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참다못한 권재진이 그의 등을 긁었다. 군살 없이 감탄스럽게 자리 잡힌 넓은 등 근육, 날개뼈 아래쪽에 손톱자국이 났다. 그랬는데도 서의우는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결국, 서의우의 혀를 깨물었다. 피가 날 수도 있겠다 싶게끔 세게 깨물었는데 서의우는 조금 따끔하다고만 여기는 모양이다. 아무튼, 서의우는 그제야 못내 아쉽게 입을 떼어 주었다.
“하아, 윽…… 정도껏, 좀, 예?”
권재진이 헐떡이며 가파르게 호흡했다. 목덜미서부터 얼굴까지 숨을 쉬지 못해 전부 붉어진 모습이었다. 서의우는 손을 뻗쳐 와 그런 재진의 얼굴을 손끝으로 살그머니 건드리더니만, 뜨겁고 축축하게 이지러지는 눈빛을 보였다.
그의 짙고 깊은 회색 눈동자에 뿌듯한 희열이 깃들어 있었다.
서의우가 알아들을 수 없게끔 흐릿하게 속살거렸다.
“아……. 그래요…… 알겠네요.”
재진 씨는,
권재진 씨는, 내…….
미처 잠재우지 못한 광기에 불이 붙은 순간이었다.
“가이딩 해요.”
서의우가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 기세에 압도당할 것만 같았다.
“재진 씨, 가이딩 해요. 지금.”
재진이 끄응 앓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일 합시다. 오늘은 역시 좀…….”
그렇지만 서의우는 막무가내였다.
“아뇨, 안 돼요. 오늘. 지금 해.”
예전에도 제멋대로였는데 지금은 더 심해졌다. 번들거리는 눈알이 광기에 물들어 심상치 않게 돌아 있었다.
“왜, 왜…….”
“내일까지 이대로 못 기다려요. 그리고, 나 이제 알겠어요.”
서의우가 갈급하게 전투복을 풀어 헤쳤다. 팔을 엑스자로 겹쳐서 상의를 벗으려는데 하네스에 걸렸다. 깜빡했다는 듯 혀를 찬 서의우가 성마른 손길로 하네스 고리를 풀고 옷가지와 함께 벗어 내던졌다.
“재진 씨는 미래의 나를 좋아했어요. 앞으로 내가 뭘 하든, 결국에 재진 씨는 날 좋아하게 되고, 내 가이드가 된다는 소리 아닌가?”
“…….”
“이런 짓 해 대도 4년 뒤엔 날 좋아할 거잖아요. 그렇죠?”
그가 권재진을 덥석 들어다 침대에 위아래를 뒤집어 눕혔다. 머리가 침대 끄트머리로 가게 두고 발을 머리맡에 두게끔 한 뒤, 저 자신은 바로 누웠다. 그러고는 기다렸다는 듯 권재진의 좆을 입에 물었다.
“읏!”
미친 새끼.
권재진이 새까만 눈을 부릅떴다. 기가 막히려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서의우는 따끔거리는 재진의 좆 끝을 쵸옥, 하고 소리 내어 가볍게 빨더니만 혀를 떼고 사르르 웃었다.
“역시. 여기 건드리면, 재진 씨 표정…… 엄청나져요.”
“뭐가 어떻다는…… 아니, 대답하지 마십시오. 모르는 게 낫겠습니다. 그냥 그만하세요.”
“내가 왜요?”
서의우가 도로 재진의 것을 입에 물었다. 어지간히 좆구멍을 핥고 싶었던 모양인지 혀끝을 비좁은 구멍에 대고 비비적거리며 문질렀다.
“아!”
너무도 적극적인 접촉에 권재진이 흠칫 놀라 허리를 굽혔다. 서의우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고, 그의 머리통을 떼어 놓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았다. 권재진이 서의우의 머리채를 쥐어 당겼다.
“그만, 그만, 하, 돌았……!”
하루 내도록 음주에 방화에 투신에 구속에 고해성사라는 파란만장한 대사건을 겪은 후, 혼이 빠지게끔 키스한 뒤에 좆까지 빨리니 미칠 노릇이었다. 게다가 몸살 기운이 심해져 저항할 기운도 없었다.
재진은 춥고, 열이 났으며, 말하기도 싫지만 자지 속이 따끔거리는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서의우가 멋대로 중심을 잡고 핥아 대니 온몸이 덜덜 떨렸다.
“서의우! 거기, 그만하라고!”
권재진이 그의 머리칼을 쥐어뜯다시피 흔들어 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단한 서의우의 신체 중에서 유이하게 부드럽고 가녀린 곳이 단둘 있는데, 그게 바로 투명한 빛을 띠며 곱슬거리는 이 흑발 머리카락과 얇고 긴 속눈썹이었다. 그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재진의 손아귀에서 투둑 끊어졌다.
“쯔……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재진 씨도 내 거 빨아 줘요.”
서의우가 성마르게 혀를 차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옆으로 비스듬히 목을 빼고 재진과 눈을 맞춘 뒤, 하반신 쪽으로 턱짓했다.
“전에 해 봤으니 할 수 있죠?”
“아니, 내가 왜…….”
“못 해요?”
언짢게 콧등을 찡그린 그가 재진의 허벅다리를 커다란 손으로 쥐었다. 서의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랑하고 쫀득한 살결이 다섯 손가락 모양대로 잡혀 눌렸다.
“우리 오랜만이잖아요. 나 며칠이나 나가 있었지? 솔직히 지금껏 참은 것만도 힘들었어. 그냥 좀 해 줘요.”
서의우는 다리 사이가 더 잘 보이도록 재진의 허벅지를 벌려 놓고 얼굴을 한껏 가까이 댔다.
희고, 말갛고, 앳되고, 청순하고, 미려한 낯짝이 재진의 자지에 닿았다.
서의우가 뺨으로 재진의 것을 꾹 누르며 웃었다. 자지 밑동에는 정교하게 모양 잡힌 입술이 닿아 있다. 저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툭 불거진 남자 생식기가 닿아 있으니 도발적이고 불순해 보였다.
“응? 해 줘요. 내가 어떻게 하면 해 줄 거예요? 아, 그래…… 재진 씨가 입으로 나 싸게 만들면 바로 가이딩 멈춰 줄게요. 오늘은 더 안 할게요. 그거면 될까요?”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권재진은 황당했고, 어처구니없었으며, 서의우의 심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봐요, 나 지금 엄청 흥분했어요. 조금만 빨아 줘도 금방 쌀 거예요. 자지 선 거 보이죠? 그쵸……?”
권재진의 기억을 읽었다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여전히 가이딩이 우선인 것 같고…… 권재진은 뒷전이고.
하아…….
재진이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이렇게 된 이상 서의우는 제 뜻대로 할 게 뻔하다. 어차피 당할 거라면 빨리 끝내 버리는 게 나을 터다.
“이 개새끼…….”
권재진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서의우의 바지춤에 손을 올렸다. 짜증스레 벨트를 풀기 시작하자 서의우가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서의우는 권재진이 그에게 순응해 주는 순간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워 보였다. 들뜬 기색을 숨기지도 않고 뺨을 붉힌다. 미소 띤 낯짝이 발그레해지니 생김새만큼은 귀여웠다.
“재진 씨, 아…… 재진 씨 정말 좋아요.”
신이 난 서의우가 재진의 것을 손에 가볍게 쥐고 끄트머리를 다시 핥았다. 그 좁은 곳, 핥아 봤자 뭘 후벼 넣지도 못하는데, 요도 구멍 따위에 왜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빨개져서? 통통하게 부어 있어서? 아니, 그냥 권재진이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게 좋은 걸지도. 정말 개새끼 같군 싶다.
“재진 씨, 내가요. 미래에서요……. 이런 구멍도 핥고 막 그랬나요?”
서의우가 자지 끝에 쪽, 키스하며 넌지시 질문했다. 반응하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 빨리다 보니 아랫배 안쪽이 슬금슬금 근질거렸다.
재진이 지퍼를 내리고 서의우의 좆을 끄집어내며 허탈하게 답해 줬다. 그의 말마따나 잔뜩 흥분한 상태로 보였다. 두툼하고 굵고, 손대기 전부터 이미 기둥 전체가 빳빳했다.
“기억 읽었는데 모릅니까?”
“응, 나 그렇게 세세한 것까진 못 읽었어요. 표층만 훑었다니까요.”
“서의우 씨. 기억 표층이 뭘 뜻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전.”
“최근 기억이요. 그중에서도 강렬한 것만 떠올라 보여요.”
“가장 강렬한 거라면…….”
무슨 기억을 본 거지?
“재진 씨가 게이트에 휩쓸리던 순간.”
아.
그래…….
그건 확실히 강렬하지…….
그런 흉측한 기억이 떡하니 튀어나와 있으면 나머지는 안 보이긴 하겠다.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겠구나.
“배경이 이 집 마당이던데. 여기에 게이트가 나타났나요? 그래서 이사 가고 싶다고 졸랐던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역시 그렇구나. 우리 얼른 떠나요. 새집 가서 살아요.”
서의우가 할짝대던 혀를 입 안으로 밀어 넣고 이번에는 손을 썼다. 촉촉해진 기둥을 네 손가락으로 잡고 훑었다. 엄지로는 유독 집요하게 적셔서 반들거리는 선단부를 둥글게 매만졌다.
파르르, 재진의 아랫배가 떨렸다.
반응해 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뿌리 쪽부터 힘이 들어가서 완전히 발기했다. 나중에는 서의우가 손을 떼었는데도 기둥이 바르게 서 있었다. 그것을 서의우가 아이스크림 빨아 먹듯 샥샥 핥아 댔다.
“으, 흣.”
마음이 급해졌다. 정신 팔지 말고 어서 뭐라도 해야겠다.
재진이 인상을 쓰고 서의우의 것을 내려다보았다. 몇 번을 생각해도 차마 제 입에 넣을 엄두가 안 나는 크기다. 일단은 혀를 빼내 서의우가 했던 것처럼 끝부분만 조금 핥아 봤다. 살짝 짠맛이 느껴졌다.
얼마간 그렇게 볼록한 좆머리 둘레를 둥글게 할짝대다가 천천히 심호흡한 뒤 입술로 머금었다. 이를 세우지 않게 유의하며 살살 빨아 주었더니, 서의우의 것이 입 안에서 꺼떡꺼떡 움직여 앞니를 때렸다.
“우으, 읍.”
서의우는 조금씩 숨이 거칠어지는 재진을 눈여겨보며 슬그머니 눈웃음쳤다. 입으론 계속 재진의 아랫도리를 물고 빨고 하면서 손으론 종아리부터 무릎, 허벅지, 엉덩이까지 느른하게 쓸어 만졌다. 권재진의 온몸이 좋고, 어디든 접촉하고 싶어 안달 내는 게 드러나 보이는 행동이었다.
재진은 그의 손이 닿은 곳마다 불이 번지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덥고, 춥고, 어지러운 게 된통 몸살에 걸릴 징조인지 쾌감 탓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