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착광공 길들이기 (8)화 (8/154)

#8

“각성자들은 국가에서 수십억대 연봉 받는데 나도 그거 받아야겠습니다. 서의우 씨가 제게 지불하십시오.”

“아, 그런 거면 뭐. 얼마든지요. 줄게요, 돈. 하지만 어떻게 쓰려고요? 밖에 나갈 생각인 건 아니죠? 그랬다간 진짜 죽어요. 여기 특수 거주지구라고요.”

“나갈 생각 없습니다. 세상엔 인터넷 쇼핑이라는 훌륭한 게 있어서. 뭘 사든 배달되지 않습니까.”

“재진 씨가 나가지만 않는다면 좋아요, 원하는 만큼 줄게요. 한도 없는 카드 줄 테니 맘껏 쓰세요. 두 번째 조건은요?”

서의우는 기뻐 보였다. 권재진이 그에게 접촉할 때마다 반질반질한 회색 눈동자에 격정이 몰아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인다.

“둘째로 안전. ……가이드가 되겠다고 하긴 했지만 역시 몸 아픈 건 싫습니다. 힐링 팩터 쓰는 느낌도 불쾌하고 뻐근하고. 앞으론 제가 다치지 않게 조심히 가이딩 하십시오.”

그 말에 서의우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콧등을 또 살짝 찡그렸다. 이번에는 재진이 눌러 펴 주지 않았다.

“그건 안 돼요.”

“왜 안 됩니까. 적셔서 풀면 된다고 했잖습니까.”

혹시 몰라 아까 목욕 마치고 챙겨 둔 게 있다.

재진이 바지 주머니를 뒤적여 튜브형 로션을 꺼냈다. 서의우에게 내밀며 아래쪽으로 눈짓했다.

“그걸 써서 풀면 됩니다. 제 쪽이 완전히 풀어질 때까지 충분히 적셔서요.”

내민 로션을 보고서 서의우가 보란 듯이 짙고 굵은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투명한 눈망울로 멀뚱히 재진을 내려다보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로션을 빼앗아 등 뒤로 홱 내던졌다.

“나랑 장난해요? 두 번째 조건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요. 가이딩에 이런 불순물이 들어가면 효율이 현저히 낮아지는데. 모르나요?”

“당분간만 그런 거고, 익숙해지면 로션 없이…….”

“성가셔. 쓸데없는 시간 낭비 같아요.”

“하.”

재진이 멋대로 날뛰는 서의우를 심란하게 올려다보며 지친 숨을 내뱉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하여튼, 이 새끼는 진짜……. 아니, 아니지. 그래. 우리 애가 참 효율적이로구나.’

어쩔 수 없으니 직접 풀어야겠다. 뒷구멍에 스스로 손가락 집어넣긴 정말 싫지만…… 그래도 아파 죽는 것보다야 낫겠지…….

권재진이 체념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미리 가이딩 할 시간을 정해 둡시다. 그 전에 제가 혼자 욕실에서 안쪽 풀어 둘 테니까.”

“욕실? 안 된다니까요. 불순물 들어가면 안 돼. 물도 당연히 안 되고. 아…… 그러지 말고 그냥, 저번처럼 기절시키고 가이딩 하면 되지 않을까요? 기절하면 아픔 자체를 못 느끼잖아요. 그쵸?”

재진의 복잡한 심경을 알기는 하는 걸까. 서의우가 대수롭잖게 중얼거렸다. 울컥한 재진이 참다못해 성질을 냈다.

“이씹, 그게 되겠냐.”

“네?”

“아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건 하나 더 추가하겠습니다. 기절시키는 거 이제 하지 마십시오. 당하는 쪽은 도구처럼 쓰이는 기분이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와인을 더 마셔 둘 걸 그랬다. 찾아보면 독한 위스키도 있을 텐데 그것도 다 뜯어 마실 걸 그랬다.

서의우가 부루퉁하게 뺨을 부풀리며 권재진의 배꼽에 코를 파묻었다.

“재진 씨 왜 이렇게 까탈스러워요.”

얼굴을 비비적대다가 혀로 배꼽을 슥샥대고 핥는다.

“가만히 있는 것 하나도 못 하면서, 아픈 것도 싫대고 기절하는 것도 싫대고. 자꾸 칭얼대는 게 무슨 아기 같네…….”

“그러는 서의우 씨는 정말 개새끼 같군요. 말 안 통하는 게 타고난 짐승 새끼 같습니다.”

“그럴 리가요. 제가 얼마나 협조적인데요. 지금도 당장 가이딩 하고 싶어 죽겠는데도 꾹 참고 재진 씨 말 꼬박꼬박 들어 주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우선 가이딩부터 하면 안 될까요? 저 슬슬 참기 힘든데…….”

서의우가 재진의 손을 붙잡고 슥 끌어다 자신의 아랫도리를 짚게 했다.

언제 발기했는지 미친놈의 말좆이 빳빳하게 부풀어 있었다. 심지어 뜨거웠다.

옷 위로 닿는 것으론 만족하지 못하기에, 서의우는 재진의 손이 맨자지에 닿도록 전투복 앞섶을 거칠게 풀어 헤쳤다. 열린 지퍼 틈으로 재진의 손을 강제로 집어넣고 흉흉하게 달아오른 살 기둥을 바짝 밀착했다.

“윽, 씨…….”

“아아…… 잠시만요, 나 좋은 방법 떠올랐다.”

재진의 손바닥에 짐승처럼 허리를 들썩이며 험핑하던 서의우가 숨을 헐떡이며 뇌까렸다. 한순간에 눈빛이 바뀌어 형형한 안광을 뿜어냈다.

“입이요. 그냥 재진 씨 입에다 박아 볼까요? 거긴 이미 침으로 젖어 있으니까 굳이 적실 필요 없죠? 항문에 삽입하는 것보단 가이딩 효율이 별로라 아쉽지만…… 재진 씨는 아기니까 제가 이번만 특별히 봐 드릴게요.”

질색한 권재진이 마른 눈꺼풀을 부르르 떨었다.

아기는 누가 아긴데. 이렇게 큰 아기 봤나? 사타구니 털도 시커멓다. 하물며 권재진은 서의우보다 연상이었다. 꼴랑 스무 살짜리인 서의우에게 아기 소리를 또 들으니 거부감에 치가 떨렸다.

‘저거 확 물어뜯어 버릴까…….’

순간 극단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권재진은 애써 입술을 꾹 다물고 참아 냈다. 지금 여기서 일을 그르쳤다가는 또 3년간 전쟁처럼 싸우기만 하며 시간 낭비할 터이니.

게다가 어차피 각성자는 힐링 팩터를 쓴다.

전투 중에 팔뚝이 날아가도 힐링 팩터만 혈관에 처박으면 원상태로 재생되는 마당에, 저 새끼 좆을 뿌리째 깨물어 뜯어낸다 해도 금세 아무렇지도 않게 회복돼 버리고 말 것이다.

이 사실을 권재진이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면?

그러니까 글쎄,

해 본 적 있다니까…….

“서의우 씨.”

재진이 속으로 깊이 탄식하며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다스렸다. 참고 참다가 이를 꽉 깨물고 짓씹듯이 으르렁대며 말했다.

“기껏 요리해서 차린 밥 먹는 도중에, 입에 좆 박겠다는 소리를 듣는 게, 몹시, 정신 나간 상황이란 건…… 알고 있으십니까?”

“아니요? 전시 상황에 가이딩이 최우선이죠. 나는 정말 많이 양보한 건데……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면 이젠 몰라요. 그냥 항문에 할게요, 재진 씨는 밥 먹어요.”

뭐, 좆 박히는 동안 밥을 먹으라고?

서의우 니 새끼가 무슨 한석봉 어머니냐? 나는 떡을 칠 테니 너는 밥을 먹어라?

“하아…… 아닙니다. 됐습니다. 합시다, 입에 해요. 입에…….”

권재진은 진지하게 후회했다.

위스키를 마셔 둘 걸 그랬다고.

***

“그, 일단 확인해 두겠는데, 사람 입이 아무리 타액으로 젖어 있더라도 막무가내로 난폭하게 처박으면 당연히 입술 찢어지고 피가 납니다. 목구멍 안은 살점이 여려요. 살살 하십시오. 제발 좀.”

“응, 응, 그래요.”

“그쪽이 험악하게 쑤셔 대면 전 구역질할 겁니다. 그리고 제가 토하면 서의우 씨가 질색하는 불순물 섞이는 거예요. 저 방금 고기에 버섯 볶은 거 먹었습니다. 그전에 와인도 마셨고. 진짜, 진심으로 역류하는 꼴 보기 싫습니다, 예?”

“알았대도요. 정말 찡얼찡얼, 아기라니까……. 귀여워…….”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은 재진이 눈을 치들어 서의우를 쏘아보았다. 서의우는 앞섶을 풀어 헤치고 붉어진 좆을 끄집어낸 난잡한 모습으로 재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식탁에 눕힌 채 그대로 올라타서 입에 처박으려는 걸 겨우 뜯어말리고 침실로 장소를 옮겼다. 이미 권재진은 진이 다 빠져 버린 상태였다.

서의우가 재진의 얼굴에 하체를 바짝 가져다 댔다. 재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물러 피하려다가 억지로 멈춰 기다렸다.

권재진의 하얀 얼굴에 서의우의 좆기둥이 얹혀 비벼졌다. 벌겋게 부풀고 핏대 솟은 기둥이 재진의 콧날을 툭 치고 좆 끄트머리가 눈두덩이에 얹혔다. 재진이 기겁하며 인상을 쓰자, 서의우가 머리를 뒤로 빼지 못하도록 양손으로 권재진의 뒤통수를 그러쥐었다.

머리카락 틈새에 손가락을 박아 넣고 작은 머리통을 움켜쥐어 앞쪽으로 끌어당겼다. 재진의 얼굴 전체에 서의우의 것이 짓눌렸다. 권재진의 얼굴보다 서의우의 좆이 더 큰 것 같았다.

“으욱, 윽…….”

“재진 씨 입을 벌려야죠. 눈도 떠 주면 좋겠는데…….”

눈을 뜨면 눈구멍에 박힐 것 같아 두렵다.

권재진은 눈은 꾹 닫은 채 턱만 부들부들 떨며 조금씩 입을 열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에서 눈에 띄게 붉은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고 가지런한 치열과 말랑말랑한 혓바닥이 고스란히 내비쳤다. 서의우는 재진의 입이 무척 좋다는 듯 작게 감탄을 흘렸다.

“으으, 나 있잖아요. 지금 갈비뼈 사이로 심장 튀어나올 것 같아요.”

“저는, 저는 이빨 사이로 욕이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거…… 살살 하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 그냥 좀 토할 것 같더라도 재진 씨가 힘내서 꾹 참아 보면 안 되나요?”

“그런 건 못 참습니다. 힘도 안 납니다.”

서의우가 재진의 움푹한 양쪽 눈두덩이에 번갈아 좆 끝을 눌러 댔다. 압력을 가하며 눈꺼풀을 파고들려는 듯 무리하게 비비적대다가 아쉬운 한숨을 내뱉으며 좆기둥을 잡고 입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럼 이제 넣을게요. 아…… 미쳤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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