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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 이야기 (156)화 (156/234)
  • 156화

    툭, 묶인 콘돔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고요한 방 안엔 어스름한 빛만이 두 인영을 비추고 있었다.

    “조그흡, 흐, 마아, 쉬, 쉬게 해주-”

    땀과 젤, 그리고 조수로 인해 질척해진 시트 위에서 울먹이는 진호를 보며 태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저런 얼굴로 저렇게 간절히 비는데 이걸 어떻게 멈춰. 바보 같은 똥강아지는 지금 자기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유혹적인 줄 모르니 저런 말을 하는 것일 터였다. 그래도 엉망이 된 앞섶과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힘없이 흔들리는 몸을 보니, 잠시 멈춰줘야 할 것 같았다. 이대로 몰아붙이다 까무룩 기절하면 아쉬운 건 그였으니 말이다.

    “히, 흐으, 히으.”

    쉴 틈 없이 절정 한 몸은 태혁이 허릿짓을 멈춘 후에도 자잘한 경련을 멈추지 못했다. 진호는 눈을 감고 얕은 숨을 겨우 들이쉬며 휴식 같지 않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태혁은 그 틈을 타 뒤로 손을 뻗어 손에 집히는 콘돔을 하나 집어 들어 입에 물었다. 앞으로, 옆으로, 뒤로도 모두 박아봤으니 다음엔 들어서 박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입에 물고 있던 비닐을 잡고 직- 뜯는데, 조용해서 그런지 그 소리를 귀신같이 들은 진호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방울졌다.

    “그, 그만. 흐윽, 그만. 제발.”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허벅지를 토닥이고 있던 태혁의 손을 간절하게 쥐는 손이 퍽 애처로워 보였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 그저 얹어 놓은 것과 같았지만, 제 딴엔 온 힘을 다해 저지하고 있는 것이리라. 태혁은 손을 움직여 못 본 새 많이 가늘어진 손가락을 제 손에 걸치고 그대로 들어 올려 입을 맞췄다.

    아주 정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였지만, 이제껏 당한 것이 있어서 그런지 진호는 그에 속지 않고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허어어엉- 힘, 힘들어. 못해, 이제 못해!”

    잔뜩 갈라진 목으로 있는 힘껏 울어 젖히는 진호를 향해 태혁이 상체를 기울였다. 붉은 눈가에 입을 맞춘 채 눈물 몇 방울을 핥아 올리고 쉬-하고 달래는 소리를 냈다. 그 뒤에도 몇 번이나 착하지, 하는 덧없는 소리를 하면서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던 태혁은 혀엉- 하고 부르는 소리에 참지 못하고 벌어진 입술을 거칠게 집어삼켰다.

    진호는 별안간 깊숙이 들어와 입안을 유린하는 그의 혀에 눈을 질끈 감았다. 옆으로 눕혀 놓은 채 박느라 모아져 있던 다리는 태혁의 손길에 따라 끈 떨어진 인형처럼 활짝 벌어졌다. 사람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입안으로도 모자라 입술까지 물고 빨아대는 키스를 힘겹게 받아내던 진호는 눈을 번쩍 떴다. 태혁의 손가락이 아래를 배회하고 있었다.

    입술이 떨어졌음에도 겁에 질린 진호는 차마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도리질만 치며 손을 들었다. 나름대로 옹골차게 쥔 주먹으로 엉덩이를 잡아 벌리는 팔을 퉁퉁 쳐댔으나, 그건 태혁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지금까지 축적된 절정의 여파로 인해 이미 상상 이상으로 민감해진 몸은 침대 시트가 스치는 것에도 경련이 일 지경이었다. 그 상태에서 기다란 손가락이 다시 구멍을 파고들자 당연하게도 경련이 점점 더 강해졌다.

    “허억, 안, 응, 대해엣-”

    방금 전까지 손가락과 비교도 안 되는 것을 받아들였던 곳이라서 그런지, 텀이 있었음에도 한 번에 손가락 두 개를 아주 손쉽게 받아들였다. 태혁은 익숙하게 진호의 전립선을 찾아 뭉근히 문질러주었다. 그러자 축 늘어져 있던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더니 허공을 향해 허리를 휘었다. 전립선을 누르고 있는 손가락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 같았다.

    태혁은 더 이상 토해낼 것도 없어 보이는데도 꼿꼿해지기 시작한 진호의 것을 한 손으로 그러쥐었다. 사정 후 탈력감에 빠져 자꾸 정신을 놔버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므로, 이번엔 최대한 가지 못하게 할 심산이었다. 그는 안쪽을 꾹 누를 때마다 찔끔찔끔 쿠퍼액을 흘리기 시작한 선단을 엄지로 누른 채, 본인의 것을 넣을 수 있도록 안을 넓혔다.

    “응, 흐으, 읍, 흐윽.”

    방금 전 겨우 달래놓았던 흐느낌이 다시 시작되었다. 주어지는 쾌감을 못 이겨 무력하게 신음하면서 서럽게 우는 모습이 태혁의 측은지심을 자극했으나, 그와 비등하게 가학심도 일깨웠기에 그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귀엽게 훌쩍대는 강아지를 조금이나마 안심시키기 위해 다시 한번 상체를 숙여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면서 속삭였다.

    “내 울보 강아지. 쉬- 그리 울다 탈 난다. 응?”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호의 눈에 억울함이 잔뜩 스며들고 조그만 이가 입술을 앙 깨무는 것이 보였다. 마치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하고 온 얼굴로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객관적으로 예쁘지도, 잘생기지도 않은 얼굴이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 이 모습마저 귀여워 보이다니. 태혁은 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어느새 네 개째 넣어버린 손가락을 짓궂게 움직였다.

    “히야아아악! 긋, 히이, 잘모탯, 아, 아아-”

    넓히는 것에 주력하여 그저 뭉근히만 자극하던 전립선을 짓이겨버릴 듯 눌러버리자 진호가 몸을 심하게 바르작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격렬한 몸짓에 손가락이 미끄러지거나 힘이 빠질 법도 하건만, 그의 손가락은 아주 정확하고 굳건하게 한 지점을 짓누르고 있었다. 지옥처럼 자비 없는 거대한 자극을 받고 있는 진호의 몸은 허공에 뜬 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만. 줏, 헉, 것- 그마해에!”

    끊임없이 찾아오는 드라이 오르가슴과 사정하지 못하도록 막힌 성기, 도망갈 수 없다는 절망감이 진호를 덮쳤다. 뇌까지 태워버릴 듯한 쾌감을 견디지 못한 진호가 결국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잔뜩 쉰 목소리로 제발 그만하라면서 히스테리컬하게 외치다가도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고, 그러다 빌고, 또 소리를 지르는 등 혼란스럽게 굴었다.

    누가 보면 미친 것도 같은 그 모습이 어찌나 음심을 자극하는지. 숨을 쉬게 해 준다는 명목으로 아주 살짝 손가락에 힘을 뺐다가 다시 온 힘을 다해 긁고, 꾸욱 누르기를 반복하던 태혁은 연속해서 드라이 오르가슴을 느끼고 있는 진호를 보며 혀로 입술을 쓸었다. 지금 넣으면 경련하는 안쪽이 참지 못할 정도로 기분 좋을 것이다. 태혁은 난폭해지려는 본능을 내리누르기 위해 뜨거운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천천히 손가락을 뺐다. 저를 괴롭히던 자극이 끊기자 마자 진호의 허리가 털썩 이불 위로 힘없이 떨어져 발발 떨었다.

    “진호야. 내 강아지.”

    “그만, 흐윽, 그마안-”

    워낙 촉촉이 젖어있어 그럴 일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찢어지지 않도록 구멍에 엄지손가락을 걸쳐 벌린 태혁이 천천히 귀두를 집어넣었다. 이 자그마한 구멍에 욱여넣기 미안할 정도로 무식한 크기를 오물대는 발간 점막이 기특하고 야했다. 기다랗고 굵은 기둥까지 아주 천천히 먹혀들어 갔다. 피부에 잔뜩 맺힌 땀으로 인해 미끄러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태혁을 밀어내던 진호의 발이 서서히 곱아들었다.

    “헉, 허억.”

    마침내 끝까지 집어넣은 태혁이 가쁘게 숨을 들이켜는 진호가 적응하길 기다려줄 겸, 귀여운 몸짓을 잠시 감상하다 미간을 찌푸렸다. 그새 조금 나와버린 기둥 아랫부분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태혁은 진호의 숨이 안정될 수 있도록 가슴과 배를 살살 쓰다듬어 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가능할지 곰곰이 고민했다. 그의 신체적 특성상 보통은 첫날부터 불가능했지만, 이제껏 별 무리 없이 자신을 받아들인 진호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영 무리다 싶으면 도중에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닌가. 결론을 내린 태혁이 진호의 골반을 잡고 본인의 사타구니 쪽으로 꾹 잡아당기며 상체를 숙였다.

    “끅- 잠, 허억!”

    그 밑에 달린 것까지 넣을 기세로 비집고 들어오는 감각에 진호는 겨우 가라앉은 숨을 다시 헐떡였다. 태혁은 그런 진호의 팔을 잡아 자기 목에 두른 후 가까워진 귀에 단호하게 말했다.

    “꽉 감아.”

    당연하게도 진호는 그럴 정신이 없어 보였고, 말을 하면서도 별 기대는 하지 않았던 태혁은 등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대로 받쳐서 안아 올렸다. 어깨에 툭, 떨어지는 볼과 축 늘어져 빈틈없이 맞닿아지는 몸의 무게가 꽤 달갑게 느껴졌다.

    귓가를 간질거리는 얕은 숨과 작게 흐느끼는 소리까지 기꺼웠던 그는, 진호를 일으켜 세우느라 반쯤 일어서있던 몸의 중심을 조심스레 뒤로 옮겼다. 곧 양반다리를 한 그의 위에 앉은 진호는 중력으로 인해 아까보다 더 깊숙이 들어온 태혁의 페니스에 덜컥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또 엉엉 울기 시작했다.

    “진, 흐윽, 진짜 입, 훌쩍. 나와요. 아프, 아파. 허어엉-”

    태혁은 어렴풋이 윤곽이 드러난 배를 차마 만지지는 못하고, 허공만 맴도는 손을 보면서 저걸 잡아채 깨물면 더 울어버리려나, 하고 진지하게 가늠했다. 그러면서 근질거리는 이에 힘을 주다가 으득- 소리를 내고 말았더니 화들짝 놀란 진호가 얼른 제 입을 가리고 흘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 정말이지, 저 손을 가져다 한 번 꽉 깨문 후 움찔거리는 볼을 한가득 씹고 나야지 이 간지러움이 멈출 것 같았다. 근데 그렇게 하면 난리가 날 것이 뻔했다.

    눈앞의 요망한 똥강아지가 부디 자신의 이런 무던한 노력을 좀 알아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선 그의 머릿속에서 진호가 얼마나 난잡하게 다뤄져야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했기에, 태혁은 그저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말을 삼켰다. 여기서 더 겁을 먹게 해봤자 손해 보는 것은 그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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