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눈물이,”
“아흐, 으.”
“참,”
“하으으, 으흑.”
“많아, 내 강아지는.”
그치? 누르고 문지르는 대로 바르작대며 신음을 흘리느라 정신없는 나에게 최태혁이 속삭였다. 물어봐 놓고 대답할 틈도 주지 않는 짓궂음에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나 금세 힘없이 벌릴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은 어느새 세 개로 늘어나 묵직한 자극을 주고 있었고, 최태혁의 다른 손은 내 앞을 잡고 슬슬 피스톤질을 하고 있었다. 나를 정말 미치게 하는 것은, 내 허리가 심상치 않게 떨릴 때마다 녀석은 손을 멈추고 내 선단을 지긋이 눌러 막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내 것을 잡고 있는 녀석의 손목을 잡고 떼려고 했으나 덜덜 떨리는 손에 그만큼의 힘이 들어갈 리 만무했다. 결국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더해지는 쾌감에 몸을 떨기만 했다.
“그만, 그, 흐으, 마안!”
“아직이다. 제대로 안 풀어두면 아픈 건 너야.”
잠깐 자극이 약해지는 틈을 타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움직여 봐도, 안에 있는 손가락은 집요하게 따라와 계속 똑같은 곳을 괴롭혔다.
“아냐앗! 아냐, 제, 흐윽, 발요, 제발....”
앞도 뒤도 꼭 느끼다 죽어버릴 것만 같이 예민한 곳만 골라서 만져대는 주제에, 분출은 못 하게 막아버리는 손 때문에 머릿속은 온통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버렸다. 신경을 애태우는 짜릿한 쾌감을 계속 느끼고 있기에는 체력이 한계였다. 이제는 입술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이대로 가다간 침을 삼키기 위해 입을 다무는 것도 못할 지경이었다. 최태혁이 뭘 위해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완전히 바보가 되기 전에 차라리 얼른 원하는 걸 해치워버리고 쉬게 해주었으면 했다. 목소리를 크게 낼 힘도 없어 숨소리 같은 작은 소리로 제발, 하고 중얼거리고만 있자 앞을 자극하던 손이 멈추고 턱이 잡혔다. 녀석은 내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고는 낮고 분명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그만할까?”
“으응, 흑. 응.”
“다음은 아플 수 있는데도?”
“응, 응. 괜찮, 아, 그러니까 그만, 이거 그마앗!”
대답하라는 듯 살짝만 문지르던 곳을 예고도 없이 힘주어 누르는 감각에 나는 말하다 말고 허리를 휘며 소리를 질렀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의 강한 쾌감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새, 최태혁은 떠 있는 내 골반을 잡아 내리더니 그대로 엉덩이를 잡고 벌렸다. 드러난 애널이 그동안 품고 있던 손가락 때문인지 바로 닫히지 않고 천천히 개폐를 반복하면서 좁아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완전히 오므라들기 전, 손가락과 달리 뭉툭한 무언가가 그곳에 닿아왔다. 이제 막 편하게 되었는데, 또 뭐야.
“헉.”
헐떡이면서 엉덩이를 뒤로 빼려고 몸을 들썩이는 순간, 그 뭉툭한 것이 여린 살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프, 잠, 싫, 엇, 아냐!”
찢어질 거야. 아니, 이미 찢어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아도 내 아래가 한계치까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저 뭉툭하고 굵은 것이 지금처럼 밀고 들어온다면, 그곳은 얇은 막으로 보일 때까지 늘어나다가 투둑, 찢어질 것만 같았다. 방금까지 실컷 괴롭힘당한 덕분에 한껏 젖어있어 큰 고통 없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럼에도 손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뻑뻑했다.
“아아, 그만, 더는, 히익, 안 들어, 갓!”
이젠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겁이 나고, 무섭고, 아프고, 이상했다. 차라리 손가락이 나았다. 세 개나 들어간 것도 한계라고 생각했는데, 이거에 비하면 그건 세발의 피였다.
“후.... 다친다. 힘 빼.”
좁은 곳에 욱여넣기 힘든 것은 최태혁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이를 악문 듯한 목소리에 겨우 힐끔 쳐다보니, 밭은 숨을 내뱉는 녀석의 미간에도 주름이 잔뜩 져 있었다. 천천히 허리를 내밀어 밀어 넣던 녀석은 자세가 불편했는지 내 무릎 뒤로 잡고 다리를 위로 젖혀버렸다.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에 놀라서 고개를 돌린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허공에 뜬 엉덩이와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흉흉한 물건이었다. 이미 조금만 건드려도 찢어질 것처럼 팽팽히 늘어난 애널과 반도 들어가지 못한 최태혁의 것. 말도 안 돼.
“못...해. 못해요, 안 돼, 이거 아냐!”
“큭, 김진호. 그렇게 움직이면 다쳐!”
저건 안 되는 거야. 불가능해. 저런 게 들어오면 내 안을 전부 다 엉망으로 헤집어 놓을 거라는 생각에 잔뜩 겁에 질려 발버둥 쳤다. 어떻게든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체를 팔로 어떻게든 지탱하며 위로 기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무릎 뒤가 잡혀 허벅지는 움직이지 못했지만 대신 발로 녀석의 몸을 차 녀석을 밀어내면서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러나 얼마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강한 손아귀에 잡혀 제자리로 돌아왔다. 어떻게 해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절망감에 내 눈에선 얼굴이 온통 젖을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지켜, 지켜준다고, 했잖아요. 흐읍, 형이, 형 해준다고, 했으, 했으면서!”
“김진호.”
“형, 나, 싫어요. 이거, 흐윽, 못해. 무서, 무서워. 안 할래요, 안 할래.”
나는 줄줄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녀석에게 애원했다. 복받쳐 오르는 호흡에 말이 끊기는 틈을 타 또 밀어 넣을까 봐 코를 먹어가며 서둘러 말을 이었다. 누가 목을 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덜덜 떨려서 나오는 목소리는 내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내 간절함이 닿은 건지 오금에 닿아있는 손에서 힘이 빠졌다. 발버둥을 멈추고 힐긋 최태혁을 확인하니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드러나지 않는 차분한 낯을 하고 내가 버둥거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아까와 달리 걸쳐져 있기만 한 녀석의 손에서 슬그머니 다리를 내렸다. 엉덩이도 뒤로 물리고 싶었으나, 엉덩이에 힘을 줬다가 괜히 녀석을 자극하게 될까 봐 그건 일찍이 포기하고 녀석을 향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형, 그냥, 훌쩍, 그냥 그만두는 게 싫으면요. 그럼, 다음에, 훌쩍. 다음에 해요. 내가 약속할게요. 네? 제발요, 흐윽. 제발, 오늘은, 안 돼요. 안될 것 같아요.”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애처로운 표정을 하고 비는데도 아무 변화 없이 내려다보기만 하는 녀석의 반응에 초조하고 무서워서 또 울음이 터지려고 했다. 나는 울음을 꾹 참고 겨우겨우 말을 끝맺었다. 그러고 나서 방울방울 나오는 눈물이 흐르기 전에 얼른 훔쳐내며 계속 녀석의 눈을 마주했다. 영원 같이 느껴지는 몇 분, 혹은 몇 초가 지나고, 새끼손가락을 내밀고 있던 쪽 팔이 부들거릴 때 즈음이 되어서야 나를 관찰하던 시선이 거두어졌다. 최태혁은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앞머리를 쓸어 올리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보더니 허공에 내밀어진 새끼손가락에 자기의 새끼손가락을 걸며 말했다.
“다음엔 안 봐준다.”
“네, 네! 네!”
다음이고 뭐고, 나는 지금 당장 무서운 것이 끝났다는 것에 기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주 걸어진 손가락에 힘을 주어 붕붕 흔들기까지 하던 나는 커다란 게 천천히 빠져나가는 감각에 파드득 몸을 굳혔다. 곧이어 찾아온 약간의 허전함과 몸 안으로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가실 때까지 숨죽여 기다렸다. 그 사이 최태혁은 허탈함이 담긴 한숨을 한 번 더 내쉬더니 옆으로 털썩 몸을 눕혔다. 내 쪽을 보고 누운 녀석은 내 머리를 들어 녀석의 어깨 부근에 올려놓았다.
“오늘은 그만 할 테니 이제 긴장 풀어.”
내 콧잔등에 입술을 댄 채로 하는 말에 나는 눈만 들어 올려 녀석을 봤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을 보려니까 눈이 몰리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다. 분노든 짜증이든, 혹은 허탈감이든. 조금은 부정적인 감정이 섞여 있으리라 짐작했던 눈동자는 그저 고요하고 차분했다. 이윽고 내 등을 토닥이기 시작한 손길은 담백하고 다정했다. 나는 긴장으로 뻣뻣해진 몸에 힘을 풀고 녀석을 향해 돌아누웠다. 엉거주춤했던 포즈가 녀석에게 딱 맞춘 듯 얽혀 들어갔다. 폭풍 같았던 조금 전과 대비되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퍼지는 규칙적인 숨소리. 사실은 아까부터 몰려왔던, 너무 큰 자극에 잊고 있었던 잠이 살금살금 찾아왔다.
“잘 자라, 김진호.”
나는 단단하고 커다란 품에서 따뜻한 토닥임과 쓰다듬을 받으며 꿈도 끼어들 틈이 없을 만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나는 강렬한 햇빛에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떴다가 감고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찾아 더듬거렸다. 그러나 아무리 이곳저곳을 더듬거려도 핸드폰은 잡히지 않고, 뭔지 모를 종이만 손에 들어왔다. 왜 이런 게 침대 위에 있나 싶어 한쪽 눈만 떠서 보니 뭔가를 찢은 것 같은 종이 위에 글자가 적혀있었다.
[일이 있어 먼저 나간다. 일어나면 연락해라.]
누가 쓴 걸까.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고민하다 갑자기 머리를 강타하는 지난밤의 기억에 눈이 번쩍 뜨였다.
“김진호 이 미친새끼야아아악!”
온 집안이 떠나가게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 나는 그 뒤로 한참을 침대에 주먹질을 하고 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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