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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원수를 공략합니다-54화 (54/93)

54화

04. 상상하는 모든 이야기는

“……세르타는?”

“중상을 입어 황궁으로 이송했습니다.”

“괜찮은 거야?”

“당신이 얌전히 따라오면 무사합니다.”

“…….”

나는 입을 다물었다.

수도에서 가까운 곳인데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탑주가 사라졌다는 소문은 어디에도 돌지 않았다. 그래서 사라진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수색하느라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지나치게 마음을 놓았던 모양이다.

“어떻게 찾은 거야.”

“당신에게 배웠죠. 거미줄은 마법으로만 칠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던 중이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계셔서 다행입니다.”

아테올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검집에 집어넣었다. 철컹, 하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바닥을 저벅저벅 밟으며 다가와 내 턱을 쥐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당신이 보고 싶어서 얼마나 서둘렀는지 모릅니다.”

[축하합니다! 아테올의 특별 호감도 100% 달성!]

아테올이 많이 서운한 것 같네요. 달래줄까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은 효과음과 함께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게 정말 축하할 일이 맞나? 그리고 지금 아테올을 ‘서운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나. 아테올의 두 눈은 그 언젠가처럼 살기를 뿌리며 번뜩거리고 있었다. 서운하다 따위의 귀여운 말로 표현하기에는 지나치게 무섭다. 그리고 달래주라니, 이런 상태를 어떻게 달래라고.

“……읍.”

아테올은 내 턱을 쥔 그대로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하하, 미친. 달래주라는 게 몸으로였냐. 이런 19금 미연시 같은 전개 싫다고 분명히 말했지! 하……. 갈 곳 없는 분노를 속으로 쏟아내며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아테올은 아무리 밀어도 밀려나지 않았다. 오히려 내 허리를 안아 들어 올리곤 거실을 가로질렀다. 그대로 피 묻은 소파에 내던져지고, 내 위로 아테올이 올라왔을 때 나는 소리쳤다.

“하지 마.”

아테올이 고개를 살짝 모로 기울였다. 웃는 얼굴이었다. 눈은 웃고 있지 않았지만. 무서웠으나 용기를 내서 말했다.

“……여기서 하고 싶지 않아.”

“아.”

화를 내거나,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아테올은 표정을 풀었다.

“그렇죠. 뭐, 저도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닙니다.”

[이벤트 성공! 아테올의 기분이 풀렸네요.]

어느 부분에서 기분이 풀린 거야……? 진짜 알 수가 없네.

[특별 호감도 100%로 ‘아테올과의 친애’를 달성했으므로 페널티가 사라집니다. 이제 전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효과음과 동시에 나를 전전긍긍하게 만들던 게이지 바가 스르륵 사라졌다. 드디어 이 미친 구속에서 벗어났다. 박수라도 치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그럴 상황이 못 되어 유감이었다.

“포털이 있겠죠. 가실까요?”

아테올이 내 팔을 꽉 쥐었다.

“아파.”

“황궁에 돌아가면 놓아드리겠습니다.”

정말 황궁에 갈 때까진 팔이 잘려도 놓지 않을 기세였다. 어쩔 수 없이 팔에 아테올을 매단 채 포털에 올랐다. 눈앞이 희게 명멸하고, 눈을 깜빡이자 탑 근처의 사냥터였다. 이미 황제의 기사들이 주위를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내가 마음먹으면 다 죽이고 도망칠 수도 있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시겠죠. 당신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시잖습니까. 특히 아끼는 부하의 생명은.”

“협박하는 거야?”

“네.”

부하는 세르타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협박에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참았다. 아테올은 날 황제의 침전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이 직접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 과정에서 몸수색까지 당해야 했다. 품에 넣어둔 금화 50개를 보더니 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소꿉장난이라도 하려고 하셨습니까?”

“충분히 많은 돈이야.”

평범한 사람의 월급 50개월 치라고. 그 말에 아테올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생각해 보니 금화 50개는 도주 자금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기도 했다.

아테올은 자신도 옷을 벗고 들어와 날 씻기면서 내 몸을 여기저기 만졌다. 은근하게 문지르는 손길을 그냥 무시하고 모르는 척했으나, 다 씻고 나가 침대에 눕혀졌을 땐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아테올은 위에서 날 덮듯이 무릎으로 서서 엎드린 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오두막에서보다는 훨씬 누그러진 시선이었다. 한참 마주 보고 있다가 왠지 어색해져 고개를 돌린 순간, 아테올이 내 얼굴을 억지로 자기 쪽으로 돌리고 키스했다. 동시에 한 겹짜리 얇은 옷 틈으로 손이 들어왔다.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길은 거칠고 조심성이 없었다. 부드러운 살을 굳은살이 깊게 박인 손바닥이 콱 움켜쥐었다.

“읍……!”

아프다는 말은 아테올의 입 안으로 삼켜졌다. 아테올은 허벅지에서 엉덩이까지 손을 미끄러뜨리고, 거기서 다시 더 깊은 곳으로 들어왔다. 몸을 비틀며 저항하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그자와 어떻게 지냈습니까?”

“뭐, 으음, 응…….”

“그자도 이렇게 만족시켜 주던가요?”

뒤늦게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나는 기겁하며 아테올을 밀치려 했다. 그러나 아테올은 벽처럼 단단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입술이 잠시 떨어진 틈에 다급히 외쳤다.

“아니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왜요. 외딴집에서 몇 날 며칠을 단둘이 보내고 아무 일 없었다고 하면, 제가 믿겠습니까?”

“내가 아니라고 하잖아……!”

“당신이? 당신은 저한테서 도망치려고 호위 기사들을 시켜 저를 공격하게 했죠.”

“…….”

할 말이 없었기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아테올은 내가 조용해지자 제 세상이라도 만난 듯 멋대로 굴기 시작했다. 옷을 헤치고 가슴을 빨면서 손으로는 내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미끌미끌한 기름을 잔뜩 발랐다. 그의 손가락이 닿았을 때 아래는 이미 움찔움찔 떨리고 있었다. 아테올이 웃으며 단단해진 내 성기를 손가락으로 주욱 문질렀다.

“으응……!”

“이만큼 만진 걸로 이렇게 되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불현듯 세르타와 포털에서 떨어졌을 때의 일이 떠올랐으나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것 말고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세르타는 나에게 어떤 사심도 품지 않았다. 누구와 달리. 하지만 그 잠깐의 반응을 아테올은 귀신같이 잡아냈다. 그가 나를 뒤집어 엎드리게 했다.

“영 아무것도 없진 않았던 모양이군요.”

“아, 아무것도 없었어. 진짜야…….”

“그건 보면 알겠죠.”

“아윽……!”

향유를 잔뜩 바른 구멍에 단단한 귀두가 파고들었다. 도저히 안 들어갈 듯 비좁고 덜 풀어져 있었으나, 아테올은 허벅지에 단단히 힘을 준 채 내 골반을 쥐고 힘으로 제 것을 밀어 넣었다.

“……아, 읏, 아아, 아파……!”

“힘을 좀 풀어보세요. 못 움직이겠으니까.”

“싫……, 아, 으응, 읏!”

못 움직이겠다고 해놓고 아테올은 잘만 움직였다. 향유에 젖은 아래는 이물을 꾸역꾸역 받아들였다. 익숙해진 모양의 성기가 촘촘한 내벽을 짓누르며 마찰했다. 점점 몸이 달아올랐다. 사실, 아까 목욕하며 그가 만질 때부터 배 속이 뜨끈했다.

아테올의 움직임은 점점 거칠고 빨라졌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삽입이 얕아진 틈을 타 나도 모르게 위쪽으로 기어 도망치려 했으나, 아테올의 손에 발목을 잡혀서 힘없이 다시 끌려갔다. 한 번 빠져나갔던 성기가 다시 내리꽂히듯 박혔다.

“으흑……! 으응, 읏……, 아, 아, 아……!”

귀두와 기둥이 속살을 고루 짓눌렀다. 마찰과 압박이 강렬한 쾌감을 불러왔다. 온몸에 땀이 배어 나왔다. 나는 헐떡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뒤를 꽉 조였다. 아테올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성이 반쯤 날아간 머리가 그 소리를 더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배와 뒤에 힘을 주어 움찔거리며 서툴게 뒤를 조이고 풀고 하자, 더 하라는 건지 그만하라는 건지 아테올이 내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쓰다듬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약한 손길이었으나 묘하게 흥분을 자극했다. 나도 모르게 신음한 순간 안쪽에서 성기가 더욱 커진 느낌이 들었다.

안을 밀어 열며 드나드는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졌다. 몸은 아테올이 움직이는 대로 맥없이 마구 흔들리고, 굵직한 성기가 내 안의 민감한 곳을 모조리 짓눌러 자극했다. 뿌리까지 깊게 박힐 때마다 속이 온통 위로 치받치는 것 같았다. 내 입에서 타액과 함께 정신없는 신음이 잠시도 끊이지 않고 흘렀다.

“아읏, 아, 아……! 흐으, 시, 싫어, 싫…….”

사실 좋은 건지 싫은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싫은 걸까? 오히려 너무 좋아서 그만하고 싶다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생각의 갈피는 애초에 잃어버렸고 머릿속엔 뜨거운 열만 남았다. 점점 감각이 극점으로 치달았다. 파도가 치는 것처럼 사납게 밀려든 쾌감이 아랫배에 넘실넘실 고여 울컥거리며 온몸으로 퍼졌다.

“아아……! 아, 읏, 아……!”

사정은 동시에 했다. 나는 아테올의 손에, 아테올은 내 안에. 정액을 내뿜는 동안에도 아테올은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사정해 예민한 몸을 자극하는 허리 짓에 머리가 다 아찔했다. 끝을 모르고 고조되던 쾌감은 어느 순간 퍽, 하고 터져 잔불처럼 저릿저릿한 열기로 온몸에 퍼지며 조금 수그러들었다.

다리의 힘이 풀려 풀썩 엎드려 누워버린 나를 다시 똑바로 눕힌 아테올이 내 입가로 손을 가져왔다. 내 정액을 받은 손이었다. 입술 위로 내가 토해 낸 정액이 투둑투둑 떨어졌다. 입 안으로도 흘러들었지만 불쾌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아테올은 정액이 묻은 내 입술에 키스했다.

“후, 음…….”

정액 때문에 키스하는 소리가 더욱 질척거렸다.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서 몸을 옆으로 비틀자 아테올은 내 아래로 손을 가져갔다. 다물어졌지만 잔뜩 흐물흐물해진 구멍에 손가락이 수월하게 밀려 들어왔다. 그는 내 안에 있던 정액을 느리게 긁어내 빼냈다. 시트가 정액으로 젖어들었다.

정액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몸서리치다가 힘을 뺐다. 이제 끝난 건가 싶었는데, 아테올이 키스하던 입술을 살짝 떼더니 웃었다.

“왜 안심하십니까? 이제 시작인데.”

“……!”

당황하는 나를 보고 웃으며 아테올은 내 다리를 넓게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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