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안돼. 이미 한계치의 자극에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 내 위에서 찍어누르는 대로 몸을 튕기며 신음하던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힘껏 허우적거렸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벗어나 보려고 했던 몸짓이었건만, 쾌감에 절여져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은 내 뜻을 따라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 골반을 고쳐 쥔 남궁호가 손에 힘을 콱 주더니 죄다 쑤셔 넣을 기세로 자신의 것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흐이익-.”

“크, 읏-.”

머리가 하얘질 정도의 쾌감에 본능에 따라 허리를 잔뜩 휘었다. 급하게 빠져나간 남궁호의 것은 내밀어진 내 배 위에 울컥 정액을 잔뜩 쏟아냈다. 남궁후는 잘게 경련하고 있는 내 몸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꼭 잡은 채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다. 흐릿한 시야에 숨을 몰아쉬며 웃고 있는 남궁호가 보였다. 녀석은 물이 묻은 손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 올려 고정시키더니 입술을 핥아 올렸다.

“이거 중독되겠는데.”

“하아, 하아….”

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나는 잔뜩 오른 열기 속에서 숨을 고르느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 시야도 흐릿했고, 너무 강한 자극을 받은 몸은 허공에 떠 있는 마냥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들어올 때만 해도 따뜻한 느낌을 주었던 물은 이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졌다.

얼굴 엄청 빨개졌을 것 같은데, 나. 나는 멍하니 천장을 눈에 담다 무겁게 느껴지는 눈꺼풀을 서서히 감았다.

“어어? 안 된다고 했어, 김진호.”

그러나 그대로 잠을 청하려던 나의 의도는 쌍둥이로 인해 바로 무산되었다. 뒤에서 날 잡고 있던 남궁후가 흐느적거리는 내 몸을 앞으로 엎드리게 하더니, 이제야 겨우 잠잠해진 내 안쪽을 있는 힘껏 꾹 눌러 버렸다.

“아, 그만, 이제 못해엣-.”

조금 전까지도 커다란 것이 들락거려서일까, 내 애널은 아무 저항감 없이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이번엔 남궁호가 날 받치고 있기로 한 것인지,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내 팔을 본인의 어깨에 감고 기대게 했다. 나를 마주 본 놈은 가볍게 키스를 해왔다.

“진호야, 나 사실은 네 안에 싸고 싶었는데 참았어. 네가 배 아플까 봐. 잘했지? 응? 칭찬해줘.”

“응, 그게 무, 흐읏, 으.”

칭찬을 개뿔. 나는 내 코에 그 오뚝한 코를 비비적거리며 뿌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녀석을 향해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정말 칭찬을 기다리듯 눈을 반짝이는 남궁호에게 뭐라고 쏘아붙여주려고 입을 열었건만, 안을 헤집는 손가락이 하나 더 늘어나는 감각에 나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입술을 깨물었다.

“맞아, 진호야. 저 새끼는 왜 당연한 일 가지고 지랄일까 싶지? 신경 쓰지 마. 나한테 집중해.”

“하악, 잠, 아으으, 흡.”

빌어먹을 놈들. 말 시킨 건 지들이면서 왜 나한테 지랄인 거야! 벌이라도 주듯 전립선을 짓누르면서 동시에 내 앞까지 쥐고 흔드는 남궁후의 손길에 결국 다리의 힘이 풀려버렸다. 그러나 고작 이런 거에 녀석이 멈출 리 없었다. 남궁후 계속해서 앞뒤를 자극했고, 견딜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자극에 몸을 바르작거리자 내 주변으로 물보라가 일었다.

“푸우- 물 다 튀잖아, 진호야. 가만히 좀 있어봐.”

“읏, 긋, 그마앙, 제바, 하아악!”

남궁호가 마구 튀는 물을 조금 먹고 투덜거리자 욱한 것도 잠시, 나는 예고도 없이 뒤를 파고들어 오는 굵은 것에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허리를 뺐다. 이대로 그게 들어온다면 온 신경이 저릿거릴 정도로 큰 쾌감이 뇌를 마비시킨다는 걸 잘 알기에 어떻게든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내 골반을 옹골차게 쥔 손에 의해 나는 무력하게 끌려가고 말았고, 내가 도망갔던 만큼 더 큰 반동으로 돌아온 쾌감이 내 눈앞에서 번쩍였다.

“하하, 씨발. 우리 곰, 돌이, 진, 짜 맛있네?”

“힉, 긋, 그맛, 아아...!”

남궁후는 말을 짓씹듯 내뱉으며 쿵쿵 온몸이 울릴 정도로 강하게 자신의 것을 박아넣었다. 뚫어버릴 기세로 내벽을 때리는 감각은 쾌감이라기보단 차라리 고통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도 거대해서,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아무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는 남궁후가 움직이는 대로 끌려다녔고, 상체 역시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하고 있었다. 손이 하얘질 정도로 남궁호의 어깨를 잡는 것만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아깐 정신없어서 못 봤는데, 진호 박힐 때 이런 얼굴 하는구나.”

존나 섹시하네, 우리 진호. 그렇게 속삭인 남궁호는 내 입가에 흐르는 타액을 쓱 훑은 손을 내 입에 넣었다. 입천장을 살살 긁어 입 전체를 간지럽힌 녀석은 내가 복수하듯 손가락을 깨물자 피식 웃더니, 젖꼭지를 세게 잡아당겼다.

“아으윽, 아하! 아, 아하여읏.”

“나 손가락 아파, 진호야. 핥아줘.”

빌어먹을. 녀석은 잔뜩 처진 눈썹을 하고 잇자국이 선명한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먼저 괴롭힌 것도, 아파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유두를 잡아당기는 것도 저면서. 마치 피해자인 양 구는 모습이 여간 얄미운 것이 아니었지만,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녀석의 손가락이 살랑거리던 곳을 향해 천천히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뒤에서 박는 반동에 의해 뭉개듯 혀가 닿자마자 턱을 받친 손이 내 상체를 휙 들어 올렸다. 덕분에 내 유두를 쥐고 있던 손이 확 떨어져 나가 불에 덴 듯한 통증이 일었다.

“아파앗!!”

놀라 뜬 눈가로 생리적인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허리를 잡은 팔과 가슴을 받치고 있는 손에 의해 발끝으로 겨우 선 자세가 된 나는, 위태로운 상태 그대로 더듬더듬 아픈 곳을 찾아 손을 움직였다. 곧이어 화끈거리는 유두가 손바닥에 느껴졌으나 쓰라려서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그때, 날 들어 올리느라 잠시 멈췄던 남궁후가 내 다리를 욕조 한쪽에 걸치게 하더니 다시 허리 짓을 하기 시작했다.

“진호야, 내가 누구야? 응? 내, 이름, 말, 해봐. 어서.”

“싯, 시어엇, 잠, 흐읏, 자까앗!”

아까와 다른 곳을 찍어 올리는 감각에 또다시 눈앞이 번쩍였다. 거기다 뭔가가 계속 선단을 문질러대며 사정감을 재촉하고 있었다. 척추를 타고 뇌를 태우는 쾌감에 의해 그가 속삭이는 말들은 귓가에서 맴돌기만 할 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답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짓궂은 목소리에 결국 바보처럼 모른다고, 모르겠다고 울면서 빌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빌어도 봐줄 생각이 없었는지, 내 몸을 잠식하는 자극은 줄어들 줄을 몰랐다.

“학! 잠, 아으으으! 안, 안대엣!”

결국 나는 엉덩이를 한껏 조이며 한 번 더 사정하고 말았다. 몸을 부르르 떨며 울컥울컥 사정을 하는 와중에도, 끔찍하리만치 커다란 쾌감은 멈추질 않고 계속해서 쿵쿵 뇌를 울렸다.

“제, 제밧, 히으, 쌋, 나 쌋으닛까앗!”

“진호야, 내가 누구냐니까. 응? 아직도 모르겠어? 또 이렇게 그냥 갈래? 응?”

싫어, 안돼.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제발 봐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죽을 것 같은 오르가슴에 겁에 질려 흐어엉, 울음을 터트려도, 전립선을 때리는 거대한 몽둥이와 자극에 못 이겨 그새 조금 발기한 앞을 쥐고 흔드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기절할 것 같다는 핀치에 몰린 나는 손에 잡히는 걸 그대로 쥐어뜯으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누구, 누구였더라. 조금만 방심해도 날아가 버리는 정신을 가까스로 다잡고 간신히 입을 벌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물음에 답했다.

“나, 남구웃, 흐, 후, 후우웃...!”

아아, 앞이 안 보여. 분명 눈을 뜨고 있는데 눈앞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목구멍으로 나올 것처럼 깊이 박힌 그것이 한 치도 빗겨나지 않고 오롯이 내가 느끼는 지점만 짓눌렀다. 방금 사정을 마쳤던 내 페니스는 꼿꼿이 서 하얀 정액을 찔끔 내뱉고 있었다. 내가 사정을 하고 있던 말던 남궁후는 잔뜩 고양된 목소리로 날 칭찬하며 계속 박아댔다.

“잘했어, 진호야. 예뻐. 응, 예쁘다.”

“헉, 하그읏, 흐으, 흐.”

하얘진 뇌는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아무런 대꾸 없이 흐릿한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숨을 쉬는 데 집중하지 않으면 그대로 쾌감에 짓눌려 질식할 것만 같았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몸을 지탱하는 것은 남궁후의 힘이었다. 내 목 부근을 잡아 상체를 고정하고, 허벅지 안쪽을 잡아 하체를 고정한 녀석은 그 큰 페니스로 안을 멋대로 휘젓고 박아댔다. 녀석은 간간이 내 등과 뒷목에 입을 맞추며 흐느끼는 나를 달래려고 했으나, 눈물을 흐르게 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멈춰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머리가 엉망으로 헝클어진 채 어딘가 불길한 미소를 띤 남궁호가 갑자기 시야로 들어왔다.

“나 때는 이름 안 불러줬잖아, 진호야. 불공평하게 이러는 게 어딨어.”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손을 뻗더니 내 몸을 겨우 지탱하고 있던 한쪽 다리로 손을 뻗었다.

“야, 꺼져라?”

“응, 싫어-.”

“무, 무슨, 그렇게 하면 넘어져, 으아앗!”

남궁후의 살벌한 경고에 혀를 날름 내밀어 보인 남궁호는 기어코 내 다리를 들어 올렸다. 순간 상체가 휘청여 눈앞에 보이는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어떻게 된 건가 싶어 내려다본 내 눈에 보인 건, 한쪽은 남궁후에게, 다른 한쪽은 남궁호에게 잡혀 다리가 활짝 벌려진 채로 허공에 떠 있는 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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