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처음 듣습니다. 돌연변이? 그런 게 있다면, 어째서 아직 일반인들에게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겁니까.”
“그러게요. 나도 그건 잘 모르겠네요. 정책은 윗분들 일이라. 죽임당한다는 걸 알면 도망가거나 숨어 버릴까 봐 그랬나? 아니면, 돌연변이끼리 모여서 반정부단체를 결성할 수도 있겠죠.”
“아니, 애초에 돌연변이를 왜 죽여야 하는 겁니까? 뒤늦게라도 각성했으면 정부에서 인재로 데려가 대우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하, 재진 씨 정말 순진무구하네요. 너무 모르니까 귀여워요.”
“뭐……?”
“정규 교육을 제때 수료하지 못한 각성자들도 전부 폐기 처분 되는 마당에, 돌연변이를 국가에서 살려 둘 리 없죠. 통제할 수 없는 각성자는 인류 사회에 위험 요소일 뿐이니까요. 즉시 살처분이에요. 죄다.”
낮게 내리깔린 서의우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냉정했고, 섬뜩하도록 위협적이었다. 눈앞의 권재진에게 달리 도망칠 길이 없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의우는 막다른 길에 몰린 사냥감을 몰아세우는 포식자처럼 벌어진 권재진의 셔츠 안쪽을 느긋하게 빨았다. 힐링 팩터가 활성 중이라 멍 자국이 사라져 가는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새로운 자국을 남겼다.
“어때요. 내보내 줄 테니 나가서 사살당할래요? 아니면 숨겨 줄 테니 제 품에서 서의우 전용 가이드로 살래요?”
고를 수 없는 잔혹한 선택지를 내어 주며, 서의우는 불온한 현실에 좌절한 권재진을 즐겁게 집어삼켰다.
겨우 낫고 있는 구멍에 쑤셔 박은 두 번째 가이딩은 처음 것보다 더욱 만족스러웠다. 발갛게 부풀어 퉁퉁 부어 있는 속살이 견딜 수 없게끔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
센터.
정식 명칭은 중앙위기대책특임전략본부(Central Crisis Management Special Strategy Headquarters)이지만, 통칭 센터라 불리는 정부산하 군사단체다.
특수 거주지구 남동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곳에 드나들 수 있는 자는 극소수 고위 정부 관계자를 제외하곤 각성자뿐이다.
웅대한 건물은 총 세 가지 구획으로 나뉘는데, 첫째는 정규 교육을 미수료한 훈련 교육생들이 지내는 교육생활관이다. 이곳에는 기숙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둘째는 정규 교육을 수료한 정식 각성자들이 이용하는 중앙관이다.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한 건물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각성자들은 주기적으로 전투 훈련과 전략 회의를 하고, 임무 보고 및 치료를 한다. 물자관리나 부대 배치, 부대원 인선, 회계까지 거의 모든 각성자 관련 업무가 중앙관에서 처리된다.
일반인들이 방송을 통해 보는 각성자의 촬영 영상 등도 이곳에서 자료 화면을 제공한다. 정보전송사용료도 이곳에서 정산해 주고 말이다.
마지막 남은 세 번째 구역은 연구개발관이다.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힐링 팩터나 가이딩 대체 약물을 제작하는 곳이고, 각성자의 특징에 맞도록 맞춤 제작 한 전용 무기를 제조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게이트와 크리처에 관한 연구도 쉼 없이 진행하는데, 이곳에선 크리처의 사체 해부나 게이트 내부 지질자원 연구 등 폭넓고 다양한 정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원은 드물게 이례적인 경우로 민간인 출신을 채용하기도 하는 모양이다만, 자세한 사항은 서의우 같은 전투부대 소속 각성자들에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극비 정보에 접근하려면 훈련 교육생 시절 전투부서가 아닌 연구부서에 지원해야만 하고, 연구개발부처 소속이 되어야 한다.
중앙관. 4층 접수실에서 서의우는 새 전투복을 비롯해 필요한 보급품 몇 가지를 추가로 신청했다.
커다란 태블릿 화면에 물품 내역을 입력하고 목에 건 인식표를 끄집어냈다. 옆에 부착된 단말기에 인식표를 가져다 대자 서의우의 각성자등록코드가 자동으로 읽히며 접수가 완료되었다.
CCMSSH KR S1 E
01-3104080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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