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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말고, 계약직 하고 싶습니다-115화 (11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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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6

“맹랑하네.”

“형이라고 불러봐, 백겸아.”

“미쳤냐, 너.”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잖아요.”

“그건 너만의 생각이고. 난 동의 안 했는데.”

그사이에 왈츠를 추듯 빙글빙글 돌며 침대에 가까워졌다. 팽팽한 기싸움이 오갔다. 분위기가 섹스 직전이 아니라 싸움 직전처럼 보였다.

둘의 얼굴이 바짝 가까워진 채 으르렁대다가 갑자기 침묵이 이어졌다. 조금 전 능글맞던 자신의 눈빛과 비교도 되지 않는 음험한 채원우의 눈빛에, 백겸이 입술을 축였다.

긴장감이 한껏 더 팽팽해지길 기다렸다가, 백겸이 잘생긴 미소를 지으며 낮게 단어 하나를 뱉었다.

“원우 형.”

채원우가 이를 씩 보이며 웃었다. 그리고 조금 전 백겸이 했던 것처럼, 이번엔 자신이 백겸의 머릴 잡고 확 당겼다.

백겸의 입술과 채원우의 뾰족한 송곳니가 세게 닿아서 조금 찢어졌다. 둘은 좀, 아니, 좀 많이 거친 타입이라서 종종 이런 작은 상처를 내며 피를 보곤 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거리낄 문제도 아니었다. 오히려 불을 당긴 것처럼 머리꼭지까지 흥분했다.

“버텨.”

짧게 경고한 백겸이 허겁지겁 바지 벨트를 풀고 아래로 내렸다. 발로 옷가지를 뻥 차고 뛰어오르듯이 채원우의 허리에 매달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순간적인 충격을 버티지 못했을 테지만, 어쩐지 싸울 때보다 섹스할 때 더 이점을 누리는 듯한 이능력자 커플은 이 아슬아슬한 도발을 섹스의 양념처럼 즐기기만 했다.

“형, 교복 버렸어요?”

채원우가 헐떡이면서 물었다. 백겸은 생각하는 시늉도 하지 않고 채원우의 티셔츠를 끌어 올려 내던졌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

“어. 상복이 되어버려서.”

상황이 그랬다. 상복을 입을 새도 없이 교복을 입은 채 가족의 부고를 들었다. 시신도 못 찾았으니 그게 상복이 된 게 맞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유감을 표하며 흥분이 식어 멋쩍게 떨어졌겠으나, 채원우는 맛이 갔고 그런 채원우와 사귀는 양백겸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백겸은 코알라처럼 매달린 채 거칠게 키스하며 채원우의 손을 제 뒤로 끌었다. 채원우는 익숙하게 백겸의 입구를 눌렀다. 아직 말라 있지만 백겸은 살짝 무리한 시작을 좋아했다.

아무래도 헌터청에서 너무 고생고생하면서 악으로 깡으로 버텨온 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가. 나는 그런 습관은 없는데. 형은 좀 밝힌다, 하면서 채원우는 가져갔던 손을 도로 가져와 백겸의 입에 물렸다.

“교복 잘 어울리던데.”

“아아.”

알아. 백겸이 뭉개지는 발음으로 대답했다. 채원우는 손가락을 핥는 혀의 촉감에 짜릿해 얼굴을 찌푸렸다.

“그땐 아직 좀 작던데요. 성인 되고 키 큰 거야……?”

“어.”

축축하게 젖은 손이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향했다. 채원우가 입구를 부드럽게 눌러 벌리며 손가락을 넣었다. 처음부터 두 개가 들어와서 백겸이 아흐흐, 하고 웃듯 울듯 신음을 뱉었다.

이제 대화는 부쩍 줄었다. 더듬더듬 벌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손가락에 백겸의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거기……. 빨리 좀 더 안……쪽.”

“왜 이렇게 조급해요.”

채원우가 앞으로 걸었다. 그러고는 양백겸을 던지듯이 침대에 눕혔다. 벌어진 다리가 부끄럽다고 새삼 좁힐 양백겸이 아니지만, 그래도 다리 사이에 무릎을 넣어서 더더욱 좁히지 못하게 했다.

“하나 더 넣을까?”

“흣, 어.”

빠른 대답에 채원우가 실실 웃으며 손가락을 하나 더 넣었다. 사실 네 개쯤은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아직 안쪽은 다 풀지도 못했는데 손을 뺀 뒤 채원우가 백겸의 티셔츠를 위로 올렸다.

“물어요.”

딱 이때만은 얌전해지는 백겸이라 순순히 티셔츠 끄트머리를 입에 물었다. 딱 벌어진 가슴에 조그만 유두가 웃음이 나게 귀여웠다. 양백겸은 가슴보다 옆구리가 더 예민하긴 하지만, 앞으로 꾸준히 만져 주면 여기도 옆구리와 아래만큼 예민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채원우가 백겸의 유두를 이로 물었다가 빨아올리며 몸을 바짝 숙였다. 그리고 제 성기를 입구에 맞췄다.

“잠깐만.”

넣으려는데 갑자기 백겸이 채원우를 밀어냈다. 그리고 채원우를 당겨 침대에 밀어 눕히더니 이번엔 자신이 그 위에 올라탔다.

“아, 진짜. 형 너무 야해요.”

백겸이 킬킬 웃었다. 다리를 벌려서 채원우 위에 앉더니 물고 있던 셔츠마저 벗었다. 바닥으로 내던지려는 걸 원우가 잡아선 얼굴에 묻었다.

“형 냄새 좋다.”

어린애처럼 말하는 주제에 눈빛은 완전 노골적이었다. 백겸은 ‘그럼 그거 계속 맡아’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채원우의 것을 잡았다.

아직 덜 풀렸기 때문에 들어오는 게 부담스러웠다. 근데 원래 어려우면 오기가 생기는 거다. 채원우의 배를 꽉 누르고 내려앉았다.

뿌리를 조금 남기고 덜 들어오긴 했지만, 이 정도면 움직이다가, 아니면 채원우가 한 번 사정하고 나면 끝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채원우도 압박감이 느껴지는지, 티셔츠에 가려져서 겨우 보이던 눈이 찌푸려지면서 야하게 웃었다. 백겸도 어설프게 웃고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으……. 아프다. 하, 하하.”

“좋으면서.”

대답하는 대신 백겸은 좀 더 허리를 움직였다. 부드럽게 움직이자 원우가 백겸의 성기를 만지기 시작했다. 손을 아주 잠깐 움직였다가 멈췄기 때문에 자극을 더 구하려면 양백겸이 스스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어. 좋아…….”

양백겸의 목소리는 낮아서 이렇게 나직이 속삭일 때면 더 부드럽고 풍부하게 느껴졌다. 채원우는 자신이 백겸과 섹스하는 이유는 이 목소리가 좋아서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이게 유일한 이유는 아니고 여러 이유 중 하나란 얘기다.

채원우는 단단히 힘이 들어간 양백겸의 허벅지를 꽉 잡았다.

“으윽……!”

느리게 움직이던 백겸이 채원우를 노려봤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는 섹시하기만 했다.

채원우는 구비되어 있던 물병으로 손을 뻗었다. 뚜껑을 열곤 물 몇 방울을 들어 올렸다. 이 정도는 생각도 할 필요 없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지만, 백겸이 있으니 괜히 손동작도 해봤다.

백겸은 부드럽게 허공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보이는 그 손동작에 잠시 허리짓을 멈췄다. 밀려오던 물 몇 방울이 백겸의 가슴에 떨어졌다.

“흐아…….”

차가운 물이었던 만큼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작은 편인 유두가 오뚝 서서 잡기 쉽게 되었다. 채원우는 백겸의 몸에 떨어지지 않은 물을 마저 손에 적셨다. 젖은 손으로 백겸의 유두를 감싸 쥐고 천천히 문질렀다.

“형, 가슴 크네요……. 부드러워. 하하…….”

“미친놈……. 음…….”

“더 움직여요. 이래서는 싸지도 못해요, 나.”

“까분다.”

백겸이 눈을 반짝였다. 제법 높게 들었다가 콱 내리찍는 둔부에 채원우도 백겸도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그래도 백겸보다 경험치가 적은 건 원우였다. 게다가 어려서 성급하기까지 했다. 채원우는 더 참지 못하고 백겸을 자기 아래로 휙 돌렸다.

“허윽, 야. 아! 말 좀 하고, 흐으…….”

“하, 못 참겠어요……. 형은 나 약 올리기만 하고…….”

웅얼거리며 골내는 목소리와 말투에 어울리지 않게 격한 허리짓이 이어졌다. 콱콱 들이박히는 성기가 채 풀리지 않은 뻑뻑한 안쪽까지 들어와서 백겸은 좀 아프면서도 좋았다.

빠듯하니 뺄 때마다 안쪽 살점이 딸려 나올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입구 쪽은 촉촉해서 그 감각이 이어지지 못하고 고통에서 쾌감으로 바뀌었다.

“여기가 존나 예민해지면 좋겠어…….”

원우가 풀린 말투로 아무 소리나 해댔다. 사실은 진심이었지만 백겸의 귀에는 헛소리로밖엔 안 들렸다. 엄지로 자신의 유두를 누르고 빙글빙글 돌리기까지 하자 정말로 허리가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아, 하지 마. 으……. 불편해…….”

“이상해?”

“어어.”

“그 말, 야하다.”

대체 뭐가.

양백겸은 가슴으로 느끼는 것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종종 느끼긴 했지만 그건 절정 근처에 가서 쾌감이 이전되서 그랬을 뿐이다. 그런 상황도 아닌데, 이것 자체가 성감대가 되는 건 썩 유쾌하진 않았다. 그런데 채원우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집요하게 구니까 밀쳐낼 수도 없었다.

“흐으……. 빨리 박기나 해.”

“그것도 당연히 하죠, 하. 형 안이 진짜 좋아……. 나 여기서 살고 싶어요.”

채원우는 백겸의 몸에 자기 몸을 바짝 붙이고 수면 위에서 흔들리는 배처럼 움직였다. 가슴에서 손을 떼고 백겸의 목 아래에 팔을 넣었다. 꽉 껴안아 자신의 어깨에 입술이 닿게 하고는 가슴과 가슴끼리 비벼지게끔 했다.

“허윽, 읏. 읏. 으으…….”

백겸의 성기가 채원우의 배에 비벼졌다. 골이 깊어서 비벼질 때마다 억, 억 하고 끊기는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 쾌감이 가슴까지 슬슬 번지기 시작했다. 그걸 눈치챈 건지, 채원우가 백겸의 귀에 입술을 비비며 또 헛소릴 지껄였다.

“오늘 안에 형 여기로도 느끼게 할래.”

“좀……!”

“원우 형이라고 불러주면 안 돼?”

“지랄도……. 아!”

두툼한 성기 끝이 백겸의 안으로 욕심껏 더 밀려 들어왔다. 고통이 섞인 쾌감에 백겸의 성기가 움찔 떨렸다.

“귀여워…….”

자신의 것은 평균보다 컸다! 이런 소릴 들을 게 아니란 말이다. 백겸은 할 말이 많지만 일단 점점 절정으로 이르고 있어서 말을 할 여유가 없었다.

어쩌다 보니 백겸의 취향에 맞춰 점점 더 변태에 가까워지고 있는 채원우에게 괜히 말꼬리를 잡혀, 쾌감을 참아가며 사람을 집요하게 괴롭히게 하는 것보다 나았다.

“혀엉. 형. 형……. 아, 우리가 좀 더 일찍 만났어야…….”

일찍 만났다면 이렇게 되었을까? 자신도 어리고 채원우도 어리면 지독하게 처싸우기만 하지 않았을까. 동갑이라면……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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