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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7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단 마음이 닿았는지 채원우가 무릎을 세워 앉았다. 갑자기 뜨거운 몸이 떨어져 나간 때문에 가슴이 썰렁해졌다.
몸을 오스스 떠는 사이 채원우가 백겸의 다릴 제 어깨에 얹었다. 고갤 돌려 정강이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한 뒤 싱그럽게 웃는 얼굴을 보며 백겸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넋이 빠지게 예쁜 얼굴에, 조금만 더 시선을 내리면 볼 수 있는 흉흉한 좆이라니. 그 간극 때문에 더 그로테스크하고 변태처럼 느껴졌다.
“형 또 싸주면 안 돼요?”
개소리를 아름답게 말하는 재주가 있는 우리 원우……. 백겸은 팔꿈치로 몸을 세우며 도발하듯 웃었다.
“네 테크닉으론 힘들지.”
그 말을 신호로 채원우가 허릴 죽 뺐다가 거세게 박아 넣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허리를 뭉근하게 돌렸다. 원우의 엉덩이 윗부분에 보조개가 쏙쏙 들어갔다.
원우의 어깨에 올라갔던 백겸의 다리도 추락하는 것처럼 소름 돋는 쾌감에 바짝 모여졌다. 발꿈치로 등을 쳐도 아픔 따위 느껴지지 않는지 원우는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삽입했다.
“아으! 아! 아!”
“좋, 아요?”
“어, 씨발……. 읏, 원우야.”
백겸이 한쪽 팔꿈치로는 여전히 상체를 지지한 채 다른 한 손을 뻗어 채원우의 허벅질 움켜잡았다. 앞이 아니라 뒤를 잡아서는 자기 쪽으로 당겼다.
“읏, 거기. 거기, 아. 좋아.”
이렇게 솔직하게 좋다고 말할 때 백겸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린다. 긴 편은 아니지만 빽빽하게 나고 예쁘게 말린 편이라 보기 좋았다.
원우는 속눈썹이 나오기 시작하는 살 부분을 쪽쪽 빨고 싶단 생각에 생침을 삼켰다. 대신 자기 허벅지를 잡고 있던 손을 당겨 손가락 하나하나 공들여 빨아줬다.
“후으, 형. 혀엉…….”
젖은 손을 놓지 않고 원우는 자기 목부터 쇄골, 가슴까지 쓸어내렸다. 완전히 백겸의 손을 이용해서 자기 몸을 애무하고 자위하는 꼴이었다.
눈을 반쯤 감고, 볼에는 홍조를 띤 채 빨개지고 젖은 입술이 살짝 벌어진 채원우 얼굴은 도색잡지처럼 외설적이었다. 그리고 배덕감이 느껴질 정도로 순진무구해 보이는 얼굴과 다르게, 하체는 사납게 움직이고 있었다. 성기 뿌리부터 배꼽 아래까지 올라오는 핏줄이 또렷하게 돋아 있었다.
“윽, 읏, 채원, 채원우.”
백겸도 곧 한계였다. 만지지 않고 사정하는 건 온몸이 쥐어짜이는 것처럼 진 빠지는 일이었다. 여전히 자신의 손을 놓지 않은 채원우의 손 때문에, 백겸은 허공을 움켜쥐며 몸을 떨며 사정해야 했다.
외부 자극 없이 뒤 자극으로만 나오는 거라 자연스럽게 흐르지는 않았다. 채원우가 콱콱 박아 올려 깊은 곳을 찌를 때에 맞추어 정액이 튀었다.
“흐으, 큿……!”
“아, 힘 좀……!”
채원우가 아름다운 얼굴을 바짝 찌푸린 채 몸을 기울였다. 백겸의 다리가 경련하며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채원우가 팔로 내려오는 백겸의 다리를 손톱을 세워가며 잡았다. 그리고 더 빠르게 속도를 내어 삽입했다.
젖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프리컴도 정액도 양이 많은 덕이었다.
“하하……. 내가 가득 쌀 거 같은데.”
풀린 눈으로 채원우가 중얼거렸다. 입술이 침으로 번들거렸다. 연신 깨물어 부푼 게 예뻐서, 백겸은 사정 끝물이라는 오르가즘 버프를 받으며 채원우에게 한 번 더 홀딱 반했다.
“그냥 안에, 윽, 싸.”
뒤로 빼서 사정하려는 채원우의 허릴 잡은 건 백겸이었다. 미끄러진 다리로 아예 원우의 허릴 단단히 감쌌다. 원우는 보기 드물게 망설였다가 수위까지 차오른 절정에 더 참지 못하고 말았다.
채원우가 백겸의 허리를 손자국이 남도록 꽉 잡고 자신 쪽으로 당겼다. 숨기고 지내던 악력이 조금 드러나고 말았다.
평소보다 억센 손길에 의아함을 느낀 건 잠시, 백겸은 곧 결장까지 푹 들어오는 채원우의 것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우윽, 너…… 이 무식하게 크기만……!”
“형……. 안 너무 뜨거워…….”
안에 싸라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깊은 곳에 싸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미 늦었다. 채원우는 백겸의 골반을 잡고 허리를 깊게 숙여 그의 어깰 질근질근 씹고 있었다. 백겸은 배꼽 안쪽이 축축하게 젖는 느낌에 신침이 고이는 것만 같았다.
잠시 그렇게 있던 채원우가 천천히 고갤 들었다. 어깨에 붙어 있었던 터라 코앞에 얼굴이 있어 눈이 바로 마주쳤다. 백겸은 어쩐지 본인이 사정할 때보다 채원우가 사정할 때 더 기운이 빠져 맹한 눈을 끔뻑였다.
“형 눈은 호박처럼 보여서…….”
“…….”
“나는 한낱 벌레처럼 그 눈에 박제되었으면 좋겠어요.”
“……멍청아.”
“그냥 형이랑 영영 붙어 있고 싶다.”
조금 전까지 짐승처럼 박아놓고 이제 와 애기처럼 어리광을 부려도 통할 리가…… 있지. 있다. 채원우는 양백겸에게만은 늘 통한다. 백겸이 다시 자신의 어깨에 고갤 톡 붙인 원우의 어깰 토닥거렸다.
뜨거웠던 몸이 조금 식으려는 때에 천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백겸이 물었다.
“한 번 더 할래?”
“……날 뭘로 보고.”
“싸놓고 내 안에서 안 빼서 네 거 발기하는 거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변태로.”
“형은 진짜 나를 너무 잘 알아요.”
“울상 지어도 안 불쌍하거든.”
팔자 눈썹을 했던 채원우가 헤헤 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백겸을 냅다 엎었다.
“그럼 우리 이번엔 좀 더 더럽게 굴러볼까요?”
도, 도대체 조금 전보다 더 어떻게?
당황과 긴장감에 생침을 삼키던 백겸의 뒤로 예고도 없이 채원우가 제 좆을 푹 찔러 넣었다. 그리고 입구를 만지작거렸다. 그 손길이 불안했다.
“너, 너 뭐 하려고.”
“형. 형 입구가 너무 좁아서 그래요. 알죠?”
알긴 뭐가……!
곧 입구가 벌어지며 채원우의 엄지가 느릿하게 들어왔다. 백겸은 목이 졸린 것처럼 헉, 하고 신음을 토했다. 엄지로 입구 안쪽을 천천히 돌려 만지며 채원우가 아주 예쁘게 웃었다.
“살살 할게요. 응? 나 형보다 약하잖아.”
나 믿죠? 하는 애인만큼 못 믿을 놈이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채원우가 안에 넣었던 성기를 빼도 구멍에 있는 엄지 때문에 채 다물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틈으로 연신 푹푹 성기가 들어왔다.
백겸의 눈앞이 반짝반짝 빛났다. 어렴풋이, 끝내 이놈이 내가 추태를 부리는 꼴을 보려는구나 하는 이 갈리는 소리가 올라왔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건 신음뿐이었다.
오늘 하루가 더럽게 피곤하지 않았어도 얘랑 뒹굴기만 해도 딥슬립할 수밖에 없었겠다. 채원우와 함께하는 한 불면증은 발도 못 들이겠다고 생각하려는 순간, 백겸은 머리가 하얗게 비는 쾌감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더 어린 채원우는 정말 필요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백겸은 삐걱대는 손을 들었다. 아침이 되어도 이런 여운이 남는 건 오랜만이었다.
바깥은 해가 쨍쨍했다. 옆자리는 비었고 백겸은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만 하며 몸을 한껏 침대에 뭉개는 중이었다.
“일어났어요?”
마침 문이 열리더니 양손 가득 봉투를 든 채원우가 나타났다.
“아침 사 왔는데. 배고프죠?”
“어. 뱃가죽이 등에 붙으려고 그래.”
아무래도 간밤에 너무 격한 활동을 해서 허기가 심했다. 계속 뭉그적대고 있던 백겸이 반색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허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허기가 우선이었다.
양팔을 벌리며 얼른 오라고 환영하자 채원우가 슬쩍 앉으며 이불 위에 가져온 것들을 펼쳐 놨다. 집이었다면 질색할 일이었지만 여기서는 오케이였다.
“아침 일찍 여는 카페가 있더라고요. 베이글이랑 커피 사 왔어요. 나가보니까 주변에 모텔밖에 없던데.”
“카페가 왜 아침 일찍 여는지 조금은 알겠다.”
백겸이 베이글을 우물거리면서 대답했다.
아이스커피를 마시자마자 짜릿해지며 정신이 빡 들었다. 이런 맛에 아침에 마시는 커피를 끊을 수 없는 것 같다. 둘은 곧 말없이 각자 몫의 음식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이거는 배달시킨 거.”
물론 베이글로 끝이 아니었다. 채원우가 눈에 익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로고가 적힌 봉투에서 아침 한정 메뉴들을 꺼냈다. 좀 건조한 팬케이크와 머핀 버거, 감자튀김이 연이어 두 청년의 입으로 사라졌다.
아침 식사가 평소보다 조금 급했다.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헌터청에 방문하는 날이다. 그간 모았던 던전 정보들을 취합해서 가져가야 하는데, 취합은 못 했고, 솔직히 지금까지 해본 적도 없었다.
모든 던전은 각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특징들은 하나로 묶기 어려웠다. 채원우와 양백겸은 표본 수가 너무 적어서 벌써 카테고리화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날것의 데이터 자체를 가져가는 거다. 데이터 가공은 둘의 전문이 아니고 헌터청 전문이니까.
“일단 토끼굴 두 개죠?”
“어엉. 저번에 독 개구리 나온 곳이랑 어제 다녀온 곳.”
“어제 다녀온 곳, 어때요?”
“애매해.”
백겸이 손으로 종이포장지를 구겨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가벼운 손목 스냅의 도움을 얻어서 단번에 골인시켰다. 안에는 뒤늦게 사용한 콘돔들도 있을 거다.
“잠깐잠깐 사용하는 건 상관없겠는데 중독될 여지가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애초에 저렇게 만들어진 이유를 모르겠어. 던전은 꿈을 보여주는 곳도 아니고 오히려 생명체에 가까워. 조금 걱정되는 게, 저렇게 꿈을 보여줘서 사람들을 꼬드겨 나가지 못하게 한 뒤 그 정신력이나 생명력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싶어. 이능력자들이야 오래 버틸 수 있지만, 민간인은 글쎄다.”
“그건 너무 비관적인 거 해석 아니에요?”
채원우가 아이스크림 스푼을 쫍 빨며 물었다. 회오리 모양으로 담긴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퍼서는 백겸에게도 넘겨줬다. 백겸이 수저를 받아 물며 웅얼웅얼, 너는 어떻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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