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01 - 1. 한가로운 어느 날
영화관에서부터 갑자기 리바운드가 시작되어 열이 절절 끓어올라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원우를 택시에 태우고 바로 호텔로 왔다.
아무 룸이나 잡고 카드키를 받아 객실로 들어오자마자 채원우를 침대에 눕히고 내 옷을 벗었다. 바지는 젖은 만큼 벗기 힘들었다. 채원우의 옷도 벗겨야 하는데 난항이 예상됐다.
채원우는 그사이에도 시트를 쥐고 벌벌 떨고 있었다. 욕실 불이 알아서 무드등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드등이라니. 사치였다. 우리의 이 행위에 무드는 필요 없었다.
“옷 벗기게 힘 좀 줘봐.”
채원우가 창백해진 얼굴로 눈을 감았다.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게 보였다. 그 와중에 입술은 연신 고통을 참느라 새빨개져 있었다. 상의는 셔츠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바지만 벗기고 셔츠는 단추를 풀어 가슴을 드러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채원우의 것은 발기해 있었다. 쾌감이나 흥분 때문이 아니라 고통 때문인 걸 잘 알고 있다. 지나친 고통은 죽음과 혼동이 될 정도라, 자기 제어 상태가 한계까지 내몰린 헌터들은 자연히 발기하곤 했다.
“너는 좆도 잘생겼다.”
허세였다. 나는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 채원우가 이걸 알아차릴 정도의 정신이 없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지나치게 긴장해서 손이 젖었다. 오일을 묻힌 것도 아닌데.
채원우의 좆은 곧고, 씨발, 컸다. 인간이 왜, 이런 크기와 굵기야? 나는 채원우의 속옷 밴드 위로 나와 있는 선단을 보며 조금 질리고 말았다. 드디어 속옷을 벗겼다. 채원우가 당황하여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며 헤드 쪽으로 올라갔다. 나는 그런 채원우의 다리를 붙잡았다.
“어디 가.”
“형.”
채원우는 열에 들떠서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듯했다. 옆으로 몸을 굴리는 게 도망이라도 치려는 모양인데 당연히 불가능했다. 채원우가 손을 허우적댔을 때 손에 맞은 건 시트나 협탁이 아니라 스탠드였으니까. 와장창 소리와 함께 스탠드가 쓰러지며 부서져 나갔다.
“부순 건 네가 보상해 주는 겁니다.”
무릎으로 채원우의 허벅지를 누르며 말했다. 그리고 그대로 채원우의 위에 올라탔다. 힘도 좋아서 거의 수직으로 선 채원우의 좆이 허벅지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름이 오스스 돋으며 신음이 터질 뻔했다. 나는, 진한 패팅보다는 이런 은근한 접촉에 더 약했다.
“형, 지금 우리…….”
“치료하는 겁니다. 가이딩하는 거예요.”
나는 계속 쥐고 있던 바디오일 뚜껑을 열었다. 향긋한 라벤더향이 났다.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는 그 효과가 지금만큼은 안 드는 게 분명했다.
여태까지 해온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려 노력했다. 채원우가 전 파트너와 그 전 파트너, 전전전 파트너와 다를 게 뭐가 있어.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우리 섹스하는 거예요? 이렇게?”
채원우가 차라리 정신을 잃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뭘 기대했었어요.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을 때 하지.”
“난 이런 건 생각 안 했어요…….”
“안타깝네. 그거 알아요? 헌터와 가이드 사이에는 강간이라는 게 없어요. 성립이 안 된다고.”
이러지 말자. 이렇게까지 못되게 굴 필요 없잖아. 하지만 내게도 감정이란 게 있어서, 채원우의 이런…… 거부하는 모습을 보며 마냥 실실거릴 수는 없었다.
나는 채원우에게 대체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이런 상황에서조차 살갑게 좋다고 꼬릴 흔드는 채원우?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원우야, 네가 싫다 해도 어쩔 수가 없네.”
정신이 들기 전에 내가 했던 반말은 못 들은 게 분명했다. 채원우의 눈이 반짝 뜨였다. 지금까지 공포 영화를 피하는 사람처럼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우리는 마주 본 상태가 됐다.
난 채원우 위에 걸터앉은 채로 그에게 끌려갔다. 커다란 손이, 길고 곧은 손가락이 내 목을 감싸고 짓눌렀다.
“형. 내가 먼저 하고 싶었어요. 내가 이렇게 제정신이 아닐 때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하는 중간 중간에도 채원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쓰게 웃었다.
“우리 사이에는 이게 그 어느 것보다 자연스러운 방식이에요.”
그리고 나는 채원우를 밀었다. 채원우를 눕히고 무릎을 세워 내 몸을 일으켰다.
오일로 젖은 손가락을 뒤로 가져가서 알아서 풀기 시작했다. 채원우에게 이런 스킬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사실은, 채원우가 이런 스킬을 몰라서 좋았다.
나는 눈을 감고 흥분하려 애썼다. 흥분제를 먹고 구른 적도 있으니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흥분이 되지 않았다. 채원우 때문이 아니었다.
“씨발, 상관없어.”
뒤는 풀렸으니 정말 상관없었다. 나는 한껏 발기하다 못해 쿠퍼액이 흐르는 채원우의 것을 잡고 천천히 앉았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느리게 채원우의 좆을 삼키기 시작했다. 꼬리뼈 쪽부터 긁어 올라오는 감각에 무릎이 저절로 떨렸다. 이거 다 들어오긴 할까. 정말로 욕 나오게 컸다.
“헉, 으…….”
“아, 형……!”
채원우가 손을 뻗어 내 무릎 바로 위를 쥐었다. 허벅지가 욱신댈 정도로 아귀힘이 셌다. 채원우가 초조함에 손톱을 세우다가 내 무릎을 조금 벌리고 말았다.
“허억.”
그 바람에 내가 처음 생각한 것보다 더 깊게 들어왔다. 반만 삼킨 채로 흔들어 빼려고 했는데 이미 반 넘게 삼킨 거다. 나는 손으로 대충 남은 부분을 확인했다. 아직도 이만큼이나, 경악하는데 채원우가 내 손을 쥐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 아. 젠장, 아, 채원우!”
지 것만 만지면 뭐라고 안 하겠는데 채원우는 다른 한 손으로 내 것까지 쥐었다. 그러더니 내 것에 더 관심이 쏠렸는지 아예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하나는 기둥을, 하나는 끄트머리를 비비니 미칠 지경이었다. 흥분할 수나 있을까 싶던 게 무색하리만치 당연히 흥분했다.
나는 채원우의 손을 억지로 떼어내고 침대로 짓눌렀다.
“넌 가만히 있어.”
내가 윽박지르자 채원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반항도 잠시였다. 이명이 지나가는지 심하게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삼키는 게 보였다. 더 머뭇거리다간 채원우의 뇌혈관이 터질지도 몰랐다.
나는 채원우를 짓눌렀던 손으로 내 것을 만지기 시작했다. 몸을 조금 뒤로 젖혀서 지탱하기 편하게 한 다음 위아래로 움직였다.
“아, 존나 크네…….”
“형. 읏, 형 너무 좋아요…….”
살짝 눈을 떠서 보니 채원우가 나를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자위하던 손을 떼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채원우가,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아는 듯 익숙하게 고갤 들어서 옆으로 조금 틀고 있었다. 내 것과 딱 맞아떨어지는 입술 모양이었다.
“음, 읏, 웃……!”
그러는 동안 채원우가 손을 뻗어 내 허리를 잡았다. 채원우의 손은 커서, 내 허리를 잡은 상태로 엉덩이까지 감쌀 수 있었다. 그러곤,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잠깐만, 윽. 아! 아으! 깊어……. 아, 씨……. 헉!”
욕이 나오도록 깊었다. 동정을 내게 따먹히고 있는 채원우는 참을성이라곤 없었고, 심지어 안정화 지수가 낮아 평소보다 더 맛이 간 헌터는 힘이 더럽게 셌다.
“우욱, 아……!”
나는 다급하게 채원우의 가슴팍을 짚고 무릎에 힘을 주었다. 감각이 느껴질 리 없는 곳인데, 꽉 들어차서. 더 들어가면 ‘그곳’이었다. 아, 뭐라고 했더라. 겨, 결……. 무슨. 아!
“형.”
채원우의 것은 정액은 몰라도 일단 프리컴부터 양이 많았다. 안이 젖는 게 느껴졌다. 오일만이 아니었다.
축축해진 안을 밀고 들어와 푹푹 찍어 올릴 때마다 몸에 소름이 돋았다. 깊은 곳이 끝내 뚫릴 것만 같다는 공포와 높아진 긴장감으로 찌르는 곳마다 쾌감으로 인지되는 좆같은 상황.
채원우는 반은 서고 반은 죽은 내 성기를 흘끗 내려다보더니 다짜고짜 나를 잡아당겼다.
“아, 아파. 아, 좀……. 아윽. 아!”
“형. 내가 처음이에요……?”
이런 거지같은 침대 매너를 봤나. 팍 식는 말 1위는 아니어도 5위 안에는 들 말을 하면서도 채원우는 진지하고 심각했다. 나는 무시하고 싶은 헛소리를 귀에 꾹꾹 욱여넣는 채원우의 혓바닥에 어깰 부르르 떨었다.
“그게 헉, 궁금해……?”
“응.”
채원우가 음, 과 응 사이에 대답을 내려놓으며 이번엔 내 목덜미를 씹었다. 얘, 섹스 매너가 개판이다. 나는 채원우의 어깨를 밀다가 더듬더듬 내려와 채원우의 유두를 꼬집었다.
“아……!”
“모르는 게 좋을걸.”
날 잡고 놓아주지 않던 팔이 풀려난 틈을 타 허릴 세웠다. 그러곤 체지방이 있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잘 빠진 복근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허릴 돌렸다.
무식하게 박아대기만 해서 아팠다. 좆 모양 덕분에 발로 안 찬 거지, 테크닉은 개판, 매너는 쓰레기가 따로 없었다.
나는 천천히 내가 느끼는 부분을 자극하며 허릴 움직였다. 채원우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못마땅하게 내 모습을 바라봤다. 열이 조금 내리긴 했으나 아직 멀었는지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무섭다. 무서운데, 말했듯이 채원우는 빨간색이 잘 어울렸다. 나는 픽 웃으며 퉁퉁 부은 혀를 조금 핥았다. 그러자 갑자기, 순식간에 세상이 뒤집혔다.
“아, 채원우!”
“어디에요?”
날 침대에 눕히고 올라탄 채원우가 제 좆 끄트머리를 내 입구에 담갔다 빼며 물었다. 그 감질나는 행동에 시트를 움켜쥐었다. 쓰으, 하는 신음이 절로 나왔다. 나는 정말, 노골적인 것보다 이런 은근한 데 약하다니까.
“흐, 뭐가.”
“조금 전. 형이 스스로 누르던 곳.”
“하아. 안에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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