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어쩔 수 없지. 찬성.”
나… 나는 반대.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절대 반대!
“읏…. 잠…, 거긴….”
두 놈의 손이 향한 곳은 나의 양 유두였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느껴지는 간질거림에 등을 굽혀 봐도 두 놈의 손길은 집요하게 돌기를 괴롭혔다.
“우와-. 여기도 쪼끄매.”
“사마귀 같다. 갈색 사마귀.”
바르르 떨며 존재를 드러내는 유두를 닿을 듯 말듯 스치기도 하고, 집게손가락으로 꼬집듯 들어 올리기도 하고, 잔뜩 예민해진 돌기 중앙을 짓궂게 손톱으로 꾹 누르기도 하는 후의 표정은 참… 재밌어 보였다.
뒤에 있는 놈 표정도 비슷하겠지. 놈들은 모르겠지만 유두는 내 성감대 중 하나다. 그러니까 그렇게 만져대면 진짜 선다고!
“흣…. 으응….”
“오오-. 느끼나 봐? 엄청 움찔거리는데.”
“큭…. 조금 섰다.”
“핥아 볼까?”
한쪽 팔을 구속하고 있던 힘이 떨어져 나가는 듯싶더니 뒤에 있던 호가 앞으로 자릴 옮겼다. 나는 그 틈을 타 빠져나가려고 상체를 바둥거렸다.
그러나 씨도 안 먹히고 바로 제압 당해 다시 내 불쌍한 젖꼭지를 고스란히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두 놈은 포기하고 입술을 깨문 날 보며 씨익 웃더니 동시에 얼굴을 갖다 댔다.
곧 느껴지는 축축하고 찌릿한 느낌에 나는 발가락을 오므리며 잇새로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싫…, 힛…! 으응…. 그, 그만….”
“좋아?”
“완전히 설 거 같아?”
아, 진짜 기분 좋아. 한쪽은 주변을 핥다가 스치듯 정점을 자극하며 애타게 했고, 다른 쪽은 잘근잘근 깨물다 거칠게 빨아올리며 내 정신을 앗아갔다. 간간이 어깨를 흔들어 봐도 놈들의 혀에서 벗어나긴커녕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느낌이 더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켜 반항하는 것도 완전히 포기했다. 짓궂은 표정으로 내 가슴에 붙어 쪽쪽대는 녀석들이 얄미워 죽겠다. 이러다 진짜 일낼 거 같….
“아. 섰다.”
…아아…. 기절하고 싶다….
나는 멍하니 변화를 일으킨 내 주니어를 바라보았다. 그래, 양쪽에서 이렇게 자극하는데 네가 어떻게 버티겠어. 그러니까, 이건 네 잘못이 아니라 너를 이렇게 만든 저 새끼들의 잘못이야. 밀려오는 자괴감을 물리치기 위해 혼자 아무 생각이나 하며 위로하고 있는데 내 몸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뭐하는….”
호의 손이 내 무릎 뒤로 들어오더니 허벅지를 안쪽으로 눌러 개구리처럼 만들었다. 이대로 있다간 야동에 자주 나오는 그 포즈, 무릎을 굽힌 채 다리를 벌린 포즈가 될 것이 뻔했다. 여전히 상황 파악이 안 되어 멍하니 위를 쳐다보니 후가 씨익 웃고 있었다.
“안 아프게 해줄게.”
그 말에 나는 결심했다. 뭐를? 도망을.
“악!”
나는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가 온 힘을 다해 뒤로 젖혔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호 새끼의 단말마가 들렸다. 당연히 내 허벅지를 잡고 있던 손의 힘이 풀렸고, 나는 다리가 자유로워지자마자 망설임 없이 굽혀져 있던 다리를 폈다.
“헉!”
이번엔 퍽 소리가 나더니 후의 단말마가 들렸다. 나를 앞뒤로 압박하던 두 놈이 조금 멀어지자 틈이 생겼다. 나는 재빨리 달려 화장실로 향했다. 급박한 와중에도 옆 콘솔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112를 부르면 문제가 너무 커질 것 같고, 딱히 해결해줄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쟤네를 어떻게 해야 물리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녀석들의 뒷덜미를 잡고 집어 던지던 최태혁을 떠올렸다. 전화, 전화를 해야 해. 그새 정신을 차린 건지 밖에서 들리는 성난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떨리는 손으로 통화 목록에서 최태혁의 이름을 찾았다.
「뚜르르르-.」
받아, 제발 받아라.
-여보세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처음엔 정말 살고 싶어서였다. 별로 즐겁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이상 죽고 싶진 않았다.
대학 때 같은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도 감히 다가갈 엄두조차 못 냈던 이들에게 접근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물론 다른 방법이 존재한다는 걸 모르진 않았다. 예령이 놈이랑 절교를 할 수도 있고, 그 다섯 명과 채예령 사이가 가까워지지 않게 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것도 아님 그냥 간단하게 납치당할 때 그 자리에 안 가버리면 되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겐 이게 제일 곤란한 방법이다. 그다지 하루하루 소중히 보내는 사람이 아니었던지라 그날이 며칠이었는지, 무슨 요일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2월 말, 3월 초쯤의 평일이었단 것만 확실할 뿐이다.
누군가 내게 그렇게 충격적인 날도 기억하지 못하냔 소릴 해도 할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난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며칠이지 하는 걸 체크하면서 사는 성격도 아니고, 내 주변 사람들도 그런 거 일일이 상기 시켜 주는 성실한 치들이 아니었다.
그나마 채예령이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는데 그날 납치당하기 전엔 그냥 잡담만 했고 납치당하고 난 후엔 놈도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솔직히 그 상황에 어떤 미친놈이 날짜를 신경 쓰고 있겠는가.
어쨌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난 1년 치의 미래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만약 내 이야기가 판타지 소설로 쓰인다면 지금쯤 독자들은 엄청난 실망을 하고 있겠지만 부디 직접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날 좀 이해해 줬으면 한다. 제일 속상하고 복장 터지는 건 나니까.
아무튼 나는 길게 생각할 것 없이 상대적으로 뚜렷한 기억을 이용해 먹기로 했다. 채예령 주변에서 알짱대던 초 엘리트 다섯 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나에게 도움이 될 게 확실했으므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친해져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 배경엔 채예령이 얘기한 그들의 프로필이 있었다. 전생에서 놈들의 얘기를 들으며 와- 그놈들이 그런 점도 있었냐, 싶을 정도로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대학 때 내 눈에 최태혁은 그냥 지독하게 무뚝뚝하고 과묵한 남자였고, 민선우는 너무 다 잘난 부잣집 도련님이었고, 쌍둥이들은 그냥 철없고 뻔뻔한 놈들이었는데 예령이한테만은 안 그랬던 것이다.
채예령 왈 처음엔 최태혁 앞에만 서도 기가 죽었는데 친해지고 보니 알게 모르게 배려 쩌는 놈이랬고, 민선우는 얼핏 완벽한 형 같아도 도련님이라 그런지 엄청 순수하다고 그랬다. 그리고 쌍둥이? 말도 마라. 자기도 처음엔 너무 짓궂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의외로 상처가 있어 보여 뭔지 모르게 부성애가 생긴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사건들도 얘기해줬는데 너무 닭살 돋고 느끼해서 주의 깊게 듣진 않았다. 대충 어느 상황에서 웃어줬었네, 뭘 해 줬네 하는, 순정 만화에나 나올 법한 시츄에이션들이었다.
기억력이 크게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뭘 기억하자고 맘먹는 성격도 아닌 내가 채예령이 그들과 만난 시점, 선호하는 것, 숨겨진 성격까지 기억할 수 있었던 건 그의 끝없는 반복 수다 덕분이다.
하아…. 망할 자식. 그 시간에 로또 당첨 번호나 외워 주지. 그럼 지금 로또 맞아 대박 났을 텐데. 하여간, 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연애 시뮬레이션을 한다는 마음으로 그들을 공략하기로 했다. 물론 연인이 되거나 하는 걸 노린 건 아니고 친한 후배 정도의 위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는 될 수 있을 거란 자신도 있었고.
하지만 그건 다 오산이었다.
“흐어어어어-. 쌍둥이가아아-. 내 꼬…, 흐어어엉-. 거기 만지고 막, 젖꼬…. 콜록! 흐어엉…. 킁!”
채예령 이 개자식! 넌 나에게 졸라 악질적인 구라를 쳤어!
콧물이 코를 막아 숨이 막혀 오는 와중에도 내 투철한 고자질 정신은 빛을 발했다.
화장실 문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흔들렸지만 난 개의치 않고 딸꾹질을 하며 하소연했다. 이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건 화장실이라 거리낌 없이 코를 풀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손으론 변기통, 한 손으론 핸드폰을 부여잡고 열심히 주둥이를 놀렸다.
똑똑한 최태혁은 별 효과음 다 들어간 내 말을 쏙쏙 알아듣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두 번 말할 필요는 없었다. 기특한 놈. 이럴 때만 좀 이뻐.
-지금 어디라고?
말을 잘 알아들어서 좋다고 방금 생각했건만, 최태혁이 아주 음산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나는 초조한 마음에 욕이 나올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절대 겁먹은 건 아니다. 그저 화난 사람은 건드이면 안 되니까 조용히 묻는 족족 놈이 원하는 대답을 해 주는 거다. 그래서 나는 끝없이 흐르는 콧물을 휴지로 팽! 풀며 화장실임을 밝혔다.
씨댕, 눈물은 멈췄는데 콧물은 왜 안 멈추는 거냐고! 여러 가지로 속 썩이는 이 몸뚱어리를 구하기 위해 애새끼처럼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후회도 좀 들지만 여전히 밖의 놈들이 무섭긴 하다. 왜냐하면.
“곰탱이 너 이거 열어라? 너 진짜 똥구멍에 불나고 싶냐?!”
하는 또라이 소리를 해대고 있기 때문이다.
저 미친 사이코 새끼들. 내 소중한 백 버진을 당연한 듯 요구하다니…. 아까 박치기 할 때 내 머리 깨질까 봐 몸 사리는 게 아니었다. 아주 그냥 있는 힘껏 해서 내 돌머리의 위력을 보여 줬어야 하는 건데, 천추의 한이다.
나는 이마에 살짝 솟아 있는 혹을 살살 어루만지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최태혁 들으라고 핸드폰을 문 가까이에 갖다 대 줬다. 내가 뭘 하는 줄도 모르고 계속 망발을 뱉어 대는 쌍둥이들 덕분에 현재의 상황이 리얼하게 중계됐다.
이제 충분하겠지 싶어 핸드폰에 귀를 갖다 댔을 땐 딱 봐도 엄청 열 받은 게 분명한 최태혁이 언젠가 들어 본 지독한 저음으로 당부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절대 문 열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
솔직히 최태혁이 오기 전에 저 문 경첩이 먼저 나갈 것 같았지만 난 애써 태연하게 화면을 껐다. 설마 문이 부서지겠어? 만약 부서지면 부실공사로 고소해야 돼. 사람 힘이란 게 한계가 있어서-.
쾅!
“넌 죽었어, 곰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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