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호, 호 형! 이불 좀 이쪽으로 던져줘요!”
나는 침대에 내려지자마자 몸을 웅크리고 이불 옆에 서 있는 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급한 나머지 그놈이 그놈이라는 것을 망각한 대처였다.
남궁호는 혀를 내밀어 메롱을 해 보이더니, 침대에 무릎으로 선 남궁후에게 질문하며 침대 쪽으로 걸어왔다. 물론 녀석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이불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15분은 뭔 소리야? 내기라도 했어?”
“시끄러. 네가 알 바야? 오늘은 내가 만나는 날이었다, 남궁호. 선 넘지 마.”
남궁후는 나에게 다가오다 말고 침대에 올라서는 남궁호를 향해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나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다 침대 등받이에 막혀 이도 저도 못 하고 있었다. 차라리 이대로 둘이 싸우면 그 틈에 방을 벗어나야겠다, 생각하며 숨을 죽이고 있는데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남궁호는 비아냥대면서도 양손을 들어 항복을 표했다.
“12시도 지났는데 더럽게 치사하게 구네. 도와만 줄게, 도와만.”
“뭐, 뭘 도와줘요! 미쳤어요? 말려야죠!”
뒤로 슬쩍 물러나는 남궁호를 보고 후는 다시 내게로 몸을 돌렸다.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등받이에 몸을 밀어붙이고 있던 나는 너무도 손쉽게 녀석의 손에 잡혀 끌어당겨졌다. 끌려가면서 원망스러운 마음에 남궁호를 돌아보고 소리쳤으나, 녀석은 어깨를 으쓱였을 뿐이었다.
그 얄미운 행태에 한마디 더 쏘아붙여 주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얼굴이 잡혀 강제로 고개가 돌아갔다. 덕분에 내 시야에는 남궁후의 얼굴이 가득 차게 되었고, 너무 가까운 거리감에 놀란 나는 합죽이처럼 입을 합 다물어버렸다.
“진호 너도 그래. 오늘은 나한테만 집중해줘야지. 그러기로 약속했던 거 아니었어? 나 오늘 하루 종일 성질도 죽여가면서 나름대로 기특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면 형 좀 서운하다?”
“…서운한 거랑 이거랑 도대체 무슨, 아니 오늘 하루 종일 고맙긴 했는데, 그건 맞는데, 이, 이건 지금 뭐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나는 어깨가 잡힌 채로 녀석의 어깨를 밀면서 최대한 얼굴을 뒤로 물려 거리를 확보하며 말했다. 다행히 남궁후는 힘으로 버티는 대신 순순히 허리까지 펴서 거리를 벌려주었다. 그래서 말이 좀 통하려나 눈치를 보려는 순간, 녀석이 어깨를 잡았던 손 하나를 움직여 내 턱을 잡고 녀석과 마주 보게끔 고정시켰다.
“약속했던 키스 십오 분도 해야 하고, 오늘 우리 곰돌이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던 걸 잊을 수 있도록 기분 좋게도 해주고.”
그러면서 나도 좀 기분 좋아지는 거 하는 건데.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 서려 있었으나, 눈은 무슨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흉흉해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저게 무슨 부조화야. 나는 성격 더러운 늑대의 먹잇감이 된 기분에 침을 꼴깍 삼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너 오늘 내내 엄청 긴장했잖아. 그지? 뭔가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 같던데, 그런 건 좋은 기억으로 덮는 게 최고거든. 우리 곰돌이, 형이 오늘 아주 좋은 기억 만들어줄게. 특히 아까처럼 자면서도 불안해하기는커녕 아주 꿀잠 잘 수 있게 해줄게.”
“그거 참 너무 과한 처사인데요. 필요가 너무 없는 배려 같은데. 그, 그냥 이대로 자도 꿀잠 완전 가능인데요!”
“아니, 아니야.”
뭐가 아니냐고 반박을 하고 싶었으나 바로 입술을 맞대오는 녀석 때문에 허겁지겁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이러다간 어영부영 저번에 남궁호랑 키스했을 때처럼 될까 봐 입술을 안으로 말고 꾹 힘까지 주었다. 그리고 너무 가까워서 눈밖에 보이지 않는 남궁후의 눈치를 살피는데, 불길하게도 녀석의 눈꼬리가 휘는 것이 보였다. 곧이어 목으로 웃는 소리와 함께 입을 벌릴 수밖에 없는 자극이 덮쳐왔다.
“아, 잠, 거길 만지는 게 어딨…!”
내 사타구니를 한 손에 가볍게 쥐고 손가락으로 그 밑을 간질이는 감각에 당황한 내가 입을 벌리는 순간, 기다란 혀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읍, 흐으….”
녀석은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여 입술을 더 깊숙이 포개며 손을 움직였다. 한 손으로는 허리선을 쓸어내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뿌리 쪽을 꾹꾹 눌러오는 손에 남궁후의 어깨를 밀어내려던 나는 힘을 잃고 얌전히 올려놓기만 했다.
“하, 그, 만.”
“쯧, 어딜!”
더 큰일이 나기 전에 자극에서 벗어나려고 머리를 뒤로 뺐다. 맞닿은 입이 조금 틈이 생기자마자 남궁후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읏, 으응…!”
그리고 멀어진 것에 대한 응징이라도 하듯 입술을 가볍게 한번 깨물더니 다시 혀를 넣어 입천장과 볼 안쪽을 집요하게 쓸었다. 그 간질거리는 자극에 나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어찌할 줄을 모르고 눈을 감았다.
“으음, 으… 흐으읏!”
그렇게 질척거리는 소리를 배경 삼아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가며 내 입안 구석구석을 범하는 남궁후 덕에 점점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 나는 갑자기 들이닥친 새로운 자극에 파드득 몸을 세웠다.
“나도 있어, 진호야. 잊으면 안 돼.”
“아, 등, 싫어…!”
도드라진 뼈를 핥아 올리는 혀가 주는 자극에 깜짝 놀란 나는 무릎을 세우며 앞에 있는 남궁후에게 달려들다시피 매달렸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날개뼈 부근에 내려지는 키스 때문에 움찔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도리질을 치자, 그걸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던 남궁후가 피식 웃더니 내 젖꼭지를 집어 올렸다.
“아, 아아! 놔, 흐읏, 놔주세요…!”
“싫어. 오늘은 나한테 집중하라 그랬는데, 남궁호가 만지자마자 정신이 홀랑 거기로 가버렸잖아.”
나 삐졌어, 그렇게 속삭이면서 녀석은 쉬고 있던 다른 쪽 손을 들어 내 입가에 흐른 타액을 훔쳐내더니 그대로 내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으으, 아이에요, 아이, 에, 읏!”
혀보다 더 단단한 것이 들어와 살살 긁어대자 입 안 전체가 저릿거렸다. 나는 입안에 점점 고이는 타액을 삼키려고 했으나 남궁후의 손가락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혀를 꾹 눌러 제지했다. 덕분에 아까보다 훨씬 많은 양의 타액이 입가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후는 씩 웃으며 잔뜩 젖은 손가락을 빼 나에게 보여주더니 천천히 밑으로 내렸다.
“아, 아냐, 흐앗!”
내 타액으로 잔뜩 젖은 손가락이 향한 곳은 내 것이었다. 이미 흥분하여 쿠퍼액을 쏟아내던 곳에 타액까지 합쳐져 문질러지는 감각은 눈앞이 번쩍일 정도로 아찔했다.
“흣, 안, 으응! 위험, 이거 위험해요.”
강한 자극에 놀란 나는 서 있는 그곳의 끝부분만 살살 문지르는 손가락을 피해 몸을 뒤로 뺐다. 다행히 녀석의 손가락은 나를 따라오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나는 등허리를 빨아올리는 감각에 몸을 비틀면서도 그 손에 가까워지고 싶지 않아 엉덩이를 뺀 채 버텼다. 남궁후는 조금 기다리는 것 같더니, 웃음기를 지운 얼굴을 하곤 용서 없는 손길로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읏, 아파앗…!”
쾌감을 이기는 날카로운 통증에 나는 황급히 녀석의 손목을 잡고 떼내려고 했으나 오히려 당기는 힘만 더 세졌다. 떨어질 것 같은 아픔에 소리도 못 내고 녀석을 올려다보자 그제야 녀석은 손에 힘을 빼고 젖꼭지를 살살 돌리면서 말했다.
“자꾸 저 새끼 쪽으로 갈 거야? 나 섭섭하다니까? 내 쪽으로 와야지, 진호야.”
“갈, 갈겟, 흐으, 그만, 아, 아프”
“안 아프잖아. 엄살 부리면 더 세게 한다?”
나는 그 말에 얼른 고개를 저으며 남궁후에게로 더 붙어 섰다. 그리고 신음 때문에 끊기면서도 아픈 건 싫다고 울먹거리면서 넓은 어깨에 매달리니, 남궁후가 눈짓으로 허공에 떠 있는 자기 손을 가리켰다. 나는 왜 내가 그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방금 전까지 세게 잡혔던 젖꼭지가 너무 아파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가올 쾌감에 대한 긴장으로 덜덜 떨리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그 손에 나의 것을 갖다 댔다. 가만히 있던 손은 내 것이 닿자마자 페니스 기둥을 쥐고 슬슬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엄지손가락을 선단에 올린 채, 둥글게 문지르며 자극했다.
“아아, 아, 읍”
그 뒤론 정말 눈앞이 번쩍일 만큼 강한 자극의 연속이었다.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끼며 허리를 떨어대고 있는데 또 입안에 손가락이 쑤셔 넣어졌다. 놀라서 고개를 드니 남궁후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하여간 저 질투쟁이 새끼, 진짜 못 말려. 그치 진호야?”
“읏, 으으읍”
입안을 휘젓고 있는 손가락의 주인은 남궁호였다. 녀석은 정신을 차리게 해주려는 듯이 거침없이 내 입안을 휘저었다. 그러면서 귓가에서 속삭이는데, 안 그래도 자극이 과부하였던 나는 그 숨결에도 몸을 튕기며 움츠러들었다.
뭐라도 말하고 싶었으나 혀가 눌려 그저 막힌 소리만 뱉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남궁호는 목으로 웃으면서 마찬가지로 잔뜩 젖은 손가락을 빼내 굳이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우리 더 질투 나게 해볼까?”
“흣….”
나는 그 말에도 대답하지 못하고 귓구멍을 간질이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가해지는 생에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돌려 급하게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뭐, 뭐 하는, 잠깐, 윽!”
“여기 만져지는 건 처음이지? 내, 가. 처음으로 만진 거지?”
남궁호가 축축한 손가락으로 꾸욱 누른 것은 나의 애널이었다. 금방이라도 주름을 밀고 들어올 것만 같아 놀란 나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움직여 녀석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손아귀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그 움직임을 제지하지 못하고 녀석이 하는 대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싫, 싫어, 읏, 아, 아파.”
“아픈 거 아니잖아. 아프지 말라고 일부러 잔뜩 적시고 아주 천천히 하나만 넣고 있는데 뭐가 아파. 아까 후가 말했을 텐데. 엄살 부리면 진짜 아프게 한다고?”
“이상, 이상해요. 흐읍, 아, 응, 아냐, 이거, 흐으, 아니야!”
나는 도리질을 치며 엉덩이를 빼려고 했지만 내가 움직이는 만큼 호의 손가락도 쫓아 들어왔다.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앞으로 기어가려고 했으나 후에게 막혀 더 이상 갈 수 있는 곳도 없었다. 뒤를 파고들어오는 손가락이 아프지는 않았으나, 처음 느껴보는 이물감이 이상하고 무서웠다. 결국 내 눈에서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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