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흐윽, 보지, 보지 마. 보지 마요, 제발....”
투명한 액체가 욕조 물과 만나면서 내는 소리에 수치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거기다 아까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떠들던 녀석들이 갑자기 입을 딱 다물어버려 쪼르륵, 하는 소리가 더 크고 선명하게 울렸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정인지, 아니면 정말 소변인지 모를 것이 끝날 때까지 보지 말라고 애원하며 울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게 멈춘 순간 훌쩍이는 내 손 위로 가벼운 입맞춤이 내려앉았다.
“진호, 기분 좋았나 보다. 그지?”
“아냐. 그런, 훌쩍, 그런 거 아냐!”
은근한 말투가 나를 놀리는 것 같아 나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들어 남궁후의 어깨를 퍽퍽 때렸다. 덜덜 떨리는 팔을 놀려봤자 얼마나 아플까 싶긴 했지만, 능글맞게 웃는 모습이 너무 꼴 보기 싫어 주먹을 쥐고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이번엔 뒤에서 크게 웃는 소리가 나더니 함께 목덜미에 닿는 뜨거운 입술이 느껴졌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우리 진호 이렇게 잔뜩 싸 놓고서.”
“아니라고요! 흐어엉- 아니, 아니라고! 흐윽, 하지 마아! 놀리지 마!”
누군 생전 처음으로 듣도 보도 못한 일을 겪고 혼란스러워 죽겠는데, 녀석들은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내 울음이 커질수록 더 활짝, 더 크게 웃었다. 내 몸을 이상하게 만든 게 누군데! 씨발, 이 못된 새끼들!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이 들어 키득대면서 이리저리 입을 맞추는 녀석들에게 놀리지 말라고 욕실이 울리도록 크게 소리 질렀다.
나조차도 놀랐을 정도로 큰 소리에, 녀석들도 놀랐는지 웃음소리가 멎었다. 남궁후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며 자신을 째려보는 나를 향해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너 놀리는 거 아닌데? 지금 엄청 귀여워하는 중인데.”
“흐으음, 아무래도 우리 마음이 잘 안 전해졌나 보네.”
부끄러워서 고개도 못 드는 사람을 두고 키득대던 게 어떻게 귀여워하는 거야. 나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코를 훌쩍였다. 그리고 남궁후를 향해 애써 미간에 힘을 팍 주고 최대한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내 눈을 내려보던 남궁후가 피식 웃더니 내 뒤에 있는 남궁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안 되겠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사랑스러워하는 건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아나 봐, 우리 진호는.”
“어, 잠, 아닌, 아닌데!”
망했다. 가볍게 들고만 있던 녀석들의 팔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응, 왜, 또 뭘, 뭘 하려엇, 고...!”
무슨 눈짓을 주고받은 건지 몇 발짝 뒤로 걸어간 남궁호가 천천히 욕조에 걸터앉았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빼지 않고 움직이는 바람에 뜨거운 기둥 두 개가 내벽을 눌렀다. 잘게 올라오는 쾌감에 눈을 질끈 감고 신음을 흘리자, 뒤에서 남궁호가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눈 떠, 진호야.”
제법 부드러운 어조였다. 그러나 눈을 뜨지 않고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귓바퀴를 깨무는 힘이 더 강해지는 것을 보아 봐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결국 은근한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떠 천장의 거울을 마주했다.
“흐윽, 아냐, 이거, 흐으, 아니야!”
“쉬- 착하다, 진호. 예쁘다, 우리 진호.”
못된, 나쁜 새끼들. 자세를 비스듬히 해서 천장을 향해 다리를 한껏 벌린 자세로 고정시킨 남궁호와, 연결 부위를 보여주기 위함인지 꼿꼿이 서서 사타구니만 살짝 앞으로 내민 남궁후 덕분에 내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였다. 거리가 있어 삽입된 곳이 아주 자세히 보이지 않았으나, 두 개를 품고 한계까지 벌어져 있다는 것은 너무도 선명했다.
본능적인 거부감에 고개를 저으며 울음을 터트리자 남궁후가 내 허벅지 안쪽에 입을 맞췄다. 정말 더할 나위 없는 다정한 몸짓이었지만, 이제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 나는 도리질하며 급하게 입을 열었다.
“안, 안돼! 싫, 시히이익...!”
“응, 돼, 진호야. 너무, 씨발, 너무 돼.”
한계까지 벌려진 구멍을 드나들며 남궁후의 페니스가 자비 없이 극점을 때렸다. 아까 남궁호가 박았을 때도 이러다 뇌가 타버리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번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그저 죽을 것만 같은 쾌감이 뇌와 몸을 지배했다. 뚫려, 뚫려버려. 폭력적일 정도로 때려 박는 남궁후의 움직임에 맞춰 전신이 허우적거리며 경련했다.
“헉, 살, 흐익, 살렷, 주으흐읏!”
“우리가 널 죽일 리가 없잖아. 이건 기분 좋은 거야. 아주, 아주 좋은 거야.”
아냐, 아니야. 몇 번이고 도망치려고 몸을 바르작거려봤으나 그때마다 별 소득도 없이 다시 자세를 잡고 더 집요하게 박아대는 녀석들로 인해 나는 눈가가 짓무를 때까지 눈물과 콧물을 흘렸다. 몸 역시 땀인지 물인지 모를 정도로 흠뻑 젖어있어 미끄러울 법도 하건만, 녀석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차라리 고통일 정도로 거대한 자극들 속에 나는 그저 울고 빌고, 신음했다.
결국 나는 흐릿해지는 정신을 어쩌지 못하고 까무룩 정신을 잃을 때까지 녀석들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했다. 더 끔찍한 사실은, 내가 눈을 뜬 것 또한 견딜 수 없는 쾌감 때문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기절하고 나서 침실로 장소를 옮겨 온갖 만행을 일삼던 녀석들에게 정말 죽을 것 같다고, 제발, 제발 오늘은 이만 쉬게 해달라고 애원하다가, 다음에도 녀석들을 받아들이겠다는 굳은 약속을 하고 나서야 나는 녀석들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다시 잠들기 직전까지 이대로 구멍이 늘어나서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했던 것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었다.
* * *
“...호야. 진호야.”
“으응....”
단잠을 자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아주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과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기분 좋아 슬쩍 웃음이 났다. 일어나라는 거야, 이대로 더 재우려는 거야.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베개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그러다 눈가에 연속으로 두 번의 키스를 받을 때쯤에야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김치 수제비, 욕실, 쌍둥이. 거기까지 떠올리자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던 눈이 번쩍 뜨였다.
“드디어 일어났네, 곰돌이.”
“싫, 싫어요. 더는 안돼!”
나는 누워있는 날 내려다보는 두 쌍의 눈을 보며 겁에 질린 채 말을 더듬었다. 가벼워진 눈꺼풀과는 달리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겨우 가누어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그러자 그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녀석들이 피식 웃으며 각자 내 앞머리를 정리해주고, 가슴을 토닥이며 나를 달랬다.
“쉬- 진정해. 안 해, 안 할 거야.”
“그래, 진정해, 진호야. 착하지, 우리 진호.”
어젯밤과 달리 차분한 목소리가 얼핏 믿음직스럽긴 했지만, 당했던 것이 있는 나는 쉽게 경계를 풀지 않고 번갈아 눈치를 살폈다. 한참을 신경을 곤두세우고 눈치를 보고 있다가 정말 그럴 마음이 없다는 확신을 얻고 나서야, 나는 급격히 가빠진 숨을 고르게 쉴 수 있었다. 쌍둥이들은 내가 완전히 침착해질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 이제 출근해봐야 해서, 일어났을 때 아무도 없으면 네가 놀랄 것 같아서 인사하고 가려고 잠깐 깨웠어.”
“아직 이른 아침이니까 무리해서 일어나지 말고 더 자도 괜찮아, 진호야.”
그러고 보니 내 양쪽에 앉아 있는 녀석들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단정한 하얀색 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은 둘은 정말 출근 준비를 마친 직장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출근....”
“그래. 출근. 밥은 해 놨으니까 이따가 배고프면 데워 먹어.”
“귀찮다고 안 먹으면 안 된다? 먹을 때 인증샷 찍어서 보내.”
정장도 정장이지만 단정하게 올린 머리 스타일 때문인지 정말 어른처럼 보이는 게 영 어색했는데, 잔소리를 시작하자마자 그 어색함은 금세 날아갔다. 인사만 남기고 바로 출근할 것만 같이 말했던 둘은 어딘가 짓궂어 보이기도, 해맑아 보이기도 하는 미소를 띤 채 이런저런 당부를 늘어놓았다.
자는 새 몸은 깨끗이 씻겨 놓았으니 다른 거 걱정하지 말고 오늘 하루는 푹 쉴 것. 혹시나 어디 조금이라도 아프고 불편하면 둘에게 바로 연락할 것. 정새빈의 연락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받지 말 것. 맘껏 어지럽히고 더럽혀도 괜찮으니, 청소 같은 거 생각 말고 놀고 싶은 대로 놀고 있을 것.
그 외에도 아주 사소한 것 하나, 하나까지 늘어놓으며 규칙적으로 토닥이는 녀석들 덕분에 내 눈꺼풀은 다시 무거워지고 있었다. 피로한 몸은 쉽게 잠을 불러왔다.
“오늘 최대한 일찍 들어오려고 할 테지만, 혹시나 늦게 되면 연락할게.”
어, 그건 좀.... 별론데. 잠기운이 찾아와 몽롱한 정신을 파고드는 늦는다는 말에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혼자 있는 건 싫은데.
“...늦어요?”
몸을 잠식하는 수마에 반항하며 느릿하게 뜬 눈에 녀석들의 입가가 보였다. 잔잔하게 올라가 있는 입꼬리.
“안 늦어. 푹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조금만 기다리면 올 거야.”
“우리 곰돌이 보러 최대한 빨리 올게. 약속해.”
녀석들의 다정한 속삭임을 들으면서 나는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까무룩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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