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형 발정 날 때마다 해준 게 누군데.”
“으응…….”
“이제 와서 누구랑 뭘 하겠다는 거야. 이러니까 짜증 내는 거예요. 형은 다 좋은데, 한 번씩 엇나가.”
입에 성기를 물리는 것처럼 손가락을 깊게 넣은 정우가 노골적으로 하진의 혀를 느릿하게 문질렀다. 그조차 벅찬 듯 어쩔 줄 모르면서도 빼달라거나, 빼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 하진을 보며 정우는 성기를 더욱 깊게 안으로 처박았다.
“흐읏!”
잔뜩 느껴 헐떡이는 얼굴이 야했다. 정우는 젖은 손가락으로 하진의 유두를 집어 굴려주며 빠르게 내부를 찌르기 시작했다. 전립선이 마구 찔리며 말간 정액이 터져 나와 사방으로 튀었다. 하진은 쾌감에 눈물을 쏟아내며 정우를 마구 붙잡았다. 정우가 그런 하진의 벌어진 입속으로 혀를 넣어 떨리는 혀끝을 문질러 주었다. 또다시 울컥 정액을 쏟아낸 하진이 목마른 사람처럼 정우의 혀를 빨기 시작했다.
“좋아…….”
벌어진 입술 사이로 좋다는 말이 숨과 뒤섞여 흘렀다. 그대로 하진의 허리 밑에 손을 넣어 들어 올린 정우가 반쯤 빠진 성기 위로 다시 하진을 확 주저앉게 만들었다.
“…하앗!”
성기에 몸을 꿰뚫린 채 앉은 하진이 정우의 어깨를 두 손으로 짚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정우의 위에 앉아 섹스할 때마다 꼭 성기가 머리끝까지 찌르며 올라오는 것만 같아 무서웠다. 들썩일 때도, 정우가 아래에서 위로 푹푹 찔러 올릴 때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진은 밀려들 쾌감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 이렇게 정우의 위에 앉아 있기만 해도 안에서 더욱 커지는 느낌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조금 움직이기라도 하면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다.
“정우야… 나 힘들어…….”
“좋아질 거예요. 형 이렇게 해주는 거 좋아하잖아요.”
완전히 정우의 성기를 머금고 주저앉은 하진의 내벽을 문지르며 정우의 성기가 반쯤 빠져나갔다가 확 다시 안을 파고들었다. 하진은 배 속 깊은 곳까지 찔리는 느낌에 고개를 젖혔다. 아랫입술이 벌벌 떨리고, 정우의 어깨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힘들다고 놔주면 또 나가려고?”
“아니… 아니야. 안 간다고… 말, 흐읏… 했잖아… 아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만큼 쾌감은 마구 쏟아졌다. 어디가 좋다고 말을 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온몸을 밝히며 퍼지기 시작했다. 하진은 퍽퍽 살 부딪치는 소리가 나게 쳐올리는 정우의 움직임에 속절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안 갈 거면 그만할 필요, 아… 없잖아.”
하진의 내부는 몇 번을 파고들어도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큼 좋았다. 강하진이라는 사람을 연인의 감정으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몸은 미친 듯 섞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맛본 달콤한 쾌감은 정우의 온 감각을 뒤흔들었다. 처음이라 딱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힘 조절도 하지 못해 마구 움직이기만 해도 자지러지는 하진의 얼굴만 봐도 쾌감이 고여 온몸을 적시며 떨어졌다.
어떤 이유로든 하진과는 떨어질 수가 없었다. 팀 활동도 이제 겨우 2년 하지 않았는가. 어떻게 해서든 하진의 마음을 잡고 있어야 했다. 정우는 제가 움직이는 대로 마구 흔들리며 신음하는 하진의 얼굴을 잡아 입술을 집어삼켰다. 저를 향해 벌어지고, 혀를 문질러오는 하진의 숨까지 전부 집어삼키며 입속을 헤집었다.
“하아…….”
“눈 떠야지. 얼굴 안 봐요? 뒤에서 하는 거랑 뭐가 달라. 어차피 얼굴 보지도 않는데.”
정우의 말에 하진의 눈꺼풀이 반쯤 뜨였다.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 안으로 정우의 얼굴이 가득 담겼다. 정우는 그 눈동자 안으로 보이는 제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심장이 덜컥였다. 하진의 눈동자와 마주한 정우의 눈동자가 먼저 흔들렸다.
“…….”
이래서 얼굴을 보지 않고 하는 게 좋았다. 쏟아지는 하진의 모든 감정과 마주쳐버리니까. 정우에게 하진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강하진이라는 사람과 어긋나지만 않으면 됐다. 하진이 사라지지 않도록 적당한 힘으로 붙잡고 한 번씩 당기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도 숨기지 못하는 감정과 마주해버리면, 조금 곤란해졌다. 하진에게 가지고 있던 그 예전의 감정들이 쉽게도 되살아났다. 보자마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던 사람, 조금 주눅 든 얼굴로 옆에 와 앉으면서도 눈이 마주치면 웃던 그 밝던 순간이 자꾸만 마음을 뒤흔들었다.
이런 상황까지 올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정우는 가끔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와버린 이상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흣, 응! 읏, 아… 하아… 으응!”
하진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경련이 나듯 떨리는 허리와 허벅지에 힘이 확 들어간 순간 하진은 말간 액을 또다시 쏟아냈다. 정우는 그렇게 또다시 절정에 오르는 하진을 보며 몸 안으로 깊게 성기를 처박았다. 커다란 쾌감이 덮치는 그 순간, 그 위로 또 밀려드는 자극에 하진이 크게 신음하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쾌감에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 안 돼… 아, 으응! 읏! 흐으, 아, 아아…… 하으읏!”
이제 하진은 정우의 위에 앉아 있는 것도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정우는 또다시 말간 액을 쏟아내는 하진의 안에 그대로 사정했다. 머리끝까지 확 치고 오르는 쾌감이 지독했다.
“아…….”
하진의 어깨를 부서질 듯 쥔 정우가 거칠게 입술을 부딪쳤다. 그 힘을 이기지 못한 하진이 그대로 정우의 혀를 마주 빨며 눈을 감았다. 혀가 문질리자 여전히 안에 든 정우의 성기가 다시 단단하게 커지는 느낌이 났다. 그 느낌에 놀란 하진이 눈을 떠 정우의 어깨를 살짝 밀어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더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아 조금 두려웠다.
“흣!”
하지만 정우는 하진의 뜻대로 순순히 놓아주지 않았다. 성기를 넣은 채 하진을 눕힌 정우가 뒤로 몸을 바싹 붙이며 반쯤 빠진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내내 들어 있던 성기를 다시 넣기만 하는데도 길게 신음하는 하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정우가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으, 응! 아… 나 더는, 더는…….”
“싫어. 아직 안 돼.”
손을 앞으로 한 정우가 바짝 선 하진의 유두를 손끝으로 돌리며 문질렀다. 하도 빨고 만져 살짝 쓰린 느낌이 들면서도 싸한 쾌감이 아랫배를 물들이며 올랐다. 하진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엉덩이를 뒤로 빼 정우의 더 깊은 삽입을 도왔다. 의지와는 상관없는 지극히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진에게 의지나 이성 같은 것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아… 하읏, 응… 좋아, 아… 좋아…… 좋아, 정우야…….”
정신없이 헐떡이며 부끄러움도 잊은 채 몸이 뒤로 움직였다. 체액으로 흠뻑 젖은 접합부에서 듣기 민망할 정도의 질척거리는 소리가 울렸지만, 두 사람의 흥분을 부추길 뿐이었다. 하진은 완전히 풀린 눈동자로 초점이 맞지 않는 사물들을 눈에 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지금, 이 순간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쾌감뿐이었다.
“흐윽… 아아, 잘못했어… 잘못, 잘못… 했어… 아아!”
하진은 정우에게 빌기 시작했다. 더는 쾌감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너무 좋아서 멈추고 싶었다. 이상한 말이지만, 마음이 그랬다. 더는, 정말 더는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뭘, 읏… 잘못, 했는데요. 아, 씨발… 잘못한 걸, 알기는, 아… 해요?”
“잘못, 하읏! 내가 다… 응, 읏! 잘못했어… 안 나가, 안 나갈… 하앗!”
나가지 않겠다고, 나가려고 한 걸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조차도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정우의 성기가 들어왔다 나가는 제 구멍 안이 전부 엉망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우의 성기 모양대로 변해버린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선명하게 느껴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또 있잖아. 한국 가서 보자고 한 거.”
“하으… 흐윽… 그것도, 잘못… 흣, 응! 잘못했어……. 정우야, 아아… 하아, 읏!”
“진짜든 가짜든 연애하면서 다른 새끼 만난다고 나가면 되겠어요? 나도 나갈까? 형 두 다리로 일어나지도 못하게 만들어놓고, 아… 형 잠들면 나도 형만 두고 나갈까요, 응? 그럴까?”
하진은 마구 고개를 저었다. 빨갛게 변한 머릿속으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싫어, 그러지 마, 불분명하게 신음과 뒤섞인 소리가 마찰음에 섞여 입가를 맴돌았다.
“싫어… 혼자, 혼자 아아… 혼자 두지… 마아…….”
끝이 길게 늘어지는 말에 사정감이 밀려들었다. 정우는 그대로 하진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사정했다. 도저히 제어할 수가 없었다.
정우가 어깨를 깨물며 사정한 순간, 하진의 성기도 말간 물을 뱉어냈다. 이제 사정의 의미라기보다는 쾌락의 분출 같은 것이었다. 이제 하진은 정우의 손이 몸을 쥐기만 해도 성기를 세웠다.
“또 섰어요?”
하진의 몸을 돌려 마주 본 정우가 젖은 그 눈가를 혀끝으로 핥아주며 하체를 밀착했다. 젖은 성기가 마주 닿는 순간 동시에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그 숨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허겁지겁 찾아들며 자리 잡았다.
정우는 하진의 숨을 삼키며, 다시 바짝 선 성기를 하진의 성기에 비벼댔다. 축축해진 시트 위에서 땀으로 젖은 서로의 몸을 마구 만지고, 숨을 삼켰다. 정우는 하진에게 내내 시선을 떼지 않았다.
“흐으… 아… 하으읏… 으응, 응!”
“아…….”
서로의 입술과 입속으로 뜨거운 숨이 마구 쏟아졌다. 정우는 입속으로 들어온 하진의 숨을 목 뒤로 넘기며 눈물로 흠뻑 젖은 그 얼굴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속눈썹 사이에 엉긴 투명한 눈물, 우느라 살짝 빨개진 코끝과 제 침이 묻어 젖은 입술, 떨리는 턱과 창백하리만치 하얗게 질린 피부까지 전부 살펴보았다.
거의 동시에 사정하며 젖은 다리 사이가 불쾌하지 않았다. 뒤엉킨 다리와 마주 닿은 성기는 따뜻하기까지 했다. 정우는 엉망인 숨을 내쉬며 헐떡이는 하진의 눈물을 입술로 머금었다. 그 온기에 움찔 몸을 떤 하진의 눈꺼풀이 힘겹게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그 순간.
“…….”
“…….”
정우의 심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가 내던진 것도 아니고, 스스로 떨어져 버렸다.
산산조각이 났는데 아프지 않았다. 깨진 마음의 조각들이 정우의 온몸을 찌르며 파고들었다. 이상하게도 전혀 아프지가 않았다.
고요하고 깊은 눈동자. 원망이 하나도 묻지 않은 투명함.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더럽혀지지 않은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가면… 안 돼…….”
자극하려고 그냥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을 마음에 담고 있던 모양이었다. 정우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손으로 제 팔을 잡는 하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안 가. 걱정하지 말고 자요.”
“응…….”
대답을 듣기 위해 버티고 있었던 건지 하진의 눈이 바로 감겨들었다. 축 늘어져 기절하듯 잠이 든 하진의 얼굴을 가만히 보던 정우가 손을 들어 젖어 달라붙은 앞머리를 넘겨주었다. 이렇게 축 늘어지는 와중에도 제가 갈까 싶어 팔을 잡고 있는 하진이 사랑스러웠다. 정우는 얼굴을 앞으로 움직여 잠든 하진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
“…….”
그 부드러운 입술을 머금던 정우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놀란 듯 얼른 입술을 뗀 정우가 잠이 든 하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뭐 하는 거지, 내가 지금.
“…….”
해야 할 일 다 끝났잖아. 의무 같지만, 나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라 나쁠 게 없는 그 섹스가 다 끝났는데 뭐 하는 거야, 지금.
“…….”
입술에는 아직도 하진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 온기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 순간 정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산산조각이 난 심장의 파편이 파고든 온몸이 그제야 요란히도 아프기 시작했다. 비로소 고여 있던 감정이 깨진 틈을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