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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 이야기-127화 (127/234)

127화

“자아, 첫 번째 라운드 시작!”

“아니, 저 아직 한다고 안 해, 으읏!”

내 눈을 가리는 손을 잡아 내리려고 손을 올림과 동시에 뒷덜미가 깨물렸다. 아프지 않게 잘근잘근 씹어대는 느낌이 간질거려 목을 움츠리자마자, 주변에 얕은 물보라가 일며 두 사람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눈만 가리면 기척으로 다 알 수도 있으니까 조금, 핸디캡을 주려고.”

“필요, 아읏, 없어요!”

“아냐, 너무 쉬우면 게임이 재미없잖아.”

이럴 거면 시작하기 전에 누가 누군지 알려주고 그런 말을 하던가! 나는 내 몸을 살살 쓸어내리는 손길에 몸을 움찔거리며 양손으로 날 자극하는 손을 하나씩 쥐었다. 그러나 내가 미처 막지 못한 두 개의 손이 내 귓불을 살살 간질인다거나, 엉덩이 골을 지분거렸다. 내가 몸을 움직여서인지, 두 사람이 움직여서인지 물보라가 쉼 없이 일며 날 헷갈리게 만들었다.

한동안 간질거릴 정도로만 자극하던 손들이 떨어져 나가고, 시야가 밝아졌다. 눈을 뜬 내 앞에는 두 명이 웃음기 서린 얼굴로 앉아 있었고, 그중 한 명이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 내게 물었다.

“내가 누구게?”

“...후?”

잠깐동안이지만 치열하게 고민한 나는 찍는 심정으로 한 명의 이름을 댔다. 그러자 한쪽만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균형을 이뤄 활짝 웃는 모양새를 만든 녀석이 내 오금을 잡으며 말했다.

“틀렸어.”

아, 역시 틀린 건가. 강제로 하게 된 거지만 어쨌든 또 못 맞췄다는 생각에 조금 미안해졌는데, 내 오금을 가볍게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팍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한 명은 언제 또 뒤로 갔는지 내 겨드랑이 밑으로 팔을 넣더니 둘이 동시에 나를 훅 들어 올렸다.

“아...에? 잠깐, 뭐, 뭐예요!”

“응, 틀렸으니까 벌칙.”

“무슨 벌칙을, 흐악, 잠, 하지잇, 마요!”

한쪽 발은 욕조에 디디게끔 하더니, 안쪽 허벅지를 잡고 벌린 채 내 앞에 무릎을 꿇은 녀석은 웃는 얼굴로 별안간 내 것을 입에 머금었다. 환한 전등 아래 가감 없이 드러난 사타구니에 누군가의 얼굴이 묻히는 것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곤욕이었다. 예민한 성감대를 감싸는 뜨거운 점막의 느낌에 발이 곱아들고, 눈이 질끈 감겼다.

“싫, 흐아, 싫어엇!”

강하게 빨아당기는 느낌에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면서 허리가 절로 들렸다. 점점 크기를 세우는 내 것을 물고 앞뒤로 피스톤질을 할 때는 반사적으로 잘게 허리를 흔들고 말았다. 그러다 몰려드는 사정감을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세게 깨무려고 하는 타이밍에 녀석은 내 것을 놓아주었다. 나는 힘이 빠진 발로 녀석의 어깨를 밀며 따졌다.

“이런, 이런 얘긴 없었잖아요.”

“게임에서 지면 벌칙이란 건 너무 당연한 거잖아. 싫으면 맞추면 돼.”

나를 욕조에 살포시 내려놓으며 너무 당당히 말하는 꼴에 도리어 내가 말문이 막혔다. 녀석들은 다시 내 눈을 가렸다. 말도 안 되는 게임은 그 뒤로도 몇 번이나 계속되었다.

“아아, 잠, 흐으.”

유두를 꼬집어 올리는 손길에 저지하려는 말을 하려고 하자마자 손가락 하나가 들어와 혀를 꾹 눌렀다. 피하기 위해 등을 굽혀 드러난 뒷목을 뜨거운 혀가 핥아 올렸다. 눈이 가려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 촉감에 나는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양옆에서 목을 울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계속해서 간질간질 한 자극을 받은 몸은 그 울림마저 자극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자아, 진호야. 나는 누구야?”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이 떨어지고 턱이 들렸다. 나를 내려다보고 씩 웃는 얼굴에 장난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 나는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는 두 손에 몸을 움찔거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틀릴 때마다 벌이라면서 당했던 것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허공에 들려 다리를 활짝 벌리고 환한 불빛 아래 그곳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 빨리는 것은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을 만큼 수치스러웠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었다.

“응, 몰, 히으읏...!”

그러나 그 답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뒤에 있던 녀석이 예고도 없이 내 귀를 덥석 물었다.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혀가 귓바퀴를 핥아 댔다. 나는 기겁을 하고 내 허리를 안고 있는 손을 밀어내며 반대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봤지만, 도망치지도 못하고 도리어 아래를 잡아채는 손에 놀라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이다 얼굴을 물에 집어넣어 버렸다.

“푸흐, 켁, 큭, 콜록, 콜록!”

“푸흡. 바보네, 우리 진호?”

“콜록, 바보, 콜록, 아니거든요?!”

코로 물이 들어가 기침을 하는 와중에도 놀리는 소리가 너무 얄밉게 들려 받아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물이 들어가 따가운 눈을 몇 번 비비고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째려보니 쌍둥이 중 한 명이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그게 너무 얄미워서 코에서 흐르는 물을 대충 닦으며 남은 손으로 확 물을 뿌려버렸다.

“어어! 너어!”

“뭐요! 뭐어힛! 잠, 아응, 읏.”

내가 뿌린 물을 요령 좋게 피하고 날 향해 짓궂은 표정을 짓는 놈에게 따지려고 언성을 높이는데, 아래를 잡고 있던 손이 기둥뿌리 쪽을 뭉근하게 눌렀다. 찌릿한 감각에 놀라 내 것을 쥐고 있는 손 위로 내 손을 겹치며 뒤를 돌아보니 똑같은 얼굴의 또 다른 쌍둥이가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왜 쟤랑만 놀아.”

“아니, 응, 논, 흐으, 논 게 아니잖아요!”

손목을 잡아떼어내려고 할 때마다 고환 아래쪽과 기둥뿌리 쪽을 꾸욱 눌러대는 손길에 자꾸 신음이 새어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무릎으로 서는 바람에 드러난 유두에 촉촉하고 뜨거운 점막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하으, 아, 아아.”

“너무 못 맞춰서 재미없어. 그냥 난이도를 높이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서 무슨 난이도를 높여. 쪽쪽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빨아올리던 유두를 손으로 빙글 돌리면서 하는 말에 나는 말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냐, 잠, 안돼엣..!”

“맞아. 이젠 맞추기 말고, 그냥 각인을 시켜줘야 할 것 같아.”

물론 반박은 발기한 기둥을 잡고 요도를 문지르는 것에 신음으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느낌상 후인 것 같은 뒤에 있는 녀석은 내 귀를 한 번 깨물더니 골반을 잡고 들어 올렸다. 덕분에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나는 반사적으로 앞의 녀석의 목에 매달렸다. 수면 위로 드러난 살을 스치고 지나가는 공기가 차가워 엉덩이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뭐, 뭐 하는 거예요! 잠, 하지 마요! 하지마아앗...!”

한껏 모아진 엉덩이가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으로 인해 벌려지더니, 은밀한 곳에 말캉한 촉감이 느껴졌다. 나는 기대고 있는 목덜미를 끌어안은 채 이리저리 피해 보려고 골반을 움직였으나 혀는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가만히 있으라는 듯 손으로 내 선단을 슬슬 비벼대서, 다리에 힘을 주기 위해 발가락을 오므리고 버텨야 했다.

“하으, 응, 으응.”

“진호야. 김진호. 나 봐봐. 나 누구야?”

“몰, 으읏, 몰라앗.”

은밀한 점막을 헤집는 감각에 눈앞이 흐린데 자꾸 뭘 보라는 거야. 나는 쾌감에 못 이겨 자꾸 도리질 치는 내 턱을 잡아 고정시키는 사람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그래봤자 잔뜩 붉어진 얼굴에 풀린 초점이 위협적일 것 같지는 않았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반항이었다.

“나는 호야. 기억해. 알겠지? 내가 호야.”

아, 맞았다. 어렴풋이 얘가 호일 것 같았는데 정말 호였다. 여전히 뭐가 다른지 묻는다면 딱히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왠지 얘가 호일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맞췄다는 사실에 기뻐할 겨를도 없이, 나는 뒤를 파고드는 이물감을 느끼며 파드득 호의 목을 꽉 안아버렸다.

“야.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그걸 새치기하냐?”

“그마앗, 응, 으응, 잠, 안대햇.”

뒤에서 볼멘소리를 하든 말든 나는 내 안을 이리저리 휘젓는 손가락에 눈을 질끈 감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어딘가를 누르면 아찔할 정도의 쾌감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기에 본능적으로 도망가기 위해 한 행동이었는데, 그 노력이 무색하게 후는 금세 그 지점을 찾아 꾹 눌러왔다.

“진호야 뒤돌아봐 봐.”

“못햇, 잠, 힛, 흐아, 아.”

녀석은 손가락을 늘려 집요하도록 그 지점을 긁고 누르며 괴롭혔다. 나는 척주를 태우는 것 같은 쾌감을 잠깐이라도 멈추기 위해 한쪽 팔을 겨우 뻗어 내 안에 들어 있는 손을 잡으려고 했으나, 허공만 허우적댈 뿐이었다.

후는 자기가 말한 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봐주지 않겠다는 듯이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려 더 세게 문질러댔다. 결국 무릎에 힘이 풀린 나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나 그 김에 빠질 줄 알았던 녀석의 손가락은 그대로 내 안에 꽂힌 채 그 손 위에 앉는 꼴이 되어 버렸다. 느끼는 지점에 가해지는 자극이 멈춘 새 숨을 몰아쉬던 나는 안에서 꿈틀대는 손가락을 느끼고 사색이 되어 급하게 손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한쪽 눈썹을 올리고 있던 후가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입꼬리를 올리며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후야, 진호야. 남궁, 후.”

그 말을 뱉고서는 대꾸할 겨를조차 주지 않았다. 내 허리를 들어 올린 후가 비스듬한 자세로 자기 무릎에 올려놓더니, 안에 있던 손가락을 더욱 깊숙이 집어넣고 안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호는 몸을 바르작거리며 쾌감에 반응하는 내 턱을 들어 올려 입을 맞추었다.

“읍, 으응, 흐.”

유두를 간질이는 손끝과 빙글빙글 돌려대는 손, 안쪽의 느끼는 지점을 괴롭히는 손길과 입 안의 점막을 자극하는 혀로 인해 머릿속이 온통 하얘졌다. 자극이 너무 많았고, 강했다. 그중 하나라도 막아 미칠 것 같은 쾌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었으나, 손으로 뭐든 짚고 있지 않으면 상체가 물에 풍덩 빠질 것 같아 어찌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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