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규직 말고, 계약직 하고 싶습니다-105화 (106/121)

(5)============================================================

외전 06

일단 우악스럽게 들이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너무 느리고 부드러워서 오히려 백겸이 조급해질 정도였다. 이건 채원우의 못된 청개구리 심보 때문이다. 불붙어서 확 하고 끝내고 싶은 때면 꼭 이렇게 사람 애간장을 녹인다.

“그냥, 빨리…….”

“저 계속 공부하는데. 형이 좋아……하면 해서.”

누가? 누가 너한테 이런 거 가르쳤는데? 백겸은 할 말이 많지만 참았다. 그래도 별 이상하고 해괴한 건 안 본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채원우는 이론에 충실한 모범생처럼 아주 느리고 신중하게 삽입했다. 때문에 미쳐 돌아가는 건 백겸이었다. 불량아가 나였나?

“어흑…….”

겨우 다 들어와서 입구에 음모가 느껴졌을 땐 이미 기진맥진에 더해서 지쳐 있었다. 백겸은 아랫배를 더듬더듬 만졌다. 자신도 체격이 있으니 겉으로 만져질 리 없는데도, 워낙 천천히 들어와서 그런지 그대로 뱃가죽 위로 윤곽이 드러날 것만 같았다.

“형, 왜 아랫배 만져요……. 야하게…….”

채원우는 흉기에 가까운 좆을 백겸의 뒤에 꽂은 주제에 눈썹을 아래로 기울이며 울상이었다. 웃긴다, 너 진짜. 노려보자 목덜미가 또 빨개진다. 눈빛에 흥분한 모양이다. 백겸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네.”

“무슨, 뭘 보고 배우는 거야?”

백겸은 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목까지 올라온 것 같은 답답함에 헐떡이며 물었다. 이미 서로 볼 거 다 본 사이에도 아직도 이렇게 순진하게 사람 희롱하는 것도 재능인가 싶었다.

잠시 골똘히 있던 채원우가 대답했다.

“그냥 영상이었는데. 근데 제 거보다 작았어요. 걱정 마요.”

이런…… 미친…….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백겸은 눈을 질끈 감고 다시 타일을 덮은 손바닥에 이마를 꽉 붙였다.

채원우는 모범적인 학생은 아니었다. 탐구욕은 높은데 그걸 제멋대로 소화했다. 하지만 솔직히, 처음에 비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잘했고 속궁합도 더럽게 잘 맞았다.

그래. 그게 문제였다. 너무 잘 맞는다는 거. 심지어 약간 아픈 정도는 색다른 맛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사, 살살……. 허억!”

말이 끝나기도 전에 채원우가 뒤로 물렸던 좆을 콱 들이 찍었다. 채원우의 것은 살짝 휘어 있었는데 그렇게 나온 부분이 딱 전립선을 눌렀다. 처음 할 때부터 그것 때문에 더 미칠 것 같았다. 이번에도 전립선을 비비고 누르며 들어와 몸 안 깊은 곳을 때려 박는 듯한 쾌감 때문에 발끝이 오므라들었다. 백겸의 눈앞이 잠깐 하얘졌다. 정신을 되찾기 위해 밭은 숨을 내쉬는 순간 또,

“아윽! 채, 원우!”

채원우가 다시 삽입했다.

합이란 게 있는 법인데, 채원우에겐 그런 게 없었다. 궁합? 호흡? 그딴 건 모르겠고 일단 질주하는 게 채원우였다. 이마로도 부족해 어깨까지 타일에 쿵, 쿵 부딪쳤다.

눈물이 핑 돌았다. 아프고 버겁다. 그런데 또 좋다. 아픈데 좋을 수가 있나? 변태가 아니고서야 그럴 순 없는 거 아닌가? 백겸은 고찰 끝에 조용히 결론을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럼 난…… 변태인가?

“헉, 형, 안…… 너무 좋아.”

채원우가 백겸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감싸 당기며 중얼거렸다. 미친 변태의 중얼거림처럼 넋이 나가 있었다.

“흑, 후읏! 읏! 아!”

이마를 감싸 당겨 백겸의 머리를 자기 어깨에 붙이는 바람에 백겸은 선 채로 채원우와 바짝 붙게 되었다. 앞이 아니라 위로 들리듯 삽입됐다. 배꼽 위쪽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백겸이 배를 만져 봤다. 정말로 조금씩 꿈틀대는 게 손바닥 아래로 느껴졌다. 징그럽다고 생각하면서 또 흥분했다. 징그러우면서 막 느껴서 흥분할 수 있나? 변태가 아니고서야 그럴 순 없는 거 아닌가?

백겸은 재차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난…… 변태인가?

“형, 형…… 형 안에 나만 들어가면, 헉, 좋겠어. 나만…….”

씨발, 당연히 두 명은 못 들어오지. 백겸은 채원우가 하는 말이 뭔지 알면서도 애먼 소리나 지껄였다. 순순히 답해 주기에 자존심이 상했다.

사실 답해 주지도 못하고 있긴 했다. 입만 열면 신음이 나왔다.

“읏, 으윽, 으, 아! 거기, 아! 거기…… 비벼……. 으앗!”

“여기? 응? 흣, 여기?”

“아! 윽!”

채원우가 허리를 뭉근하게 돌렸다. 부끄럽게도 만지지도 않은 백겸의 좆에서 정액이 터졌다. 채원우는 아직 꿀럭이며 사정 중인 백겸의 좆을 잡곤 마구 흔들었다.

껍질이 까질 것처럼 아팠다. 아픈데, 흥분……. 알았다고. 나 변태인 거 맞는 것 같다고. 백겸은 억울해 하며 인정했다.

“형 좀 전에…… 그거, 하. 또 싸주면 안 돼……?”

“안, 읏, 안 돼……. 개새끼야……. 흣!”

“원우 손바닥에 싸주세요……. 하…….”

하지만 다행히도 백겸이 얼마나 변태든 티가 나지 않을 것 같다. 옆에 붙어 있는 놈이 어마어마한 변태인 것 같으니까…….

백겸은 참기 위해 채원우의 손을 잡고 떼어냈다. 허공을 허우적대는 손목을 희게 질리도록 잡고, 차라리 여길 잡으라며 가슴을 쥐여줬다. 채원우의 손이 딱딱한 가슴을 마구 주무르다가 유두를 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아윽, 이……. 아아!”

백겸은 욕을 싸지르려다가 혀를 깨물 뻔해 실패하고 말았다. 채원우가 연신 귓불에 더운 숨을 내쉬었다. 형 안이 너무 축축하다느니, 꿈틀거리는 게 혓바닥 같다느니, 별 추잡스럽고 더러운 소릴 다 해댔다.

이제는 입이 아프게도, 그거에 흥분하는 내가 제일 문제인 거 같다고 생각하며 백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아아! 채원우……!”

백겸은 채원우의 이름을 닳도록 불렀다. 채원우는 형, 형, 하다가 끝내는 이렇게 씹어 뱉으며 백겸의 안에 사정하고 말았다.

“양백겸……!”

콘돔도 하지 않고 안에 싸지르는 개싸가지 매너. 밥 말아 먹은 개념. 어디다 버렸는지 뭉텅 잘린 말끝. 학생이라면 성적만 좋은 양아치가 따로 없다. 백겸은 헐떡이며 타일을 짚어 몸을 지탱했다.

“끝이에요……?”

채원우가 아직까지 입고 있던 축축한 바지를 벗으며 물었다. 백겸은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다가 칼칼하게 쉰 목소리로 답했다.

“……하려면 침대에서.”

아무래도 여기서 2차전 하다간 뇌진탕으로 골로 갈 것 같으니까. 가이드가 욕실에서 섹스하다가 넘어져서 뇌진탕으로 죽었다고 기록에 남기고 싶진 않거든…….

* * *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도 다녀왔겠다, 샤워하면서 질펀하게 몸을 섞고 침대에 와서 3차전까지 했겠다, 낮잠으로 이어지는 건 당연했다. 사실 거의 저녁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서로 속옷 한 장만 입고 껴안고 자다가 백겸이 일어나니 이미 밤 10시였다. 안 말리고 자서 이리저리 뻗친 머리를 긁적였다. 배가 고팠다. 그것도 엄청 많이.

옆을 돌아보니 채원우가 자신 쪽으로 팔을 턱 얹은 채 웃는 얼굴로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좋은 꿈을 꾸는 게 아니라 원래 웃는 상이라서 그렇다.

백겸은 그 세상 예쁜 얼굴을 보다가 바보같이 실쭉 웃고는 고갤 숙여서 뽀뽀를 찐하게 해줬다. 그러자 채원우는 천연덕스럽게 고갤 반대로 돌리고 웅얼거렸다.

“여기도 해줘.”

“까불지 말고 일어나라. 배고파 죽겠어.”

말론 이렇게 해도 백겸은 당연히 뽀뽀를 해줬다. 볼이 쫀득쫀득하니 어린 게 최고긴 했다. 입술로 뽑뽑 소리가 나게 빨아 당기자 빨갛게 찌그러진 하트 같은 자국이 남았다. 곧 원우도 한쪽 눈부터 깜빡 떴다.

“……나두 배고프다.”

“뭐 먹을까.”

“밥하긴 귀찮지 않아요?”

“치킨 먹을까.”

“치킨 말고 족발 어때요.”

“보쌈도 얹자.”

이능력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신진대사량이 월등히 높았다. 당연히 배고픈 걸 참을 수 없어 했고 대식가이기도 했다.

백겸의 말에 채원우가 씩 웃고는 손을 뻗어 핸드폰을 가져왔다. 햄버거 주문도 할 줄 모르던 애는 이제 능숙하게 배달 음식을 시킬 수 있었다. 다만 하나 귀찮은 점이 있다면, 이제 이곳까지 배달을 해주지 않아서 마을 입구까지 나가서 받아와야 한단 사실이었다.

물론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텅 빈 마을에 남겨진 오토바이를 고쳤기 때문이다. 탈탈거리고 낡은데다 멋이라곤 없이 고추장색이긴 했지만, 그래도 잘 움직이니 됐다.

옷을 대충 걸쳐 입었는데 서로 바꿔 입은 꼴이 되었다. 사이즈 차이가 별로 안 나서 그대로 입고, 주문한 음식이 픽업되었단 신호에 맞춰 오토바이를 몰고 나가기로 했다.

백겸이 운전하고, 과거 폭주의 경험이 있어 백겸이 칭하길, 심신미약자인 채원우는 백겸의 뒤에 얌전히 타서 허리를 팔로 꽉 안았다.

“출발한다?”

“네.”

원우가 그 높은 코와 도톰한 입술을 백겸의 등에 대고 비벼댔다. 만약에 낮잠을 자서 한 텀 쉬지 않았다면 예민하게 반응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귀여움 떠네 하고 코웃음 칠 수 있었다.

곧 털털대는 소리가 터지며 시동이 걸렸다. 아무래도 한 번 수리를 더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채원우는 그냥 등에 얹어진 키링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 채원우가 해야 할 역할이 하나 더 있었다.

마을이 텅 비었고 가로등도 꺼졌기 때문에 동네는 아주 컴컴했다. 별이 잘 보이고 반딧불이 돌아온 건 좋지만 그 정도로는 앞을 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채원우는 백겸의 옆구리로 뻗은 팔로 랜턴을 들고 있었다. 오토바이 앞쪽의 길을 밝히며 중간 중간 팔을 이리저리 돌려서 작은 짐승들이 튀어나오지 않게 하는 일도 했다.

다행히도 중간에 작은 다람쥐나 고양이라도 뛰어나오는 일 하나 없이 무사히 마을 입구까지 도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배달원도 도착했다.

“뭘 여기까지 시키세요? 제가 취소하려다가…….”

내리기도 전부터 투덜대던 배달원은 채원우와 백겸이 오토바이에서 내리자마자 입을 꾹 다물었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