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호 이야기-128화 (128/234)

128화

“진호야, 가만히 있어야지.”

“어,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얼른 내려 줘요! 얼른!”

후가 손가락으로 내 뒤를 자극하고 있을 때 다른 곳을 이리저리 지분대던 호가 갑자기 일어서 나가더니 뭔가를 손에 들고 왔다. 쾌감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본능적인 감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은 정확했다.

호가 말랑한 통을 흔들며 후에게 턱 짓을 하자마자 후가 손가락을 빼냈다. 그러고는 내 등을 자기 가슴에 기대도록 한 채 내 무릎 뒤를 잡고 일어나더니, 욕조에 걸터앉아 버린 것이었다. 아까 허공에서 거기를 빨렸을 때보다 더 수치스러운 자세가 된 나는 어떻게든 활짝 벌려진 내 엉덩이 사이를 가려보려고 했으나, 그럴수록 무릎을 뒤로 더 당겨버리는 후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셋 셀 동안 손 안 떼면 더 재밌는 거 한다?”

“더 재밌, 아니, 그런 거 필요 없다고요!”

“하나.”

“그게 뭔데요. 그게 뭔지나 좀 말을 해주고.”

“둘.”

“악! 오, 오지 마!”

“세....”

졌다. 셋을 말하려는 호의 표정이 전에 없이 무표정해지는 걸 보고 덜컥 겁이 난 나는 울상을 지으며 결국 손을 떼고 대신 얼굴을 가려버렸다. 계속 생글거리던 애가 그런 표정 짓기 있냐고요. 얼핏 보면 살벌해 보이기까지 한 눈빛에 쫄다니, 너무 자존심도 상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으나 그런 잡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뒤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것과 그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액체 때문에 놀라 몸을 크게 비틀었다.

“차, 가워, 이게 뭐,”

“젤이야. 물만 들어가면 좀 뻑뻑해서 아플 수도 있으니까.”

“그, 그만! 그마안!”

호는 한 통을 다 짜 넣을 심산인지 젤 통을 더 깊숙이 넣으며 계속해서 통을 쥐어짰다. 차갑고 뭉글한 액이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영 이상해 나는 나를 잡고있는 후의 팔을 잡고 이리저리 엉덩이를 움직였다. 어떻게든 통의 입구를 빼내려는 노력이었는데, 지금까지 그랬듯 나의 노력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내 안에 들어가다 못해 넘친 젤이 욕조 물 위로 투둑, 하고 떨어지고 난 후에야 통의 입구가 빠져나갔다. 거의 다 빈 통을 힐긋 내려다본 호는 저편으로 아무렇게나 휙 던져버리고 손가락 두 개를 내 안으로 쑥 집어넣었다.

“흐, 왜, 왜 또.”

“왜긴. 알잖아, 진호야.”

내벽에 젤을 바르는 것처럼 여기저기 꼼꼼히도 헤집던 녀석은 손가락을 빼고 벌린 다리 사이로 바짝 사타구니를 붙여왔다. 저번에 보고 기겁했던 녀석의 그곳 크기는 여전했다. 호는 꼿꼿이 서 있는 그의 것을 잡고 내 입구에 슬슬 몇 번 문지르더니 입술을 핥았다. 무슨 일이 닥칠지 경험을 통해 아는 내 몸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긴장으로 머릿속에 맴도는 말을 차마 뱉지 못하고 벙긋거리던 입은 녀석의 것이 서서히 진입하는 순간, 그대로 벌어져 다물릴 줄을 몰랐다.

“아, 아아...!”

“흐, 씨, 발. 왜 이렇게 좁아.”

그 큰 걸 끝까지 욱여넣느라 내 쪽으로 한껏 숙인 녀석의 혼잣말이 귓가에 울렸다. 반대쪽 귀엔 날 잡고 있는 후의 잔잔한 숨결이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둘의 반응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벽을 짓누르며 들어찬 녀석의 귀두가 점점 더 내가 느끼는 지점을 짓누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도리질을 치며 날아가려는 정신을 잡으려고 했으나 그 미약한 저항은 곧이어 살짝 뒤로 빠졌다가 쾅 내리치는 충격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바스러지고 말았다.

“히익, 힛, 안, 흐아아, 아!”

“응, 돼. 후우-. 돼, 진호야.”

어느새 내 다리는 남궁호가 잡아 벌린 채 뒤를 뚫어버릴 것처럼 세게 피스톤질을 하고 있었고, 한 손으로만 내 허리를 잡아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한 남궁후는 내 페니스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떤 곳보다 예민하고 약한 두 곳을 동시에 자극당한 내 몸은 마치 경련이라도 하듯 떨리고 있었고, 눈앞은 계속 번쩍거렸다. 너무 강렬한 쾌감에 바보가 될 것 같아 입술을 깨물어보려고 했지만 신음을 내지르느라 침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그것만 해도 죽을 것 같은데, 남궁호는 모자랐는지 엉덩이가 더 하늘을 향하도록 다리를 꾹 누르더니 본인의 앞섶을 더 깊숙이 박아 넣었다.

“깊, 허억, 깊엇, 깊어어.”

“후- 이제 겨우 다 들어갔다.”

거짓말. 아까도 충분히 깊었는데, 지금은 약한 헛구역질이 치밀 정도로 깊이 들어온 상태였다. 이게 진짜일 리가 없어. 나는 턱턱 막히는 기도에 억지로 공기를 들이마시며 믿기지 않는 현실에 눈물을 흘리며 도리질을 쳤다.

“무, 무리, 싫, 흐으.”

“괜찮아. 할, 수 있, 어.”

“히익, 그, 흐악, 마아앗.”

강하게 찍어 누르는 남궁호의 움직임에 따라 전에 없이 깊은 곳을 찔리며 나는 온몸에 힘을 줬다가 허물어지기를 반복했다. 등 뒤에서 찰박거리는 따뜻한 물 장막이 아플 정도로 남궁호는 나를 몰아붙였다. 번쩍이던 불빛은 이제 번쩍이는 것도 모를 정도로 그저 계속 하얗게 이지를 흐리게 만들었다.

이성을 날려 보낸 쾌감에 의해 조용한 분위기조차 눈치채지 못한 나의 턱을 남궁후가 강하게 쥐고 속삭인 것은 그때였다.

“진호야.”

“응, 으읏.”

“진호야. 저 위에 봐 봐.”

“흐잇, 힛, 뭐, 뭐르읏.”

내 뺨을 약하게 치면서까지 일말의 정신을 붙잡은 후는 기어코 그가 원하는 곳을 보게 만들었다. 저거. 그렇게 속삭이는 그의 손가락을 따라 올려다본 천장에는 몸이 거의 반으로 접혀 박히고 있는 나와, 남궁호의 꿈틀거리는 등 근육, 그리고 나와 눈을 맞추며 씩 웃고 있는 남궁후가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싫, 흐아, 싫엇, 잠, 멈, 줘주읏!”

너무 적나라하게 비치는 부끄러운 모습에 나는 참지 못하고 발버둥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격해진 반한에 내 시선을 따라 천장을 한 번 힐긋 본 호는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내 고간을 양손 엄지로 꾹 눌렀고, 어떻게든 그를 밀어내려고 움직이던 다리에서 힘이 쭉 빠졌다. 부끄러운 마음과 몸이 내 말을 안 듣는 것이 무서워 결국 나는 꼴사납게 훌쩍거리며 울음을 터트렸다. 내가 울음을 터트리자 자비 없이 박아대던 호가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잔뜩 젖어 다닥다닥 붙어버린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남궁후가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달랬다.

“쉬- 왜 울어, 우리 진호.”

“부끄, 흐윽, 부끄럽고오, 무서, 무서워서, 흐윽.”

그랬구나, 우리 진호가 부끄럽고 무서웠어? 남궁후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귀와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다. 남궁호는 내 볼을 살살 쓰다듬다가 내가 어리광 부리듯 그 손에 볼을 비비며 기대자 가만히 받쳐주었다, 그 다정한 행동에 놀란 가슴이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그게 녀석들에게도 느껴졌는지 남궁호는 고개를 숙여 내 이마에 입을 한 번 맞추고 천천히 허릿짓을 다시 시작했으며, 남궁후는 다시 시작된 추삽질에 놀란 내 턱을 잡고 천장을 향하도록 고개를 고정했다.

“흐, 으응, 왜, 왜 또.”

“진호야, 부끄러운 게 아니야. 이건 예쁜 거야. 예쁘고 사랑스러운 거야.”

아냐, 그런 거 아니야. 나는 도리질 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부정하려고 했으나 내 턱을 강하게 쥔 남궁후의 손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금방 붉게 달아오르는 얼굴과 쉴 새 없이 신음을 내지르느라 벌어진 입, 방울지며 떨어지는 눈물과 차마 삼키지 못해 흐르는 타액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내 위에서 웃는 얼굴로 입술을 핥는 남궁호의 얼굴과 거울에 비친 엉망이 된 모습, 그리고 그런 나를 집요하게 관찰하는 남궁후가 너무 야해서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질끈 눈을 감자마자 내벽을 찍어누르던 남궁호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강해졌다. 잔뜩 괴롭혀지고 자극당한 나에게 결국 강한 사정감이 찾아왔다.

“하악, 잠, 쌀, 흐악, 쌀 것 같아요!”

뭐라도 잡아야 할 것 같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 몸을 지탱하고 있던 남궁후의 팔을 잡고 허리를 잔뜩 젖혔다. 요의와도 닮은 사정감을 참아내고자 본능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허공에 붕 뜬 허리를 본 남궁호는 흉포하게 웃으며 골반을 꽉 잡아챘다. 그다음 그가 한 행동은 정말 자비가 없었다.

“히이잇...!”

자신의 모든 것을 넣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빠르고 강하게 자신의 것을 박아넣는 남궁후 덕분에 나는 참지 못하고 허공에 울컥, 사정을 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멍해지는 정신과 몸을 지배하는 탈력감이 찾아왔다. 정액을 토해내느라 잔뜩 힘이 들어갔던 온몸의 근육에서 힘이 빠져나갈 무렵, 나는 믿기지 않는 감각에 눈을 크게 떴다.

“잠, 흐읏, 나 쌌, 허윽, 쌌어요!”

“응, 알아.”

“지긋, 그음, 하면, 안, 흐아아...!”

사정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작렬하는 쾌감은 차라리 고통에 가까울 정도로 거대했다. 나는 절로 나는 눈물을 흩뿌리고 콧물을 훌쩍이며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제발, 그만, 봐주세요. 신음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면서도 꾸역꾸역 애원하는 나에게 남궁호는 조금만 더 참으라고 속삭이며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남궁후는 헐떡이는 내 유두를 세게 꼬집어 흐려지려는 정신을 다잡게 하더니 말했다.

“아무리 좋아도 기절은 안 돼, 진호야.”

나랑도 놀아줘야지. 녀석은 잔인한 말을 다정히도 속삭였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2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