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간신히 욕망을 내리누른 태혁은 먼저 진호를 달래야겠다고 생각했다. 겁에 질려 살살 눈치를 보는 모습도 귀여웠지만, 그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선 긴장을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태혁은 그에게 꿰뚫린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얌전히 훌쩍이고 있는 진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진호가 움찔, 몸을 떨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내 다가온 손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부드럽게 잡아 내리고,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을 느끼곤 가느다랗게 실눈을 떴다.
“누가 겁 많은 강아지 아니랄까 봐. 또 뭐 때문에 이렇게 겁을 잔뜩 집어먹었어.”
“혀, 형이, 훌쩍, 형이 이를 막. 막 까득 했는, 흐윽.”
겁 많고 경계심 많은 진호는 태혁이 땀에 젖은 앞머리를 넘겨줄 때쯤에야 의심을 풀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긴 시간 동안 자신을 괴롭힌 사람이 태혁임을 알면서도, 또 태혁밖에 매달릴 곳이 없어 그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에 다시 잇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딱 한 번은 괜찮지 않을까. 다른 곳에 비해 유독 통통해서 탐스러운 저 볼이라면, 한 번 정도 깨문다고 그렇게 아파할 것 같지도 않은데.
“참느라 그런 거다. 화난 게 아니야. 내 강아지, 형이 화난 줄 알고 겁났어?”
“응, 크흥, 응, 응. 무서웠, 흐윽, 무서워서-”
그래, 형 때문에 무서웠구나. 미안하다. 태혁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진호는 그렇게 속삭이는 태혁의 손에 자진해서 볼을 비벼왔다. 강아지, 강아지 했다고 진짜 강아지처럼 구는 진호의 모습을 본 태혁의 머리가 뜨거워졌다. 미치겠군. 단순해 보이지만 은근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염세적이기까지 하다가 묘한 곳에서 긍정적인 진호는 ‘순진’과는 거리가 먼 사람임이 분명했다.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사실인데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 천진하게 구는 진호는 더없이 순진해 보여서, 태혁의 가슴에 미약한 죄책감과 함께 커다란 고양감이 스며들었다. 그 저릿한 만족감이 신체적으로도 반응을 이끌어냈는지 진호의 상체가 앞으로 구부러졌다.
“말, 말도 안, 허억, 더 커졌, 헉.”
진호는 다급하게 자기 배 위에 손을 얹고 누군가 숨통을 틀어막고 있는 듯이 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실성한 사람처럼 아프다고 중얼대기 시작했는데, 말과 달리 진호의 페니스는 하늘을 향해 꼿꼿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너무 깊었나 싶어 조금 빼주려던 태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진호의 몸을 들어주는 대신 톡 튀어나와 있는 붉은 유두에 손을 뻗었다.
“하악- 아, 나, 놔아!”
앞으로 굽었던 허리가 이젠 반대로 휘어졌다. 진호는 어느새 저도 모르게 유두를 잡아당기고 있는 손을 향해 가슴을 내밀었다. 눈 앞에 펼쳐진 만찬을 거부할 생각이 없는 태혁이 덥석 다른 한쪽의 유두를 입에 물자, 구멍이 더욱더 콱 조여왔다. 태혁은 유두가 섭섭하지 않도록 정성껏 예뻐해 준 후에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뗐다. 그리고 여전히 잡고 있던 다른 쪽 유두를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서, 그가 긁어내릴 때마다 아랫입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진호에게 물었다.
“움직여줄까?”
“응, 아, 아니, 으응, 안 돼, 요.”
태혁의 예상대로 진호는 허옇게 질린 얼굴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를 저지하기 위한 애교인지, 어깨 위에 걸쳐져 있기만 하던 팔로 목을 감싸 안아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대로 물러설 생각이 조금도 없었던 태혁은 보란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이를 악문 채 중얼거렸다.
“후우-. 이거, 내가 못 참겠군. 너무 조여.”
그와 동시에 정말 못 참겠다는 듯 손등에 힘줄이 돋을 만큼 힘을 주어 골반을 잡아챘다. 그러자 진호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안 돼요. 지금, 지금도 너무 깊은데. 움, 움직이면.”
“그럼 어떻게 할까. 이대로 계속 넣고 있어?”
“싫, 안 돼. 그것도 싫어!”
태혁이라면 정말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진호가 소리쳤다. 초조함이 여실히 묻어나는 목소리에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참아 낸 태혁이 이번엔 양손으로 엉덩이를 꽉 쥐어짜며 말했다.
“후, 이제 내 인내심도 바닥이라서 말이야. 이대로 하면 많이 격하게 할 것 같은데.”
“왜, 흐윽, 왜, 나 아무, 흡,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안 하기는. 여기로 끊어먹을 듯이 조이고 있잖아. 응? 아까부터.”
“흐으읏!”
팽팽할 정도로 벌어져 있는 구멍의 경계를 손가락으로 훑자 그 은근한 감각에 내벽이 더 조여왔다. 위협이라도 하는 것마냥 쥐고 있던 엉덩이를 그대로 빙글 한 바퀴 돌려 내벽을 자극하니, 억울함이 잔뜩 서려 있던 진호의 눈빛이 잠깐 흐려졌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억울함이 있던 자리를 초조함이 차지했다. 태혁은 기다렸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안 된다는 말만 중얼대는 진호의 턱을 들어 눈을 맞췄다.
“진호야.”
“흑, 느, 네. 네.”
그새 가벼운 드라이 오르가슴을 느낀 진호는 턱을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
“형이 움직이는 건 무서워?”
“네, 네. 무서, 무서워.”
“넣고 있는 것도 힘들 것 같아?”
“으응, 응. 힘들, 어. 힘들어요.”
아까 빙글 돌리고 난 후 귀두가 자리 잡은 곳이 전립선 근처였는지, 진호의 떨림은 한참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자꾸 멍해지는 동공을 가까스로 다잡으면서 대답하려고 노력하는 진호를 보며 태혁은 남몰래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이대로 그냥 해버릴까. 반짝 떠오르는 욕망을 애써 지워낸 태혁이 흉포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진호야. 네게 기회를 줄까.”
“기, 흐으, 기회?”
“그래. 이제부턴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거다.”
“무, 뭐를, 그게 무슨.”
진호를 품에 안은 채 자리를 이동한 태혁은 어느새 침대 등받이에 비스듬히 기댄 채 본인 위에 있는 진호를 올려다봤다. 진호는 고개를 돌려 자기 엉덩이를 주물거리는 손을 힐긋 확인하더니,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그러나 진호가 상황을 인식할 때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던 태혁은 친절히 설명해주는 대신 진호의 골반을 잡고 아주 강하게 퍽퍽 쳐올리며 말했다.
“컥, 잠, 허억, 아픗, 큭, 아팟!”
“아프긴. 꾀부리지 마라, 김진호.”
아프다 그러면 약하게 해줬던 것에 버릇이 들렸는지, 자꾸 아프다고 하는 진호에게 태혁이 단호하게 일갈했다. 태혁은 찔끔찔끔 정액을 토해내는 귀여운 페니스를 힐긋 확인하고 코웃음을 쳤다.
“계속 이렇게 할까? 응?”
“힉, 알겠, 흐힉, 내가, 힛, 내가아-”
골반을 내리누르는 타이밍에 맞춰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자지러지던 진호가 제발 자기가 하게 해달라며 처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운 쾌감과 광경에, 태혁은 그 뒤로도 피스톤질을 몇 번 더 하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진호는 태혁이 멈추고 난 후에도 얼마간 움찔움찔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태혁이 도와주고 나서야 겨우겨우 중심을 잡고 앉을 수 있었다. 태혁의 배 부근에 올려진 손 옆으로 땀인지, 눈물인지, 타액인지 모를 액체가 투둑- 하고 떨어졌다.
“움직여야지, 진호야.”
“응, 응. 움직, 움직일 테니까. 하짓, 하지, 마. 응?”
어느 정도 적응한 것 같은데도 늑장을 부리는 것을 본 태혁이 엉덩이로 손을 뻗자, 진호가 기겁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제 맘대로 박으려고 했던 그는 한 번만 봐주기로 하고 골반으로 향하던 손을 허벅지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응원하는 의미에서 톡톡 손바닥으로 가볍게 허벅지를 두드려주었다.
곧이어 진호가 비장한 얼굴을 하고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팔에 힘을 줘 몸을 지탱한 채 천천히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태혁의 것이 아주 느릿하게 빠져나가는 감각 때문인지 얕게 신음이 새어 나오는 진호의 얼굴이 점점 태혁 쪽으로 기울어왔다. 다소 답답했지만 그래도 힘을 내는 모습이 기특했던 태혁은 상체를 들어 쪽, 가볍게 입을 맞춰 주며 이제 다시 앉아야지- 하고 작게 속삭였다.
입이 부딪히자마자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보던 진호는 그 나지막한 속삭임에 다시 눈을 질끈 감고는, 일어섰던 것보다 더 천천히 엉덩이를 내렸다.
“흐으으읏.”
답답한 태혁의 속과는 달리 그의 큰 페니스가 진호의 기분 좋은 곳을 눌렀는지 허리가 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태혁은 다시금 그가 직접 움직이고 싶은 것을 내리누르며 그의 배에 올려져 있던 손을 낚아채 깍지를 꼈다.
“자, 이게 움직이기 더 편할 거다. 장난은 그만하고 제대로 해야지, 진호야.”
그 말을 들은 진호의 눈에서 타이밍 좋게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진호는 코를 훌쩍이면서 태혁의 손을 꽉 마주 잡더니, 또 비장한 표정과 함께 이를 꽉 물고 아까보다 더 빨리 엉덩이를 들었다 내려앉았다.
“힉, 아, 깊, 깊어.”
생각보다 더 세게 앉았던 걸까. 진호가 허리를 수그리며 잠시 멈췄으나, 이미 인내심이 한계치에 달했던 태혁은 더 이상 봐줄 생각이 없었다.
“장난은 그만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아, 잠, 흐으, 잠깐만.”
움직여. 울먹이며 도리질 치는 진호에게 태혁이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