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김진호. 내가, 다음은 봐주지 않겠다고 말한 걸, 그새 잊었나?”
“큭, 하악, 컥”
천천히 들어올 때도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던 녀석의 것이 배를 뚫어버릴 것처럼 퍽퍽 박혀 들어 오니 도저히 숨이 쉬어지지가 않았다. 빠르진 않았지만, 그 깊이와 힘으로 인해 내부를 강타하는 충격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숨을 너무 못 쉬어 눈앞이 하얘지는 것을 느끼며 이대로 기절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점점 멀어지던 주변 소리는 최태혁에게 턱을 잡히자마자 다시 선명해졌다.
“숨, 제대로 쉬어.”
“끄으, 흡, 허억, 허억, 허억.”
녀석은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기도를 열어주듯 내 고개를 위로 젖혀주었다. 그대로 기절해도 좋다고 생각한 주제에 산소가 들어오자마자 본능적으로 허겁지겁 숨을 쉬었다. 그리고 조금 안정되자마자 나는 덜덜 떨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최태혁을 향해 고개를 내렸다. 녀석은 본인과 눈을 맞추는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몇 번을 말해야 할까, 내 똥강아지는. 분명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하면 힘 조절이 안 될 거라고, 알아듣게 말한 것 같은데 말이야.”
“잘, 잘못, 잘못 했, 어요.”
언뜻 들으면 평온하다 생각할 법한 어조가 방금 전까지의 상황과 합쳐지니 그 어떤 것보다 무섭게 다가왔다. 나는 겁에 질려 덜덜 떨리는 손을 간신히 들어 녀석에게 싹싹 빌었다. 몸에 가해지는 충격 때문에 잠시 멎었던 눈물과 콧물이 이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흘렀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걸 닦아낼 여유조차 없었다. 치미는 울음을 삼키며 잘못을 비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싫어, 아까처럼 그런 건 싫어. 내장을 주먹으로 맞는 것과 같은 고통을 다시 느끼는 것은 상상만으로 두려울 정도였다.
“형, 제가, 진, 흐윽, 진짜 잘못했어요, 흑, 흐읍. 이젠 안 그럴, 게요. 네?”
다시 움직일 생각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었으나, 내가 아무리 빌고 낑낑거려도 녀석의 얼굴은 계속 무표정했다. 어떡해. 나 진짜 어떡해. 지금까지도 무섭긴 했으나 내가 울거나 빌면 피식거리며 봐주던 것과 다른 반응이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젠 울음소리를 숨길 정신도 없어 거의 엉엉 울면서 동아줄을 기다리듯 녀석에게 팔을 뻗었다.
“형, 태혁, 이 형. 내가 잘못 했, 흐윽, 잘못했어요. 이제 말 잘들, 을게. 응? 흐어어엉-”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굴러가지 않아 그냥 본능이 시키는 대로 뻗은 손을 최태혁이 물끄러미 쳐다봤다. 나는 안아달라고 조르는 아이처럼 손을 쥐었다 피며 어떻게든 녀석의 관심을 얻기 위해 애썼다.
이 순간 나에게는 자존심도 상식도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내 안에 자리한 무시무시한 것의 주인이자 나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유일한 사람인 최태혁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최태혁은 자신을 향해 뻗은 손을 잡지 않고 불룩 튀어나와 있는 내 배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진호야.”
“네, 네에.”
바짝 긴장한 채 대답하는 목소리는 스스로가 듣기에도 볼품없이 떨리고 있었다. 눈을 위로 치켜떠 내 얼굴을 확인한 최태혁의 얼굴에 아주 작은 미소가 잠깐 드러났다가 없어지더니, 드디어 내가 뻗은 손을 잡아주었다. 녀석은 잘게 떠는 손등 위에 입을 맞추고 그대로 내려 자기가 쓰다듬고 있던 배 위에 얹었다. 짧은 미소 덕분에 조금 긴장이 풀려 녀석이 하는 대로 힘없이 따르던 나는, 아주 조금씩이지만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녀석의 것에 파드득 몸에 힘을 주었다.
“쉬- 착하지. 괜찮으니까 힘 빼.”
“아, 어려, 아흑, 어려워, 요.”
처음엔 움직이는지도 모를 만큼 얕게, 그다음은 조금 더, 다음은 그보다 조금 더. 녀석은 뻣뻣한 내 몸을 이리저리 쓰다듬고 나직한 목소리로 안심시키면서 피스톤질의 반경을 늘려갔다. 아까의 경험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날뛰며 도망가고 싶었으나, 그런다고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녀석이 시킨 대로 몸에 힘을 빼기 위해 집중했다.
최태혁은 그런 내가 기특했는지 유두를 감질나게 핥아 올리며 처음 듣는 아주 다정한 톤으로 나를 불렀다.
“강아지.”
“네, 응, 흐으, 네.”
아파? 귓바퀴를 깨문 후 속삭인 말에 나는 눈을 감으며 목을 움츠렸다. 내가 물러선 만큼 따라온 최태혁의 혀가 느릿하고 꼼꼼하게 내 귀를 핥았다. 야릇한 감각에 움칠 몸을 떨며 밭은 숨을 내뱉고만 있자 녀석은 내게 응? 하고 답을 재촉했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거짓말이기도, 진짜기도 했다. 이성은 분명 아프다고 외치고 있는데 몸은 고통이라기엔 미묘한 감각을 뇌로 전해오고 있으니 몸과 뇌가 따로 노는 기분이었다. 몸을 떨어트리고 내 대답을 기다리던 최태혁은 내 도리질을 보자마자 아주 기꺼운 듯 목을 울리며 웃었다.
“겁도 많고 엄살도 심한 내 강아지.”
“하으, 응”
몇 번이고 뺐다 넣는 고정에서 빠듯했던 내벽이 조금씩 부드럽게 녀석의 것을 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아주 얕았던 피스톤질은 어느새 입구에 걸칠 때까지 느릿하게 빠져나가 저 깊숙한 곳까지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들어올 때마다 조금씩 다른 곳을 눌러 올리던 녀석의 것이 드디어 어느 지점을 짓쳐 올렸을 때, 나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젖힌 채 가버리고 말았다.
“아, 아아, 아!”
사정은 하지 않았지만 갔다는 걸 부정할 수 없는 생소한 감각에 무력한 신음만 흘리고 있는데, 어느새 자세를 일으킨 최태혁이 내 다리를 잡아 활짝 벌리는 것이 보였다. 녀석은 내 무릎을 들어 자기 어깨에 걸치게 만들더니 짓씹듯 말을 뱉었다.
“이젠 정말 기분 좋게만 해주마.”
“잠, 잠깐, 나 아지히이잇-”
오르가슴으로 인해 잘게 경련 중이었던 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위로 허리가 튀었다. 머리부터 발끝, 손끝까지 타들어 가는 것만 같은 강한 전류가 눈앞을 하얗게 만들었다. 최태혁은 뭉근히 눌렀음에도 나를 가게 만든 지점을 아까와 같이 강한 힘으로 몇 번이나 박아 올렸고, 나는 그때마다 바르작거리며 절정에 달했다.
내 얼굴을 적시는 액체가 눈물인지 타액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눈을 감을 수도, 입을 닫을 수도 없었다. 아니, 그것뿐만 아니라 생각도, 행동도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기절할 것같이 몰려오는 쾌감과 기절하려는 내 정신을 때려 깨우는 쾌감이 몰아쳐 나는 바보처럼 신음만 내질렀다.
“아, 그, 흐아, 마아, 아아.”
“진호야. 내 강아지. 형 봐야지.”
“히이익- 안, 젖꼭짓, 안대해!”
힘없이 흔들리던 내 고개가 돌아간 채 허공을 보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최태혁은 젖꼭지를 세게 잡아당기며 나를 불렀다. 이미 한계인 줄 알았던 쾌감에 또 다른 자극까지 더해져 정말 미칠 것 같았던 나는 반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뒤가 꿰뚫린 채 친 발버둥은 너무도 미약한 저항이었으므로, 내게 가해지는 고통과도 같은 쾌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반응을 본 최태혁의 흥미를 돋게 했는지, 녀석은 그 커다랗고 뭉툭한 페니스로 나의 전립선을 짓이길 듯 꾸욱 누르며 상체를 숙여 내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힉, 망, 흐힉, 망가져, 요. 제바, 학, 제발.”
“망가져?”
“응, 응. 흐으, 너무웃, 조아서허-”
아무리 도리질을 쳐도, 몸을 물리려고 해봐도 신경을 갉아 태우는 자극은 그대로라는 것이 이젠 너무 무서웠다. 쉴 틈 없이 찾아오는 오르가슴보단 차라리 고통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잠깐이라도 이 감각에서 벗어나고 싶어 녀석의 어깨를 밀고 때렸으나 땀이 흥건한 손은 미끄러지기만 할 뿐이었고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주먹은 위협이 될 리 만무했다. 그
새 유두가 부어오를 정도로 물고 빨던 최태혁이 다시금 일어나 한쪽 다리 위에 자리하고 나머지 다리를 자기 어깨에 걸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내게 잠시 숨 고를 시간을 준다는 듯이 내 옆구리를 쓸며 나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미 너무 강렬한 절정을 연속으로 맞은 내 몸은 최태혁의 움직임이 없는 이 순간에도 잘게 떨며 가고 있었다. 그리고 손으로 엉덩이를 살짝 벌려 자기 걸 머금고 있는 내 구멍을 관찰하던 녀석이 다시 한번 용서 없이 끝까지 박아 넣은 순간,
“....!”
젤과 하얀 정액이 범벅되어 있던 내 페니스에서 쪼르르, 맑고 묽은 액체가 곡선을 그리며 흘러나와 침대를 적셨다. 끔찍하게도 그 물줄기가 끝나기도 전에 녀석은 다시 한번 내벽을 쾅쾅 찍어 올리는 것 같은 강렬한 추삽질을 시작했다.
“힉, 히으, 힛.”
나는 그렇게 녀석이 나를 놓아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쾌감에 잠식되어 신음하고, 기절하고, 그러다 작렬하는 쾌감에 놀라 깨어나 다시 신음하는 기나긴 밤을 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