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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 이야기 (158)화 (158/234)

158화

“흣, 으응, 응.”

태혁의 명령과도 같은 말에 바짝 긴장한 진호는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했던 만큼의 속도는 아니었지만, 제법 열심히 위아래, 또 앞뒤로 허리를 흔드는 진호를 감상하는 것은 즐거웠다. 태혁은 진호가 엉덩이를 내리는 타이밍에 맞춰 아주 약간씩 허리를 들어 올려주기만 하면서 진호의 재롱을 지켜보고 있었다.

“흐, 힘들, 흐아, 힘들어, 요.”

그러나 진호는 이미 체력이 소진할 대로 소진한 상태였다. 결국 그는 오래가지 않아 몸을 흐느적거리며 그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태혁의 손에 무게를 실어 왔다. 허벅지가 발발 떨리는 것을 봐선 또 드라이 오르가슴을 느낀 모양이었다. 마치 고장 난 것처럼 쿠퍼액마냥 정액을 흘려대던 진호의 페니스에선 이제 묽고 맑아서 도저히 정액이라고 부를 수 없는 액만 찔끔찔끔 흐를 뿐이었다.

태혁은 깍지 낀 손 위로 엎어진 진호를 보며 손을 내렸다. 손이 내려가는 만큼 무력하게 따라오던 상체가 드디어 태혁의 가슴에 맞닿았다. 태혁은 깍지를 푼 손으로 밭은 숨을 쉬느라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을 쓸어내렸다.

“잘했다, 내 강아지.”

노력한 데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고 속삭인 태혁은 그대로 잠시 기다려주었다가, 그대로 정신을 놓기 직전인 진호의 상체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흐릿해져 가던 진호의 동공이 수축하더니, 태혁의 얼굴을 확인하고 당황과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안, 안 돼. 아니히이잇-”

진호의 허리와 골반 그 사이를 잡은 태혁의 두 손이 진호의 몸을 아주 가볍게 들었다가 다시 주저앉혔다. 동시에 허리를 쳐올려 내장을 뚫어버릴 듯이 박아 넣은 성기가 진호의 전립선을 정확히 공략한 듯했다. 진호는 발작하듯 몸을 바르작대며 목을 뒤로 젖혔다.

그 격한 반응이 맘에 들었던 태혁은 혀로 입술을 쓸며 연속해서 그 지점을 향해 퍽퍽 귀두를 뭉갰다. 곧이어 진호의 전신이 뻣뻣하게 굳는가 싶더니, 성기에서 쪼르르 묽은 액체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컥, 잠, 흐힉, 모탯, 못, 긋 그마, 하아악!”

한계에 달한 절정감이 멈추지 않자 진호의 몸이 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심상치 않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성기에서 흐르는 액은 흔들리는 몸에 따라 사방팔방으로 튀었고, 젖혀진 고개는 돌아올 줄 몰랐으며, 이제 신음이라기보단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진호를 보면서 태혁은 더 빨리, 더 깊게 자신의 것을 박아 넣으며 으르렁거리듯 말을 뱉었다.

“후우- 정신 차려, 김진호. 놓으면 아주, 혼쭐을 내주마.”

“줏, 허억, 주거, 안, 히윽, 안댓.”

정신없는 와중에도 살벌하게 뇌까린 말을 들었는지 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몸을 짓쳐댔다. 그러다 사정감을 느낀 태혁이 속도를 서서히 줄이는 대신 배에 구멍이라도 낼 기세로 쾅쾅 박아대기 시작하자, 아까처럼 몸을 뻣뻣하게 굳히고 입을 벌렸다.

“아, 아아, 아.”

“큿-”

태혁은 점점 심해지는 내부의 경련에 뜨거운 숨을 뱉으며 마지막으로 진호의 허리를 있는 힘껏 잡아 내리고 구멍 안 깊숙한 곳에 사정했다. 그러자 진호의 몸이 또 감전된 사람처럼 발발 떨리더니, 묽은 정액과 맑은 액체를 동시에 쏟아냈다.

“힉, 흐힉!”

진호는 우는 건지 신음하는 건지 모를 소리를 내며 태혁 위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태혁은 사정이 끝난 후에도 오물거리는 안을 좀 더 즐기고 나서야 페니스를 꺼내주었다. 한 팔로 진호를 추슬러 안으며 빈손으로 콘돔을 벗겨 침대 저편으로 집어 던진 태혁은 액이 묻은 손을 침대 시트에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 진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기울여 그의 얼굴을 보는데, 여전히 눈이 감겨있었다.

“진호야.”

콧등에 입을 대고 속삭이는 소리에도 대답은커녕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또 기절한 모양이었다. 온갖 액체에 젖어 번들거리는 얼굴에서부터 시작해 자신의 손이 받치고 있는 엉덩이까지 쭉 훑던 태혁의 눈에, 사정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금세 단단해진 자신의 것이 보였다. 오랜만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그렇게 기대하던 것이라 그런 건지 몇 번을 해도 기세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태혁은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손을 움직여 손가락으로 구멍을 확인했다. 화끈하게 열감이 오른 점막은 아직도 열렸다 오므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 정도 쉬었으면 되었으려나. 아주 잠깐 이대로 재울까 고민하던 것은, 중지 끝마디를 오물거리며 받아들이는 진호의 구멍으로 인해 말끔히 날려버렸다. 그래, 사람은 그리 쉽게 죽지 않아. 태혁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진호를 침대에 엎드리도록 눕혔다.

“으으, 응.”

축축한 시트에 볼이 닿는 것이 싫었는지 진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잠투정처럼 칭얼거렸다. 그게 귀여워 보인 태혁은 드물게 소리 내어 웃으면서 진호를 얼렀다.

“쉬- 착하지. 응? 좁아지기 전에 넣어야 내 강아지가 덜 힘들잖아.”

그지? 그렇게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뱉으며 진호의 엉덩이를 잡고 들어 올렸다.

“허어억-”

그리고 기절했던 진호가 놀라 깰 만큼 강한 힘으로 뿌리 끝까지 처박아 넣은 태혁은, 기어코 본인이 만족할 만큼 하고 나서야 길고 긴 밤을 끝내주었다.

태혁이 마지막 사정을 끝내고 안에서 빠져나올 때에는 이미 진호의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이번에도 콘돔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태혁이 진호를 안아 든 채 침대를 벗어나는데도 축 늘어진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조금 심했나. 숨소리마저 미약한 진호를 보고 있자니 아무리 그더라도 양심이 찔리는 느낌과 함께 답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따뜻한 욕조에 조심스레 내려놓은 진호를 보고 있자니 또 욕구가 치밀었다. 그 욕구는 혹시 몰라 안을 씻겨주기 위해 손가락을 집어넣었을 때 더 심해졌다. 태혁의 눈이 또 흉흉한 기세로 빛나기 시작했다가 곧 이성을 찾고 사그라들었다. 그래. 더 할 수 있는데 적당히 마무리했으니 이만하면 신사적이었던 거다. 태혁은 여기저기 남은 이빨 자국과 붉은 키스 마크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진호를 구석구석 씻긴 태혁은 뽀송해진 진호를 안고 엉망인 침대가 아닌 문으로 향했다. 성큼성큼 걸어 방을 벗어난 그는 가장 가까운 문으로 걸어가 열고 들어갔다. 어스름한 전등이 켜진 방은 놀랍게도 방금 전까지 시간을 보냈던 방과 똑같이 꾸며져 있었다.

“으음....”

시트의 무늬마저 똑같은 침대에 내려놓자 피부에 차가운 것이 닿아 그런지 진호가 몸을 뒤척였다. 다행히 바로 이어서 옆에 자리를 잡고 누운 태혁이 가슴께를 토닥여주자 그 뒤척임은 금세 멎었다. 태혁은 진호의 머리를 어깨에 올려 품에 안고, 시트를 목까지 올려 덮어주고 나서 규칙적으로 등을 토닥여주었다. 둘 위로 좀 전까지 온갖 신음과 울음소리, 비명이 난무했던 것들이 꿈으로 느껴질 정도의 고요한 적막이 찾아왔다.

태혁은 품 안에서 색색 숨을 내쉬며 잠에 빠져든 강아지의 온기를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 시야가 까맣게 변함과 동시에, 이 말랑하고 귀여운 강아지를 위해 전에 없이 바쁘게 지냈던 지난 몇 주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른 거면 몰라도 마약에 관한 건 남에게 맡겨둘 수가 없었기에 걱정이 되는 와중에도 어쩔 수 없이 떼어놓고 다녀야 했던 것까지 떠올리자 자연히 미간이 찡그려졌다. 거기다 태혁이 없는 새 진호에겐 꽤 많은 일이 있었다. 그것도 대부분 매우 거슬리고, 짜증이 나는 일들이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숨 돌릴 새도 없이 진호를 찾아 데려왔던 것이었다.

빌어먹을 부모에 애를 이렇게 야위게 만든 정새빈, 몇 주 돌봤다고 어미 새가 된 것마냥 적의를 드러내었던 쌍둥이와 회사까지 찾아와 애를 혼란스럽게 한 영감까지. 태혁은 그동안 틈틈이 받았던 진호에 대한 보고를 곱씹으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하나같이 그냥 묻어버릴 수 없는 것들이란 말이야. 어떻게 네겐 이런 일들만 꼬이는 걸까, 김진호. 응? 정말이지.

“내 똥강아지는 이래저래 손도 참 많이 가.”

“으응....”

태혁이 허공에 혼잣말처럼 던진 말끝에 진호의 잠꼬대가 타이밍 좋게 울렸다. 깨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눈을 떠 어스름히 보이는 진호의 윤곽을 보던 태혁은, 옆으로 돌아누워 품 깊숙이 진호를 가두면서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참 뒤에 입을 연 태혁은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이미 지켜 주겠다고, 큰 산이 되어 앞에 서주겠다고 한 것을. 그렇지?”

그 의미 모를 다짐을 끝으로 그 역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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