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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05
거실로 들어가는 발걸음마다 축축했다. 채원우가 먼저 백겸의 옷을 벗겼다. 축축해서 벗기기가 힘들어 서로 협조가 필요했다. 그리고 백겸 역시 채원우의 옷을 벗겼다.
서로의 옷을 바닥으로 내던지고 샤워기 물을 틀었다. 처음에는 조금 뜨거웠는데 채원우가 바로 손을 뻗어 조절한 덕에 딱 좋은 온도로 맞춰졌다. 몸이 슬슬 녹고 열은 적당히 올라 근육이 말랑해질 정도로.
“물을 다뤄서 그런가 온도도 기깔 나게 맞추네.”
백겸의 말도 안 되는 농담에도 채원우는 진지하게 받아쳤다.
“빨리 하고 싶으니까.”
“말이 짧다?”
“좆이 기니까 됐지 않아요?”
“와.”
양백겸은 채원우의 헛소리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많이 컸다, 채원우.
“나만 급해요?”
채원우가 으르렁대며 물었다. 예쁜 얼굴에 이렇게 낮은 목소리라니.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실제로 들으면 이 부조화가 사람을 흥분시킨다.
백겸은 아무거나 손을 뻗어 잡고 뚜껑을 열었다. 마침 바디오일이었다. 겨울이 되면 피부가 갈라질 정도로 건조해져서 몇 통이고 쓰는 것이었다. 채원우는 그것을 손바닥에 가득 쏟았다.
“비싼 건데.”
“사줄게요. 몇 개든.”
조급한 채원우는 귀엽다.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니, 그건 좀 섹시해서 백겸은 입맛을 다셨다.
백겸은 채원우의 가슴과 견갑골을 손으로 문지르며 혀로 채원우의 턱 선을 쓸었다. 이런 짓을 하는 건 백겸도 처음이라 어색했다. 그런데 만지고 싶었다. 만지고 싶고 핥고 싶었다.
“아으. 형. 잠깐만.”
채원우가 벽에 손을 탕 붙이며 턱을 치켜들었다. 아래로 드러난 목선에 핏대가 섰다. 아랫배에도 배에 붙을 지경으로 발기한 좆 때문에 혈관이 곤두서 있었다.
이런 걸 보고 흥분하게 될 줄 몰랐는데. 시각적 자극이 정신적 흥분으로 바로 꽂혔다.
“빨리 해.”
백겸 역시 급해졌다. 재촉하니 채원우가 일단 몸을 밀어 백겸을 구석으로 몰았다. 벽과 채원우의 몸 사이에 갇혀서 더는 후퇴할 수 없게 된 데다 얼추 비슷한 허리선 때문에 두 사람의 좆끼리 비벼지는 꼴이 되고 말았다.
채원우가 오일에 젖은 미끈거리는 손으로 두 살기둥을 잡고는 슥슥 비벼댔다.
“아, 씨발. 너…… 손이 왜 이렇게 거칠어. 흐으.”
“몰라. 형 좆이 너무 부드러운 거 아닌가?”
말이 짧고 좆이 길어진 채원우가 백겸의 귀를 쪽쪽 빨아댔다. 채원우가 핸드크림 바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게 뒤늦게 떠올랐다.
피부가 거친 손으로 오일을 묻혀서 비벼대니 얘가 쓰는 게 자신이 평소에 쓰던 평범한 바디오일인지 아니면 핫 윤활제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아, 아. 아…….”
“좋아요?”
“존나 좋아…….”
백겸은 한껏 미간을 찌푸린 채 끄덕였다. 어느덧 허리도 떨리고 있었다. 들썩거리는 허리 때문에 백겸은 졸지에 채원우의 손에 대고 박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채원우가 거친 손가락으로 두 명분의 선단을 비볐다. 폐가 쪼그라들 정도로 헛숨이 새어 나왔다. 무릎이 떨릴 정도로 좋아서 채원우의 엉덩이를 잡고 당겼다.
“더, 흐. 더 붙어.”
“형. 허억, 형…… 안에 들어가고 싶어요.”
어느덧 채원우도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몸짓이 어찌나 센지 백겸의 몸이 밀려 타일에 부딪치고 있었다.
백겸이 채원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눈을 몽롱하게 반만 떠선 이쪽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살짝 벌린 모습이 끝내주게 야했다. 목에 선 핏대나 빨갛게 익은 볼 같은 것도 가산점이었다.
백겸은 목이 타는 느낌에 혀로 입술을 축였다. 위에서 샤워기가 쉼 없이 물을 쏟고 있는데도 몸이 바짝 마른 것 같은 이유를 모르겠다.
“너, 흐으, 나 오는 날, 아! 자위, 내 침대에서……. 흣, 내 생각 하며…… 뺐어?”
“그럼.”
채원우가 눈을 희번덕대며 되물었다.
“그럼 내가 형 말고 누구……한테 흥분하는데요.”
고작 얼굴밖에 몰랐으면서 자위를 해? 웃기는 새끼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모습이 막상 머릿속에 그려지니 제법…… 흥분에 기름까지 끼얹는 맛이 있었다.
날 생각하며 이런 표정을 지었단 말이지. 안 그래도 임계점까지 치솟은 백겸의 정신적 쾌감이 한 계단 더 올라섰다.
“크읏……. 으……!”
입술을 깨물지 않도록 조심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허리가 퍼들퍼들 떨리면서 백겸이 먼저 정액을 토했다. 채원우가 기둥 부분을 세게 쥐는 바람에 강제로 멈췄다가 다시 나오는 게 사람을 미치게 했다.
“너…… 손……!”
“형, 형. 헉, 형 존나 야해요…….”
채원우가 자신의 가슴과 백겸의 가슴에 튄 정액을 보며 미친놈처럼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아예 백겸을 짜부라트릴 생각인 건지 앞으로 더 다가왔다.
가슴과 가슴마저 붙으며 유두끼리 비벼졌다. 머리꼭지가 핑핑 돌 정도로 쾌감이 터져 나왔다.
“읏, 야! 허윽. 나, 갔어. 헉, 잠깐……!”
“잠깐만…… 더…….”
이미 눈깔이 맛이 갔다. 채원우는 더욱 거칠게 두 살기둥을 털어냈다. 젖은 소리가 엄청나게 나는 동안 백겸은 손을 머리 옆으로 뻗어 타일을 긁기 시작했다.
“윽, 으읏, 윽……!”
이미 가서 한껏 예민해진 좆을 계속 문질러대는 손길에 미칠 것만 같았다. 아랫배가 간질간질하고 엉덩이가 멋대로 옴쭉거렸다.
“야……! 아, 아! 아, 나, 잠깐…… 화장실……! 아!”
“여기, 후욱, 여기가 화장실이잖, 아요.”
씨팔, 그게 맞긴 한데……!
백겸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소리 없는 비명이 터지며 목에 핏대가 섰다. 타일을 긁는 손이 힘없이 미끄러지고 아랫배를 터뜨릴 것처럼 간지럽히던 쾌감이 좆 끝에서 끝내 터지고 말았다.
“아……!”
채원우의 것도 그 순간 사정하기 시작했다. 개새끼, 하려면 진작 하지. 백겸이 여운에 덜덜 떨며 속으로만 욕을 지껄였다. 소리 내서 타박을 할 정신이 아니었다. 자신은 정액이 아니라 다른 걸 싸고 있는 게 분명했다. 겨우 고갤 내리자 퓻, 퓻 하고 터지는 물이 보였다.
“어윽, 허…… 헉. 흣.”
몸을 심하게 떨었다. 그럴 때마다 끊길 것만 같던 물줄기가 같이 터졌다. 이게 뭔지 알았다. 머리로는 아는 사실이었다.
‘남자도 저거 터질 수 있다더라? 너 아냐?’
사이가 더럽게 안 좋던 백겸의 전 파트너 새끼들 중 하나가 던전 가는 길에 이어폰도 꽂지 않고 보던 성인 비디오의 한 장면과 비슷한 거였다.
“형……. 오줌 쌌어요……?”
이딴 질문을 순진무구하게 하면서 그 와중에 백겸의 목덜미를 쭙쭙 빨아대며 채원우가 물었다. 채원우의 숨이 얼마나 뜨거운지 데일 것만 같았다. 백겸은 너무 세게 물어 얼얼한 아랫입술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아니야, 시팔.”
내가 너 때문에 별걸 다 해본다. 그만 기가 차서 헛웃음을 연신 뱉었는데, 채원우가 여전히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손길로 백겸을 어루만졌다.
“너 뭐 하니.”
“음.”
채원우는 난처한 척 가증스럽게 웃었다. 백겸은 한쪽으로 들리는 자신의 다리를 남의 다리처럼 보다가 채원우의 가슴팍을 매섭게 때렸다.
“아야.”
울상이 되든 말든, 가슴팍에 빨간색 손자국이 남든 말든. 방금 뭐까지 경험했는데.
“내려놔.”
고작 한 번 쌌는데 열 번 싼 것처럼 지쳤다. 기진맥진해서 채원우를 힘없이 미니 그래도 눈치는 보는지 얌전히 밀려났다. 백겸이 위태롭게 들려 있던 다리를 내리고 뒤돌았다.
“젖은 타일 바닥에서 어떤 미친놈이 한쪽 다리만 들고 서 있습니까? 뇌진탕으로 죽고 싶은 것도 아니고.”
“혀엉. 존대하니까 꼴려요.”
“우는 소리로 그런 얘기나 하고. 채원우 언제 이렇게 밝히게 된 거야.”
백겸이 손을 뻗어 바디오일 통을 가져왔다. 손바닥에 덜어내니 얼마 안 나오고 멈췄다. 진짜 다 쓴 거다. 짜증스럽게 혀를 차곤 옆으로 던졌다. 텅, 텅 떨어지는 소리를 무시하고 손을 비벼서 잘 묻힌 후 뒤로 가져갔다.
한참 어린 애 앞에서 스스로 뒤를 풀게 될 줄은 몰랐던 게 몇 달 전인데 이제는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백겸만 자연스러워진 게 아니라 이제 채원우도 아주 잘…… 풀었다.
“잠깐만요.”
채원우가 백겸의 손을 막았다. 채원우의 손은 오일과 정액, 게다가 백겸이 싸지른 것 때문에 축축했다.
“이번에는 내가 할래요.”
어깨 너머로 돌아보니 채원우의 눈이 고집스럽게 빛나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게 고집으로만 빛나는 게 아니라 문제였다. 광기, 같은 게 보였다. 말려봤자 듣지 않겠구나 싶었다.
채원우가 이제 제법 능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떨떠름한 이유는…… 그냥 적당히 풀고 끝내는 자신과 달리 그가 이 행위 자체에 집요하게 굴어서였다.
이번만은 아닐까, 아니려나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하면서 백겸이 물었다.
“적당히 할 거야?”
“아마도요.”
채원우는 고집이 셌다. 원하는 게 있으면 어린애처럼 끝없이 갈구했다. 그게 자신에게 한정된 특이점이란 게 자꾸 백겸을 약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우월감에 가깝기도 하다.
백겸은 그만 포기하고 타일에 손바닥을 대고 그 위로 이마를 얹었다. 섹스가 아니라 사형을 앞둔 사람처럼.
“그럼…… 잘해봐.”
떨떠름한 백겸의 반응은 보이지도 않는지 채원우의 손이 뒤로 향했다.
“읏, 으!”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채원우는 아무래도 타고난 게 많은 모양이다. 크기, 능력, 테크닉, 거기에 손기술까지. 일단 배우면 곧잘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채원우가 딱 그랬다.
집요하긴 해도 본게임에 들어가기 전부터 백겸의 몸이 노골노골해지도록 부드럽게 풀어준 채원우는 이번엔 자신의 좆을 백겸의 뒤에 대고 천천히 밀어 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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