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04. 상상하는 모든 이야기는
내, 내가 더 벗으라고 하리라 생각한 건가? 천만의 말씀이었다. 나는……, 난…….
“…….”
잠시 망설이자 아테올이 샐쭉한 얼굴로 셔츠 단추를 다시 잠갔다.
“자, 잠깐만.”
나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아테올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씩 웃으며 다시 침대에 한쪽 다리를 걸쳐 앉았다. 몸이 확 가까워지면서 그의 향수 냄새가 풍겼다. 그가 어정쩡하게 들린 내 손을 잡고는 자신의 가슴으로 가지고 갔다. 내 손가락 끝이 그의 단추에 걸렸다.
“풀어보세요.”
“…….”
“제 몸을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항상 핥는 것 같은 눈으로 바라보시면서.”
“내가 언제?!”
아테올은 대답하지 않고 웃으며 내 손으로 자기 단추를 풀게 했다. 약간의 저항과 함께 단추가 단춧구멍에서 탁 빠져나가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셔츠 깃이 벌어졌다. 하얀 셔츠가 스륵 열리며 그 안의 굴곡진 가슴이 드러났다.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가슴골로 향했다. 손이 저절로 다음 단추를 풀었다. 툭. 툭. 가슴과 옴폭 들어간 명치, 돌처럼 단단한 복근이 차례로 드러났다.
홀리듯 셔츠 단추를 전부 풀고 나자 바지가 있었다. 아차. 무의식중에 뻗으려던 손을 휙 거두고 등 뒤로 짚은 채 슬금슬금 물러났다. 이제 와서 이러는 것도 웃겼지만, 벌써 부풀기 시작한 아테올의 앞섶을 보자 가슴이 뛰는 동시에 덜컥 겁이 났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나를 본 아테올의 표정이 슬쩍 바뀌었다. 꼭 다 잡힌 주제에 의미 없이 도망치려 하는 사냥감을 보는 것처럼. 재빨리 뒤로 후다닥 물러났으나 아테올은 몸을 앞으로 기울인 것만으로 나를 따라잡았다. 물러난 것도 무의미하게 이불 속에서 발목을 붙잡혔고, 그대로 번쩍 들렸다. 몸이 뒤로 털썩 쓰러졌다.
“으앗……!”
꼴사납게 넘어진 내 위로 아테올이 휙 올라탔다. 멍청이처럼 보여서 웃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을 가늘게 뜬 그는 어딘가 열띤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셔츠를 휙 젖혀 벗고는 내 허리끈을 잡아 뜯듯이 풀었다. 순식간에 맨몸이 드러났다. 손에 잡힌 이불을 두 손으로 끌어당겨 상체를 가리는데, 그 시도가 무색하게도 아래까지 금세 벗겨졌다. 아테올은 내 다리를 들어 올리곤 다짜고짜 성기를 입에 물었다.
“응, 으읏…….”
예민한 부분을 세게 빨아들이는 힘에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다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으나 숨소리까지 숨길 순 없었다. 갑작스럽게 닥쳐온 쾌감에 허벅지부터 시작해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공중에 들린 두 발이 오므라들었다 펴졌다 했고, 가슴은 마구 들썩거렸다. 붙들린 건 다리뿐인데 늘 그렇듯 온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읍……, 흐우, 읏…….”
성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해졌다. 아테올은 내 것을 입에 물고 고개를 왔다 갔다 하거나, 끝부분만 입술 사이로 문 채 빙글빙글 핥았다. 혀끝이 귀두의 갈라진 틈새를 꽈악 누르자 저절로 고개가 젖혀지면서 배가 파들파들 떨렸다. 내 반응을 좇듯이 아테올은 혀를 넓게 하여 귀두를 감싸듯 빨았다.
“아윽……! 그, 그렇게 하지 마……!”
“당신은 너무 좋으면 하지 말라고 하는 버릇이 있어요.”
“아니, 아냐……, 아니란, 아으으응……!”
아테올의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손으로 기둥을 감싸 쥔 채 입술로는 아주 강하게 귀두를 빨아댔다. 전신의 피가 한곳으로 쏠리는 듯했다. 순식간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배 속이 불을 붙인 것처럼 뜨거워졌다. 나는 벌벌 떨며 사정했다. 아테올은 입을 떼지 않고 내 아래에 얼굴을 처박은 채 쏟아져 나오는 정액을 삼켰다. 꿀꺽, 꿀꺽, 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그, 그걸 왜 삼키…….”
“언젠가 당신도 제 걸 삼키게 되실 겁니다. 아래 말고 위로요.”
젖은 입술을 한 채 고개를 든 아테올이 말했다. ‘위로’라고 하면서 그는 내 입술을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기 전에 그의 입술로 시선이 갔다. 흰 정액이 입술에 맺혀 있었다. 내 시선을 눈치챈 그가 혀를 내밀어 자기 입술을 핥았다. 정액이 혀에 묻어 입 안으로 들어가는 게 또렷이 보였다.
내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는지……. 아테올은 씩 웃으며 몸을 약간 굽혔다. 얼굴이 가까워진다. 그는 내 입술을 매만지던 손가락을 그대로 입에 밀어 넣었다.
“읍…….”
굵은 손가락이 입천장을 살살 긁었다. 등골이 짜르르했다. 사실, 입 안으로 이렇게 느낄 수 있다는 건 몰랐다. 키스할 때 기분이 좋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거였지만. 아테올은 두 손가락을 내 입에 집어넣어 혀를 만지작거리거나, 입술을 꾹 집거나 하다가 입천장을 타고 점점 깊게 들어왔다.
“콜록, 켁…….”
손가락이 입 안 깊은 곳을 건드리자 저절로 구역질이 나왔다.
“벌써 앓는 소리를 내시면 안 됩니다. 여기보다 더 깊게 들어갈 텐데요.”
“흐우, 으……, 응…….”
무슨 소리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에 들어온 손가락 때문에 발음이 어려워 포기했다. 아테올은 한순간 손가락을 목구멍 깊이 푹 집어넣었다가 빼냈다. 몸이 저절로 일으켜지고 구역질이 심해졌다. 인상을 찌푸리며 아테올을 노려보자, 그는 타액에 젖은 손으로 내 뺨을 감싸며 키스했다. 입 안이 얼얼했음에도 그의 키스는 기분 좋았다. 입술이 떨어진 후 그가 속삭였다.
“제 좆을 그보다 더 깊은 곳까지 물어야 하는데. 조금씩 익숙해져야겠군요.”
“…….”
할 수 있을까, 전혀 못 할 것 같은데. 피할 수 있는 데까지 피해 봐야겠다. 내 표정에서 생각을 분명 읽었을 아테올은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여기까지만 하려는 건가 싶었지만 그럴 리 없었다.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 그가 주먹만 한 유리병을 내 눈앞에 보여주었다.
“좋은 향유를 구해서요.”
“향유가 다 똑같지…….”
“써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뭐, 뭔데? 나 안 할래.”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어 안 하겠다는 말부터 하고 몸을 옆으로 돌렸으나 아주 쉽게 아테올에게 붙잡혔다. 그는 내 배를 눌러 간단히 제압하고는 다리를 양쪽으로 크게 벌렸다.
“잡고 계세요.”
싫다고 하면 그만인데 아테올의 말투가 어찌나 자연스러운 명령 조던지, 나도 모르게 두 다리를 손으로 잡았다. 무심코 하고 보니 창피했다. 스스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꼴 아닌가. 민망함에 손을 놓으려 했으나 그 전에 아테올이 내 손을 한 차례 겹쳐 잡았다. 그러곤 눈을 한 번 마주치고 나서 금방 떨어졌지만, 그 짧은 순간에 손이 고정이라도 된 것처럼 놓을 수 없게 되었다.
“말을 잘 들으시는군요. 착합니다.”
“읏……!”
아테올은 동물이라도 어르듯 내 턱 아래를 간지럽히며 말했다. 발끈해서 뭐라 하려던 순간 그가 향유 병을 열더니 내 아래로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 질감이 다소 특이했다. 다른 향유보다 좀 더 매끄러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마석(魔石) 가루를 녹여 넣은 향유입니다. 어떤 효과인지는…….”
향유 병 주둥이가 아래에 닿았다. 뭐야, 설마? 말리려 하기도 전에 단단한 유리로 된 매끈한 주둥이는 내 안으로 들어왔다. 동시에 아테올이 병을 기울였고, 향유가 모조리 안으로 쏟아졌다.
“아으윽……!”
“직접 알아보시지요.”
“시, 싫어, 몰라도 괜찮아, 빼줘……!”
“이미 늦었는데요.”
스륵, 향유 병이 빠져나오고 빠끔 벌어진 구멍에서 향유가 넘쳤다. 아테올은 빈 병을 내 눈앞에서 흔들더니 미련 없이 옆으로 던져버렸다. 어른 주먹 하나 크기의 병에 들었던 액체가 전부 안으로 들어온지라 배가 거북했다. 시선을 조금 내려 보자 아랫배가 약간 부풀어 있는 게 보였다.
“흐읏, 으, 응…….”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향유는 배 속의 틈새 틈새를 천천히 적셨다. 마석을 녹인 향유라고 했다. 그 말대로, 완전히 녹아 부드러웠지만 희미하게 가루 특유의 질감이 느껴졌다. 또 향유가 닿은 자리에 즉시 열이 오르고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벌린 채 들어 올린 자세 때문에 향유는 아주 깊은 곳까지 살아 있는 것처럼 질금질금 스며들었다.
“……아, 하아……, 아……, 이, 이상해…….”
웅얼거리는 나를 내려다보던 아테올이 천천히 내 배를 눌렀다.
“아윽!”
안쪽에서 출렁거리던 향유가 입구를 통해 왈칵 쏟아졌다. 흐르는 감각이 뭐라 말할 수 없이 이상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마구 저으며 싫다고 소리쳤다. 아테올은 배에서 손을 떼더니 내 머리 양쪽 옆을 짚으며 나를 덮고 내려다보았다. 나는 다리를 잡았던 손을 놓고 웅크리며 몸을 옆으로 눕혔다. 아래에서는 계속 향유가 줄줄 흘렀다.
“아, 이거 싫어, 이상해에……, 아, 아…….”
“뒤로 전부 싸보세요.”
“미, 미쳤……. 너, 정말…….”
“품고 있는 것보다 낫지 않습니까? 점점 더 뜨거워질 텐데.”
그의 말대로 향유는 몸속에서 점점 더 온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애써 밖으로 흘리려 하지 않아도 향유가 알아서 슬슬 빠져나간다는 점이었다. 이 자식은 대체 어디서 이런 걸 구해 온 거야. 이딴 걸 만들어 파는 놈도, 사 오는 놈도 미친 변태 자식이 틀림없었다. 향유는 뜨겁고 간질간질하게 몸속의 점막을 휘돌았다. 점점 온몸의 체온이 올라가고 전류 같은 열이 피부 아래를 빠르게 맴돈다. 눈앞이 아찔아찔했다. 안쪽이, 너무 간지러웠다.
“흐, 아……, 이거, 안이 너무…….”
“어떻기에 그런 얼굴을 합니까?”
“내, 내 얼굴이 왜…….”
“당장 처박고 싶은 얼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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