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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 이야기-105화 (105/234)

105화

셔츠가 갈라지고 맨살이 드러났다. 아슬아슬하게 유두가 보일 듯 말 듯 할, 딱 그 정도만 벌려놓고 최태혁은 별안간 손을 뗐다. 어쩐지 민망해져 멍하니 드러난 배를 문지르는 동안, 녀석은 스스로 상의를 탈의하더니 침대 저쪽으로 던져버렸다. 바로 앞에 들이밀어진 녀석의 몸은 두껍고 울퉁불퉁했으며 단단해 보였다. 흔한 마른 근육이 아닌, 꽉 차게 단단한 근육질 몸이 생경했다. 그 몸을 보고 있자니 상대적으로 내 몸이 어린애처럼 말랑말랑 느껴졌다. 이렇게 선명한 복근은 처음인데. 나는 홀린 듯이 방금 전까지 내 배를 문지르던 손을 내밀었다.

“우와… 아앗! 뭐, 뭐예요?!”

신기한 마음에 굴곡진 선을 따라 꾹꾹 눌러보는데 서늘해졌던 내 배에 뜨거운 것이 닿았다. 놀라서 쳐다보니 녀석의 손이 내가 하는 것을 따라 하듯 내 배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이렇게 하라는 거 아니었나?”

차마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앞에서 맘대로 만지는 거 싫다고 열변을 토해놓고, 너무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만져본 거라는 소릴 어떻게 해.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내가 한 것처럼 배를 몇 번 눌러보다가 물렁하기만 해서 재미가 없었는지 살살 쓰다듬기 시작했다. 나는 간지러워서 움츠러드는 몸에 힘을 바짝 주었다. 이까지 악물고 배에 힘을 주면서 최태혁을 힐긋 올려다보는데, 녀석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내 배만 보고 있었다. 그게 어딘지 모르게 얄미워 보여서 너도 한 번 당해보라는 마음으로 녀석과 똑같이 배를 닿을 듯 말 듯 한 느낌으로 쓸어내렸다.

여기저기 나름대로 야릇한 느낌을 담아 쓸어내려도 녀석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옆구리를 슥 훑어 올리는 손길을 못 참고 크게 움찔거렸다. 똑같이 만지는데 왜 나만 이러는 거야. 순간적으로 오기가 생긴 나는 최태혁이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겠다는 일념 하에 손을 좀 더 위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스치듯 최태혁의 가슴을 자극했다. 그러자 녀석의 몸이 잠깐 굳더니 배를 보던 시선을 올려 나를 마주 봤다. 드디어 녀석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 나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나를 보고 인상을 찌푸릴 거라고 생각했던 놈은, 예상과 달리 마주 웃어왔다.

“아...!”

나는 젖꼭지에 가해진 자극에 못 이겨 몸을 크게 움츠렸다. 최태혁이 내가 했던 것처럼 손바닥으로 스치듯 자극을 주고 있었다. 내가 움츠러든 만큼 최태혁의 손이 가까이 다가왔다. 녀석이 무심하게 손을 움직일 때마다 한 번은 부드러운 부분이, 또 한 번은 거친 부분이 민감한 가슴을 스쳤다. 몸에 힘을 줘도 절로 움찔거릴 수밖에 없을 만큼 야릇한 느낌에 허리를 떨었다. 굳은살이 배겨 있는 부분이 강하게 유두를 긁었을 때는, 깜짝 놀라 다급하게 몸을 뒤로 물려봤지만 녀석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뒤로 물러난 탓에 내 손은 녀석의 가슴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팔이 긴 녀석의 손은 별 어려움 없이 내 가슴에 닿아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내 손과 나를 자극하는 녀석의 손을 번갈아 보던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가서 녀석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녀석이 나에게 하는 것을 따라 했다. 이런 게 처음이라 미숙할 수는 있어도, 민감한 곳을 계속 자극하다 보면 녀석도 나처럼 반응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녀석은 그저 피식 웃으며 남은 손을 뻗어 내 허리를 감은 채 자기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을 뿐이었다. 결국 치솟아 오르는 분함을 이기지 못한 나는 녀석을 향해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왜, 왜 너는 아무렇, 으응, 지도 않아?”

“글쎄. 네가 못해서가 아닐까?”

너어는 꼭 말을 그렇게! 너무 얄미운 말에 자극하려고 용을 쓰던 것을 멈추고 녀석의 유두를 확 꼬집어버렸다. 이건 어떠냐, 이놈아. 흥, 콧방귀를 뀌면서 올려다본 최태혁은 인상을 찌푸린 채 비소를 짓고 있었다. 어. 뭔가 불길한...!

“악, 아, 아파! 노, 놔요, 놔아!”

“왜. 선생님 따라 한 것뿐인데.”

“아프, 잘못, 잘못했으니까아.”

이놈이고 저놈이고 왜 내 젖꼭지를 못 괴롭혀 안달인 거야! 그래도 이번엔 내가 먼저 한 거라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잡아 뜯어낼 듯이 꽉 쥐고 잡아당기는 고통에 눈물이 다 고일 지경이었다. 여기서 잘못 움직이면 피부가 뜯어져 나갈 것 같은 무서움에 움직이지도 못 하고 녀석에게 다급하게 애원했다. 겁에 질려 벌벌 떨리는 손으로 녀석의 손목을 잡은 채 훌쩍이면서 최태혁을 올려다보자 녀석은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진호야, 하고 나직하게 불렀다.

“느에, 훌쩍, 네?”

“다음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말해야지.”

젖꼭지가 뜯어져 나갈 것 같은 마당에 다음은 무슨 다음이야. 나는 입술을 쭉 빼고 서러움이 잔뜩 어린 말투로 녀석의 말을 받아쳤다.

“싫어. 나는 아픈 게, 훌쩍, 제일 싫은데. 지금 나 아프게 하고 있잖아.”

나는 아직도 힘을 빼지 않고 있는 녀석의 손가락을 한 번 꼬집고 팩 고개를 돌려버렸다. 잡힌 젖꼭지가 여전히 너무 아팠지만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아냈다. 최태혁은 아주 잠깐 동안 조용히 있더니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대로 녀석은 내 관자놀이 즈음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드디어 젖꼭지에서 손을 떼고 내 몸을 조금 밀어낸 후 큰 몸을 접어 허리를 숙였다. 통증이 없어져 좋긴한데, 이번엔 뭘 하려고 하나 보려고 고개를 돌렸더니 아직 아릿한 젖꼭지에 따뜻하고 촉촉한 것이 닿았다.

“아, 잠, 흐읏”

녀석의 혀는 잔뜩 발갛게 된 내 젖꼭지를 달래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천천히 핥아 올리다가, 마지막에는 쪽, 하고 사과하는 것처럼 정중히 입도 맞췄다. 이러다 또 아플 정도로 세게 빨아 당기는 것은 아닐지 잔뜩 긴장을 하고 녀석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극으로 새빨개진 내 젖꼭지와 그만큼 붉은 녀석의 혀가 얽히는 모습은 너무 자극적이었다. 게다가 다 벗겨지지 않은 옷이 최태혁의 움직임에 따라 녀석의 얼굴을 가렸다가 또 슬쩍 보여주는 것이, 마치 봐선 안 될 것을 몰래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더 부끄러웠다. 점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 나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녀석은 그렇게 한참을 내 양 젖꼭지를 핥고 나서야 겨우 고개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잔뜩 느껴 정신이 멍한 내 귓가에 최태혁이 낮게 속삭였다. 이제 아프지 않지?

“자, 다음은 어떻게 해줄까.”

내 귓바퀴를 진득하게 핥으면서 말하는 녀석 때문에 나는 시선을 피하며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몰, 몰라.”

이제는 귀부터 목선을 따라 혀로 훑고 내려오는 최태혁의 어깨를 잡고 있는 것 외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내가 도리질까지 치자 쇄골 부근에 있던 녀석이 목으로 웃는 진동이 느껴졌다.

“그럼 이제 내 식대로 하면 되는 건가?”

이미 그러고 있는 거 아니었어? 울컥 분한 마음이 치솟아 반박하려고 하려고 마주 본 최태혁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어딘가 흉포해 보이는 눈빛과, 무언가를 내리누르고 있는 듯 한 미소가 잘못 까불었다간 호되게 혼쭐이 날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싫어! 내,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고 그랬잖아요.”

최태혁은 반쯤 눈을 내리깔고 내 눈을 가만히 보더니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긴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러기로 했지. 놈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내 볼을 톡, 치면서 읊조렸다.

“그럼 말해. 아니면 보여주든가.”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머릿속이 하얗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슬슬 술이 깨는 것 같았다. 왜 아까보다 현실이 또렷하게 인식이 되는 거야? 어떡해. 나 망한 거 같아. 술, 술이라도 더 마셔야 할 것 같은데. 다급하게 눈을 굴리며 술을 찾아봤지만, 침대 위에 그런 게 있을 리는 없었다. 보이는 거라곤 캄캄한 방, 떡 벌어진 어깨, 그 아래 이어진 몸, 그리고. 하체. 아! 하체! 키스하고, 상체 만지고, 그다음엔 하체다. 남자의 가장 최대 성감대이자 약점인 곳. 이 정도면 얘도 반응을 안 할 수는 없을 거다. 화들짝 놀라서 뒷걸음질 치겠지? 나는 뭐라도 할 것이 생각났다는 반가움과 함께, 내 쪽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가면 천하의 최태혁도 놀라 그만둘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냅다 손을 뻗었다. 그러나 기대를 가지고 올려다본 최태혁의 얼굴은, 자기 물건 위에 타인의 손이 얹어진 사람이라곤 전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기대와는 너무 다른 반응에 당황한 나는 손을 뗄 생각도 못 하고 그대로 바지 위에 올려놓은 채 굳어버렸다. 손에 전해져 오는 부담스러운 윤곽과 열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만져? 어떻게? 벗, 벗기는 시늉이라도 할까? 그럼 멈추게 하지 않으려나?

“...이대로 맡겨두면 한나절 걸리겠군.”

“어어....”

최태혁은 잠깐 기다려주는 것 같더니, 내가 계속 가만히 있으니 답답했는지 녀석의 물건 위에 놓여 있던 내 손을 치우고 스스로 버클을 풀었다. 옷 위로도 선명하게 느껴질 만큼 거대했던 그것은, 실제로는 더욱더 흉포하리만큼 거대했다. 그 위용에 할 말을 잃고 빤히 바라보고 있는 사이 최태혁이 도와주겠다면서 날 눕혔다. 곧이어 하체에 휑한 느낌이 들고, 내 손에는 생전 처음 잡아보는 사이즈의 물건이, 최태혁의 손에는 자연스럽게 내 것이 쥐어져 있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와서 그러는 거 같은데, 이 이상 멈칫거리는 꼴을 봐주기엔 내 인내심이 이미 한계여서 말이야. 하던 걸 멈춰 줄 생각은 없으니까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봐주고 있을 때 조금 남은 술기운이라도 붙잡고 아까처럼 귀엽게 까불어봐, 김진호.”

녀석은 내 머리 옆에 손을 짚은 채 나를 내려다보며, 으르렁거리듯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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