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지난번에는 반절 정도 넣는 게 다였다지만 이번엔 뿌리 끝까지 죄다 속에 처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의우가 벌겋게 흥분한 눈을 치뜨고 재진의 엉덩이를 끌어 내렸다. 침대 시트가 주름지며 늘어진 몸이 아래로 쓸려 내려온다. 때맞춰 허리를 짓쳐 올리자 내벽 끝에 망치질하듯 큰 충격이 올라붙었다. 쾅쾅 연이어 쳐 대니 머리꼭지가 홱 돌았다.
“아학! 아! 아, 히익……!”
재진의 아랫배가 동그랗게 솟았다. 서의우가 좆을 처박을 때마다 좆대가리 모양대로 명치 아래쪽이 볼록하게 솟고 꺼졌다. 심장을 때리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배 속도 얼얼했다. 재진은 두어 번 파르륵거리다가 또 앞에서 정액을 싸 냈다. 아까보다 묽어진 액이 가슴팍을 난자하게 더럽혔다.
“아, 헉, 어떡하지, 흐, 나 너무 좋아요, 이거…… 전부 다 넣으면 더, 진짜 더 좋을 것 같은데. 왜 조금 모자라죠? 조금만, 진짜 조금만 더.”
“안 돼, 안, 서의, 우 나, 그, 방금 갔…… 갔습니다. 좀, 천천히…… 윽, 기다려, 제발!”
서의우는 말을 듣지 않았다.
처음 교미하는 발정기 짐승처럼 본능에 불타서 좆뿌리까지 다 쑤셔 넣고 싶어 안달 낼 따름이었다. 서의우가 연신 안쪽을 쳐 댔다. 그렇대도 결장 앞쪽 휘어진 벽에 막혀서 부딪치기만 했다.
그 와중에도 권재진은 서의우가 아직 결장을 비집고 넣는 방법을 깨닫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훗날 서의우가 그곳까지 비집어 넣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날이야말로 재진이 죽어나는 날일 거다.
“싫어요, 후으, 못 기다려요.”
서의우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상반신을 숙였다. 두꺼운 흉통이 막다른 벽처럼 재진을 덮쳐 눌렀다. 성난 몸과 달리 앳된 얼굴이 재진의 목덜미에 달라붙었다. 서의우가 입술을 벌리고 목선을 따라 핥으며 귓불까지 올라갔다. 말랑말랑한 귓불을 입에 넣고 송곳니로 자근자근 씹어 댄다.
“내가…… 나야말로 재진 씨에게 부탁할게요. 멈추라고 좀, 그 소리 좀 그만해요. 네? 제발.”
그대로 거친 소리를 뱉으니 귓구멍에 서의우의 목소리가 송곳처럼 내리꽂히는 것 같았다.
“아윽, 흐! 아아! 아……!”
“이제 아프지도 않잖아요, 그쵸? 좋아서 이러는 거잖아요.”
귓구멍에 혀를 후비며 서의우가 재진의 옆구리를 쓸어내렸다. 정신 나간 사람 같은 손짓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피부를 맞대고 닿지 못해 갈급해 보인다. 빗살처럼 늘어선 갈비뼈에 맞춰 손가락을 누르다가 더 아래로 내려가 사정을 마치고 꺼떡거리는 권재진의 좆을 콱 잡았다.
“이렇게 진탕 싸질러 놓고, 되게 좋아하면서…….”
“서, 서의, 으.”
뒤늦게 재진이 서의우의 팔을 잡아 눌렀다. 하지만 서의우는 이미 좆을 쥐고 마구잡이로 흔들며 손목을 뒤치고 있었다.
“왜 자꾸 그만하래. 왜. 그냥 나랑 같이 좋아하면 되잖아.”
“아아! 아!”
“그쵸? 좋아하라고요. 그럼 되잖아!”
엉망으로 만져 대는데도 재진의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다.
“설마, 싫어요? 아직도 싫어?”
“끄흐, 으, 끅…… 가, 갔, 아, 또…… 또 가아…….”
“더…… 더 핥아 줄 걸 그랬나, 응? 자지 빼고 다시 구멍 핥을까요? 그래 주길 원해요?”
“아냐, 아냐, 그만, 헉! 빼지 마!”
재진이 손톱을 세워 서의우의 팔을 긁어 내며 척추를 둥글게 말았다.
그러다 머리통을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내저었다.
“돼, 됐어. 안 아파, 이제 조, 좋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젖은 구멍에서 나는 철퍽거리는 소리가 너무 크고 요란했고, 서의우의 숨소리도 너무 가까이서 들렸다. 그래서 권재진은 이제 뭐가 어떻게 되든 아무래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해 버렸다. 어떻게든 붙잡으려 했던 이성의 끈을 툭 놔 버렸다.
“윽, 흐……! 그러게 씨……. 진작 이렇게 하면, 서로, 좋았잖습니까……. 왜, 괜히, 좋은 거 놔두고…… 이 개망나니 새끼가…….”
재진이 분을 담아 뇌까렸다.
“매번, 좆대로 굴지만 말고 말을 좀…… 들으란 말입니다. 서의우, 너 때문에 내가, 늘, 으큿, 맨날 나만……! 온갖……!”
휘젓듯 손을 뻗어 서의우의 하네스를 잡고 당겼다. H형태로 가슴을 가로지르는 가죽 하네스를 쥐고 서의우의 얼굴을 코앞까지 끌어와선 입술을 깨물었다.
만질만질한 아랫입술을 물고 씹고 있으면 서의우가 알아서 혀를 빼 내밀고 재진에게 키스해 왔다. 언제 눈물이 터졌는지 재진의 속눈썹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서의우, 서, 서의, 으, 흑! 의우야, 아! 아!”
그때부터는 대충 기억이 날아갈 때까지 해 댔다.
서로 몇 번을 쌌는지 모르겠다.
권재진은 엉엉 울면서 욕을 했고, 서의우도 두서없이 욕을 했다.
그러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떠 보니 깊은 새벽이었다.
***
새벽녘, 쏟아지는 물소리가 들렸다.
재진은 잠에 취해 혼곤한 정신으로 주변 기척을 느꼈다. 욕실에서 씻겨지는 모양이다. 눈을 떠 보려 했지만, 도저히 수마를 이겨 낼 수 없었다. 눈꺼풀이 천근처럼 무거웠다. 억지로 눈을 뜨더라도 금세 다시 잠들어 버릴 것 같았다.
‘그냥 모른 척 잘까…….’
어차피 서의우가 알아서 씻겨 놓을 텐데, 굳이 일어날 필요가 있나…….
‘아니지. 아직 안심할 시기는 아니다. 당근만 주면 망하는 걸 깨달았을 텐데, 또 안일하게 굴 뻔했군.’
권재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억지로 눈을 떴다.
센서 등이 전부 켜진 욕실이 환하다 못해 새하얬다. 마개 꽂힌 욕조에 뜨거운 물이 콸콸 받아지는 중이었고, 욕조 주변으로 수증기가 자욱했다.
재진은 욕조에 눕혀진 상태였고, 서의우는 그 앞에서 전투복을 탈의하고 있었다.
가슴을 가로지르는 가죽 하네스를 풀어내서 바닥에 던지고, 허벅다리에 두른 권총집을 빼내는 모습이 보인다.
팔을 엑스자로 교차하여 상의를 벗어 내자 널찍한 어깨와 두툼한 가슴 근육 아래로 군번줄 목걸이가 대롱대롱 그네를 탔다. 각성자의 신원과 소속을 증명하는 인식표였다.
뻐근한 목을 돌린 서의우가 다리를 한 짝씩 들어 앞섶을 풀어 헤친 하의도 말끔히 벗었다.
그의 신체는 마치 잘 커팅된 다이아몬드 같았다. 지방 없이 잘게 쪼개진 단단한 근육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앳된 얼굴만 보면 귀한 집에서 자란 도련님이나 귀공자 같은데 몸을 보면 의심할 여지 없는 맹수다.
“아…… 눈떴네요. 깨울까 했는데.”
나른하게 눈을 휘어 웃은 서의우가 재진이 있는 욕조로 들어왔다. 김이 나는 뜨거운 물이 사방으로 흘러넘쳤다. 당연하다시피 서의우의 팔이 다가왔고, 재진을 끌어다 품에 안았다.
갑자기 욕조에서 미끄러진 권재진이 놀라 팔다리에 힘을 주자, 서의우가 자세를 고쳐 더 세게 허리를 가둬 안고 어깨에 턱을 얹었다. 다리가 사이사이 얽혀 허벅지 안쪽까지 바짝 밀착했다. 숫제 짓누르는 수준이었다.
“윽.”
“피하지 말아요. 어차피 물속이잖아요.”
물속인 게 무슨 상관이지.
‘아. 가이딩 효율?’
물도 불순물이라 섞이면 효율이 처참하게 하락했었지, 참.
“그냥 이러고 있어요. 내가 씻겨 줄게요.”
서의우가 염동력으로 바디워시를 끌어왔다. 뚜껑을 열고 손안에 가득 짜내 조물조물 거품을 냈다. 권재진의 팔다리를 문질러 씻기면서 서의우는 이어지는 미약한 흥분에 얼굴을 붉혔다.
불순물이 섞인 상태라 가이딩은 거의 이뤄지지 않을 텐데도 왜인지 속이 들끓었다. 목이 타는 듯도 하고, 조금 초조하기도 했다.
격렬했던 가이딩의 잔상이 남아 있어 그런가 보다. 서의우는 대수롭지 않게 조그만 이변을 잊어 넘겼다. 사소한 일에 신경 쓰기엔 지금 기분이 꽤 들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진 씨, 어쩌죠? 나…… 행복한 거 같아요.”
“……갑자기 말입니까. 설명 좀 하세요.”
“나 아까요. 오늘이 영원히 안 끝났으면 했어요.”
“…….”
“이날을 위해 내가 태어난 건가…… 그런 생각도 조금, 해 버렸고. 재진 씨는 모르겠죠? 이건 에스퍼들만 아는 거니까…….”
“예, 저는 그런 기분 모르겠네요. 그래도 뭐…… 아까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도 좋았습니다.”
“네, 좋았죠. 그렇죠? 하하.”
서의우가 밝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하얀 얼굴이 발갰고, 회색 눈동자는 따스했다.
대형견을 닮은 어리고 앳된 청순한 얼굴이 그 나이 또래처럼 웃고 있으니 자연히 시선이 가서 박혔다.
그는 마치 잘 익어서 푹 무른 복숭아처럼 보였다. 아주 뽀얗고, 그런 동시에 분홍빛이고, 그리고 달콤한 향기가 날 것 같았다. 괜스레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비밀 하나 알려 줄까요? 재진 씨를 만나기 전까지 난 에스퍼가 싫었어요. 에스퍼들은 하나같이 가이딩에 눈이 벌게 추잡하다고 생각했거든요.”
“…….”
“막상 나도 그 난잡한 새끼 중 하나일 뿐이었다니. 우습네요.”
기분이 좋아진 서의우가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얼핏 들리는 가사가 심각하게 생뚱맞았다.
아기 재진이 아기 몸. 말랑말랑 귀여운 몸. 뭐 그딴 식이었다. 권재진이 기가 차서 서의우에게 확 물을 끼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