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단독] 아포제 막내 차정우 ‘아포제 멤버 불화설 없애러 왔어요.’
[포토] 아픈 형을 바라보는 막내의 걱정스러운 눈빛 ‘형, 아프지 마.’
파티라는 이름과 별로 어울리지는 않지만, 아직 자극적인 것을 먹으면 안 되는 하진을 위해 다 같이 전복죽을 먹은 멤버들이 거실 소파가 꽉 차도록 모여앉아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아, 기사 제목 미치겠다, 진짜. 내 손발.”
“아픈 형을 바라보는 막내의 걱정스러운 눈빛.”
“형… 아프지 마…….”
이런 쪽으로도 과장되게 적힌 기사 제목을 연기하듯 읽은 해성과 영우가 미치겠다는 듯 팔을 벅벅 긁어댔다.
“여기 또 있어. 하진의 애틋한 눈빛.”
“정우야, 고마워. 너밖에 없다.”
“화답하는 정우의 미소. 네, 형. 다시는 아프지 말아요.”
아련한 목소리와 눈빛으로 연기하는 두 사람을 본 하진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두드렸다.
“아… 진짜 못 듣겠어요, 형.”
“왜 못 듣겠어요. 우리 하진이 아프지 말아요. 해성의 감미로운 목소리.”
기사의 연장선처럼 하진을 보고 눈을 반쯤 감은 해성이 손을 뻗었다. 그런 해성을 본 하진이 장난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로 뺐다.
“그런데 정우가 가서 진짜 분위기 반전됐어. 불화니 뭐니 그러다가 정우 나타난 뒤로 그냥 얼굴 찬양 기사로 도배됐잖아. 잘했어, 우리 막내.”
영우의 말에 미소 지은 정우가 저에게 살짝 기대어 앉은 하진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하진은 갑자기 허리를 안아오는 팔에 놀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아, 그래도 하진이 오니까 좀 살겠다. 한 명 없다고 그렇게 텅 빈 것 같고 이상할 일이야?”
“죄송해요. 이제 정말 안 그럴게요.”
미안한 얼굴을 하는 하진을 본 인규가 손을 뻗어 머리칼을 부드럽게 헝클였다. 그리고 해성과 영우도 연달아 하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병원에 있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들어가서 좀 쉬어.”
“네…. 형들도 쉬세요.”
“그럴게.”
저를 보며 웃는 형들을 본 하진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정우가 하진의 허리에 감고 있던 팔을 풀며 따라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어… 시트 갈았네.”
“네. 상큼한 색을 해야 형 기분도 좋아질 거라고, 레몬색으로 했어요. 전에 팬이 형이랑 어울릴 것 같다고 선물한 거라던데.”
“아… 맞아. 베개에 레몬도 그려졌었는데. 어, 저기 있다.”
베개 가운데에 그려진 귀여운 레몬 캐릭터를 보고 웃은 하진이 침대에 앉아 그 위를 문질렀다. 정우가 웃는 하진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맞은편 침대에 앉았다.
“형.”
“응?”
“그 약 어디서 났어요? 형이 상담하고 받은 약 아니잖아요.”
“아…….”
하진은 잠시 대답하는 것을 망설였다. 유세주라는 이름을 입에 담기가 부끄럽기 때문이었다.
“…그때 우리 회식하던 날.”
회식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정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유세주?”
“…….”
“그 새끼가 진짜 돌았나. 그게 뭔지 알고 먹어요.”
“…그냥 날 보자마자… 못 자는 걸 알고, 또 자기도 그렇다고… 이거 먹으면 잘 수 있다고 하셔서… 혹했던 것 같아.”
“다시는!”
화가 묻어 나온 말이 매듭을 짓지 못하고 멈추었다. 정우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감정을 억누른 채 다시 말을 시작했다.
“다시는 유세주랑 만나지 말아요. 무슨 말을 하든 믿지도 말고, 뭘 줘도 받지도 말고. 그 새끼 형한테 아무 도움도 안 돼요.”
“…그럴게. 미안해.”
“그리고 말 심하게 했던 거 미안해요. 화가 나서 한 말인데, 심했어요.”
미안하다고 말하는 정우를 가만히 바라보던 하진이 들고 있던 베개를 내려놓았다. 정우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정우가 말한 연애라는 말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정우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는 자체로도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정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우야.”
“네.”
잠시 머뭇대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은 하진이 정우의 손끝을 살짝 쥐었다.
“…나 이제 괜찮아진 것 같아.”
“…….”
“잠도 전처럼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활동도 즐겁게 열심히 하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하나도 뿌옇지가 않아.”
“…….”
“다… 네 덕분이야.”
이것만으로도 좋았다. 시선이 마주해도 피하지 않고, 같은 공간에 머무는 누군가 한 명의 감정이 쉽게 상하지 않는 이 평범함으로도 충분했다. 하진은 빛이 들어오는 방 안에서 그 빛이 온전히 머무는 정우의 얼굴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저를 죽이고, 또 살리는 유일한 존재를.
“형이 괜찮다면 다행이에요. 좀 쉬어요. 난 나가 있을게요.”
정우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히 잠이 오지도 않고, 하진과 딱히 더 나눌 이야기도 없기 때문이었다. 며칠 만에 바뀐 이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틸 재간이 없었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 노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같이…….”
두 침대 사이에서 몸을 돌린 정우는 손 위로 닿아오는 따뜻함에 고개를 돌렸다. 하진이 제 손을 잡고 있는 게 보였다.
“…있어 주면 안 돼?”
“…….”
“그냥 같이… 방에만 있어도 돼. 다른 거 해달라는 거 아니야.”
바보 같았다. 아니, 더 심한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차마 하진에게 그 심한 욕들을 가져다가 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정우는 기꺼이 그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지금은 무조건 하진을 진정시키고, 달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재워 줄게요.”
정우는 하진을 레몬색 침대 위에 눕혔다. 그리고 이불을 올려 배 위까지 덮어주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평화롭게 같이 있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는데, 신기해진 지금 이 상황이 조금은 억울했다.
“나 벌써 졸려. 신기하지.”
“다행이네요.”
제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하진을 보던 정우가 고개를 숙여 그 입술을 가볍게 머금었다. 입술이 닿는 순간 어쩔 줄 모르고 가볍게 숨을 참는 소리가 났다. 정우는 손을 올려 하진의 귓불을 느릿하게 누르며 문질렀다. 입술이 벌어지며, 고였던 숨이 흘러 들어왔다. 그제야 혀가 뒤엉켰다.
정우가 마음먹은 하진과의 연애는 이런 것이었다. 하진이 그토록 원하던 키스를 먼저 해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먼저 만져주는 것. 저에게도 하진과의 접촉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감정과는 상관없이 몸이 닿으면 꼭 사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열이 들끓었다. 하진에게는 감정이겠지만, 정우에게는 욕구였다. 끓는점은 같은데, 발화의 모습은 달랐다.
“하아…….”
진득하게 뒤엉키던 혀가 풀리며 입술이 살짝 떨어졌다. 하진은 젖은 입술로 가쁜 숨을 내쉬며 정우를 바라보았다. 사랑하지는 않아도 저를 욕망하는 저 눈빛이 좋았다. 어떤 감정이든 저에게 바라는 것이 생겼을 때의 눈동자는 분명 달랐다. 하진은 정우의 눈동자를 뒤덮은 열기를 식게 만들고 싶지 않아 얼른 다시 정우의 얼굴을 잡아 먼저 입술을 머금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시 엉켜 든 혀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하진은 정우의 손을 하나 잡아 제 셔츠 아래로 넣었다. 하진이 움직이는 대로 가만히 있던 정우는 손에 닿는 달아오른 체온에 놀라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망설임을 느낀 하진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정우의 혀끝을 문지르고 빨기 시작했다.
“…으응…… 아…!”
그렇게 하진의 허리에 손을 댄 채 움직이지 않던 정우의 손이 쫙 펴지며 그대로 군살 하나 없이 마른 그 허리를 움켜쥔 순간, 하진은 탄성을 터뜨렸다. 점점 허리에서 더 위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정우의 손에 벌써 다리 사이가 저릿했다. 엉망진창으로 쾌감에 절여지고 싶었다. 저를 미워하지 않는 정우와 하는 섹스는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흠뻑 젖어버리는 것 같았다.
“…하고 싶어.”
“형 오늘 퇴원했어요.”
“…….”
“아, 형은 그런 거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지.”
정우는 하진의 얼굴 위로 내렸던 제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대로 가버릴 줄 알았는지 급히 팔을 잡아 오는 손에는 강하지는 않지만 분명 힘이 실려 있었다.
“문 정도는 잠가야 하지 않겠어요?”
침대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가는 정우의 뒷모습을 보던 하진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저대로 문을 열고 나갈 것만 같았다. 저 기다란 뒷모습이 눈 한 번 감았다가 뜨면 사라지고 없을 것 같아 눈도 깜빡일 수 없었다.
“…….”
하지만 정우는 사라지지 않았다. 딸깍. 문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몸이 돌았고, 다시 가까워졌다. 하진은 뭔지 모를 긴장감에 레몬색 이불을 꽉 쥐었다. 정우의 손이 제 몸을 만지고, 헤집어줄 생각에 여기저기가 벌써 뜨거웠다.
“인규 형이랑 영우 형 아직 거실에 있어요. 소리 나죠.”
“…응.”
두 사람이 거실에서 게임 하는 소리가 벽 바깥으로 들려왔다. 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우를 바라보았다.
“소리 내면 다 들키는 거예요.”
“…조심할게.”
“네. 형이 조심해야 할 일이에요. 내가 조심할 수는 없잖아.”
성큼 다가와 그대로 하진의 침대 위로 오른 정우가 셔츠 안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하진은 갑자기 몸 위로 닿은 정우의 손에 어깨를 떨었다. 몸이 밀려 침대 헤드에 등이 닿고, 뒷머리가 닿는 순간 입술이 거칠게 맞물렸다.
“흐읍…….”
숨이 말려 들어가며 혀가 미끈하게 문질렸다. 셔츠 안으로 들어온 정우의 손끝이 반쯤 선 하진의 유두 위를 짓누르며 느릿하게 문질렀다. 하진은 유두를 살짝 문지르기만 해도 허리를 타고 찌릿대며 흐르는 쾌감에 허리를 비틀었다. 정우가 그런 하진의 입술을 물어뜯듯 이로 당기며 유두를 세게 비틀었다.
“흐읏!”
“조심 안 하네.”
“미안… 해, 너무 갑자기… 으응…….”
신음을 참으려고 하는데 유두를 만지는 그 손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몸이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목덜미에 혀를 세워 핥아 올리다가 귓불을 깨무는 능숙해진 움직임에 눈도 뜨지 못하고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하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하진의 귓가에 입술을 묻고 한참이나 자극해 주던 정우가 그대로 고개를 숙여 하진의 셔츠 아래로 파고들었다. 쉬지 않고 자극해 달아오른 유두 끝으로 혀가 닿자마자 하진의 허리가 크게 비틀렸다. 고개를 젓고, 어쩔 줄을 몰라 정우의 어깨를 잡아 밀어보기도 했지만, 정우는 떨어지지 않았다.
“흐으… 아……. 으응… 거기만, 거… 기만 계속, 하면… 흣….”
유두를 혀로 문지르고 빨아주는 것만으로도 벌써 몇 번은 사정한 기분이었다. 머릿속을 꽉 채우며 연달아 터지는 쾌감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려앉은 속눈썹이 쾌감으로 잔뜩 젖은 채 파르르 떨렸다.
하진의 셔츠 안으로 머리를 넣었다가 뺀 정우는 살짝 헝클어진 머리를 만지지 않은 채 그대로 하진을 눕혔다. 머뭇댐 하나 없는 손이 마른 허리 위에 잠긴 버클을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 하진은 그런 정우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우와 처음 섹스하는 것도 아닌데, 꼭 처음인 것만 같았다. 아니, 의미를 부여하자면 처음이 맞았다. 연애라는 이름이 붙은 상태에서 하는 첫 번째 닿음이기 때문이었다. 하진은 급히 제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발목 밑으로 끌어내려 벗기는 정우의 닿지 않는 시선을 끈질기게 마주했다. 보고 싶었다. 저를 바라보는 정우의 그 눈을. 무엇으로 가득 찼어도 좋으니, 저에게 닿는 그 눈을 보고 싶었다.
“풀어줄게요.”
하지만 정우는 하진의 눈을 보지 않았다. 과정에 충실할 뿐이었다. 하진은 순간 내려앉는 심장을 애써 외면했다. 정우의 눈은 내내 다른 곳에 닿아 있었다. 한 번도 얼굴을 봐주지 않았다.
“빡빡해서 손도 안 들어가겠는데.”
그대로 하진의 두 다리를 벌리며 들어 올린 정우가 얼굴을 파묻었다. 다리 사이로 갑자기 닿아오는 뜨거움에 입술을 꽉 깨문 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혀가 닿기에는 생소한 곳에서 뜨거움이 번지고 있었다. 늘 손가락으로 아래를 풀어주던 것과는 달랐다.
“흐읏… 뭐, 뭐 하는… 으응, 안 돼…….”
손가락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 곳에 정우의 혀가 닿는 순간 하진은 크게 허리를 떨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감각이 마구 피어올라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저보다 마디가 굵고 길이가 긴 손가락이 파고들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물컹하고 뜨거웠다. 안에 들어온 게 얼마나 단단하고 곧은지 느껴지던 것과 달리 형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안으로 물처럼 들어왔다가 자유자재로 모양이 바뀌며 안을 채웠다. 정우의 혀가 안을 헤집고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맺히는 순간 허리가 잘게 떨리며 성기 끝이 젖어 들었다.
“아… 하으, 응… 아아, 더, 더러… 더러워… 아, 안 돼…….”
안 된다는 말이 자꾸만 흘렀다. 혀가 안으로 들어왔다가 빠질 때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바보가 된 것만 같았다. 내벽이 꼭 그 모양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 안 된다고 하면서도 하진은 그 감각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벽 너머로 들리는 인규와 영우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졌다.