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아아! 악! 으흑, 으응, 아! 아!”
“나한테 다 줘. 내가 요긴하게 쓸게요, 권재진 인생. 아껴 줄 거야……. 엄청나게.”
“히익, 응, 으윽! 하, 아아……!”
“내가 정말 잘해 줄게요. 앞으론 재진 씨 믿고, 뭐든 터놓고 말하고, 소중하게…… 하나뿐인, 그렇게 대할게요. 그러니까, 나 좀 믿어 줘요. 예전처럼. 나랑 재진 씨랑……. 세상에 우리 둘만 있던 것처럼…….”
서의우는 권재진이 대답할 새가 없을 정도로 가혹하게 몰아쳤다. 로션과 오일로 찐득찐득한 접합부에서 쩌덕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서의우는 권재진의 팔을 쥐어 손가락을 물었고, 손바닥에 입 맞췄으며, 팔뚝에 얼굴을 비볐다. 온몸 단 한 구석도 빠짐없이 만져 대고 주물럭대겠다는 맹렬한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슴에 키스하고, 젖꼭지를 물고, 빨고, 재진의 허리가 휘면 머리채를 쥐어 당겨 입에 키스했다. 볼에 입 맞추고, 눈꺼풀에 입 맞추고, 혀를 내어 속눈썹과 눈알 점막을 핥았다.
눈알에 로션이 들어가서 따끔따끔했다. 하지만 당연히도 그런 사소한 통증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재진은 허벅다리를 덜덜 떨며 배를 들썩거렸다. 깊게 박힌 안쪽 속살이 멋대로 조여들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흥분이 지나쳐서 가슴에 열이 올랐다. 심장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세차게 뛰고 있었다. 심장 뛰는 소리가 골통을 울렸고, 팔다리 손끝 발끝까지 뜨거운 혈류가 돌았다.
찬물을 뒤집어쓰고서 차가운 욕실 타일 바닥에 뒤엉켜 있는데도 조금도 춥지 않았다. 오히려 뜨거워서, 전신이 타는 듯이 뜨거워서 화상을 입은 것 같았다.
“재진 씨가, 날 이렇게 만들었잖아……. 왜 알려 줬어…… 응? 왜, 나한테 그런 걸 알려 줬냐고…….”
서로 앞다투어 한 차례씩 사정하고서도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한 번만으론 부족했다. 서의우가 권재진과 눈을 맞추었다. 재진은 그의 눈빛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서로 상대를 더 원하고 있음을.
“줬다 뺏는 게 제일 나빠.”
더 들이박힐 수 없을 정도로 깊게 처박힌 좆이 속벽에 막혔다. 서의우는 결장 앞머리 굽은 내벽에 좆머리를 대고 잘게 치받다가, 재진의 다리 하나를 들어 비스듬히 세웠다.
그가 각도를 달리해서, 안을 지그시 찌르자 더 들어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안으로 왈칵 밀려들어 갔다.
제대로 적신 채 잘 비집어 넣으면 S자로 휘어진 결장 안쪽, 그 속까지 삽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어이 2회차 서의우가 알아 버리고 말았다.
권재진이 헛숨을 들이켜며 놀란 눈을 부릅떴다.
“아헉! 아, 거, 거기, 아직……!”
“으음, 큿…… 아, 뭐야. 무슨…….”
재진이 다급히 팔꿈치를 땅에 짚어 상체를 들었다. 뒤로 내빼려는 동작을 서의우가 거칠게 저지했다. 피할 수 없도록 들린 어깨를 부술 듯 붙잡아 누르고 갈라진 목소리로 야성적인 신음을 흘렸다.
“권재진 몸통, 여기까지 벌어지는 거였어……?”
색소 옅고 아름다운 그의 얼굴이 볼만하게 일그러졌다. 조금 전, 흥분과 격정으로 점철되어 있던 표정과는 또 다른 낯이었다.
그는 권재진의 몸에 아직도 모르는 곳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퍽 불만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한편으론 항상 조금 모자라 다 넣지 못했던 좆기둥을 이제야 뿌리 끝까지 죄다 넣을 수 있어 흡족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서의우는 온갖 뒤섞인 감정을 숨김없이 고스란히 내비치며 대리석 조각상 같은 완벽한 낯짝을 붉혔다. 평소보다 다소 짙은 분홍빛으로 상기된 뺨과 귓불이 눈에 띄었다.
헐떡대는 그의 호흡이 뜨거웠고, 번들거리는 회색 눈동자는 이제 광기를 넘어서 맹목적인 어떤 것으로 보였다.
서의우가 시험해 보듯 휘어진 결장 안쪽을 깊게 쳐올렸다.
“응아아!”
권재진이 한 번도 낸 적 없는 소리를 내었다.
“아, 하으, 처, 천천히 해. 거긴, 천천히, 해야 돼.”
서의우가 피식거리고 웃으며 달라붙었다. 그러곤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재진 씬 알고 있었어요 여기? 4년 후엔 내가 이런 곳도 뚫어 줬냐고.”
“흐윽, 으으응, 어어…….”
“와, 너무한데. 그럼 여기까지 넣을 수 있는 거 다 알면서, 이제껏 나한테 한마디도 안 해 주고 입 다물고 있던 거예요?”
재진이 배에 힘을 주고서 힉힉댔다. 아무것도 모르는 서의우가 조절도 못 하고 크게 들썩거릴 때마다 새된 소리가 터졌다.
혀끝이 둥글게 말리는 소리는 지금껏 부러 자제해 왔다만 숨겨진 안쪽 가장 깊은 곳을 찌르면 참기 힘들었다. 권재진 자신이 듣기에도 제가 뱉는 신음이 민망하고 이상했다.
“아, 히익, 으응, 의우, 야, 천천히.”
“하이씨, 이런 거, 이렇게 좋은 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안 돼! 못, 흐응, 으으응……!”
“이거 봐, 내가, 어? 이런 걸 말하는 거잖아요! 앞으로, 나한테 뭐 조금이라도 숨기기만 해. 진짜 가만 안 둬요. 나 다 믿고, 나한테 다 말하라고!”
서의우가 소리치자 그에게서 분출된 이능이 단숨에 확산되었다. 내내 샤워기에서 쏟아지던 물줄기가 일시에 멎었다. 물 알갱이가 허공에서 동글게 뭉쳤고, 곧 폭죽 터지듯 사방으로 튀며 분사되었다.
불똥처럼 빠르게 튄 물방울에 권재진의 머리카락 한 올이 잘려 나갔다. 서의우는 성가시다는 듯 콧잔등을 찡그리고, 의식적으로 길게 호흡했다. 과하게 흘러넘치는 힘을 빼려 애쓰는 듯했다.
“하아…… 아, 씨발…….”
욕실 타일 몇 장이 으스러졌고, 서의우는 그것들을 희생 삼아 정신을 차렸다.
“천천히, 얼마나 천천히?”
“윽. 좀, 더.”
“이렇게?”
“으응. 더.”
“여긴 뭐가 이렇게 약해. 달걀이야? 알았어요.”
서의우가 격양된 흥분을 한껏 내리누르고 최대한 몸짓을 느릿하게 바꾸어 줬다. 권재진이 느끼기엔 아직도 급격한 감이 있었지만 다행히 견딜 만은 했다.
재진이 이를 악물고 그의 등을 붙잡아 긁었다. 꺽꺽거리며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그, 으…… 그래 봤자, 회귀했어. 경험은, 머리에나 남은 거지, 헉…… 몸은, 모, 믄…….”
“뭐요. 몸은 뭐.”
“몸은, 처, 처음이라…….”
“처음이라고? 여기까지 뚫리는 게?”
“그래, 끅, 개새끼야…….”
비단 결장 안쪽이 쑤셔지는 것뿐만이 아니다. 뒷구멍에 남자 좆을 넣는 것부터가, 이 일체의 행위 자체가 전부. 권재진에겐 서의우가 처음이다.
말뜻을 이해했는지 서의우가 기다란 눈을 사르르 휘었다.
“그건 좀 좋네.”
그는 재진의 이마에 키스하며 한결 잔잔해진 동작으로 허리를 뭉근하게 돌려 줬다. 그렇게 해도 뿌리 끝까지 살덩이가 처박혀 있어서 큰 자극으로 느껴질 따름이었다. 깊게 맞물린 내벽이 버거운 쾌감이 되어 몰아쳤다.
이렇게 천천히 해 주는데도 힘겹게 앓는 재진을 보고서 서의우가 느긋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 좋은데, 정말.”
몇 번을 확인해 봐도 지금 행위에 가이딩 효과는 없었다. 에스퍼의 본능을 채워 주는, 불균형의 해소는 조금도 이뤄지지 않았다.
물로 적시고 로션에 오일까지 두 통을 다 비워서 서의우가 혼자 자위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무의미한 행위였다.
하지만 서의우는 부정할 수 없도록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가 재진의 턱을 쥐고 다정하게 끌어당겼다. 깊은 배 속을 너무 빠르지 않게 주의해서 살살 쑤셔 주면서 재진의 혀를 담뿍 입에 물었다. 쪽, 쪽, 소리 내어 빨아 주고 혀 밑부분 예민한 곳을 설단으로 집요하게 문질러 주었다.
재진이 숨을 쉬지 못해 속눈썹을 떨고 헐떡거리면 봐주듯이 살짝 입술을 떼어 줬다가 또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럴 때마다 쾌감이 지나치다는 듯 권재진이 본의 아니게 흐트러진 신음을 흘렸고, 서의우의 목에 팔을 걸고 체중을 실어 매달려 왔다.
서의우는 그런 점이 턱없이 황홀했다.
“너무 좋다고요. 가이딩도 아닌데…….”
“응, 으, 흐응.”
“진짜, 이거 가이딩도 아닌데……. 이상해요. 너무 좋아.”
서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주고, 눈을 맞추고, 키스하고, 다치지 않게 배려해 가며 조심스레 섹스하고. 그가 만족을 느끼는 모든 행위는 사실 전형적인 애정 표현이었다.
서의우는 한참 동안 자각 없이 권재진과 애정 행각을 벌였고, 재진은 쾌감에 절어 몇 차례고 절정에 이르렀다.
“앗, 아, 하아! 아……!”
“후우, 흐, 으읏……!”
마지막으로 물처럼 묽은 액을 흘려서 더는 아무것도 쌀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재진이 그만하자며 고갤 내저었다. 이러다 혼절할 것 같았다.
“이제, 하아, 그마, 아, 쉬고 시, 싶어……. 이제 끄읕…….”
“으응, 아직요. 안 돼. 조금만 더요. 한껏 천천히 할게요.”
“싫어. 더는 모, 못 합니다. 아으, 서의우, 못 해. 응! 진짜 못…… 헉, 한다고!”
서의우는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라고 말하며 끈덕지게 두 시간을 더 달라붙었고, 권재진은 기어이 정신을 놓고 끈 떨어진 연처럼 풀썩 쓰러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