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화
이대로는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녀석의 것은 이상할 정도로 내가 느끼는 지점을 정확하게 자극했다. 지금 이렇게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 허리가 움찔 떨릴 정도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흐릿해진 눈을 비볐다. 자꾸 몽롱해지려는 정신을 다잡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노력은 민선우의 허릿짓 한 번에 너무도 손쉽게 무너졌다. 녀석의 것이 쑥 빠져나갔다가 또다시 내가 느끼는 지점을 정확하게 짓치고 들어왔다.
“학! 아, 움, 흐으, 움직이, 짓 마.”
눈앞이 하얘졌다. 커다란 쾌감을 못 이기고 무작정 내민 내 손이 다급하게 허공을 갈랐다. 녀석을 말리기 위해 뻗어진 손을 물끄러미 보던 민선우가 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 손을 맞잡더니 상체를 내 쪽으로 숙여왔다. 앞으로 쏠리는 무게중심으로 인해 녀석의 것이 더 깊게 들어오는 선득한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잠, 아흣.”
“진호야. 나 봐.”
눈을 떴더니 민선우의 얼굴이 제법 가까이에 있었다. 녀석은 나와 눈을 마주친 채 내 손등 위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이제부터 지켜야 하는 규칙을 말해줄게.”
“하아, 하, 네, 네?”
“하나, 거짓말하지 않는다.”
눈을 깜박였다. 규칙? 거짓말? 민선우가 왕자님 같은 얼굴로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손등 키스를 하면서 뜬금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그 간극이 너무 커서 그런지 머리가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그러나 녀석은 내가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둘, 사정하기 전에 허락부터 받는다.”
그러고 나서 내 손바닥에 입을 맞추더니, 태연한 얼굴로 입으나 마나 했던 잠옷 상의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얼떨떨한 상황에 멍하니 눈만 깜박이고 있던 몸이 흠칫 튀었다. 예민해진 몸은 옷자락이 스치는 것마저도 자극으로 받아들였다. 민선우도 설마 이렇게까지 민감해져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멈칫 잠시 손을 멈췄다.
제기랄. 규칙이고 뭐고 정도 이상으로 예민한 몸이 부끄러웠던 나는 아랫입술을 콱 깨물고 몸에 힘을 주었다. 녀석은 그런 나를 한번 힐긋 보고 목을 울리며 웃더니 마저 단추를 풀고 옷을 벗겼다. 그리고 완전히 벗겨진 옷을 저만치 던지면서 말했다.
“지키지 않으면 혼날 거야. 아프고, 무섭게.”
녀석의 얼굴은 아까 내 엉덩이를 때릴 때와 같이 무표정했다.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싫어. 내가 왜. 미처 다 이해하기도 전에 솟아오르는 반발심에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나의 반박은 무방비하게 노출된 유두를 집어 올리는 손길에 높은 신음으로 끝나버렸다.
“그, 그게 무스, 으읏! 흐, 으응.”
녀석은 내가 상체를 둥글게 말아 가슴을 뒤로 물리는 것을 보더니 서서히 손가락에서 힘을 뺐다. 그리고 다소 세게 집어 올려 꼿꼿해진 유두를 아주 살짝, 닿을 듯 말 듯 자극하기 시작했다. 젖꼭지 끝에서부터 시작된 간질거림이 온몸으로 퍼져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이 은근한 애무는 이상했다. 강렬하지 않은데, 사고를 마비시켰다. 방금까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이 애매하고 안타까운 자극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만 더.”
몸을 들썩이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왜인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녀석의 손이 뚝 멈췄다. 아, 안 돼. 나는 참지 못하고 내 손을 움직여 젖꼭지를 꽉 꼬집으려고 했다. 그럼 이 간지러움이 해소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민선우의 손에 잡혀버린 손은 가슴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다시 침대에 처박히고 말았다. 파리 쫓는 것보다 더 손쉽게 내 손을 물린 녀석은 피식 웃으며 원망스럽게 자신을 보는 내게 물었다.
“혼자 만지는 건 안 되지, 진호야.”
아. 미쳤, 미쳤어. 나 방금 민선우를 앞에 두고 젖꼭지 꼬집으려고 한 거야?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깨달음과 동시에 몰려오는 수치심 때문에 얼굴에 열이 몰렸다. 부끄러워 미칠 것 같았다. 도망가고 싶었다. 민선우는 그런 나를 보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귀엽네, 진호. 많이 감질났어? 더 세게 만져주길 원했던 거야?”
그러더니 내게 다시 손을 뻗었다.
“흐읏!”
“이렇게?”
내가 바랐던 대로 콱 꼬집듯이 쥐는 손길에 절로 허리가 튀었다. 녀석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상체를 구부리더니, 다른 한쪽을 입에 물어버렸다. 습한 숨결이 일순 유두를 덮었다. 축축한 혀와 단단한 이빨이 번갈아 자극하는 느낌에 안달 났던 간지러움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딱 거기까지만 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민선우는 곧이어 입을 떼고 내 골반을 틀어쥐었다.
“아, 아아!”
눈이 부릅떠지고 들릴 리 없는 퍽, 하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천천히 그러나 강하게 내벽을 때려대는 녀석의 선단에 눈앞이 번쩍였다.
“진호야, 눈 떠야지. 형 봐야지.”
“힛, 안, 으응, 흑, 하으!”
미칠 것 같았다. 감질나던 자극 뒤에 바로 덮쳐온 머리를 새하얗게 만들 정도의 쾌감이 이성을 앗아갔다. 내가 눈을 감은 것도 녀석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였다. 나는 눈을 뜨고 흐릿한 시야에 민선우를 담았다. 처음 보는 흐트러진 모습의 민선우가 혀로 입술을 쓸더니 물었다.
“진호야, 좋아?”
좋았다. 너무 좋아서 무서울 만큼 좋았다. 하지만 그대로 인정하기 싫었던 나는 당연히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는 답을 뱉었다.
“아, 하으, 아닛, 응, 안 좋아아악!”
짝!
그리고 그 답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이 번쩍일 정도의 고통이 덮쳐 왔다. 놀라서 아픈 곳을 향해 고개를 내리자 허벅지 안쪽이 붉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뭐야. 왜? 보고서도 이해가 가지 않아 멍하니 있는데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짓말하면 혼난다고 했어, 김진호.”
“아....”
민선우는 또 서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거짓말? 아, 그래. 거짓말을 하면 혼난다고, 아까.
“왜 쓸데없이 거짓말해서 혼나. 형 마음 아프게.”
잔뜩 걱정하는 어조와 달리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지만 지적할 수 없었다. 커다란 손이 자꾸 쓸어내리는 통에 쓰라린 허벅지 안쪽에 이상한 감각이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흐으, 읏.”
말도 안 돼. 이게 왜, 왜 기분 좋은 거야.
“내 나비, 아무래도 맞는 거 좋아하나 본데.”
이렇게 조이는 거 보면. 그렇게 말하며 민선우가 허리를 움직였다.
“히잇, 잠, 하으윽!”
극점을 자극당하자마자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던 생각들이 날아가 버렸다. 그 뒤로 민선우는 자세를 바꿔가며 피스톤질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정도 했으면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신경이 타들어 갈 정도로 강렬한 쾌감은 매 순간 나를 극한으로 밀어 넣었다.
그만, 그만. 몇 번을 애원해도 웃기만 할 뿐, 대꾸조차 하지 않던 민선우의 입이 열린 것은 결국 참지 못한 내가 사정을 한 순간이었다.
짝!
“하아악!”
“누가.”
짝!
“흐악!”
“마음대로.”
짝!
“흐으윽!”
“싸라 그랬어, 김진호.”
한쪽 다리를 녀석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자세 그대로 안쪽 허벅지를 연달아 세 대를 맞았다.
“아, 아프. 아파. 학, 하으.”
허벅지가 없어진 것 같은 얼얼한 고통에 나도 모르게 아프다는 말을 중얼거렸으나, 이내 퍼지는 저릿한 감각에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걸 눈치채기라도 한 듯 민선우가 타이밍 좋게 다시 안을 쿵쿵 쳐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삼키지 못한 타액이 입가로 흐르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히잇, 잘못, 힉, 했어요. 흐윽, 그만. 그마안!”
“또 멋대로 사정하면 열 대야, 나비야.”
다정하지만 용서 없는 속삭임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박아 대는 녀석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그렇게 녀석이 움직이는 대로 힘없이 흔들리며 잘못했다고, 그만해달라 애원하던 나는 곧이어 찾아온 사정감에 급하게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선, 흐잇, 선우, 형. 나, 나아!”
“응?”
부드럽게 되묻는 민선우를 올려다보며 울상을 지었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지만 맞는 건 너무 아프고, 아픈 뒤 찾아오는 쾌감은 당황스러웠으므로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싸, 흐윽, 싸고 싶, 어요.”
그러자 민선우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는 것 같더니, 곧이어 그의 모든 것을 욱여넣을 듯한 강한 힘으로 내부를 찍어 올렸다.
“흐으읏-!”
이미 한계였던 나는 그 몸짓 한 번에 사정을 해버렸다. 당연히 그걸로 지옥 같은 쾌감이 끝났다 생각하며 몸에 힘을 뺐다. 그러나 끔찍하게도 민선우에겐 내가 사정을 한 게 보이지 않았는지 녀석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속도를 높여서 전립선을 쾅쾅 때려 박았다. 나는 온몸의 신경이 타는 듯한 쾌감에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세차게 저어대며 소리 질렀다.
“히이잇, 긋, 그마앗, 그, 힉, 마안!”
“응, 진호야. 싸. 허락해줄 테니까 예쁘게 싸는 거야. 알았지?”
“쌌, 쌌어요, 제바학, 히익, 쌌으닛, 까앗-!”
아무리 울부짖어도 쾌감이 멈추지 않았다. 세차게 고개를 젓고 온 힘을 다해 침대 시트를 부여잡아도 약해지지 않는 자극은 사정을 넘어 요의를 불러왔다. 안 돼. 안 돼. 다시 그런 이상한 걸 쌀 수는 없어. 이를 악물고 견뎌봐도 한계는 금방 찾아왔다.
결국 본능에 빨간불이 켜지는 순간, 뭔가를 눈치챘는지 민선우가 씩 웃으며 그의 것을 완전히 뺐다가 강하게 박아넣었다.
“아, 아, 아….”
정도 이상의 쾌감에 고장 난 로봇 같은 소리를 내는 가슴 위로 쪼르르, 내 것에서 나온 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내부에 느껴지는 따뜻함.
후, 하는 긴 숨을 내쉰 민선우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아주 만족스럽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