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이렇게 된 이상 그나마 갖고 있는 주도권이라도 놓치면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도권이라고 해봤자 결국 녀석이 허용한 범위에서 휘두를 수 있는 것뿐이었지만, 이거라도 있어야 당장 산 채로 벗겨 먹을 것처럼 눈을 빛내는 녀석이 정신을 붙잡고 있을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된 거였더라. 어쩌다가, 이렇게.....
“으응...!”
혼란스러워 아무 행동도 하지 못 하고 있는 나를 재촉하듯, 최태혁은 엄지로 내 것의 선단을 뭉개며 목덜미를 깨물었다. 반사적으로 나오는 신음을 흘리며 눈을 크게 뜨자, 다시 몸을 일으킨 녀석은 그런 나를 보고 나직하게 말했다.
“내 인내는 한계점이라고 얘기했을 텐데.”
그래, 그랬지. 나는 내 것을 점점 세게 쥐어오는 힘을 느끼며 다급하게 손을 움직였다. 그만할 수 없다면 빨리 끝내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대로 천년만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지금 약한 소리해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 누군가한테 해 줘본 적은 없지만 당해본 적은 있잖아. 그거라도 흉내 내보자! 나는 비장하게 다짐하며 손을 움직였다. 우선 방금 전에 녀석이 했던 것처럼 손으로 끝부분을 쥐고 엄지로 선단을 둥글렸다. 분명 자극이 갔을 텐데 나와는 달리 움찔거리지도 않는 녀석을 힐긋 올려다보니, 역시나 표정에도 별 변화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조금 더 아래쪽을 공략해보기 위해 어깨를 내려 손을 더 멀리 보내려고 자세를 바꾸려다가 녀석의 기둥부근을 손톱으로 긁어버렸다. 놀란 마음에 다급히 그 부분에 손을 올려놓으며 힐긋 녀석의 눈치를 보니 짙은 눈썹이 한껏 휘어있었다. 손에 액체가 묻어나지 않는 것을 봐선 피가 나진 않는 것 같아 다행이었지만, 철괴에서 돌덩이 정도로 단단함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았다. 같은 남자로서 너무 아플 것 같은 상황에 미안하고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보며 최태혁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내 것을 쥔 손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아...!”
“여기는 조금 더 부드럽게, 그리고 이 밑을 자극할 땐 꾸욱- 누르듯이.”
“응, 으응!”
“움직여야지, 진호야.”
최태혁이 움직일 때마다 몰아쳐 오는 자극에 눈을 크게 뜨고 신음을 흘리자, 녀석은 피식 웃으며 내 눈가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 은근한 명령에 나는 홀린 듯이 녀석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녀석이 나를 자극할 때마다 애써 움직이는 내 손에선 힘이 빠져버렸다. 그러니까 왜! 왜 저 놈은 뭘 하든 멀쩡한 거냐고! 입술을 깨물어가며 내가 자극받는 대로 손 안의 물건을 자극해봐도 최태혁은 입꼬리를 올릴 뿐, 나처럼 신음을 흘리지도,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지도 않았다. 내가 먼저 자극했는데도 녀석의 것은 단단하기만 한데, 내 것은 벌써 쿠퍼액에 뒤덮여 최태혁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질척이는 야릇한 소음을 내고 있었다.
“흐, 잠, 아아, 아”
큰 손을 움직여 위로 쓸어 올렸다가 뿌리 쪽까지 쓸어내리며 페니스와 고환이 이어지는 부분을 꾸욱 누르는 감각에 녀석의 어깨를 잡고 도리질을 쳤다. 제법 강한 마찰이었음에도, 이미 잔뜩 젖은 그곳에는 쓰라림이 아니라 기분 좋은 자극만이 느껴졌다. 척추를 타고 흐르는 짜릿함에 절로 허리가 튕겨지고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너무 큰 자극은 손끝이 떨릴 만큼 좋으면서도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다. 잠깐만 손을 떼달라는 나의 애원에 돌아온 것은 손이 쉬고 있지 않냐는 다정한 타박이었다. 그러면서 최태혁은 어깨에 올라가 있는 내 손을 가져가 손바닥에 입을 맞추더니, 다시 자신의 것 위에 올려놓았다. 아까보다 더 뜨거워진 그곳은 제대로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쿠퍼액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녀석의 것을 그러쥐었다가 뭔가 부족한 것을 느끼고 손을 뗐다. 쾌감에 흐려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더 기분 좋아지는 방법은, 녀석의 것도 만지기 수월하도록 잔뜩 적시는 것이었다. 어...근데 뭐로 적셔야 하지. 녀석을 자극해 쿠퍼액을 나오게 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망설이다가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타액을 잔뜩 모은 혀를 내밀어 손가락을 핥아 올리니, 조금이지만 비릿한 맛이 났다.
“...하. 김진호.”
녀석의 쿠퍼액을 먹었다는 생각에 절로 인상을 찌푸리는데 씹어 삼키듯 내 이름을 중얼거린 최태혁이 대뜸 입을 맞춰왔다. 미처 막을 새도 없이 들어온 혀가 입안을 거칠게 휘저으며 손을 적시기 위해 모아뒀던 타액을 앗아갔다.
“으읍, 응, 흐아으....”
녀석은 혀뿌리가 아릴 정도로 혀를 빨아대더니 꿀꺽,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촉촉하게 젖어 번들거리는 입술을 핥더니 씩, 웃어 보였다. 나는 얼얼한 입술을 다물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올려보고 있었다. 고개를 모로 기울인 최태혁은 내 손등을 잡아채더니 자기 것을 쥐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로 손을 덮어 자기 멋대로 내 손을 움직여댔다. 손에 묻은 타액과 그새 늘어있던 쿠퍼액이 합쳐져 부드럽게 마찰하며 질척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렇, 게 하는 거다. 잘 배워 둬.”
녀석은 눈을 내리깐 채 큰 손에 인질처럼 잡혀 녀석의 것에 비벼지고 있는 내 손을 보면서 한숨처럼 말을 뱉었다. 아주 살짝 상기 된 것 같은 녀석의 볼과 간간이 뱉어지는 거친 숨이 너무 야했다. 눈꺼풀에 반쯤 가려진 파란 눈동자가 빛나는 것까지 멍하니 관찰하고 있는데, 갑자기 녀석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작게 혀를 찬 녀석은 살짝 내려온 앞머리를 다시 쓸어 올리며 상체를 숙였다. 내 얼굴 옆으로 손을 짚은 녀석은 자기 걸 쥐고 있던 내 손을 옆으로 툭 쳐 밀어버리더니 자세를 다시 잡았다. 내 무릎 아래를 잡고 들어 올리더니 엉덩이까지 위로 들어 올려 자기 허벅지에 걸치도록 만들었다. 뭘 하려고 이러나 보고 있던 나는, 어느새 서로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내 것과 녀석의 것을 한 손에 그러쥐는 녀석의 손을 보자마자 놀라서 몸을 뒤로 빼기 위해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최태혁이 더 빨랐다.
“아아! 아니, 잠, 흐읏, 응!”
잔뜩 예민해진 피부 위로 부드러우나 좀 더 단단하고, 타버릴 정도로 뜨거운 것이 닿아 문질러졌다. 조여 오는 손아귀 안에서 충분히 축축해진 녀석의 것이 마찰하는 느낌은 절로 허리가 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또다시 덮쳐오는 커다란 자극에 도망가고 싶었으나, 한 다리는 최태혁이 그 위로 가로질러 있어 빼낼 수 없었고, 남은 하나는 힘없이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상체를 들기 위해 힘을 주었던 팔은 맥없이 늘어져 버린 상태였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몸을 움찔대며 신음하는 것뿐이었다. 귓가를 울리는 마찰음과 녀석의 한숨 소리, 속절없이 내질러지는 나의 신음이 정신을 앗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몰아치는, 폭발할 것 같은 쾌감에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려던 순간, 최태혁은 돌연 움직임을 멈췄다.
“왜, 왜....”
안타까운 순간 딱 멈춰버린 자극에 나는 반사적으로 원망의 소리를 내며 녀석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녀석은 씩 웃으며 엄지로 천천히 기둥을 훑어 내리더니 고환을 지나 그 밑의 옴폭한 곳을 예고도 없이 꾹 눌러버렸다.
“흐으읏-”
몸에 찌릿한 전기가 흐르는 느낌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강하게, 또 약하게. 계속 그 주변을 꾹꾹 누르는 손가락에 의해 나는 허리가 뜰 정도로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퉤, 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더니 생소한, 그러나 처음은 아닌 곳에 이물감이 들었다.
“헉, 잠, 아냐...!”
나는 녀석의 어깨부근에 있던 다리르 움직여 발로 녀석의 어깨를 밀었다. 여전히 내 것을 만지고, 회음부를 누르며 자극하는 놈 때문에 덜덜 떨렸지만 그래도 나는 정말로 도망가기 위해 몸을 바르작거렸다. 그래도 자꾸만 존재감을 키우는 이물감이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싫, 싫어, 무서, 무서워!”
“쉬- 조금만 참으면 기분 좋아질 거야. 내 강아지, 착하지?”
아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저번에도 이랬다. 아프진 않았지만 참을 수 없을 만큼 이상했다. 이게 어떻게 기분이 좋아진다는 거야, 이 나쁜 새끼. 점점 더 안으로 들어오고, 들어온 것이 내벽을 이리저리 건드릴 때마다 둔한 통증이 올라오는 것 같기도 했다. 아픈 건 싫다고 그랬는데. 치미는 서러움에 나는 녀석의 어깨를 발로 통통 치면서 그만하라고, 아프고 이상하다고 울먹였다. 그래도 녀석은 내 종아리를 잡아 입을 맞춰줄지언정, 손가락을 빼주지는 않았다. 결국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시작으로 울음을 터트리려고 하는 순간, 내 눈앞에 스파크가 튀었다.
“흐아-앗!”
처음 느껴보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쾌감에 나는 허리를 활처럼 휘며 고개까지 젖히고 신음했다.
“여기군.”
“이거 뭐, 아, 잠, 하으읏...!”
녀석의 팔을 동아줄처럼 잡고 물으려고 입을 열었지만 손가락은 자비 없이 움직였다. 뭔지 몰라도 처음 눌렀던 곳 주변을 건드리며 내 반응을 보던 최태혁은 씩 웃으며 처음 나를 자지러지게 만들었던 곳을 힘주어 문질렀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붕 뜬 느낌에 최태혁의 팔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고, 그걸로도 모자라 허우적거리던 다른 손으로는 이불을 꾹 잡았다. 나는 그곳이 문질러질 때마다 양 손에 잡은 것을 더 꽉 잡으며 도리질을 쳤다. 안돼, 아냐, 이거, 위험해.
“하나 더 넣어도 될 것 같은데.”
“으흣, 안, 아아!”
범위를 넓힌 자극과 함께 내 눈이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줄줄 흘렀다. 코를 훌쩍이며 겨우 고개를 움직여 올려다본 최태혁은,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사냥감을 탐하기 직전의 맹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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