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재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못 합니다. 쌀 것 같지도 않아. 안 됩니다, 그건.”
이건 정말이었다. 아무리 만지작댄다고 해도 사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서의우가 보는 앞에선 자위행위에 집중할 수도 없거니와, 뒤를 쑤시는 손길도 턱없이 부족하고 어설펐다. 이런 짓은 한 시간을 해도 모자랐다.
“그래요?”
서의우가 또 쿡쿡대고 웃으면서 살그머니 눈을 휘었다.
“그럼 재진 씨 대신 의우야가 구멍 쑤셔 줄까요?”
“예…… 이거 이제 그만…….”
“정말 내가 해도 돼요?”
“그렇다고 하잖습니까……. 서의우 씨가 해요.”
“네에, 알았어요.”
의외로 순순히 대꾸해 준 서의우가 재진의 양쪽 무릎 아래 팔꿈치를 걸고는 하반신을 힘껏 들어 올렸다.
배와 허리가 반으로 접히고 둥근 엉덩이가 허공에 뜨도록.
“으읍!”
단숨에 자세가 바뀌어 당황스러웠다. 폐가 찌그러져 숨을 쉬기도 힘들고, 침대에 처박힌 뒤통수와 어깨만으로 남은 체중을 감당해야 해서 힘들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자세로는 자신의 손가락이 들이박힌 뒷구멍이 노골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해 줄 테니 잘 봐요. 그렇게 쑤시는 게 아니에요.”
서의우가 권재진의 손을 잡았다. 구멍에 검지가 들어 있는 바로 그 손이었다.
잠시 손등을 다정하게 매만지는가 싶더니만, 손목을 억세게 잡아 쥐고 뒤쪽으로 힘껏 끌어당겼다. 어설프게 박혀 있던 재진의 검지가 안쪽 깊이, 내벽 더 깊은 곳까지 들이박혔다.
“아! 뭐 하는 겁니까, 그만해!”
권재진이 경기 일으키듯 세차게 저항했다.
구멍 입구 부근을 만질 때와는 또 달랐다.
속 깊은 점막이 재진의 손가락을 빨아 먹을 것처럼 잡아끌면서 조여 물었다. 권재진이 지금 까무러치게 놀란 탓에 더욱 힘주어 조이는 악순환이었다.
“하지 마, 그만한다고, 했잖습니까! 서의우, 서의우 씨가 한다면서…… 윽!”
“응, 맞잖아요. 그래서 내가 대신 쑤셔 주고 있는 건데. 재진 씨도 그러라고 해 놓고?”
서의우가 딱딱하게 얼어붙은 재진의 허벅다리에 입술을 찍어 누르며 즐겁게 웃었다. 그는 재진이 경악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신 손목을 잡고 흔들어 주었다. 스스로 구멍을 푹푹 쑤실 수 있도록.
“이게, 뭐가, 대신, 악, 아, 그만 좀…….”
“있어 봐요, 손가락 하나는 적은 것 같아. 두 개까지 넣어 보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서의우가 재진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하나씩 겹쳤다. 제각각 어색하게 펼쳐져 있던 재진의 손을 한데로 모으게 하고는 엉덩이 골 사이 벌어진 주름 위에 손끝을 붙여 누르게끔 했다.
아무리 봐도 서의우는 진심이었다.
멈춰 줄 생각이 조금도 없다.
슬슬 권재진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손을 치워 보려고 팔뚝을 힘주어 강하게 당겨 봤지만 요지부동이었고, 뒤엎어진 듯한 민망한 자세에서 벗어나고자 종아리를 버둥거려 봐도 소용없었다. 서의우는 붙든 재진의 손을 놔 주지도 않았고 띄워 엎은 하반신을 아래로 내려 주지도 않았다.
“힘 빼요. 그렇게 버티면 손톱으로 긁을지도 모르잖아요. 할 거 많은데 벌써 다치면 안 돼요.”
서의우가 기어이 권재진의 손가락을 구부려 넣었다.
검지와 중지가 주름 안쪽으로 전부 들어가도록 밀어 넣어 주고는 잘했다는 듯 또다시 허벅지에 입술을 찍었다.
굳은 다리 근육에 이를 세워 잘근거리면서 재진의 손목을 쥐고 흔들어 안쪽을 더 강하게 자극하도록 종용했다.
“으윽, 으!”
두 손가락이 뿌리까지 깊게 처박혔다가 밖으로 끄집어져 나올 때마다 발갛게 달아 있는 내벽 속살이 빠끔 드러났다가 오므라지길 반복했다. 좁은 비부가 빠듯했고 조여 무는 힘이 생생했다. 권재진 자신의 몸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재진 씨. 재진 씨.”
“……므, 뭐, 왜…….”
“자지 섰어요.”
서의우가 아래쪽을 눈짓했다. 허리가 반으로 접혀서 거의 가슴께까지 늘어진 권재진의 중심부가 아까보다 확연히 부풀어 있었다. 기둥이 딱딱한 윤곽을 그리면서 곧게 서 있고, 귀두 끝 쪽도 프리컴이 조금 새어 나와 반들반들했다.
“이대로 계속하면 쌀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못 한다니까……. 안 됩니다. 윽, 개소리 말고, 이제 그만…….”
“하하, 그러게 나한테 대체 왜 그랬어요. 하고 싶은 건 다 해도 된다면서.”
서의우가 손가락 사이사이 겹친 자신의 손끝에도 힘을 주었다. 이미 재진의 검지와 중지가 들어차 있는 좁은 비부를 다소 무리하게 비집고 서의우 자신의 중지까지 천천히 밀어 넣었다.
“나 안 다치고 무사히 돌아왔잖아요. 불안해 죽겠는데도, 재진 씨가 이 짓 하는 거 보려고 애썼어요.”
세 손가락이 속에서 얽히듯이 모였다.
서의우는 부러 반복해서 손마디를 굽혀서는 손가락들이 어느 한 지점을 두드리게끔 유도했다. 도톰하게 부푼 전립선 위를 세차게 찍어 댔다.
선뜩하게 파고드는 침입에 재진이 전율하듯 허리를 떨었다.
“흑, 아! 아, 그윽…….”
“그래요, 재진 씨는 잘 모르겠죠. 내가 권재진 죽을까 봐 얼마나 겁내고 벌벌 떠는지……. 고작 답장 하나도 제대로 안 해 주는데. 뭘 알겠어?”
서의우는 재진의 다른 손마저 놓치지 않고 끌어왔다. 넋이 나가 주먹만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을 손가락 하나하나 펼치게 해서는 통통하게 일어선 살기둥을 쥐고 스스로 수음하도록 했다.
무리하게 눌린 자세 때문에 팔을 움직이기 여의찮았다. 좆을 한 번 훑어 낼 때마다 숨이 벅찼다.
크게 접힌 가슴살에 프리컴이 방울져 떨어졌고, 끈끈한 액이 실처럼 이어지다가 툭 끊겼다.
그 난잡한 모습을 서의우가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탁한 숨을 내뱉으면서,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또렷하게.
어둑어둑한 회색 눈망울에 권재진의 모습만 한가득 담겼다.
“애초에 재진 씨는, 자기 목숨을 제일 쉽게 생각하잖아요. 언제든 몇 번이고 온갖 상황에서 죽으려 들었고, 그 각오 전부 진심이었죠……. 근데 난, 과장하는 게 아니라, 이젠 정말로 재진 씨 죽으면 못 살 것 같아요.”
“뭐, 앗, 으흑! 대체 무슨,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권재진 발각당해서, 사살당하면 어쩌나……. 그런 일이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콱 막힌다고요.”
서의우가 진득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내뱉으며 거칠게 속삭였다.
몰아세우는 손동작이 차차 격렬해졌다. 권재진이 헐떡거릴 때마다 서의우는 더욱 흥분했고, 손을 더욱 노골적으로 놀렸다. 이젠 권재진이 자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의 손이 뒤얽혀서 함께 움직였다.
“그러니까, 재진 씨도 이 정도는 알아서 감당해 봐요.”
서의우가 뭐라고 말하는지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들린 다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골반부터 발끝까지 주체할 수 없도록 벌벌 흔들려서는 재진이 발가락을 힘주어 움키고 버텼다. 마찰열 때문에 하반신이 뜨겁고 배 깊은 안쪽이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만으로는 닿지 않는 명치 안쪽이 꽉 쥐어짜이듯 긴장했다.
사정감이 올라와서 두 눈을 꾹 내리감고 턱을 치들었다. 벌어진 재진의 입에서 짐승 울음소리를 닮은 신음이 터졌다.
“크우윽…… 으흑……!”
깜깜한 눈앞이 한순간에 확 밝아지며 점멸했다. 싸 버린 정액이 자기 가슴살 위에 난잡하게 뿌려졌고, 가슴골을 타고 목까지 주르륵 흘러갔다. 진한 쾌감이 오래도록 온몸을 뒤흔들고 지나갔다.
“하…… 거 봐요. 하니까 되잖아.”
만족스레 눈웃음 지은 서의우가 칭찬해 주듯 뇌까리며 뒤를 쑤시던 손을 죄다 끄집어냈다.
“흣.”
“그날 재진 씨 혼자 하려 했던 거, 계속 떠올랐어요……. 이걸 꼭 끝까지 보고 싶었어.”
한순간에 속이 비어 버려서 발갛게 부푼 주름이 반사적으로 빠끔거렸다. 그걸 보자마자 서의우는 망설임 없이 고갤 숙여 벌어진 구멍에 입을 맞추었다.
혀로 둘레를 핥아 주다가 혓바닥을 뾰족하게 세워 구멍 속을 후볐다. 츱, 소리가 나게 빨고, 다시 후비고, 한껏 엉덩이에 키스하면서 안쪽까지 흠씬 젖도록 리밍했다.
그가 혀로 주름 사이사이를 눌러서 펼치듯이 할 때마다 재진의 엉덩이 근육이 흠칫대며 뒤를 조였다. 서의우의 기준에서는 말랑한 엉덩잇살이 위아래로 오르내렸다. 크고 둥근 하얀 엉덩이가 들썩거릴 때마다 서의우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눈을 번뜩였다.
구멍을 담뿍 적시도록 핥아 놓고도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회음을 따라서 부드러운 고환까지 아랫도리를 쭈욱 핥고, 허벅지 살을 한 입씩 베어 물며 붉은 자국을 냈다. 무릎 뒤쪽은 권재진이 특히 약한 곳이라 송곳니를 세워서 끈질기게 질근질근 짓씹었다.
종아리를 따라서도 한껏 잇자국을 내 놓고는 마지막으로 발꿈치를 잡았다. 발바닥의 깊게 팬 아치 부분을 과일 베어 물듯 크게 입에 넣고 맛을 보았다. 발목의 여린 살과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재진의 온몸을 핥아 먹으면서 서의우가 허리에 감아 둔 타월을 치웠다.
“이제 넣을 테니까 직접 구멍 벌려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