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하으… 으응…!”
정우의 손이 급히 하진의 버클을 풀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한 번에 속옷 안까지 파고든 손에 하진은 고개를 저었다. 키스만으로 부푼 성기는 정우의 손이 닿자마자 프리컴을 줄줄 흘려댔다. 부끄럽다는 생각도 맺히기가 무섭게 쾌감과 뒤섞여 휘발되었다. 다시 발목까지 내려가는 바지와 속옷에서 발을 빼낸 하진이 정우의 목을 끌어안았다.
“꽉 잡아요.”
“…응?”
“얼굴 보면서 할 거라며.”
제 목을 끌어안은 하진을 그대로 안아 올린 정우가 더욱 강하게 매달려오는 것에 작게 웃었다. 무엇도 걸치지 않은 다리가 제 허리에 꽉 감기고, 매달리는 게 꼭 어디 동물 다큐멘터리 같은 데에나 나오는 초식동물 같았다.
“아…! 내, 내려줘…, 떨어질 것 같아.”
“안 떨어져요. 내가 잡고 있으니까.”
그대로 하진을 안은 채 침대로 간 정우가 그제야 하진을 내려주었다. 눕혀지는데도 정우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있던 하진이 그대로 제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는 느낌에 작게 신음했다.
“아…….”
하진의 목덜미를 입술로 지분대다가 고개를 든 정우가 다시 귓불을 집요하게 혀끝으로 괴롭혔다. 간질간질한 감각이 귓가를 맴돌다가 몸으로 타고 흐르는 느낌에 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이럴 거면서 가기는 어디를 간다고 그래. 형 손만 대도 좋아 죽잖아요.”
정우의 손가락이 하진의 입구를 건드리다가 파고들었다. 이미 손가락으로 풀었던 곳이라 그런지 쉽게 정우의 손가락을 끝까지 받아들였다. 정우는 꽉 조여오는 하진의 내벽을 빙글빙글 돌리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흐읏…!”
달아올랐다가 끝까지 가지 못한 몸은 쉽게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진은 능숙하게 아래를 다시 풀어주는 정우의 손가락에 집중했다. 온몸의 세포가 다리 사이로 흘러가 쾌감을 부추기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소리 내도 돼요. 형들이랑 방도 떨어져 있잖아요. 그동안 계속 제대로 내지도 못했잖아.”
“으응!”
손끝이 깊은 곳을 푹 찔렀다가 빠지는 것에 하진의 허리가 위로 확 들렸다. 정우는 발기한 하진의 성기 끝을 손끝으로 느릿하게 돌리며 문질렀다. 간지러우면서도 가늘게 이어지는 쾌감에 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하얀 시트 위로 흐트러지는 부드러운 머리칼조차 예뻤다.
“아, 형 기분 좋게 해줄게요.”
“…응?”
삽입할 거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정우는 하진을 자신의 품으로 기대어 앉게 만들었다. 하진은 정우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전혀 삽입할 것 같지 않은 상황에 고개를 돌려 정우를 바라보았다. 그런 하진을 본 정우가 그대로 귓가에 입술을 묻었다.
“얼굴은 이따 보여줄게요. 얼굴 얘기할 생각도 안 들 거야.”
그대로 하진을 품에 기대게 한 정우가 하진의 다리를 벌리게 만들었다. 부끄러워 자꾸 오므리려는 허벅지 위로 제 다리를 올려 다물지 못하게 누른 정우가 다시 하진의 성기를 감싸 쥐었다.
“하으…….”
정우에게 완전히 결박당한 것 같았다. 다리를 눌려 일어날 수도 없고, 몸을 빼낼 수도 없었다. 정우와 여러 번 섹스를 하는 동안 한 번도 이런 상황이 없어 무서웠다.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전혀 감도 오지 않아 더 그랬다.
“뭐, 뭐 하는… 하아… 응, 왜 거기만…….”
하진은 제 손목을 쥔 채 톡 튀어나온 손목뼈를 느릿하게 둥글리며, 그와 동시에 귀두 끝을 똑같이 둥글리는 정우의 다른 손을 바라보았다. 느릿하게 다른 곳도 아니고 귀두 끝만 자극하는 것에 사정감이 밀려들다가 싸하게 퍼지고, 또 사정감이 확 밀려들었다가 풀어지는 것을 반복했다.
“그만…… 아, 더는…….”
몸에 오른 열이 확 달아올랐다가 오싹해졌다. 그 오싹해진 등줄기를 타고 쾌감이 타고 흘러 또다시 몸이 데워지면, 아랫배가 간질대며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정우는 정말 귀두 외에는 만져주지 않았다. 제발 그만하라고 팔을 잡아도, 또 고개를 저어도 정우는 끈질기게 귀두 끝을 둥글리며 만졌다. 하도 그래서 그 끝이 따끔거리고 아프기까지 했다.
“아…… 아파…. 흣…. 제발… 이상해…….”
저절로 애원이 흘러나왔다. 단순히 좋다는 기분이 아니라 정말 이상했다. 아프고 쓰린 느낌을 지나 이제는 마비된 것처럼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진은 정우의 팔을 잡은 채 몸을 떨었다.
“왜… 왜 이렇게 하는, 아… 왜…… 흣…!”
이유를 묻는 그 순간 조금 전까지는 전혀 느낄 수 없던 묘한 감각이 아랫배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긴장한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하진은 정우의 팔을 잡은 채 두드렸다.
“나, 나 이상해… 아, 으응, 흣! 아… 그만, 안… 안 될 것, 같아… 제발, 아… 흐으, 응! 흐읏!”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들이 몸을 때리며 번지기 시작했다. 감각이 없던 귀두 끝으로 말도 안 되는 쾌감들이 터질 준비를 하며 몰려드는 것 같았다. 정우의 손끝이 선단을 돌려가며 문지를 때마다 허리가 움찔대고, 엉덩이가 들썩였다. 정우의 다리에 눌려 아예 올라가지도 못했지만, 하진의 몸은 쾌감에 어쩔 줄을 모르며 비틀리기 시작했다.
“하으, 으응! 그, 그만… 정우야, 정우야…… 이상해, 응?”
이상했다. 이상해서 미칠 것 같았다. 머리끝까지 단박에 치고 오르는 감각들은 사람이 맛보아서는 안 될 정도의 쾌감인 것 같았다. 문제는 전부 터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정우의 집요한 손끝이 스칠 때마다 몇 배로 달라붙는 감각의 씨앗들은 하진을 극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눈물이 흐르고, 허리가 마구 비틀렸다. 더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그때, 정우가 조금 세게 귀두 끝을 문질렀다.
“정우야, 아아… 읏, 응! 아! 앗! 제발… 그, 그만… 아, 안 돼, 이상해… 으응, 응! 읏! 못 하겠어, 못…… 하앗!”
귀두를 막고 있던 손을 떼는 순간 하진은 맑은 물을 내뿜었다. 확 밀려든 요의 같은 느낌에 절대 무너지고 싶지 않았지만,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꼭 느껴서는 안 될 것 같을 정도의 쾌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하진은 정우의 품에 기댄 채 고개를 젖혔다. 그제야 정우는 하진의 목덜미를 빨고 유두를 만져주었다. 극한의 쾌감에 자극이 더해지자 견디지 못한 하진이 비명 같은 신음을 질렀다.
“손이 다 젖었어요.”
젖은 손을 들어 하진의 얼굴 앞으로 가져간 정우가 귓가에 입술을 댄 채 웃었다. 하진은 초점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맑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 손을 바라보았다. 정우의 길고 굵은 손가락을 보기만 해도 아직 몸에 고인 쾌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우는 그제야 하진의 허벅지 위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던 다리를 치웠다. 자유로워졌음에도 하진은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 채 정우의 품에 늘어졌다. 그런 하진의 유두를 손끝으로 세게 집은 정우가 귓가에 속삭였다.
“아직도 나가고 싶어요?”
하진은 두 발로 침대 밑에 내려가는 것을 상상했다. 평생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설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다리와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얼굴 보고 해요. 형이 그렇게도 바라던 그거.”
그대로 하진의 몸을 돌려 침대에 눕힌 정우가 몸 위를 덮으며 올랐다. 축 늘어져 누운 채 정돈되지 않은 숨만 헐떡이는 하진은 저만 보는 게 아까울 정도로 예뻤다. 물론 표현이 그럴 뿐이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정우는 바닥에서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진동에 미간을 구기며 그 아래로 손을 뻗어 하진의 바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하도 울려 뜨거워진 휴대폰을 빼내어 화면을 확인했다.
“이 새끼가 작정을 했네.”
입술 사이로 삐딱하게 흐른 날카로운 말에 하진이 눈을 깊게 감았다가 떴다. 여전히 울리는 진동을 보며 휴대폰을 하진의 머리 옆으로 놓은 정우가 제 바지 버클을 풀어 성기를 꺼냈다. 하진은 제 다리 사이로 들어와 문질리는 단단하고 뜨거운 느낌에 눈을 감았다.
“눈 떠요. 내 얼굴 봐야지.”
“…흐읏…….”
조금 전 맛본 쾌감이 너무 커서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몸은 금세 다시 달아올랐다. 이렇게 손 하나 들어 올릴 힘도 없는데, 정우의 침입에 발기한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하진은 입구를 늘리며 안을 가득 채우고 들어오는 정우를 느끼며 고개를 젖혔다.
“아…… 좋아…….”
제가 무슨 말을 하는 줄도 몰랐다. 내벽을 늘리며 들어와 몸을 꽉 채우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텅 비어 있던 몸이 채워지고, 마음까지 정우로 가득 차는 것만 같았다. 하진은 겨우 눈을 떠 정우를 바라보았다. 제 얼굴 위로 드리워진 정우의 사뭇 진지한 표정이 좋았다. 퉁명스럽게 말하고, 툭툭 말을 던지는 것 같지만, 정우에게는 숨기지 못할 이면이 늘 존재했다.
저를 내던지면서도 다칠까 봐 걱정하는 얼굴이라든지, 심한 말을 하며 늪으로 밀어 넣으면서도 입술에 숨을 불어넣어 주는 그런 반대되는 진지한 모습들이 있었다. 아마 정우 자신은 알지 못할 것이었다.
“계속 전화 오는데 어쩔까요. 형이 말해야 관둘 것 같은데.”
정우는 하진의 안으로 최대한 깊게 성기를 밀어 넣으며 끈질기게 울리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하진이 그런 정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방해되잖아요. 급한 연락 올 수도 있는데 끌 수도 없고.”
“하아… 흣, 안 돼…….”
“받아서 못 간다고 해요, 형.”
고개를 젓는 하진을 보며 통화 버튼을 누른 정우가 스피커폰을 누르고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시끄러운 곳에 있는 건지 지직대는 소리와 함께 곧 문혁의 목소리가 방 안으로 울렸다.
- 여보세요? 하진아!
늘 싫지만, 하진의 이름을 부르는 문혁은 정말 최악이었다. 정우는 그대로 성기를 반쯤 빼냈다가 안으로 콱 처박았다. 하진이 고개를 젖히며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그대로 몸을 내린 정우가 그런 하진의 귓가에 입술을 묻고 속삭였다.
“대답해야지. 형 친구가 부르잖아요.”
그제야 통화 중이라는 것을 깨달은 하진이 고개를 휴대폰 쪽으로 돌렸다.
“…응. 문혁아. 나야.”
-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못 오는 거야?
다정한 목소리에 정우는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하진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응……. 아, 그게… 매니저 형이… 아무래도……! 읏, 위험하니까…….”
퍽퍽 몸이 맞물리며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정우는 하진의 귓불을 물어뜯듯 씹으며 다시 억누른 목소리를 흘려 넣었다.
“내가 말해줄까요? 나랑 뒹구느라 형 못 간다고.”
“아니… 아니야…….”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린 하진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매니저 형이…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미안해.”
- 아, 그랬구나. 하긴 너 아팠으니까 걱정하시는 것도 당연하지. 아, 우리는 언제 만나. 한국 가면 만날 수 있는 거지?
“…응. 한국에서… 읏, 만나자…….”
- 나 너한테 할 말도 많고, 그냥 같이 술도 마시고 싶단 말이야. 다른 애들이랑은 더 자주 보고 친해졌는데, 너랑은 잘 만나지도 못하고…….
이어지는 문혁의 말을 들으며 정우가 그대로 하진의 입술을 파고들었다. 정문혁에게 한국에서 만나자고 한 그 혀를 씹어 없애기라도 하듯 깨물고 세게 빨아들이며 맞물린 아래를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꺽대는 소리와 함께 퍽퍽 몸이 부딪치고, 혀가 마구 뒤엉켰다. 하진은 귓가에 닿아오던 문혁의 목소리가 소음처럼 변하는 것을 느끼며 정우의 혀를 빨아들였다.
- 그럼 푹 쉬고, 내일 보자.
문혁이 말하는 동안 한참이나 정우와 혀를 섞던 하진이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그래… 못 가서, 아… 미안해. 내일, 보자…….”
하진이 대답하는 것을 본 정우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완전히 통화가 끊기고, 사라지는 것을 본 뒤에야 정우가 하진의 입술 위를 손끝으로 눌렀다.
“한국에서는 왜 만나요?”
“그냥, 읏… 응! 한, 말이야…….”
“정문혁은 그냥 한 말이라고 생각 안 하잖아. 형 만나러 오면 어쩔 거야. 밤에 또 나갈 거예요?”
고개를 젓자 또다시 부드러운 머리칼이 잔뜩 흐트러졌다. 하진의 축축한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물린 정우가 뜨거운 혀끝을 누르며 문질렀다. 몽롱한 눈으로 시선을 맞춘 하진이 혀를 내밀어 정우의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