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윽, 응, 너, 넣어도…….”
내뱉는 목소리가 흐트러져 있었다. 그렇대도 별수 없었다.
“넣어도 됩니다. 지금, 안에…… 제 안에, 서의우 씨 거, 이대로…….”
권재진이 신음을 삼켜 내곤 목을 틔웠다. 서의우가 무엇을 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서의우는…… 지금 이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안에 넣고, 그리고, 키스해 주십시오. 입, 맞추는 거…… 서의우 씨가 혀 빨아 주는 거, 그걸 일반인들은 키스, 키스한다고 말합니다.”
“…….”
“비각성자, 일반인들이 애인을 사귀면, 사귀는 상대와 하는 행동입니다……. 전 그게 좋습니다.”
권재진이 고개를 들고 떨리는 눈으로 유리창을 보았다. 그리고 권재진 자신의 얼굴이 아닌, 서의우의 얼굴을 보았다.
가뭇하게 가라앉은 그의 회색 눈동자가 광기에 달아올라 있었다. 서의우는 굳은 표정을 짓다가, 뺨을 붉히고, 무어라 딱 정의해 말할 수 없도록 혼란스럽게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그 안에 차오른 건 희열로도, 욕망으로도 보였다.
서의우는, 마치, 권재진을 한입에 통째로 삼켜 씹어 먹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권재진을 가질 수 있다면 주저 없이 그리했을 것만 같았다.
“아, 정말…….”
서의우가 섬찟하게 들릴 정도로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지분대던 손을 구멍에서 단박에 끄집어내고 바지 버클을 열었다. 서의우는 권재진이 말한 그대로 행했다.
휘어진 권재진의 허리를 억세게 잡아 유리창에 짓누르고 발갛게 빠끔대는 주름에 짐승 자지 같은 좆을 얹었다. 기둥 밑동을 잡고 엉덩이 골 사이에 좆대가리를 두어 차례 문지르다가 좆으로 볼기를 때리듯 구멍 위를 철썩거렸다.
“그렇구나, 키스라…… 어쩐지. 진작 실토할 것이지.”
“으큿,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이런 식으로 생식기를 몸에 넣거나 하는 행위는, 섹스라고 하는 겁니다. 가이딩이 아니라…….”
“응, 섹스가 뭔지는 알아요. 번식 행위잖아요. 일반인들이 아기 낳을 목적으로 하는 성행위. 교미.”
“아니, 아닙니다……. 임신할 목적이 아니어도 섹스합니다. 남자끼리여도 하고……. 피임하고도 하고…….”
긴장으로 굳은 권재진의 엉덩이를 서의우가 크게 잡아 벌렸다. 몇 번이고 쑤셔 박아서 서의우의 모양을 기억하는 내벽에 대고 크고 굵은 살몽둥이를 짓이기듯 삽입했다.
“으흣!”
아무리 내벽이 풀려 있다지만 빠듯했다. 재진이 가쁘게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서의우는 권재진의 배 속을 점령하듯 자신으로 가득 채워 놓고서 메마른 입술을 핥았다. 아무리 깊게 넣어도 뿌리까지 다 들이박히진 않는다. S자 결장이 있는 곳, 휘어져서 막힌 내벽까지 닿도록 전부 욱여넣고 볼록하게 솟구친 권재진의 뱃가죽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재진의 배꼽 아래쪽이 명백히 위로 들려 있었다. 커다란 좆이 들이박혀서 배꼽 주름 모양까지 달라 보였다.
“사실은 기억하고 있었어요. 각성자들 가이딩이, 일반인들 기준에선 애정 표현이라고 재진 씨가 예전에 말했잖아요.”
<애초에 각성자들 가이딩이라는 게 일반인들 기준에선 애정 표현이나 다름없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할 행위를 억지로 한다고 될 리가 없잖습니까.>
<애정 표현?>
<그런 게 있습니다. 딱히 지금 설명하고 싶진 않군요.>
서의우가 피식거리고 웃었다. 가볍게 심호흡하고는 허리 짓을 시작했다. 봐주지 않고 힘을 실어 콱콱 쳐 대자 재진의 뱃가죽이 힘겹게 들썩였다.
“좋아야 하는 거라면서요, 이거.”
“악! 흐! 으응!”
“근데, 어떤 가이딩은 좋대고 어떤 가이딩은 싫대고, 재진 씨가 자꾸 헷갈리게 구니까 짜증 나서 그만.”
서의우는 재진이 바란 대로 섹스해 주면서 키스해 줬다. 턱을 쥐어 뒤를 보게 하고서는 입을 맞춘다. 깊게 혀를 밀어 넣고 혓바닥을 노골적으로 빨아 주었다.
특히나 혓바닥 아래쪽을 집요하게 핥아 줘서 재진은 속절없이 젖은 신음을 흘렸다. 흐으, 흐, 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봐요, 이렇게, 응? 좋아하는데요. 눈구멍 핥는 건 왜 싫다는 거예요? 그건 키스도 섹스도 아니라서?”
“으, 그건, 눈은 싫습니다……. 이상, 이상하잖습니까.”
“뭐가 이상한데요. 재진 씨는, 후우, 키스랑 섹스가 아니면 나머지는 다 이상한 거예요?”
서의우가 재진의 아랫입술을 물고 쪽, 빨았다.
“난 권재진 씨 어디에 뭘 해 대든 다 좋아 죽겠는데. 재진 씨는 아닌가요?”
열락에 들뜬 눈으로 풀어진 재진의 얼굴을 응시하다가 손으로 다리 사이를 헤쳤다.
“4년 뒤에도? 다른 건 안 좋아?”
어느새 또 발기한 권재진의 성기를 쥐고 좆구멍을 보란 듯이 대놓고 엄지로 비벼 줬다. 아까는 자그맣게 들렸던 찌걱대는 소리가 이젠 한 번 사정한 후라 그런지 더 크고 민망하게 들렸다.
“앗! 아!”
“그럼 여기는요. 자지 구멍 만지작대는 건 키스도 섹스도 아닌데 왜 이렇게 느끼는 건데요.”
“아냐, 아니…… 아! 씹, 으윽, 거기 그만.”
“싫다고만 하지 말고, 그냥 가만있어요. 나 이제 안 참겠다고 말했잖아요.”
“흐으, 이상해. 그거…… 씨발, 이상하다고…….”
“찡얼대는 거 귀엽기 한데…… 그래도 안 돼. 유리창이나 봐요.”
서의우가 재진의 목을 잡고 얼굴을 앞쪽으로 돌려놓았다. 방심한 찰나에 유리창에 비친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권재진은 서의우의 말대로 까만 동공이 흐물흐물하게 풀려 있었고, 입술도 헤 벌어져 야릇하게 젖어 있었다. 게다가 귀까지 발긋하게 새빨개져 있고, 눈썹은 축 처져서 저릿한 쾌감에 못 이기고 끙끙 앓는 것 같았다.
“재진 씨는요, 응? 대체 뭐가 그렇게 어려워요?”
“하으, 하아……. 아.”
“왜 그렇게 까다롭고, 이것저것 재는 기준이 많냐고요. 선 긋는 것도 과하고.”
서의우가 거칠게 뇌까리며 허리를 연신 쳐 댔다. 앞쪽을 만져 주는 손도 여전했다. 정신을 못 차리게끔 쾌감을 때려 박는 수준이었다. 권재진은 유리창에 짓눌린 상반신을 일으키려 부질없이 바르작거리다가, 도저히 매섭게 덮쳐 오는 서의우의 기세를 이길 수 없어 무너졌다.
한 번 박힐 때마다 앞가슴 근육이 유리창에 짓눌렸다가 떨어졌다. 고개도 가까워져서 재진이 더운 숨을 뱉을 때마다 창문에 뽀얀 입김이 서렸다.
“기억도 못 읽게 하고.”
“아! 악! 잠깐만…… 그윽, 또 가, 갈 것, 같. 아…….”
“이번엔 지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읽어 보기만 한다는 건데도……. 뭐, 숨기고 싶은 과거라도 있어요? 들키면 위험한?”
“서의우, 아니야, 아아…… 없어! 없다고…….”
“그럼 그냥 보여 줘도 되잖아.”
권재진이 눈을 질끈 감고 사정했다. 요도 구멍을 비집는 서의우의 엄지 옆으로 묽은 정액이 줄줄 새어 나왔다.
“내가 너무 어려서 그런가요?”
기둥을 타고 뚝뚝 흐르는 희고 진득한 액을 서의우가 손바닥에 모았다. 그러곤 그것을 좆구멍에 도로 밀어 넣을 것처럼 선단에 대고 손바닥으로 둥글게 비볐다.
“아직은 못 미덥나?”
“아으윽! 으……! 만지지 마, 만지지…… 히익!”
“스무 살 서의우로는 부족해요……?”
“그만! 그만! 응, 아악……!”
권재진이 세차게 도리질 쳤다.
아랫배에서 처음 느껴 보는 감각이 전해졌다. 두 번 연속 사정한 중심을 손바닥으로 가두듯 덮어 집요하게 문질러 대는 것도 그렇고, 뒷구멍에 박힌 흉포한 서의우의 자지로 아랫배를 짓뭉개며 찍어 올리는 것도 그렇고. 앞뒤로 자극당해서 방광 언저리가 꼬이는 것 같았다.
몸 안쪽이 덜덜 떨리고 멋대로 수축했고, 원치 않게 요의가 느껴졌다.
재진은 거의 서의우에게 빌다시피 흐느꼈다.
“의우, 야, 악! 뭔가, 앞쪽,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이상, 윽, 이상한 게…….”
서의우는 들은 체도 않고 권재진을 손쉽게 농락했다.
특유의 반들반들한 회색 눈을 서늘하게 휘어 웃고, 더욱 격렬하게 몰아붙였다.
그러면서도 내뱉는 말은 이따위였다.
“아…… 나도 재진 씨 앞에서 무릎 꿇고 울어 볼까?”
권재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유리창을 손톱으로 긁었다. 짓눌린 몸을 펼 수도 없고, 뒷구멍을 괴롭도록 무자비하게 꿰뚫는 서의우에게서 피할 수도 없고, 하물며 오줌을 싸기 직전인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도 없었다.
“그래야 하나……? 응? 재진 씨, 그러면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줄 건가요?”
“흐으, 잘못됐어, 서의우, 의우야, 저, 정말입니다. 이거, 좀…… 안 돼, 씨발! 이제 모, 못 참겠, 끄흑…….”
“내가요, 요리도 연습하고, 우는 연습도 해야 하는 걸까요? 네?”
“안, 아…… 개새끼, 아후윽! 으응……!”
한계를 넘어서까지 참아 낸 재진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아무리 그래도 층계참에서 오줌을 싸고 싶진 않았다. 심지어 권재진은 투명한 유리창 앞에 짓눌려 있는 자세였다. 이 상태로 요의를 이겨 내지 못하면 물줄기가 창문에 맞아 분수처럼 퍼질 터였다.
“히잇, 익!”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재진을 확인 사살 하듯, 서의우가 각도를 바꾸어 엉덩이 안쪽을 비집듯이 쑤셔 넣었다. S자로 휘어진 결장 골목이 들썩거리더니만 속을 뚫고 넘어 들어갈 것처럼 위태롭게 벌어졌다.
놀란 재진이 찰나에 긴장을 풀어 버렸고, 잔뜩 힘주어 참고 있던 노력이 부질없도록 물이 줄줄 흘렀다.
소변을 지린 줄 알았지만, 투명했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