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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 길들이기 (19)화 (19/154)

#19

왜인지 명치 쪽이 무겁고 불편했다.

속에 들어찬 것을 긁어 파내고 싶었다. 가슴에 손을 비집어 넣을 수 있으면 손 갈퀴로 긁어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

“저런. 아쉽네요.”

덜덜대던 그릇들이 차곡차곡 쌓여 주방을 향해 일제히 날아갔다. 곧이어 졸졸대는 물소리와 뽀득거리는 스펀지 소리가 났다. 슬며시 벌어진 재진의 아랫입술을 서의우가 칫솔 머리로 꾹 눌렀다.

“자, 아 해요.”

“……아.”

“재진 씨 이 하나도 썩지 않게끔 꼼꼼히 양치해 줄 거니까 믿고 맡겨요.”

서의우가 재진의 턱을 잡고 입을 벌리게 했다. 입 속의 붉은 점막을 빤히 살펴보다가 칫솔을 넣어 칫솔질을 시작했다.

하얀 치아에 칫솔모가 비벼지며 하얀 거품이 일었다.

서의우는 무척 섬세하게 재진의 치아를 닦았다.

앞니에서부터 어금니까지 이를 하나하나 건드리며 안쪽으로 깊게 기어들어 가서는 반듯하게 자리 잡고 난 사랑니를 칫솔 끝으로 꾹 눌렀다.

권재진의 치아 개수는 30개.

아래턱에만 사랑니가 2개 났고 위턱은 매끈했다.

양치질을 해 주겠다는 건 그냥 충동적으로 뱉은 소리였다만, 막상 고르게 난 재진의 하얀 치아들을 하나하나 칫솔로 문지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만족감이 피어올랐다.

아랫배가 당기고 뿌듯한 열기가 들어찰 정도다.

가이딩 행위도 아닌데 이런 격정이 치미는 것이 의아했다.

“……으.”

멍하니 입술을 벌려 주고 있던 권재진이 작게 소리 내며 두 눈을 내리감았다. 시야가 닫히고 캄캄한 어둠이 재진을 반겼다. 시원한 박하 향이 입 안 가득 들어찼다.

서의우는 열 오른 눈으로 권재진을 뜯어보며 더욱 느릿하게 손을 놀렸다.

자신의 손길을 받으며 얌전히 눈을 감고 있는 권재진이 마음에 들었고, 그의 무방비한 입에 거품 잔뜩 묻은 칫솔을 깊게 찔러 넣는 행위 자체도 마음에 들었다.

서의우는 이미 알고 있는 권재진의 치아 개수를 공연히 세 차례쯤 반복해서 세어 보며 꼼꼼히 쓸어 냈다. 하얀 이가 모두 반질반질해지자 만족하곤 이번에는 혀를 건드렸다. 세게 눌렀다간 지난번처럼 헛구역질할지 몰라서 살금살금 봐줘 가며 칫솔을 놀렸다.

혓바닥을 건드릴 때마다 권재진이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서의우는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그 모습을 뚫어지게 보았다.

서로의 호흡이 느려지고 시간이 멈춘 듯 붕 떴다.

어느 즈음, 꾸밈없이 들떠 보였던 서의우의 표정이 차츰 비틀리며 변했다.

그의 깊은 내면에 잘 갈무리되어 있던 막대한 무언가가 조금씩 뒤집히고 갈라지며 균열을 일으켰다.

오랜 세월 억눌러 왔던 시커먼 것이 움트며 고개를 쳐들었다. 뱀처럼 똬리를 튼 그것은 서의우와 함께 성장해 온 그의 이능이었다.

겉으로 넘쳐나는 부분 말고, 심연 안에 가라앉힌 괴물 같은 거대한 본연의 권능.

서의우가 잠시 손을 멈추고 나직한 숨을 내뱉었다.

뒤이어 양치질을 계속했지만, 무겁게 내리 앉은 주변 공기는 확연히 전과 달라져 있었다.

끈끈하고 축축하고 묵직했다.

은은하게 내리깔린 압박이 섬찟하게 피부를 찔러 온다.

“…….”

권재진의 이를 모두 닦아 줄 동안 서의우는 말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심지어 양치질이 끝난 직후에는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칫솔이 가루가 되어 부서지기까지 했다. 칫솔의 흔적조차 남지 않고 완전히 사라졌다.

“재진 씨.”

서의우가 마디 굵은 커다란 손바닥을 펼쳐 권재진의 입가에 내밀었다.

“뱉어요.”

권재진이 머금고 있는 양칫물을 모아 서의우의 손에 뱉어 냈다.

진득하게 거품 어린 하얀 것을 서의우가 주먹 쥐어 짓뭉갰다. 그가 도로 손을 펴자 거품이 형태 하나 남기지 않고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손을 씻은 것처럼 깨끗했다. 아니, 아예 손에 아무것도 묻지 않았던 것처럼 깔끔했다.

가루가 된 칫솔과 마찬가지로 양칫물도 그렇게 된 모양이다.

재진이 테이블 위 컵에 남은 물로 입을 마저 헹구었다. 말끔하게 닦인 입이 개운했고 박하 향도 시원했지만, 그런 건 하등 중요치 않았다.

불편한 긴장이 달갑지 않았다. 균형이 무너지고 변화가 찾아올 징조였다.

재진은 서의우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의 존재가 영혼을 짓밟듯 무겁게 엉겨 붙고 있었으므로.

***

“후으, 됐다. 가득 찼어요.”

“으, 큿, 으웃…….”

침대에 네발로 엎드린 재진이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자세는 싫다고 말했지만, 뒤를 핥기 가장 편하다는 이유로 바로 기각당했다. 서의우는 지난번처럼 재진의 하체를 한참 빨고 핥으며 충분히 적셔 주었다. 권재진의 좆을 만져 주면 정액을 싸 댄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것을 윤활제로 쓰면 적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기에 이번에는 자지를 만져 주는 손길도 거침없었다.

서의우가 풀어진 뒷구멍에 좆을 삽입했을 때, 권재진은 이미 두 번이나 사정하고 난 후였다.

가이딩은 이제 겨우 시작됐는데 재진은 벌써 탈진할 것만 같았다.

“저요……, 이렇게 가득 넣으면…… 재진 씨 배가 볼록해지는 게, 하아, 너무 좋아요.”

뒤에서 서의우가 한숨 섞인 탄성을 뱉었다. 결장 바로 앞까지 빠듯하게 처박힌 좆이 재진의 뱃가죽을 밀어 올리고 동그랗게 솟아 있었다.

잘 적셔서 흐무러진 내벽에 좆머리를 꾹꾹 치받을 때마다 서의우의 모양대로 부푼 아랫배가 봉긋하게 들썩거렸다. 흥분한 서의우가 엎드린 재진의 등을 마운팅하는 개처럼 덮쳐 누르고 체중을 실어 달라붙었다.

“재진 씨도 느껴지죠. 여기요. 배 들리는 거.”

“그윽, 그거, 누르는 거 그만…….”

벌벌대고 떨고 있는 재진의 아랫배를 서의우가 손바닥으로 짓누르며 문질렀다.

권재진의 뱃가죽을 사이에 두고서 서의우의 좆과 손바닥이 맞물리고 있었다. 그리 세게 후벼 대는 것도 아닌데 미칠 것 같았다. 숨이 콱 막혔다.

“나 진짜, 재진 씨 몸 좋아하나 봐요……. 사람 몸이 어떻게 이러지.”

아랫배를 반복해서 문질러 대던 서의우가 손을 위로 차근히 쓸어 올렸다. 갈라진 복근 틈을 훑으며 가슴께에 이르더니 도톰하게 부푼 밑 가슴 근육을 손바닥 가득 잡아 쥐었다.

“좋다는 게, 그러니까 무슨 뜻이냐면.”

서의우가 허리를 느긋하게 쳐올리며 재진의 가슴을 가볍게 지분댔다.

“탐나요.”

“흐으으, 윽…….”

“내가 갖고 싶어.”

재진이 고개를 이리저리 내저었다. 천천히 박히고 있는데도 죽을 맛이었다.

“시, 끄러워…… 그냥 조용히, 아무 말 하지 말고, 박기만 하십……. 아학!”

기다렸다는 듯 서의우가 내벽을 세게 때렸다. 흥분한 좆이 한 번에 배꼽에 닿을 만큼 가장 깊은 곳까지 처박혔다. 권재진의 몸뚱이가 잠깐 들썩거렸을 정도였다.

“박기만 해? 그래도 되나요? 지금 내가 박아 대면 재진 씨 곧 기절할 거 같은데.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서의우가 짐승처럼 마구잡이로 구멍에 좆을 쑤셔 댔다.

“아! 크윽! 아!”

“기절시키고 가이딩 하는 건 싫잖아요. 나는, 그래서 봐주려고 했던 건데…….”

눈앞에서 별이 튀기고 팔 힘이 쭉 빠졌다.

엎드린 자세를 유지할 수 없어진 재진이 고개를 앞으로 박고 무너져 내렸다. 서의우는 무너진 거리만큼 뒤쫓아 권재진을 깔아뭉개고 연신 거칠게 허리를 처박아 댔다. 벌겋게 풀어진 구멍에서 철퍽대고 젖은 소리가 났다.

“악! 학! 의우, 아, 알겠, 으흑! 천천히, 그, 아아……!”

“응? 뭐라고요?”

“끄으으…….”

“이대로 계속해도 재진 씨 괜찮겠어요?”

“너…… 윽, 또, 시러, 그거 하지 마십시오…….”

“그래요. 역시 봐주는 게 낫겠죠?”

“…….”

“한번, 재진 씨가, 말해 봐요. 재진 씨 목소리로요.”

“…….”

“나 듣고 싶어요. 응? 말해 보라니까…….”

“봐, 봐줘. 봐…… 씹! 봐 달라고.”

“하하, 네에.”

서의우가 세차게 들썩대던 하반신을 멈추고 한풀 숨을 돌렸다.

겨우 정신을 찾은 재진이 다시 팔을 짚고 네발로 서려 했다. 그러나 한번 무너진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엉덩이만 치든 채 침대에 얼굴을 처박고 있으려니 수치스럽다. 서의우는 그런 재진의 마음을 조금도 모르는지 땀에 젖은 뒤통수에 코를 묻고 권재진의 냄새나 맡았다. 태평하게 가슴을 조몰락대던 손도 여전했다.

“하아…… 기분 좋아…….”

서의우가 꿈결처럼 중얼대며 재진의 머리칼에 뺨을 비볐다. 땀이 묻어서 불쾌할 텐데 전혀 그런 기색 없어 보였다. 서의우는 그냥 모든 게 좋고 만족스러워 보였다. 권재진이란 인간의 살점, 피부, 내벽, 모든 것을 취하고 한껏 음미하려는 것 같았다.

가슴 위쪽으로 올라온 손이 재진의 겨드랑이를 살살 훑었다. 골짜기처럼 팬 곳을 엄지로 느른하게 짚더니만, 멈칫 움직임을 멈추었다.

권재진의 겨드랑이 안쪽, 쉽사리 드러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작고 까만 점이 콕 박혀 있었다.

“와.”

서의우가 가까이 고개를 대고 그 모양을 살폈다. 자세히 들여 보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점이 쬐끄맸다.

깨알보다 더 작고, 티끌 같았다.

서의우가 콕 박힌 점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추곤 손톱으로 톡 찍었다. 싱글대며 웃음기 묻은 목소리로 묻는다.

“저기, 재진 씨 겨드랑이에 자그만 점 있는 거…… 알고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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