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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원수를 공략합니다-74화 (74/93)
  • 74화

    06. 기억이 없으면 사람은 미궁에 빠진다

    “으, 응, 웁…….”

    입 안을 가득 채운 부피를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잔뜩 벌어진 턱과 입이 아프고, 혀 밑에 고인 침이 자꾸 입술 틈새로 흘렀다. 혀와 볼을 움직일 때마다 입 안에서 굵직한 성기가 꿈틀거려 점막을 때렸다. 먼저 하겠다고 말한 건 나였다. 그리고 후회하는 것도 나였다.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든 순간 내 입술과 아테올의 것 사이에 끈적한 체액이 길게 늘어지고, 눈에서는 눈물이 뚝 떨어졌다.

    여유롭게 앉은 아테올이 그런 내 뒷머리를 달래듯 쓰다듬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뻐근하게 아픈 입과 턱을 문질렀다. 그만하고 싶은 마음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반반이었다. 아프고 힘들긴 해도, 입 안의 점막을 온통 쓸리며 목 안쪽까지 찔리는 기분은 솔직히 말해 나쁘지 않았다. 그런 말을 아테올에게 하진 않았지만. 언젠가 아테올이 선언한 대로 나는 목 안쪽 깊숙한 곳까지 그의 성기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흘끗 아테올을 올려다보고는 다시 눈앞의 것을 입에 물었다. 애매한 길이의 머리카락이 자꾸 흘러내려 손으로 만지작거려야 했다. 내가 거듭 머리를 넘기느라 한 손을 쓰지 못하자, 아테올이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그러쥐었다.

    두피가 살짝 당기는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조금씩 움직여 성기를 입 안에 깊이 삼켰다. 이것도 하다 보니 조금씩 요령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울퉁불퉁하게 핏줄이 불거진 기둥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숨쉬기가 어렵고, 입술 사이로 자꾸만 타액과 함께 부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시 고개를 빼고 이번엔 뿌리에서부터 귀두까지 입술과 혀를 써서 천천히 빨았다. 머리카락을 쥔 아테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빠졌다가 했다. 귀두를 입술 사이에 물고 조심조심 핥다가 그대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크게 벌린 입 안으로 성기가 저항 없이 들어왔다.

    간신히 목구멍 안쪽까지 집어넣고 나자 허리가 바르르 떨렸다. 아래로 피가 쏠리는 게 느껴진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음을 인식하며 입을 천천히 우물거렸다. 얼핏얼핏 치아 끝이 닿았지만, 아테올은 잠시 움찔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읍……, 흐우, 으응…….”

    목에서 저절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흘끗 아테올을 올려다보자, 그는 기분 좋은 듯 눈을 나른하게 뜬 채 숨을 내쉬고 있었다. 돌처럼 탄탄하고 굴곡진 배가 조금씩 움찔거린다. 입을 꾹 조이며 힘겹게 침을 삼키자 좁아진 목구멍에 귀두가 툭 걸렸다. 아테올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렀다.

    낮은 톤의 신음은 무척 듣기 좋았다. 그 소리를 더 들으려고 고개를 한층 낮추어 보다 깊이 성기를 밀어 넣었다. 숨이 막혀 눈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아래는 더 반응하고 있었다.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아테올이 시선을 그리로 두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입을 떼고 뭘 웃느냐고 물으려 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아테올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고는 나를 침대 가장자리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뭐……!”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해주는 대로 가만히 있는 것도 좋지만, 정말 좆이 터질 것 같아서요.”

    “뭐, 뭐?!”

    갑작스러운 천박한 단어에 질겁하고 있는데 그는 내 머리를 침대 밖으로 밀어냈다.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동시에 입 안으로 다시 성기가 들어왔다. 이번엔 내가 할 때와 달리 조심스럽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기분 탓인지…… 아니, 기분 탓이 아니겠지. 아테올의 것은 더 커져 있었다. 그는 그렇게 흉흉하게 발기한 자기 것을 내 입 안으로 쑤욱 밀어 넣었다.

    “읍……!”

    내가 스스로 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숨이 막혔다. 거의 목을 졸리는 느낌이었다. 캑캑거리며 손에 잡히는 아테올의 몸에 매달렸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득득 긁어내리는 것에 가까웠다. 아테올은 숨을 몰아쉬더니 그대로 빠르게 허리를 쳐대기 시작했다.

    “헉……! 콜록, 흐웁……! 으, 응, 으응……!”

    생리적인 구역질과 함께 기침이 마구 나왔다. 그럴 때마다 목 안이 오므라들며, 안을 파고드는 아테올의 성기 머리를 꽉 물어 조였다. 아테올은 기분 좋은 듯 가쁘게 숨을 쉬었다. 허공을 휘젓다가 간신히 아테올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손에 힘을 주었다. 배에 힘이 바짝바짝 들어가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허벅지가 멋대로 튀었다.

    “우, 응, 흐으……, 읏, 읍……!”

    성기가 목구멍을 찍고 입 안을 마찰할 때마다 뜨거운 열이 뭉텅이지며 온몸으로 퍼졌다. 배가 아릿할 정도로 조여들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나는 정액을 쏟아냈다. 흘끗 내 아래를 본 아테올이 웃었다.

    “입에 박히면서 싼 겁니까?”

    “흐으으……, 우…….”

    사실인지라 할 말이 없었다. 사정의 여파로 아직 아랫배가 근질근질했다. 채 나오지 못한 정액이 조금씩 튀고 있었다. 그를 본 아테올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자기 입술을 가볍게 짓씹고는 다시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몸까지 흔들릴 정도로 사나운 움직임이었다. 그런 끝에 몸을 딱 굳히고는 내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멈췄다. 곧이어 성기가 목구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곤, 식도 안쪽을 향해 직접 정액을 쏘아냈다.

    “……! 읍…….”

    그대로 넘어오려는 걸 참으며 간신히 목을 움직였다. 아테올이 쏟아낸 정액의 절반 정도는 겨우겨우 삼켰다. 나머지는 입 안에 고이거나 입술 사이로 질질 흘러내렸다.

    아테올은 내 머리를 잡은 채 정액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성기를 입 안에 꾹꾹 문지르다가 빼냈다. 아직 남아 있던 정액은 얼굴로 쏟아졌다.

    겨우 그가 나를 놓았을 때, 나는 기진맥진해서 그대로 축 늘어졌다. 입 안에 남은 정액을 힘겹게 삼켰지만, 그러고도 다 넘기지 못한 건 입술을 타고 주룩 흘렀다. 아테올이 나를 안아 일으켰다.

    “가능하다면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은 모습이군요.”

    “미쳤지…….”

    “당연히 농담입니다. 제가 설마 당신의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일까요. ……뭐, 과거의 누군가 보았을 건 어쩔 수 없지만요.”

    “…….”

    솔직히 부정은 할 수 없었다. 누군가와 이런 짓을 한 기억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근데 딱히 선명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그런 듯했다. 아테올은 정액이 아직 남은 내 입술에 아무렇지도 않게 키스했다.

    여기서 끝나나 싶었으나, 가슴에 손이 올라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었다. 싫다는 건 아니었다. 나는 가슴을 주무르는 아테올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얌전히 입을 더욱 벌렸다.

    ***

    자고 있는 아테올이 보였다. 곧바로 이게 꿈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테올의 머리가 내가 아는 것보다 조금 길었고, 느낌 또한 이상했기 때문이다. 나는 긴 속눈썹을 늘어뜨린 채 잠든 아테올의 뺨을 쓰다듬었다. 내가 한다기보단, 그렇게 하는 꿈속의 나를 그 시점에서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행동도, 반응도, 전부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한참 뺨이며 눈썹, 콧날을 매만지고 있자 아테올이 슬그머니 한쪽 눈을 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아테올은 내 손을 잡아끌어 쪽, 쪽, 몇 번이나 가볍게 입을 맞추다가 이내 몸을 일으키더니 날 안고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장난치는 동물처럼 나를 안고 침대를 한 바퀴 구른 그가 입을 열었다.

    “유리 님. 유리.”

    “응.”

    “잘 잤습니까?”

    “너는?”

    “당신이 곁에 있는데 당연히.”

    입술이 거침없이 뺨과 귀와 입술에, 머리카락에 닿았다. 아테올은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내게 뺨을 문지르며 계속 속삭였다.

    “원정은 갈 것이 못 됩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당신이 없으니 얼마나 허전하던지.”

    “……그럼 다음에는…… 같이 갈까?”

    그러자 아테올이 얼굴을 떼더니 의외라는 기색으로 눈썹을 치켜떴다.

    “같이 가주실 겁니까? 귀찮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요.”

    “으응……, 뭐.”

    얼버무리려던 ‘나’는 아테올의 재촉에 결국 속마음을 말했다.

    “나도 네가 없어서 별로 안 좋았어.”

    아테올이 웃음을 터뜨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거기서 나는 깨어났다. 원, 세상에. 정말 별 꿈을 다 꾼다. 전에 유등을 날리는 꿈을 꿨을 때도 꼭 이랬다. 깨고 나면 어이가 없고, 황당하고, 조금…… 허무하다. 꿈속의 아테올은 현실의 그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기에. 우선 현실의 그는 꿈속에서처럼 나에게 완전히 다정하고 무르지 않다.

    공교롭게도 아테올은 자고 있었다.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의 뺨에 손끝을 살짝 얹어보았다. 꿈속에서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소심했다. 깨어나지 않도록, 거의 피부에 닿을 듯 말 듯 살살 쓰다듬는데 갑자기 상태창이 떠올랐다. 나는 기절할 듯 놀라 주먹을 움켜쥐며 나도 모르게 상태창을 후려쳤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상태창은 마치 안개처럼 잠시 흐려졌다가 다시 제 모양으로 돌아왔다.

    ‘헉, 씨……, 깜짝이야, 기절할 뻔했네…….’

    그리고 상태창에 떠오른 내용을 보았을 때는 더더욱 놀랐다.

    [호감도: 시우]

    96%

    ‘?!’

    왜?!

    아니, 시우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기에 갑자기 호감도가 오른 거야? 아니아니, 이 호감도라는 거 대체 뭐야? 그때 분명히 진짜 ‘호감’을 나타내는 지표는 아니라고 했다. 그럼 뭔데. 똑바로 말을 해보라니까, 상태창!

    [tip: 호감도를 다 채우면 특별한 일이 일어나요!]

    그러니까 그 특별한 일이 뭐냐고.

    [tip+tip: 미궁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요⸜( ◜࿁◝ )⸝]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오류인가? 상태창을 빤히 보자 상태창의 테두리가 약간 발그레해졌다. 미친 모양이다. 아니, 잠깐. 지금 내 생각에 얘가 답을 하고 있는 거 아냐? 그럼 대화가 된다는 뜻이잖아. 그 생각에 상태창을 노려보았다.

    [tip+tip+tip: 상태창은 미리 입력된 말만 할 수 있어요( Ĭ ^ Ĭ )]

    “…….”

    그럼, 그 말을 입력한 건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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