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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4. 그날의 편지 (16/16)

외전 4. 그날의 편지

이서에게

안녕. 누구한테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게 정말 오랜만이라 어색하다. 매일 보는데 무슨 말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네가 보기에 부족해 보여도 봐줘.

벌써 3월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널 처음 봤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도 꽤 예전 일이 됐더라고. 가끔 널 몰랐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근데 아쉬워할 시간에 앞으로 우리가 같이할 미래를 채워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제 그런 생각은 안 하려고.

너는 요즘 어때? 나랑 만나는 게 즐거워? 난 즐거워. 즐겁다는 말로는 내가 느끼는 걸 다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너랑 만나고 나서 처음 겪는 게 참 많아.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이렇게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인 줄은 나도 몰랐었어. 너랑 만나면서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 그래서 너한테 고마워.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너도 알았으면 좋겠어.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내가 널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알지 않을까. 너는 예전에 나한테 이렇게 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했지만, 나한테 이만큼 가치 있는 일은 또 없을 것 같아.

아무튼... 나는 요즘 시간이 지난 뒤에 우리의 모습이 어떨지도 궁금해. 아저씨가 되고 할아버지가 돼도 그때만의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기대되더라. 그때까지 또 많은 일이 있겠지만 우리 무서워하지 말고 같이 가자.

화이트 데이 기념 편지인데 너무 진지해졌네. 이런 편지를 보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다음에는 너도 편지 써 줘. 네가 쓰는 편지도 어떨지 궁금해.

그럼 이만 줄일게.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

청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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