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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말고, 계약직 하고 싶습니다-101화 (10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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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02

채원우가 당장 삽입했다. 조금 전까지 넣고 있어 풀려 있었다 하더라도 빠듯했다. 심지어 자세가 바뀌어서 방향도 달라져 낯설게 느껴졌다. 같은 사람인데 다른 좆 같다고 하면 내가 미친 거지, 뭐.

“그래서?”

“왼, 아, 왼쪽에서 위로 스치, 흐윽!”

채원우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가르치자마자 제대로 단단하게 문지르다니. 이럴 확률이 몇이지? 아, 젠장. 만졌을 때도 느꼈지만 클 뿐만 아니라 단단해서 진짜…… 미치겠다.

“젖꼭지도 서요?”

“무슨, 뭐? 흐읍. 잠깐, 아, 나 거기 안 느껴…….”

“거짓말.”

진짜였는데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무식하게 힘만 센 채원우가 꼬집어 올린 젖꼭지를 좆만큼이나 단단한 혀끝으로 싹싹 핥기 시작하자 나는 가슴으로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미치겠다. 골반이 조여들고 허벅지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자꾸만 멋대로 세워지려는 무릎을 누른 채원우가 가르친 대로 뭉근하게 비벼 올렸다. 아, 별이 보인다. 젠장.

“아! 아! 채원, 아! 거기. 음, 거기……. 윽!”

“더 세게요? 하아, 형 안, 내 상상보다 좋아.”

“하으. 더 세게……. 아!”

“내 손바닥하곤…… 비교도 안 돼.”

나는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채원우의 머리카락을 단단히 쥐었다. 채원우가 몽롱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눈깔만 봐선 딱 사람 하나 삼킬 것 같았다. 맛 간 눈을 보고 무서워하지 않고…… 흥분하는 나도, 참, 나다. 저 반짝거리는 안광이 총기가 아니라 광기인 건 분명한데.

“야.”

나는 골반을 조금 들어 발기한 성기를 채원우의 빨래판 복근에 비비며 헐떡였다.

“야한 말 좀 해봐. 흣……. 그런 거…… 취향이거든.”

솔직히 이 순간 나는, 채원우가 구린 멘트를 던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나 구린 멘트를 던져서 이 이상할 정도로 치솟은 내 흥분감을 차게 식게 할까 기대감도 있었단 말이다.

하지만 채원우는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도 않던 무표정으로, 총기가 아니라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허리를 한껏 뒤로 물렀다가…… 찰나지만 눈앞이 까맣게 죽을 정도로 박아 넣었다.

“으, 윽!”

그리고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처음은 내가 아니어도, 마지막까지 내 좆만 들어가게 할 거예요.”

내년만 되어도 우리는 파트너가 달라질 거다. 높은 확률로 그럴 거다. 그러니 저런 말은, 올해 안에 내가 죽지 않는 이상 이루어지지 않을 허세에 불과했다.

솔직히 구린 멘트였다. 채점 기준은 없지만 평소의, 제정신인 나라면 픽 웃고는 4점 정도를 줬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좋았다. 지금은 그 말에 여지없이 흥분하고 말았다. 게다가 정말로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흥분한, 이렇게 잘 맞는 섹스는 처음이었다. 나는 채원우의 귓바퀴를 물었다. 얼핏 피 맛이 났다. 채원우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고 나는 채원우의 몸에 마음껏 상처를 냈다.

야, 내 처음이 너는 아니고 내 마지막도 네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한 것 중 제일 좋아.

이 말이 끝까지 나오진 않았다. 나는 점점 말수를 잃어갔고 키스만큼이나 우악스럽고 서툰 채원우의 허릿짓은 아이러니하게도 완전히 내 취향이었다.

“아우윽, 아…….”

나는 한껏 구겨진 시트를 내려다보며 겨우 팔로 버텨 섰다. 그러나 끝내 엎어져 허리만 세운 상태로 거칠게 흔들렸다.

몇 번째더라? 엉덩이에는 감각이 없었고 허벅지와 허벅지가 맞닿을 때는 젖은 소리가 났다. 채원우는 불안정으로 인한 열은 이미 내렸지만 대신 흥분으로 뜨거웠다.

“좆 까진 것 같아요. 씨발, 근데 형 안에서 나가기가 싫어…….”

어디서 저런 상스러운 말을……. 나는 무어라 할 기력도 없어 손을 뒤로 뻗어 채원우의 허벅지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흘려 뱉었다.

“그냥 싸……. 좀.”

이러다 네 말처럼, 내 마지막 섹스가 너랑 하는 이번이 될 거 같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채원우가 내 안에 쌌다. 섹스 매너 개판. 나는 두서없는 욕을 중얼거리며 앞으로 풀썩 완전히 엎어졌다.

“형, 저랑 씻어요. 제가…….”

“아유. 마음대로 해요.”

이제 와서 수줍어하는 듯한 채원우의 목소리에 나는 잠긴 목소리로 손사래를 쳤다. 뭘 하겠다고 했는지 사실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대로 하라고 한 다음, 나는 좀 자겠다며 무책임하게 잠들고 말았다.

* * *

“형 무슨 생각해요?”

귀에 꽂히는 목소리에 백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잠깐 졸았던 것도 잠에서 깨고 나서야 알았다. 커다란 천막을 열고 들어오는 건 손에 고기 집게를 들고 있는 채원우였다.

집게 끝에는 막 구운 게 분명한 노릇노릇한 삼겹살이 흔들리고 있었다. 백겸의 취향대로 적당한 두께에 타기 직전에 꺼낸 바삭한 삼겹살이었다.

백겸은 대답하기도 전에 입부터 벌렸다. 그러자 원우가 다가와선 고기를 쏙 넣어줬다.

“잠깐 졸았어. 고기 다 구웠어?”

“네. 빨리 먹어요. 식으면 맛없어요.”

“어어.”

침대에서 일어나 발을 내리자마자 밟히는 건 카펫이었다. 카펫 아래에는 더 크고 두툼한 카펫이 있었고 그 아래로는 잔디였다.

잠깐 존 사이에 야한 꿈을 꿨단 사실이 머쓱해 백겸은 볼을 문질렀다. 다행히도 당황했을 때 얼굴이 새빨개지며 티가 나는 타입은 아니라서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 같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채원우와 처음 잤을 때 꿈이라니. 뜬금없이 옛날 일을 꾸기나 하고……. 이렇게 다시 떠올리고 나니, 대체 그 당시에 어떻게 해냈나 모를 우당탕탕 섹스였다. 짧게 조는 사이 순식간에 꿔버린 꿈이다 보니 더 민망하고 제 꼴이 웃기기도 했다.

슬리퍼를 끌며 천막을 열자 연기와 함께 눈부신 햇살 속에서 사람들 실루엣이 가장 먼저 보였다. 눈이 부셔서 셔츠 앞주머니에 꽂아둔 선글라스를 끼니 얼굴이 제대로 인식됐다. 김승규, 박형민, 김승규네 할머님, 그리고 채원우.

“야. 너는 사람 일 시켜놓고 자냐?”

승규가 오늘따라 특히 더 안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새침하게 올리며 쏘아붙였다. 백겸도 자신이 졸 줄은 몰랐어서 이번엔 할 말이 없었다.

“아, 맞다.”

애초에 왜 천막 안에 들어갔었는지 뒤늦게 기억난 백겸이 허둥지둥 몸을 돌렸다. 밥에 뜸을 들이다가 밥 지어지는 냄새에 깜빡 존 거다.

백겸은 볼을 긁적이면서 갓 만든 하얀 쌀밥을 커다란 대접에 덜었다. 적당히 누룽지까지 만들어진 완벽함에 스스로 감탄했다.

오래도록 놀다가 오랜만에 다시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아니면 늘 봄 같은 이 던전 안의 날씨 때문인지 백겸은 요새 자주 졸았다. 하품을 해서 마지막 남은 졸음까지 털어내고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각자 챙겨온 의자나 상자에 앉아서 개인 접시에 고기를 덜고 있었다. 채원우가 백겸을 끌고 제 옆에 가서 앉혔다.

“피곤했어요?”

싱긋 웃으며 묻는 채원우의 얼굴에 영화관에서 봤던, 창백해져선 식은땀을 줄줄 흘리던 얼굴이 겹쳐 보였다가 사라졌다.

지금 채원우는 고통도 느끼지 않고 그를 살인마나 괴물이라면서 흘끔흘끔 보던 시선 하나 없이 한가롭게 삼겹살이나 굽고 있다. 심지어 잘 구워서 할머님은 승규보다 낫다고 연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백겸은 씩 웃고 채원우의 볼을 쓸었다가 냅다 검지 끝으로 푹 찌르고는 ‘아니. 그냥 졸렸어’ 하고 대꾸했다.

“으휴. 닭살은.”

고기에는 냉면이라며, 챙겨온 아이스박스에서 면과 육수를 꺼내 순식간에 물냉면 다섯 그릇을 조리해 낸 승규가 면도 다 씹지 않고 투덜거렸다. 그래도 주변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백겸도 채원우도 그다지 민망해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여기는 항상 날씨가 좋네.”

승규의 할머님께서 노곤한 목소리로 감탄하셨다.

“여긴 항상 봄이니까요.”

“신기한 곳이야…….”

눈을 감고 중얼거리시는 할머니의 얼굴이 마치 소녀 같았다. 할머니의 손은 아래로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었는데, 그 손에 들린 조금 탄 삼겹살을 양처럼 생긴 작은 몬스터가 개미핥기처럼 긴 혀로 핥고 있었다.

그 그림 같은 풍경을 보던 백겸은 처음 승규와 할머니가 던전에 오셨을 때가 생각났다.

먼저 온 건 승규였다. 채원우와 백겸 두 사람이 던전 안의 생활에 거의 다 적응하고, 심지어는 애착이 생겨버려서 짐을 가져와 거의 살림을 차리게 된 수준이 되었을 때다.

필요한 게 거의 다 갖춰졌으니 나갈 이유가 없었다. 던전 안은 전파가 잘 안 터질 때가 더 많았고 그렇게 되니 연락이 잘 안 되고……. 그런데 또 속세와 연결이 끊기니까 마음의 평화가 찾아와 굳이 나갈 생각은 안 들고……. 결국 답답한 사람이 찾아온다고, 승규가 여기까지 쫓아온 거다.

‘그냥 가도 된다니까.’

손에 장 본 것을 바리바리 들고 던전 입구에 선 채로 30분이 흘렀다. 얼른 들어가지 않으면 또 채원우의 ‘양백겸 분리불안’이 생겨서 피곤해질 텐데, 승규는 들어가지도 않고 놓아주지도 않았다.

‘대체 그 안에 무슨 꿀을 발라놨다고 맨날 처들어가서 나오지도 않냐. 걱정되어서 죽겠어. 사실은 네가 겉모습을 흉내 내는 모, 몬스터일까 봐 확인해야겠다고!’

‘하세요.’

백겸이 이미 몇 번이나 반복한 탓에 질려버리고 만 실랑이에 싱겁게 대꾸하며 입구 너머로 발을 넣으려 했다. 그러나 또다시! 승규가 그런 백겸을 뒤에서부터 잡아챘다.

뒤에서 옷이 다 늘어나게 잡아서 미칠 지경이었다. 한숨 푹 내쉬고 이럴 거면 그냥 다음에 보자고 하려는 순간, 안쪽에서 비닐 찢어지는 소리 같은 게 났다. 던전 막이 열리는 소리였다.

‘왜 이렇게 안 오는…….’

한껏 투정을 담은 목소리로 칭얼거리려던 채원우의 입이 일자로 꾹 다물렸다. 그러고는 대번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는 백겸의 어깨 너머 승규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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