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흐으, 응.”
녀석은 질문을 해놓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반대편 젖꼭지를 물고 빨기 시작했다. 내 가슴팍에 딱 달라붙은 녀석의 뒷머리를 잡아당기면서 등을 구부렸으나 쾌감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멀어진 만큼 더 애타게 핥아 올려지는 감각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내 머리를 뗀 최태혁이 붉어진 반대편 젖꼭지를 빙글빙글 돌리며 고개를 젖히고 물었다.
“딱히 원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이제부터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데, 불만 있으면 지금 말하고.”
“당연히, 악! 없, 없어요. 없엇!”
뻔뻔하게 묻는 얼굴을 보고 울컥해서 소리를 지르던 것은 맨살의 엉덩이를 쥐어뜯는 손길에 못 이겨 새된 신음이 되어 나갔다. 얼마나 강하게 쥐어짠 건지 손이 떨어져 나간 후에도 징징 울릴 정도였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아 흐릿해진 시야로 녀석을 내려다보며 더듬더듬 현실과 타협한 부탁을 뱉었다.
“아픈, 훌쩍. 아픈 건 싫어요.”
“흠, 나도 일부러 아프게 하는 취미는 없다만, 똥강아지가 약속을 안 지킬 것처럼 굴면 힘 조절이 안 돼.”
약속이라는 것 자체가 억지였으면서 저 당당한 거 좀 보라지.
억울한 마음에 뭐라도 말하려고 입을 열었던 나는 그대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침을 삼켰다. 아프게 한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는 손길이 위협적이기도 했거니와, 내 명치께에 입을 맞추는 다정한 행위와 달리 여전히 흉흉한 눈빛 때문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뇌물을 바치는 심정으로 녀석의 입에 쪽, 입을 맞춘 후 눈을 내리깐 채 아주 가까이서 속삭였다.
“마, 말 잘 들을 테니까. 약속, 지킬 테니까 살, 살살 해주세요. 네?”
아주 작은 목소리라 내 귀에도 겨우 들릴 정도였으나, 다행히 정확히 들은 모양인지 언뜻 녀석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게 안심이 되면서도 왜인지 등골이 서늘해서 나는 움찔 몸을 굳혔다.
“그래, 그렇게 해주마. 아프지 않게, 살살. 내 똥강아지가 아플 새도 없이, 감히 거부하지도 못하도록.”
최태혁은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 말하면서 나를 침대에 눕혔다. 분명 내가 요구한 내용 그대로 반복한 건데, 왜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걸까. 힐긋 눈을 굴려 확인한 녀석의 짓궂은 표정을 본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슬금슬금 뒤로 몸을 물렀다.
“어, 아니, 그런, 그렇게까지 바란 건 아닌-!”
그러나 거구가 다리 사이에 버티고 있는 상태에서 몸을 물려봤자 거기서 거기였다. 최태혁은 자극하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며 등을 움직여 뒤로 가고 있던 나를 간단히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그러면서 고개를 모로 기울이면서 중얼거림을 빙자해 나에게 살벌한 경고를 날렸다.
“힘 조절. 하지 말라는 건가.”
“아, 아니요! 너무 했으면 좋겠는데요!”
급한 마음에 대뜸 소리를 지른 나를 잠시 물끄러미 내려보던 녀석은 내가 목을 움츠리고 얌전히 올려다보고만 있자 이내 뒤로 상체를 기울였다. 다시 몸을 바로 세운 녀석의 손엔 아까 봤던 것들 중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건 아직도 내 방 한구석에 있기도 하고, 남궁호와 후 쌍둥이와 있을 때도 썼기에 모를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근데 저걸 왜 벌써 꺼내는 거지? 보통은 삽입할 때 수월하라고 거기다가 넣는 건....
아. 직전에 멈추게 했던 저번의 업보로 인해 바로 삽입 당하는 건가. 그럼 죽을 것 같은데. 아닌가. 저게 다 서기 전에 넣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아냐, 지금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나는 당황스러움에 현실을 도피하려는 머리를 식히고자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저었다.
진짜 삽입을 위한 것이라면 지금 상태에선 나만 죽어나는 수가 있었다. 나는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긴장으로 뻣뻣해진 몸을 풀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폈다. 조금이라도 자체 완화를 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 노력의 보람도 없이, 내 몸 위에 갑작스레 젤이 쏟아져 나왔다.
“읏, 차가!”
따로 냉장고에 넣어놨을 리는 없는데. 내 체온이 올라 있어서 그런지 가슴과 배 등에 뿌려지는 질척한 액체가 유난히 더 차게 느껴졌다. 내 호들갑스러운 반응에도 최태혁은 아무 대꾸 없이 그저 묵묵히 통을 던지고 젤이 있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녀석의 손바닥에 뭉개진 젤은 처덕처덕 소리를 내며 상체에 고루 펴 발라졌다.
내 몸은 금세 오일을 바른 듯 맨들맨들해졌고, 이 영문 모를 행위에 의문을 느낀 나는 상황도 잊은 채 질문을 던졌다.
“근데 이걸 왜 몸에다가 뿌리느흐으읏?”
최태혁은 말 대신 내 허리를 쥐더니 엄지손가락으로 옆구리를 뭉근하게 누르며 문질렀다. 그저 바르기 위해 움직였던 것과는 명백히 다른 야릇한 손길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파드득 몸을 떨면서 허리를 들어 올렸다.
“아, 욱신, 아으, 욱신거려요. 하짓, 마요!”
녀석의 엄지손가락은 피부를 따라 내려오더니 내 치골 부근 역시 꾹꾹 눌러왔다. 아픈 듯하면서도 아프지 않고 그저 저릿하게 욱신거리는 이상한 감각에 녀석이 누를 때마다 몸이 크게 반동했다. 손에 딸려간 젤로 인해 번들해진 사타구니가 눌릴 때엔 결국 내 페니스가 점점 힘을 얻고 단단해지고 있었다. 곧이어 최태혁은 양손으로 내 골반을 잡아 자세를 잡더니 마사지하듯 손바닥으로 내 상체를 약하게 누르면서 훑어 올렸다.
“으흐응, 잠, 이거 느낌이 이상, 흐잇.”
“아직 아무것도 안 했다.”
끈적한 액체가 안 그래도 민감한 피부를 더 민감하게 만든 모양인지, 그냥 문지르는 것에도 몸이 들썩였다. 어느새 바짝 곤두선 내 유두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면서도 내 말을 태연히 부정하는 녀석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힘없이 녀석의 손목을 쥐는 것뿐이었다. 녀석은 내가 손을 떼어내기 위해 손목을 잡은 걸 알 텐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오른손을 구부려 손가락 사이로 내 유두를 집어 올렸다.
“흐악, 아, 아아.”
“여전히 여기저기 다 민감하구나. 이래선 아프게 하긴커녕 뭘 해도 좋아할 것 같은데.”
손가락으로 한쪽 유두를 집었다 간질이면서 다른 손으로는 내 몸 이곳저곳을 쓸고 누르는 최태혁으로 인해 나의 몸은 쉴 새 없이 움찔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나는 스물스물 올라가는 체온이 비정상적인 것을 깨달았다.
“으응, 멈, 춰봐요, 이거, 이상, 해에!”
“뭐?”
눈치채고 보니 이건 체온이 올라간다기보다 피부에 열감이 느껴지는 것에 가까웠다. 분명 아까 젤이 뭔가 이상한 것일 텐데, 그걸 물어보기 위해 아무리 녀석의 손을 밀어내려고 해봐도 녀석은 멈춰주지 않았다.
심지어 젤이 잔뜩 묻은 손으로 내 페니스로 향하는 손을 보고 급하게 손을 뻗었으나 그마저도 닿지 못했다. 녀석은 기어코 그 큰 손으로 꼿꼿이 서 있는 내 페니스를 쥐더니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냥 만지는 것보다 더 커다랗고 생경한 자극에 놀라 다리가 저절로 오므라들었다.
잠시 멈춘 손을 잡고 있기 위해 부러 허벅지에 힘을 준 순간, 최태혁이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더니 손가락으로 선단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히잇, 이것, 뜨것, 흐익, 뜨거워요.”
더 여린 피부라 그런가, 선단은 다른 피부보다 더 금방 뜨겁고 예민해졌다. 쿠퍼액이 맺힐 새도 없이 완전히 드러나 있는 입구를 자극하는 느낌에 나는 허리를 구부리며 다리를 더 단단히 꼬았다. 녀석의 팔을 다소 아프게 하더라도 움직임을 멈추게 하려던 내 작전이 통했는지 신경을 태우던 자극이 멈췄다.
나는 이 틈을 타 내 몸에 바른 젤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기 위해 자잘하게 남은 자극에 몸에 힘을 주고 녀석을 올려다봤다. 최태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향해 고개를 든 내 눈을 보자마자 단호한 얼굴로 명령했다,
“다리 벌려.”
“그전에 이게 뭔지만 좀 알려 주, 흐으, 응.”
“진호야.”
“그, 그만 문지, 으응, 잠, 거, 거긴.”
순순히 말을 듣는 대신 질문을 던지려고 운을 떼자마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손가락도 손가락이지만, 그것보다 더 은밀한 곳을 지분거리는 느낌에 나는 다급히 녀석에게 손을 뻗었다. 허벅지를 조이느라 들려있는 다리 덕에 무방비로 노출된 엉덩이골을 파고든 손가락이, 앞에서 흐른 액과 젤로 인해 질척해진 구멍에 닿기까진 눈 깜짝할 새였다. 앞선 경험으로 인해 학습된 기억을 바탕으로 나는 두려움인지 기대인지 모를 오묘한 감정을 느끼며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켠 채 몸을 굳혔다.
기다란 손가락은 잔뜩 오므라든 구멍을 몇 번 툭툭 치더니 예상과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떨어져 나갔다. 들이켠 채 차마 내쉬지 못한 숨이 그제야 후- 하고 길게 뱉어지고, 몸이 이완되어 꽉 맞물려있던 다리에 틈이 생겼다. 아, 안 돼. 다시 손을 묶어-
“어딜.”
“아, 차가, 흐익-”
최태혁은 그 잠시를 놓치지 않고 무릎 하나를 잡고 확 벌리더니, 언제 또 가져왔는지 내 사타구니를 겨냥하고 젤 통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입구에서부터 끈적하게 늘어지는 액체가 페니스를 지나 은밀한 곳까지 흐르는 감각이 흠칫 허리가 떨릴 정도로 오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