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점점 요령이 생기는지 서의우의 혓바닥 놀림이 그새 능란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구멍만 할짝거리는 게 전부였다지만, 지금은 허벅다리 안쪽부터 시작해서 살짝 깨물기도 하고 입술을 부리처럼 모아 살갗을 쪽쪽 거리기도 하는 둥 아주 제멋대로 신나 보였다.
삽입하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접촉할 때마다 가이딩이 이뤄지고 있으니 그야 들뜰 수밖에 없을 터다.
서의우가 위로 들린 재진의 다리를 자신의 양어깨에 걸치고 편안하게 자세를 잡았다. 도톰한 엉덩이 살을 손에 가득 쥐어 옆으로 당겨 구멍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하고는 뾰족하게 세운 혀를 점막 안쪽으로 깊숙이 파묻었다. 한 번 할짝거릴 때마다 투명한 타액이 속살을 적셨고, 바깥까지 새어 나와 주변이 번들거렸다.
“……아!”
재진이 흠칫 튀어 올랐다.
서의우가 구멍에 입술을 깊숙이 파묻을 때마다 그의 간지러운 머리카락이 회음에 스쳤다. 게다가 서의우는 빨고 핥다가 불규칙한 호흡으로 숨을 내뱉곤 했다. 더운 입김이 젖은 피부를 쓸어 낼 때마다 권재진은 얼굴을 가린 손바닥에 힘을 주며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일이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진이 손가락 틈새로 눈동자를 굴려 보니 반쯤 서 있는 살기둥이 보였다. 권재진의 것이 조금씩 발기하고 있었다. 서의우에게 뒤를 핥아져서 앞을 세우고 만 것이다.
“안 아픕니다. 이대로 해도 안 아프, 아프지 않겠습니다. 그거, 다 풀렸어요.”
그래, 이만하면 됐겠지. 재진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서의우를 밀쳤다. 발꿈치로 그의 어깨를 밀어내어 억지로 몸에서 떨어트려 놨다. 흠뻑 젖은 뒷구멍에서 서의우의 부드러운 혓바닥이 아쉽게 떨어졌다.
“또 뭐예요…….”
서의우가 숨을 몰아쉬며 몽롱한 눈으로 재진의 아랫도리를 살폈다. 그의 시선이 닿자 멋대로 구멍이 빠끔거렸다. 새삼스럽게도 수치스럽다.
“다 풀렸다고……? 정말로……?”
타액으로 젖은 아랫입술을 핥으며 서의우가 의뭉스레 속삭였다. 재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멋대로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 있는데 서의우가 갸우뚱하며 손가락으로 구멍을 잡아 벌렸다.
“저기, 왜 거짓말해요?”
“아! 잠깐, 하지 마!”
재진이 반사적으로 허리를 뒤로 뺐다. 서의우는 그런 재진을 알 수 없다는 듯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안쪽에 또 굵은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아까는 두 개였고 이번엔 세 개다. 빠듯하게 파묻히는 촉감에 서의우가 뚜렷하게 인상을 썼다.
“재진 씨야말로 도망가지 마요. 제가 괴롭히는 것 같잖아요.”
손가락 세 개가 한꺼번에 왈칵 들이박혀 깊은 곳을 두드렸다. 아찔했다. 재진은 입술을 짓씹고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난 재진 씨가 내건 조건 때문에 일부러 시간 내서 이러고 있는 건데.”
끙끙거리는 그를 봐주지도 않고 서의우가 몰아세웠다. 다 풀어졌다기엔 아직도 좁은 내벽을 비집어 가며 손목을 빠르게 흔들었다.
“으끅, 윽!”
“아파요? 이건 안 아프죠?”
“아니, 그만, 그…… 아흑! 씨, 아아……!”
차츰 눈앞이 흐려져 갔다. 아까까지만 해도 반쯤 서 있던 중심이 이젠 완전히 발기해서 빳빳하게 휘어져 있었다. 심지어는 요도 구멍에서 점액까지 뚝뚝 흐른다.
말간 선액이 다리가 들려 접힌 아랫배에 방울져 떨어졌다. 배꼽에 고이고 넘쳐서 갈라진 복근을 따라 가슴까지 흘러내렸다. 이런데도 계속해서 안쪽이 빠르게 들쑤셔지니까 진짜 큰일 났다 싶었다.
“하아, 아으…… 윽!”
재진이 하얗게 질렸다.
말초 신경에서부터 쾌감이 찌르르 치고 올라왔다. 손끝, 발끝, 머리끝까지 온통 저릿저릿했다. 뇌에 벼락이 치는 것 같았다. 눈앞이 깜빡거리며 점멸했고, 동시에 아래서 물이 팍하고 튀었다. 권재진이 싸지른 정액이 밑 가슴까지 튀어 질질 흘러내렸다.
그 꼴을 보고 서의우가 피식 웃었다.
사정 직후 경련하는 몸뚱이를 내려다보며 오므라든 뒷구멍에서 손가락을 주르륵 끄집어냈다. 흠뻑 젖어 쪼글쪼글 무른 손가락이 나왔다.
“진짜 뭐예요. 애써 풀어 주고 있는데 왜 자꾸 조여요. 이래선 처음으로 되돌아온 것 같잖아.”
“너, 이 새…… 익, 일부러 이러는 거지?”
“틀렸어요. 나 되게 잘 아는 것처럼 굴더니, 이번엔 못 맞혔네요.”
서의우가 질척하게 흐르는 정액으로 손을 뻗었다. 재진의 몸에서 나온 액체니 불순물 없이 적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난 지금 노력하는 거예요. 일부러가 아니라.”
서의우는 재진의 가슴살을 쓸어내리며 백탁액을 손바닥에 모으곤 뒤로 가져와 구멍에 대고 흘렸다. 그러곤 손가락을 깊게 밀어 넣어 깊은 안쪽 내벽까지 잘 스며들게 했다. 이제 권재진은 완전히 젖어서 미끌미끌했다. 서의우가 손가락으로 다소 무리하게 쑤셔도 빠끔대는 구멍이 잘 집어삼킨다.
“재진 씨가 날 좋아하게 되도록, 노력하는 거라고요.”
“흐으으, 아, 으! 윽!”
재진이 허리를 뒤틀며 신음했다. 아무리 입술을 짓씹어도 새어 나오는 소리를 참을 수 없었다. 재진은 짐승 울음을 닮은 소리를 내며 달라붙는 서의우를 발로 밀어 냈다. 그런들 사정 직후 탈력에 지쳐 늘어진 다리엔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도 않은 채였다.
어깨를 짚고 미끄러진 다리를 서의우가 한쪽으로 넘겨 모았다. 버둥거리는 게 성가시다는 듯 무릎을 꼬게 하고는 왼팔로 단단히 붙들어 안았다. 재진이 구속을 풀어내려 엉덩이를 들썩였지만, 그럴수록 뒤에 박힌 손가락이 더 깊게 들이박히는 꼴이었다.
좀 전의 쾌감이 다시 뇌를 두드렸고, 이번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사고가 완전히 멈췄다. 벌어진 입술에서 침이 흐르고 목울대가 연신 깔딱였다.
“으흑! 힉!”
이번엔 아까보다 빨랐다.
점차 요령이 생긴 서의우는 어딜 어떻게 건드리면 재진이 헐떡이는지 본능적으로 깨우치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안쪽 어느 지점을 들쑤시면 권재진이 맥을 못 추는지 짧은 경험으로도 확실히 터득했다.
“좋아요?”
서의우가 끌어안은 재진의 종아리에 이마를 비비며 물었다. 그의 움푹한 뺨을 타고 땀방울이 툭 떨어졌다. 아득한 회색 눈동자가 늪에 빠진 사람을 보듯 재진을 바라보았다.
“기분 좋죠? 속까지 다 적셨는데. 그러게, 좋은 거라니까. 가이딩.”
재진은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쾌감이 뇌 속을 진탕 쳐 놔서 눈꺼풀이 부들부들 떨리고 유두가 뾰족하게 섰다. 목구멍에서 힉힉대는 소리가 나왔다.
“이제 딴소리하기 없기예요.”
바르작대는 재진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본 서의우가 담백하게 웃었다. 내내 입과 손을 쓰느라 지쳤을 텐데도 더없이 즐거워 보였다.
“재진 씨 내 가이드 하는 거예요. 어디 가지 말고 여기 숨어서 죽을 때까지 나랑 붙어사는 거예요.”
종아리에 이어 발목에 입 맞춘 그가 애교스럽게 졸랐다.
“알겠죠? 응?”
발등에도 입술을 찍어 쪽 소리를 내 놓고는 한쪽으로 모아 붙여 놨던 재진의 다리를 떼어 느릿하게 벌렸다. 질퍽하게 젖은 허벅다리 사이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위로 솟아서 까딱이고 있는 권재진의 성기도 낯뜨겁게 드러났다. 서의우가 눈웃음치며 짧게 ‘와’ 하고 감탄사를 뱉었다.
“대답이 없어도 답을 알겠네.”
이제야 서의우가 재진에게서 손을 떼었다. 대신 자신의 바지춤을 풀었다. 단단하게 매 둔 벨트를 빼내고 검은 옷 앞섶을 헤치자 안쪽에서 시뻘건 성기가 엿보였다. 본래 색깔이 아니었다. 너무 오래 참아서 벌겋게 피가 몰렸고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하도 크고 끈적해서 달라붙은 옷과 브리프에서 끄집어내기도 쉽지 않았다.
흉기처럼 부푼 좆을 쥐고 서의우는 잠시 숨을 골랐다. 앳된 얼굴만 봐서는 그렇게 흥분한 상태인지 몰랐는데, 아랫도리 상황을 보니 적당히 긴장해서 될 수준이 아니었다. 서의우가 달뜬 눈을 하고는 벌어진 재진의 다리를 자기 허리에 감게 했다. 좆 끄트머리가 말캉하게 부푼 주름에 살짝 닿자 그가 턱을 조금 부르르 떨었다.
“하아, 아…… 이게, 뭐…….”
완전히 젖은 채로 삽입하는 가이딩은 서의우도 처음이었다. 빡빡하게 살이 마찰해 뜯기는 고통도 없고 너무 세게 조여 성기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도 없다. 서의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재진의 골반을 붙잡아 당겼다. 억센 손아귀 힘 때문에 멍이 들 것 같았다. 난폭하게 안으로 쑤셔 박힌 좆이 뱃골을 세게 때렸다. 그런데도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불처럼 쾌감이 번진다.
재진이 급히 숨을 들이켰다.
“헉! 으큿……!”
반쯤 넋이 나가 있던 정신이 돌아왔다. 어깨가 파뜩 긴장하며 오그라들었고, 눅진하게 풀려 있던 뒷 주름도 간헐적으로 빠끔댔다. 살덩이에 달라붙으며 조여 물었다 뱉었다 하니 미칠 것 같았다.
“이거, 씨, 이거 뭐예요?”
서의우가 인상을 쓰며 허리를 짓쳐 올렸다.
“여기 안에 왜 이래요?”
“허윽! 아, 가, 갈 것 같아. 자, 깜, 하지 마……!”
“나, 나 이러면…… 다, 집어넣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