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하으읏...!”
민감한 곳을 감싸는 축축하고 따뜻한 점막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일부러 볼을 볼록하게 만들고 나를 향해 눈웃음을 치는 정새빈에게서 눈을 돌리며 나는 짜릿한 감각을 이기지 못하고 발로 시트를 밀었다. 적당히 조여드는 입안과 기둥을 핥아 올리는 혀가 아찔해 허리가 절로 들썩였다.
내게 못 한다고 하도 구박하길래, 너는 얼마나 잘하냐고 소리를 빽 지른 것을 계기로 녀석은 선생이 되어 주겠다며 시도 때도 없이 내 것을 입에 물었다. 선단을 할짝이는 것부터 기둥을 간질이고 입 안에 머금은 채 피스톤질을 하면서도 정새빈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캑캑대고 숨이 막혀 눈물이 고이고 말았던 나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에 자존심이 상할 지경이었다. 나는 오기로 버티다 결국 조금 찢어지고 만 내 입가에 손을 올려 신음을 막았다. 소리를 참는 순간 녀석이 잠깐은 멈춰준다는 점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싫어.”
“그럼 그만해. 나 ...것 같아.”
“응?”
“...같다고!”
정새빈은 잔득 붉어져 있을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씨발, 다 알아들었으면서! 처음 몇 번이야 정말 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말했지만, 내가 바보도 아니고 똑같은 수법에 계속 당하지는 않는다. 분함을 담아 눈을 부릅뜨고 씩씩거리자 이내 녀석은 눈을 내리깔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흐으음, 모르겠다.”
“뭘 몰라아앗, 잠, 흐익.”
정새빈은 능청스레 길게 늘어트리면서 말하며 예고도 없이 손가락 하나를 깊이 집어넣었다. 익숙하게 안을 헤집어 놓더니 느끼는 지점 위로 살살 둥글리는 감각에 시트를 움켜쥐자마자 손가락 하나가 더 비집고 들어왔다.
“헉, 아니, 잠, 흐아읏.”
하나가 더 들어오자마자 살살 자극하던 부분을 힘주어 누르는 손길에 허리를 휘었더니 그걸 노렸다는 듯 녀석은 자기에게 가까워진 내 앞을 덥석 물어왔다. 급하게 엉덩이를 뒤로 빼봤지만 또 하나가 더 들어와 이젠 세 개가 된 손가락이 한꺼번에 내벽을 긁어내려 나는 또다시 허리를 위로 튕겨버렸다. 의도치 않게 녀석의 입안으로 피스톤질을 하게 된 나는 지나친 쾌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안, 흐읏, 아냐, 그만, 그마안!”
“으부읍, 읍.”
아, 제발. 내 것을 입에 문 채 눈을 휘며 뭐라고 웅얼거리는 모습이 너무 야해 보였다. 나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생리적인 눈물 한 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을 저릿하게 하는 감각에 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정새빈의 행동 하나하나에 몸을 바르작대고 신음을 뱉던 나는, 다가오는 절정을 느끼며 다급하게 시트를 쥐고 있던 손을 뻗어 녀석의 머리카락을 쥐었다.
“아, 나와, 아아, 그, 읏, 으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최대한 쥐어짜 잡아당겼는데도 녀석은 조금도 움직여주지 않았다. 몸을 움츠리고 잔뜩 힘을 주어 견디려고 했으나 점점 세게 빨아당기는 압력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나는 결국 엉덩이에 있는 녀석의 손가락을 있는 힘껏 조이며 몸을 잘게 떨었다.
“나 쌌, 흣, 그만, 제발. 젯, 흐읏, 발.”
토정하는 도중인데 전보다 더 세게 내벽을 짓눌러오는 녀석의 손가락에 나는 기어코 울음을 터트리며 애원했다. 뇌가 녹아내릴 것 같이 너무 강렬해서 고통스럽기까지 한 정도의 쾌감이 두려웠다. 망가져. 이대로면 망가질 거야. 나는 도리질 치며 뭉개지는 발음으로 그렇게 말했으나, 내 정액을 삼킨 정새빈은 이내 다 괜찮다고 속삭이며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손가락을 빼더니 허전함을 느낄 새도 없이 녀석의 것을 뿌리 끝까지 박아넣었다.
“헉, 잠, 안, 힛, 돼.”
“돼? 정말?”
안 돼, 안 된다고! 잦은 관계로 내부는 녀석의 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였을지언정, 눈앞을 새하얗게 만드는 쾌감만은 매번 처음처럼 너무나 거대하게 나를 덮쳐왔다.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찌릿한 감각이 가득해 내 몸은 경련하듯 떨리기 시작했다. 붉은 아랫입술을 혀로 훔치는 멍한 얼굴과는 달리, 격정적으로 박아대는 정새빈의 움직임에 맞춰 나는 고장 난 인형처럼 힘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떨며 신음을 뱉었다.
“쫑쫑이가 된다고 했으니, 까 더 격, 하게 해야겠다.”
“흐익, 아냣, 잠, 으응, 응.”
자기 멋대로 떠들면서 안쪽을 이리저리 찔러대는 녀석에게 어떻게든 한 방 먹이려고 시트를 꽉 쥐고 힘을 주려고 해봐도, 녀석의 허릿짓 한 번에 힘은 다 빠져나갔다. 그러다 사정감을 참기 위해서인지 미간을 찡그리며 속도를 줄인 틈을 타 발을 움직여 녀석의 어깨를 향해 냅다 질렀다.
“아… 이, 이건 그러니까....”
세게는 아니고 뒤로 밀릴 정도로만 차려던 시도는, 내 부족한 힘과 녀석의 몸을 뒤덮고 있던 물기와 땀이 만나 그저 미끄러지는 결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문제는 그렇게 미끄러지면서 내 발로 녀석의 볼을 빗겨 찬 모양새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피부가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한쪽으로 기울어진 녀석의 고개 방향에 따라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었다. 심상치 않은 정적이 사람을 긴장하게 했다.
“...하하, 하하.”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침을 꼴깍 삼킨 나를 향해 다시 고개를 바로 한 정새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입만 하하 웃고 있었다. 씨발, 좆됐다.
“미안. 진짜 미안. 그러려던 게 아니라, 정말 그게 아니라 나는 그냥 가볍게 밀기만...!”
“응. 알아. 쉬- 쉬이.”
알긴 씨발, 뭘 알아! 나는 자기를 찬 쪽의 다리를 콱 움켜쥐는 손길에 겁을 먹고 녀석을 향해 양손을 모아 싹싹 빌기 시작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변명도 늘어놓았지만 지금 정새빈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녀석은 다른 쪽 손을 들어 검지를 입에 대고 바람 새는 소리를 내었다. 뭘 특별히 하지 않았는데도 털이 설 정도로 무섬증이 이는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녀석의 쉬-하는 소리에 따라 입을 다물었다. 그랬더니 녀석은 그제야 무표정했던 얼굴에 아주 작은 미소를 띠고 내 몸을 휙 뒤집었다.
“아파. 나 아팠어, 쫑쫑아.”
엎드린 상태가 되어 녀석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는 굉장히 의기소침했다. 정말 얼굴을 때릴 생각은 아니었으므로 진심으로 미안해진 나는 사과하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며 입을 열었다.
“미안, 진짜 미, 흐억, 잠, 깊엇.”
그러나 사과는 전에 없이 깊숙이 들어오는 녀석의 것에 턱 막혀버렸다. 정새빈의 굵은 것이 위에서 찍어누르듯 점막을 비집고 들어오는 압박감에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몇 번이고 크게 산소를 들이켜야 했다. 어떻게든 그만 들어오게 하고 싶었으나 자세 때문에 앞으로 엉덩이를 뺄 수도, 그렇다고 뒤로 물릴 수도 없었다. 거기다 침대에 사정없이 짓눌리고 있는 앞은 고통과 쾌감이 뒤섞여 엉덩이에 더 힘을 주게 만들었고, 그럴수록 녀석의 것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아, 학, 잠, 앞. 아프, 힉, 아팟.”
“응, 아니야. 아픈 거 아니고, 기분 좋은 거야.”
넣은 직후 내가 숨을 고를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는 것 같던 녀석은 이내 강하게 찍어 박기 시작했다. 침대가 퉁퉁 튕길 만큼 강하게, 깊이 박아 넣는 녀석 때문에 찔리는 내벽이 아려오기까지 했다. 압박감도 압박감이지만 이러다 뚫릴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숨을 막았다. 그 와중에도 내 예민한 몸은 녀석의 손이 유두를 비트는 대로 움찔움찔 경련하며 반응했다.
“제, 흐익, 바아앗.”
“후우, 나도. 나도 기분, 좋아.”
정새빈은 거친 숨을 숨기지 않고 내 귀에 속삭였다. 그리고 내 골반을 살짝 들어 올려 높이를 맞춘 녀석은 더 속도를 올렸다. 빠른 속도에도 빈틈없이 느끼는 곳을 자극하는 녀석의 것에 나는 시트에 얼굴을 묻고 타액을 흘리며 신음했다. 눈물로 흐릿한 시야엔 쉴 새 없이 빛이 번쩍거렸다.
“아, 아흐, 흑.”
“진호야, 진호.”
쫑쫑아, 진호야. 정신없이 느끼는 와중에도 그 소리는 마법처럼 귀에 와 꽂혔다. 울림이 다정해서인가 아니면 내 이름이라서인가. 아무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은 신음과 섞여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나조차도 그게 대답이었는지 신음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기분 좋아. 너무 좋아서 무서워. 그 생각을 하며 시트를 움켜쥐는 손 위로 커다란 것이 겹쳐왔다.
깍지를 껴오는 정새빈의 크고 섬세한 손. 녀석이 허리를 쳐올리는 대로 흔들리며 나는 흐릿한 초점으로 빈틈없이 얽혀있는 두 손을 쳐다보았다. 기분 좋아. 그러니까 괜찮아. 따뜻하니까 괜찮아.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들에 나는 다시 나를 뒤집어 나를 품에 안는 정새빈을 마주 안았다. 응, 따뜻하니까 괜찮아. 그렇게 또 나는 지쳐 잠들 때까지 정새빈과 숨을 얽었다.
쾅쾅쾅.
이게 무슨 소리야. 늘어져 자고 있는데 무언가를 부수는 소리가 났다. 더 자고 싶은 마음에 무시하고 뒤돌아 누워 따뜻한 품에 더 파고들었으나 그 소리는 끝날 생각을 하질 않았다.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날 안고 있는 팔을 탁탁 몇 번 쳤다.
“야, 네가 좀 나가 봐.”
떠지지 않는 눈을 그대로 감은 채 아무리 치고 흔들어도 정새빈은 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결국 마른세수를 하며 문 쪽을 향해 몸을 돌려 누웠다. 그리고 나가 봐야지, 하는 마음과 다르게 몸은 움직여주지 않아 그 상태로 잠깐동안 졸았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희미하게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문 열어, 새끼야! 야! 정새빈!”
“너 여기 있는 거 다 알고 왔으니까 열라고! 정새빈! 김진호!”
잔뜩 화가 난 쌍둥이가 나와 정새빈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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