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연 Bug Report. 2
팔당댐 부근으로 드라이브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강 주변으로 큰 규모의 카페들이 많아, 데이트를 즐기러 오는 커플이나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았다. 한낮에 가면 인파가 몰릴 것이므로, 낮에는 서울에 있다가 해가 질 무렵에 넘어가기로 했다.
“팔당까지는 처음 나가 보는 것 같아요.”
그를 향해 눈매를 휘어 웃은 내가 팔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그와 깍지 낀 손을 내 허벅지 위에 올렸다. 세상이 온통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별처럼 수놓아진 가로등 불빛과 자연광이 협주라도 하는 듯 찬란히 빛났다.
학생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차가 없으니 대부분 기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수도권은 전철을 이용해 오가곤 했다. 7년의 시간 동안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외곽까지 나갈 일이 드물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나가는 게 점점 귀찮아지기도 했고. 이런 절경을 보는 것도 전부 이호연과 함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리라.
나는 이호연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펴서 내 손톱으로 누르기도 하고, 다시 접기도 하며 쭈물거렸다. 확실히 몸이 크니까 손도 크네. 그의 손을 다시 펴서 내 손과 겹쳐 보았다. 내 손가락 위로 그의 손가락 마디가 하나씩 더 보였다.
“거의 다 왔습니다.”
이호연이 슬쩍 손을 빼냈다. 운전하는 사람을 너무 괴롭혔나. 나는 바깥으로 다시 시선을 내던졌다. 차창을 내려 안으로 불어닥친 바람을 만끽했다. 시야를 교정하듯 깜박인다. 조각난 햇살이 번진 호박색 윤슬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밀려드는 물살을 따라 파편화된 빛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미세 먼지 하나 없는 맑고 깨끗한 날씨에 청명하고 쌉싸래한 바람이 부니 속이 뻥 뚫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점차 속력을 낮춘 이호연이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는 차에서 내리기 전, 내게 시선을 맞춰 왔다. 한참을 응시하던 그가 느닷없이 손을 뻗었다. 큰 손이 내 목덜미를 감싸며 와락 당겨졌다. 기울어진 몸이 휘청거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이호연의 옷자락을 꾹 움켜쥐었다.
“으응, 음.”
빈틈없이 맞닿은 입술 사이로 그의 축축하고 물컹한 혀가 파고들어 왔다. 혀뿌리를 집어삼킬 것처럼 강하게 빨아들이기도 하고, 혀끝을 세워 부드럽게 입천장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거친 호흡이 채 갈무리되지 못하고 그의 입 안으로 삼켜졌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내 입술을 탐하던 이호연이 마치 고장 난 사람처럼 멈칫, 뒤로 물러났다. 어둠이 내려앉은 차 내부에서 그의 눈동자가 유독 검게 빛나고 있었다. 반쯤 풀린 눈으로 그와 시선을 얽었다.
“…내립시다.”
낮은 목소리에서 탁한 쇳소리가 났다. 흥분을 억누른 그의 음성에 중심부가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그는 열이 오른 내 뺨을 두어 번 쓰다듬고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