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면 좋을 텐데 야속하게도 몸은 생각을 자꾸만 배반했다. 하진은 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도 내내 몸에 묻은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썼지만, 아래를 뚫고 들어오던 손가락의 느낌과 느릿하게 안을 헤집던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씻고 바에 내려가서 한잔할 사람? 이영우는 당연히 갈 거고.”
“왜 나는 당연히 가냐?”
“네가 술 마시는데 빠질 리가 있냐.”
“나에 대해 너무 잘 알아. 기분 나빠.”
“그건 지나가는 사람들도 알아. 형은요?”
해성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인 인규가 정우와 하진을 바라보았다. 정우는 괜히 발끝으로 바닥을 문지르다가 인규의 시선이 닿는 것에 고개를 들었다.
“아, 저랑 형은 그냥 잘게요.”
정우가 자신의 대답까지 대신하는 것에 하진은 정우를 바라보았다. 정우는 하진을 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인규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푹 쉬고 내일 보자. 잠 안 오면 내려오고.”
“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손을 흔들고 각자 가야 할 곳으로 움직였다. 정우는 하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몸을 돌리는 것에 얼른 손을 뻗어 하진의 팔을 잡았다.
“어디 가요.”
“인규 형 방에.”
“무슨 핑계를 대려고. 오늘은 연습할 것도 없잖아요.”
“너랑 같은 방 못 쓰겠다고 하면 되지.”
“다 망치겠다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건 너야. 놔.”
정우는 하진을 잡은 팔을 놓지 않고 저와 하진의 방으로 끌고 가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하진을 먼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왜 또 치게요?”
“못 할 것 같아?”
“얼마든지 때려요. 때리고 싶으면. 그래도 인규 형 방에는 못 가요.”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 정우를 보던 하진이 그대로 정우를 닫힌 문으로 밀었다. 정우가 밀리며 완전히 문이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정우는 조금 놀란 눈으로 저에게 다가온 하진을 바라보았다. 밀어내기만 하던 하진이 성큼 앞으로 다가와 먼저 닿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쿵 떨어졌다.
“대줄게.”
“…….”
“하자. 어차피 여기서 나가지도 못한다며.”
같은 말도 참 짜증 나게 하는 하진을 본 정우가 문에 기댄 채로 고개를 기울여 하진의 입술을 머금었다. 다가온 하진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이 섹스를 통해 모든 게 풀릴지도 모르지 않는가. 몸이 연결된 채로, 말로는 도저히 전달할 수 없는 것들을 전하면, 모든 게 달라질지도 몰랐다. 정우는 하진의 입술을 머금은 채 기대고 있던 몸을 떼었다.
입술만 맞물렸을 뿐인데 허벅지 안쪽이 확 당기는 느낌이 났다. 아니, 발기는 아까 그 이름 모를 일본 식당에서부터였다. 노려보는 눈을 보는데도 아랫배가 당겼다. 손가락이 아주 좁고 뜨거운 곳을 파고들고, 제 손가락의 움직임에 얼굴을 찡그리는 하진을 보면서 발기했었다.
비록 뺨을 맞으며 상황이 끝나기는 했지만, 상황이 끝났다고 흥분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수그러든 척하고 있던 흥분은 눈앞에 하진이 있고, 무려 먼저 다가와 저에게 닿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몇 배로 확 커져 흘러내렸다. 정우는 온몸이 성감대가 된 사람처럼 여유 없이 굴었다.
“아… 아파.”
하진을 눕힌 정우는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다시 풀 여유도 마음도 없어 그냥 확 뜯어버렸다. 사방으로 작은 단추가 날아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완전히 벌어진 셔츠를 하진의 어깨 뒤로 벗기는 것도 잊은 채 정우는 드러난 가슴 위로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언제부터 솟아 있던 건지 빨기 좋게 생긴 유두를 깨물며 입속으로 집어삼켰다.
아프다는 말이 들렸지만, 정우는 전혀 조절하지 못했다. 하진의 유두를 혀끝으로 돌리고 삼키며 빨아댔고, 다른 한쪽은 손끝으로 쥐고 돌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온몸이 다 약하지만, 유두가 유독 약해서 숨만 불어도 자지러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흐읏… 아…….”
참으려고 하기는 하지만 점점 풀어진 신음이 흐르기 시작했다. 정우는 흠뻑 젖은 하진의 유두 위를 혀끝으로 집요하게 핥았다. 혀끝에 힘을 주어 파고들 것처럼 찌를 때마다 물에 젖은 신음이 흘렀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저 소리만 몇 번 더 들어도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정우는 서둘러 하진의 버클을 풀고 속옷까지 한 번에 내렸다.
하진의 속옷 앞은 젖어 있었다. 들어와서 만져주지도 않았는데 프리컴을 질질 흘리고 있는 것을 보니 머릿속이 멍해졌다가 확 선명해졌다. 정우는 그대로 몸을 내려 하진의 발기한 성기를 쥐고 입에 넣었다.
“하읏! 하, 하지… 읏, 더, 더러워…….”
기겁한 하진이 고개를 젓고, 손을 내려 정우의 머리를 밀어냈지만, 정우는 물러나지 않았다. 더 입을 벌려 하진의 성기를 깊게 물고 빨아주었다. 혀로 문지르고, 쭉 빨아줄 때마다 점점 더 신음이 우는 소리처럼 변했다. 그 소리는 꼭 하진이 저에게 무너지고 있다는 과정을 알려주는 것만 같아 좋았다. 정우는 경련하듯 떨리는 하진의 허벅지 안쪽을 보며 귀두를 혀로 돌려 핥아주었다. 크게 허리를 비틀며 들썩인 하진이 길게 우는 소리를 냈다.
“…그만, 하, 할 것 같아… 읏… 응……!”
숨과 뒤섞인 목소리가 미치게 야했다. 원래 저렇게 야한 목소리였나 싶을 만큼 야해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성기가 아플 만큼 팽팽해지는 느낌이 났다. 정우는 그대로 입에 물고 있던 하진의 성기를 빼내고, 그 다리를 활짝 벌렸다.
“하아…… 흐으….”
정우가 성기를 빼내자 그제야 안도하듯 몸에서 힘을 뺀 하진이 갑자기 느껴지는 물컹한 느낌에 감고 있던 눈을 크게 떴다. 손가락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 곳에 단단함이 아니라 물컹거리는 것이 들어왔다. 하진은 여전히 제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정우를 내려 보았다.
무슨 짓을 하는지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는데, 아래로 뜨겁고 말캉한 것이 들락날락하는 느낌만으로도 정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진은 몸을 팔딱였다. 혀가 구멍 안을 쑤실 때마다 몸이 마구 비틀리고, 고개가 젖혀졌다.
“그, 그만… 응, 읏… 하으, 그, 그런 건… 하으, 응!”
손가락이나 성기가 드나드는 것처럼 혀가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날 때마다 하진은 울었다. 결국, 울어버렸다. 발끝이 확 굽었다가 펴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아플 만큼 발기한 성기 끝에서 정액이 결국 줄줄 흘러내렸다. 완전히 느껴 가고 있는 중에도 정우의 혀가 안으로 파고들어 꿈틀댔다. 기절할 것 같은 쾌감과 함께 하진은 몸을 크게 들썩이며 극렬한 쾌감에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숨만 쉬어도 가버릴 것 같을 만큼 몸이 달아올랐고, 하진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저를 내려 보는 정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젖은 입술을 느릿하게 핥으며 내려 보는 얼굴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
원래 저런 얼굴로 섹스했었나.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얼굴을 늘 안 보고 한 건 아니었지만, 정우는 제 얼굴을 보며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와 나, 어떤 얼굴로 그 많은 섹스를 했었더라. 하진은 너무나 정확하게 눈에 담기는 흥분한 정우의 얼굴을 보며 이전 섹스를 떠올리려 했지만, 정말 다 지워진 것처럼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정우가 낯설었다.
“…아…….”
정우의 혀가 드나들던 곳에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두 개의 손가락이 동시에 들어와 안을 넓히며 멋대로 움직였다. 하진을 눈을 감고 손가락이 몸속 여기저기를 건드리는 느낌에 집중했다. 조금 전 쾌감이 너무 크고, 내내 달아 있던 몸이 완전히 끓어올라 그런 건지 손가락이 움직이기만 해도 발끝부터 쾌감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제… 아, 됐어. 넣어도 돼.”
“아직 빡빡한 것 같은데요.”
“괜찮으니까, 빨리… 해.”
하진의 목적은 애초에 달아오른 몸을 가라앉히는 것이었다. 단순히 쾌감만을 위해 정우와 섹스하고 싶었다.
“뒤에서 해도 돼.”
“얼굴 보고 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넌 싫어하잖아.”
“싫어한 적 없어요. 불편했던 거지.”
“이제는 내가 불편해. 네 얼굴 보고 하는 거.”
“불편해할 정신이나 있으면 다행이지.”
정우는 그 와중에도 저를 노려보는 하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몸을 허리를 곧추세웠다. 그리고 바지와 속옷을 내려 성기를 꺼냈다. 어떻게 저 안에 지금까지 갇혀 있었나 싶을 만큼 커진 성기가 꺼떡대며 들어갈 곳을 찾았다. 정우는 그대로 하진의 다리를 벌리고 얼굴을 보며 성기 끝을 맞췄다.
“뒤로 하라는데 왜… 아!”
“말 안 듣는 거 알잖아요.”
“읏… 아, 흐으…….”
아픈데 하나도 아프지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아픈데 아프다고 말할 느낌이 아니었다. 하진은 몸 전체를 관통하며 들어오는 정우의 성기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텅 빈 몸이 정우의 성기로 꽉 차며 스위치가 전부 눌린 그런 기분이었다. 몸 여기저기에서 마구 켜진 불이 정신없이 반짝거렸다.
흉기 같은 크고 단단한 성기가 안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고 다시 안으로 확 들어와 깊은 곳을 찌를 때마다 비명이 터졌다. 이게 오랜만이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오랜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섹스를 해대던 전에 비하면 꽤 오랜만에 하는 섹스였다. 방콕에 다녀온 이후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 오랜만이라고 하는 게 맞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쌓여 있는 성욕과 스트레스가 정우의 움직임과 함께 쾌감으로 변해 터졌다. 하진은 머리끝까지 마구잡이로 터져 오르는 쾌감을 잔뜩 끌어안았다. 몸이 흔들리고, 뚫려버릴 것처럼 강한 움직임에도 전혀 괴롭지가 않았다. 퍽퍽 몸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마구 흔들리는데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가 않았다. 하진은 시트를 꽉 쥔 채 정우의 거친 움직임에 마구 치여 흔들렸다.
“흣, 읏… 아, 아! 으응, 응, 응!”
다시 달아오른 성기가 정액을 토해냈다. 하진의 납작한 배가 떨리고, 세워진 발이 시트를 문지르며 쾌감을 펼쳤다. 머리끝까지 쾌감이 전해지는 그 순간에도 정우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하진은 그 움직임에 시트가 축축해질 만큼 사정하고 또 사정했다.
결국, 정액 같지도 않은 말간 물이 성기 끝에서 뚝뚝 떨어지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만큼 몸을 섞었다. 하진은 정우의 배를 두 손으로 짚은 채 올라앉아 스스로 몸을 들썩였다. 허리가 돌아가고, 몇 번을 서도 단단한 정우의 성기 끝이 잘 느끼는 곳을 찌르도록 몸을 비틀어 들썩였다. 스스로 자극점이 찔리게 내려앉으며 눈도 뜨지 못하고 느꼈다. 정우는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고 지독하게 야한 하진을 내내 눈에 담았다.
“하으, 으응!”
맑은 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하진은 정우의 성기를 꽉 문 채 주저앉아 몸을 비볐다. 거친 느낌과 날카로운 쾌감이 맞물리며 눈을 감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정우의 배를 짚은 두 손부터 팔, 어깨, 몸이 마구 떨렸다. 정우가 몸을 일으켜 그런 하진의 몸을 잡아 침대로 눕혔다. 이어진 곳이 거의 빠졌지만, 정우는 다시 능숙하게 하진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모든 것을 다 하듯 인정사정없이 세게 쳐올리기 시작했다.
“읏… 아…….”
정우의 낮고 긴 신음과 함께 이미 잔뜩 정액이 든 하진의 안이 한 번 더 젖어 들었다. 하진은 다시 확 차는 뜨거운 느낌에 아래를 꽉 조이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에서 힘을 풀었다. 힘을 풀었는데도 숨을 쉴 때마다 몸속에 쾌감이 고여 여기저기를 찌르는 것 같았다. 몸이 잘못된 것만 같았다.
하진은 겨우 눈을 떠 정우를 바라보았다. 눈을 뜨자 저를 보고 있는 눈이 보였다. 그대로 내려와 입술 위에 닿으려는 순간 하진은 고개를 돌려 키스를 피했다.
“이제 잘래.”
“…….”
“빼 줘.”
고개를 돌린 채로 말한 하진은 잠시 뒤 정우의 성기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에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찝찝해서 이대로 자고 싶지 않아 힘든 몸을 일으킨 하진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침대 바깥으로 두 다리를 내렸다.
“정리해 줄게요.”
“됐어.”
“그건 전에도 해줬잖아요.”
어깨를 잡는 정우를 돌아본 하진이 어깨 위에 놓인 정우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내렸다. 거칠지 않고 부드러워 더 상처가 되는 움직임이었다.
“정우야.”
“…….”
“섹스는 끝났어. 선 넘지 마. 내가 너랑 하고 싶었던 건 섹스지, 이런 배려 받고 그런 게 아니야.”
“…….”
“이런 거구나. 좋아하지 않아도 섹스는 할 수 있다는 그거.”
“…….”
“네가 좀 이해가 돼. 왜 얼굴 안 보려고 했는지도 알겠고, 불편하다는 이유도 알겠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정우를 가만히 보던 하진이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발을 옮겨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욕조에 걸터앉았다.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리는 정액 느낌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 느낌에 실소를 터뜨린 하진이 마른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우와 똑같은 사람이 된 것만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