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너, 너랑 연애 안 해. 헤어져…….”
재진이 온몸에 힘을 주고 버티면서 으르렁댔다.
진심으로 화가 나는데, 몸 상태는 따라 주질 않았다. 서의우가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짓뭉개듯 누르는 동시에 뒤에 삽입해 넣은 좆몽둥이에 차근히 힘주어 방광 쪽을 건드려 주니까 참을 수 없도록 요의가 밀려왔다.
아무리 분노가 치민다지만 감정이 생리 현상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식은땀이 나고, 아랫배가 묵직해서 답답했다. 높이 들린 다리가 발끝부터 종아리, 허벅지까지 모두 긴장해서 근육이 뻣뻣하게 곤두섰다. 이젠 자칫 한순간에 싸 버릴 것만 같았다.
무작정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허벅다리 안쪽이 더욱 심하게 부들부들 떨렸다. 재진이 고개를 마구 내저으면서 배를 압박하는 서의우의 손을 치워 내려 애썼다.
“헤어, 으큭! 헤어지자고! 서의우 씨, 우리 헤어지는 겁니다……!”
“재진 씨…… 음, 나 이해가 안 되네요.”
“모르는 척하지 마십시오. 연애, 그만하자는 거니까!”
“…….”
그 말에 서의우가 권재진의 좆뿌리를 아프도록 세게 움켜잡았다. 커다란 손아귀가 여린 살갗을 무참히 쥐어 잡았다. 너무도 강한 충격이라 재진이 급히 헛숨을 들이켰다.
“헉.”
놀란 몸이 일순 굳었다.
얼음처럼 얼어붙어 있다가, 서의우가 손에서 살살 힘을 빼 주자 긴장이 쭉 풀리면서 내내 참고 버텼던 노력이 물거품처럼 스러졌다.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던 수치스러운 모습을 끝내 보여 버리고 말았다.
좁은 요도 구멍에서 물줄기가 조르륵 떨어져 나왔다. 포물선을 그리며 줄줄 흐르면서 변기로 깔끔하게 들어갔다.
재진이 뒤늦게 소변을 멈춰 보려고 배에 힘을 주었지만 서의우는 그 시도조차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재진의 아랫배를 계속해서 손바닥으로 눌러 압박해 주었고, 허리를 몇 번이고 짓쳐 올려서 딱딱한 자지로 속살 깊은 곳을 계속 후벼 댔다. 그럴 때마다 옅은 미색을 띤 소변 줄기가 잠시 끊겼다가 다시 이어져 흐르면서 물소리를 냈다.
“으, 흑……. 으윽.”
배출하는 카타르시스에 척추가 오싹오싹했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본능인 배설욕이 충족되어 이루 말할 수 없도록 잔인하고 수치스러운 쾌감이 일었다. 사회화된 성인으로서 정해진 금기를 넘어섰다는 배덕한 충격도 파도처럼 몰아쳤다.
권재진은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어깨로 변기 위를 가려 서의우가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지 못하게끔 막았다.
이보다는 차라리 수갑을 묶인 채 도뇨관 박혀서 소변줄로 용변을 보아야 했던 1회차 감금 생활이 덜 부끄러웠던 것 같았다.
아니, 물론 그것도 겪을 땐 죽을 만큼 끔찍했다만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고…….
지금 이건…… 너무…….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너무 생생하게…….
“……재진 씨, 이거 조금 싸는 게 그렇게까지 내 앞에서 못 할 짓인가요.”
겨울 칼바람처럼 서느렇게 가라앉은 건조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서의우는 권재진이 일을 다 볼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 준 뒤에 좆 끝에 묻은 오줌 방울을 말끔히 털어 주었다. 휴지를 뜯어서 좆머리와 요도구를 깨끗하게 닦아 준 뒤, 세면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작 인식을 통해 변기 뚜껑이 자동으로 닫히고 저절로 물이 내려갔다.
“우리 이제 다 괜찮은 거 아니었어요?”
세면대 앞에 선 서의우가 수도를 틀었다. 일차적으로 휴지로 닦은 좆에 이차적으로 물비누를 묻혀 거품을 내고 흐르는 물에 헹구어선 완벽하게 씻겨 주었다. 입에 넣어도 상관없는 정도로 깨끗해졌다.
권재진은 서의우가 아랫도리를 닦아 주든 말든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가뭇한 눈을 줄곧 내리깔고 있었다. 세면대 위에 크게 붙은 거울에 권재진의 동그란 정수리만 비쳤다.
“물론 내가 좀 들떠서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그렇대도 헤어지잔 말까지 할 필욘 없었잖아요.”
“…….”
“나, 나 지금 누군가 가슴을 도끼로 무참하게 내려찍은 것 같아요. 그것도 여러 번.”
세면대 거울에 권재진의 얼굴은 비치지 않았지만, 서의우의 얼굴은 분명하게 비쳐 보였다. 서의우의 아름답고 조형적인 하이얀 얼굴이 섬찟하게 굳어 있었다. 그새 메마른 엷은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재진 씨가 이렇게 진저리칠 줄 몰랐어요. 나는 이제 재진 씨 앞에서 뭘 보이든 상관없고 다 좋으니까…… 당장이라도 보여 줄 수 있어요. 내가 오줌 싸는 거. 정말로요.”
서의우가 재진의 배 속에 내내 처박아 두었던 좆을 느릿하게 빼냈다. 안쪽에서 속살이 함께 딸려 나오면서 굵은 귀두가 주름을 긁었다. 재진이 반사적으로 숨을 멈추었다. 서의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강렬했다. 의도한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점막이 한껏 움츠러들며 좆기둥을 붙잡듯이 세게 조였다.
“으읏.”
“아…… 돌아 버리겠네, 진짜.”
서의우가 물고 늘어지는 구멍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거친 숨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그는 권재진을 대리석 조적 세면대 위에 앉혀 놓고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권재진은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말만 해요. 좆 꺼냈으니까. 지금 싸지를까? 응?”
“……됐습니다. 그딴 거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숨기는 거 없는 사이잖아요. 난 이런 것까지 전부 포함한 의미였는데, 재진 씨는 아니었던 것 같아.”
“하……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런 추, 추접한 배설 행위를 어느 누가…….”
“그래서요 뭐. 이깟 추접스러운 짓 한번 때문에 헤어지자는 거예요? 나랑 연애 안 해?”
서의우가 재진의 말을 끊고 난폭하게 성을 냈다.
“우리, 다 때려치우자고?”
마치 권재진을 뼈째 잡아먹을 듯했다.
재진이 더욱 고개를 숙였다. 도통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수치심과 자괴감을 감당할 시간이 필요했다.
“반대로, 재진 씨는 내가 그깟 말 한마디에 알겠어요, 헤어져요, 하고 바로 고개 끄덕일 것 같아요? 그게 될 것 같아, 내가?”
“…….”
“재진 씨, 진짜 나한테 왜 이래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내가 또 죽일 새끼예요? 나 정말 너무 이해가 안 돼서 그래…….”
“……서의우.”
다리 사이를 팔로 가린 재진이 소리 낮춰 중얼거렸다.
“수건 좀…….”
“…….”
서의우는 크게 헛숨을 들이켜더니만, 수건걸이에 걸려 있던 타월을 거칠게 뜯어 내듯 잡아당겨서 재진의 다리 사이를 성마르게 닦아 주었다. 씻겨 준 후에 닦아 주는 것까지 해야 했는데 흥분해서 그만 깜빡 잊었다.
권재진이 서의우에게서 타월을 빼앗아 하체를 덮어 가렸다. 재진에겐 지금 닦아 주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재진 씨.”
서의우가 조적 세면대에 팔을 짚고 자세를 낮추었다. 아까부터 푹 고개를 떨궈 수그리고 있는 권재진의 얼굴을 봐야 할 것 같았다. 권재진은 눈을 맞추려 드는 서의우를 피해서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반대편으로 목을 돌렸다.
“권재진.”
서의우가 위험한 톤으로 재진을 불렀다. 이젠 한계였다.
그가 재진의 팔뚝을 난폭하게 잡아 쥐었다. 얼굴을 덮어 가린 손을 치우도록 억지로 떼어 내면서 타오르는 불길처럼 무섭게 몰아세웠다.
“그래서 재진 씨 어쩌고 싶은 건데……. 나랑 어쩌겠다고!”
어떻게든 피하고 숨겨 보려 했던 얼굴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났다.
평소 표정에 거의 변화 없다시피 한 권재진이 지금은 이마부터 목까지 붉어져 있었다. 항상 냉정하고 침착하던 눈썹도 기운 없이 아래로 처져 있고, 흔들림 없던 까맣고 강건한 눈동자는 축축하게 젖어서 땅만 보았다. 하얗게 질린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부끄러워서 차라리 혀를 깨물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저번에 서의우에게 좆구멍이 후벼져서 분수를 싸지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는 정신없이 처박히는 중이었기에 이성이 모조리 날아간 상태였다.
지금처럼 또렷한 맨정신도 아니었고, 상황도 전혀 달랐다.
권재진은 분명 침대에서부터 서의우에게 용변을 보고 싶으니 놓아 달라고 말했다. 그런 요청을 소리 내서 입 밖에 낸 것만으로도 재진은 몹시 민망하고 낯 뜨거웠다.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서의우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서 용기 내어 제대로 설명해 준 거였다.
그런데도 서의우가…….
서의우가 자꾸…….
“……사과를 들어야겠습니다.”
“네?”
서의우는 빨갛게 물든 권재진의 표정을 보고서 잠시 모든 생각이 끊어졌다.
저런 얼굴을 보게 될 거라곤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서의우는 숨도 쉬지 못하고 처음 보는 재진의 표정에 멍하니 빠져들었다.
“연애는, 서의우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섹스하고 키스하고 그런 게 전부가 아닙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신뢰하고, 사랑하는 게…… 그게 연애입니다. 서의우 씨가 지금 저한테 한 건 연애가 아닌 폭력입니다.”
“…….”
“진심으로 싫다고 말했는데, 그만하라고 몇 번이고 말했는데…… 그조차 들어주지 않는 상대와 사귈 수는 없지 않습니까.”
“…….”
“사과하세요. 잘못했다고.”
서의우가 홀린 듯이 되물었다.
“……사랑이요? 사랑니 할 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