조금 더 허리를 뒤틀어 그의 곧은 목에 입술을 댔다. 피부와 피부 사이에 금속질 물체가 하나 끼었다.

    그 존재가 너무나도 익숙해서, 서의우와 한 몸처럼 느껴졌던 물건이었다.

    잘 때도, 씻을 때도, 언제 어느 순간에도 항상 이 자리에 걸려 있던 군번줄 목걸이.

    각성자의 신원과 소속을 증명하는 인식표.

    이제야 그 이질감을 알아챈 권재진이 목걸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재진의 시선이 어딜 향했는지 확인한 서의우가 나직하게 웃었다.

    “아, 그렇지.”

    서의우가 인식표를 잡아 쥐고 목에서 뜯어냈다. 군번줄이 으드득 부서졌다. 주저함이나 망설임 따윈 일절 없었고, 이런 목줄을 걸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있는 듯했다. 권재진만 쳐다보느라, 권재진에게 흠뻑 빠져서, 이까짓 건 그의 의식 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는 듯이.

    “이제 필요 없어요.”

    서의우가 이능을 사용했다.

    인식표가 가루가 되어 으스러졌다.

    지니고 있지 않으면 징계받을 정도로 주요한 각성자의 증표가 한순간에 허무하게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서의우가 쌍꺼풀 없이 기다란 눈을 접어 눈웃음 지으며 걸리적거리는 것 하나 없이 곧은 목을 자랑했다. 그의 목이 이제야 매끈했다. 목줄이 떨어졌고,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자유로워졌다.

    오늘 하루 내내 서의우가 목줄 풀린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비유가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목줄 풀린 강아지였다.

    서의우가 환하게 웃으며 뺨을 비벼 왔다. 분홍빛으로 물든 그의 얼굴이 경이로웠다. 탁 트인 드넓은 하늘이나 바다처럼. 크고 장대하고 아름다웠다.

    “재진 씨, 우리 반지 주문해요.”

    목걸이는 필요 없다. 반지만 있으면 된다.

    권재진도 그에 동의했다.

    “……예. 그럽시다.”

    서의우는 권재진의 왼손에 자신의 왼손을 겹쳐 놓고 서로의 약지를 나란히 두었다. 어떤 반지가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서의우의 목소리가 듣기 좋아 꿈결 같았다.

    침대보가 구겨져 있었고, 전등은 환하게 켜져 있었고, 침실 통유리창 밖에는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란 바다가 있었다. 만사가 권재진을 살게 했다. 살아 있게 했고, 살아 있고, 살아 있고 싶게 했다. 초저녁 밤하늘에 심장이 뛰었다. 달빛이 영롱했다. 꽉 찬 보름이었다.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